<심야 르포> ‘택시가 왕’ 새벽 이태원 탈출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0.17 14:18:45
  • 호수 13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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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미터기…흥정도 어렵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이태원의 불이 다시 켜졌고, 사람들이 몰려 새벽이 될수록 활기찬 분위기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법 택시’의 온상이 자리 잡고 있다. 당연히 피해자는 승객이다. 이태원의 새벽은 ‘말도 안 되는’ 택시비에 놀라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사람과 길거리에서 첫차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용산구청은 그저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할 뿐이다.

서울시 용산구에는 이태원동이 있다. 용산구의 대표적 번화가로 외국인과 외국 문화의 집결지로 유명하다. 이태원동은 이태원역을 중심으로 주택가와 상업 지구로 이뤄져 있으며, 중심이 되는 길은 해밀톤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취객들의 
귀가 전쟁

이태원 상업 지구의 중심에는 클럽이 있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강남과 홍대에 비해 외국인 또는 주한미군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에 못지않게 국내 청년들도 이태원 클럽에 많이 방문한다. 이태원은 코로나19 감염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2020년 5월7일 이태원의 한 클럽 관련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태원의 집단감염이 심각했던 이유는, 확진자가 젊은 층이어서 활동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의 코로나 신규 감염자 보고가 1일 한 자릿수대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었다. 신규 확진자는 지역 발생이 아닌 해외 유입이 높아 코로나가 수습되는 방향이었다.

전 세계 주요 외신은 한국 사례를 모범 사례로 알렸다. 그러나 이태원발 코로나 확진자가 100명 이상인 것이 확인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이태원은 한국의 대표적인 번화가이며, 한국 인구의 절반가량인 2500만명 이상이 밀집한 수도권이다. 이 한복판에 감염병이 터진 것이다. 특히 최초 확진자가 주로 방문했다는 이태원 클럽은 게이 클럽으로 분류됐고, 일반 클럽에 방문한 사람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이태원 클럽은 ‘코로나 클럽’이라고 낙인찍혔다. 

2020년 10월28일부터 이태원, 강남, 홍대 거리에 있는 대규모 인기 클럽은 방역 당국‧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 끝에 할로윈 기간 휴업을 자체적으로 결정하기도 했고, 지난해 7월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2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시작됐다. 유흥주점 영업은 밤 10시로 제한됐다.

이때부터 이태원의 ‘곡소리’가 감지되기 시작됐다. 이태원 상권이 무너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뒤 이태원은 황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골목마다 북적였던 사람은 찾을 수 없었고, 상가에는 ‘임대 문의’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손님이 없어 가게에서 시간만 때우는 상인들도 많았다.

이태원에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후 정부와 언론 등에서 ‘이태원발 집단감염’이라고 부르자 그나마 오던 손님들도 발길을 끊었다. 정부 방침으로 ▲집합 금지 ▲영업 제한 ▲영업 시간 제한 등이 이어지자 이태원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전체가 피해를 본 것이다.

지난 4월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국적으로 전면 해제됐다. 이때부터 ▲영업시간 12시 제한 ▲사적 모임 인원 제한 ▲행사·집회 최대 299인까지 허용 ▲종교활동 수용인원의 70% 허용 ▲영화관·종교시설·교통시설 등 다중 이용 시설 실내 취식 가능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 등으로 방침이 바뀌었다.

오전 1시부터 4시까지 직접 나가보니…
‘부르는 게 값’ 험난한 집에 가는 길

이태원 상권은 즉시 살아났다. 20대와 30대의 이태원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소비가 빠르게 회복됐다. 이를 ‘보복 소비’라고도 불렀다.


지난 5월16일 KB국민카드가 발표한 ‘서울시 주요 지역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영향 분석’에 따르면 영업 제한 시간을 전면 해제한 지난 4월18일~5월8일 오후 6시 이후 매출건수와 매출액은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였던 지난해 12월18일~ 올해 2월18일보다 각각 44%, 60% 증가했다.

용산구는 매출건수 69%, 매출액은 76% 증가했다.

늘어난 매출액은 이태원에 방문한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태원 거리에는 다시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지금의 이태원은 말 그대로 문전성시를 방불케 한다. 2년 만에 ‘유령도시’ ‘이태원발 집단감염’이라는 불명예를 완벽하게 졸업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또 다른 불명예가 시작되는 실정이다.

버스와 지하철 막차가 끊기면 이태원역 인근의 택시 운전사가 택시 승객을 상대로 불법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는 이태원 일대에 퍼져있는 불법 영업 택시의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8일 밤 11시에 이태원에 방문해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일대를 살폈다. 

우선 지하철 강남역에서 이태원역까지 어플을 통해 택시를 불렀다. 어플을 통해 측정된 금액은 1만원 정도였고, 이동 시간은 길어봤자 30분 정도다.

이태원으로 향하는 중 택시 운전사에게 “심야 시간에 이태원에서 택시를 잡는 게 어렵냐”고 물으니 택시 운전사 A씨는 “기본적으로 일반 택시가 이태원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차가 너무 많이 막히고, 이태원은 사람이 너무 많다”며 “이태원을 빠져나가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린다. 교통문제가 심각한데 용산구에서는 손을 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태원역 인근 길거리에 자가용이랑 렌터카가 줄지어 주차돼있는데, 이 사람들 중에는 승객에게 ‘현금으로 돈을 달라’고 한다. 그런데 이건 불법”이라고 분개했다.  

날뛰는
불법 택시

A씨는 “일반 택시 운전사는 하루 일해서 순수익 20만원을 벌기가 어렵다. 가스값, 보험료, 4대보험 등을 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법은 이런 게 없다. 현금을 가져 가니까. 심야 택시비를 올린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먼저 주차단속이랑 불법 택시 단속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불법 택시 영업을 하는 택시 운전사는 전체 택시 운전사에 비해 소수며, 모든 택시 운전사의 잘못이 아니란 걸 정확하게 확인하고 보도해달라는 부탁도 했다. 도착지에 다가갈수록 A씨의 말처럼 이태원역 인근부터 차량 정체가 심했다. 

어쨌든 이태원의 밤은 화려했다. 특히 해밀톤 호텔 바로 뒤인 ‘이태원 세계음식 거리’는 직선거리가 300m로 걸으면 총 3분 정도의 걸리지만,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사람이 많아 앞으로 나가기 힘들 정도였다.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이태원에는 한국의 밤 문화를 즐기러 온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대부분은 한국의 청년이었다. 사람들은 야외 테라스가 제공되는 펍의 음악을 들으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유명 클럽을 입장하려고 길게 늘어선 줄이 서로 뒤엉켜 있었고, 그마저도 내부 클럽 인원이 가득 차서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도 없었다. 기다려서 들어간 클럽 내부 역시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버스 막차 시간인 밤 12시가 지나고부터 이태원역 인근의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이태원역 주변 대략 600m 거리의 1차선 도로에는 더 이상 주차할 수 없을 정도로 승용차나 택시들로 가득 찼다.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중심으로는 택시가 주차돼있었다.

길거리에는 택시 호출 앱으로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길바닥에 앉아서 택시를 잡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새벽 1시가 다 돼갈 때쯤 택시 호출 3개 앱으로 택시를 잡아봤다. 출발지는 이태원역이고, 도착지는 강남역이었다. 우선 택시 플랫폼인 ‘카카오’와 ‘타다’는 아무리 시도를 많이 해도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우버 앱인 ‘우티’로만 택시가 잡혔다. 이것도 여러 차례 시도해 나온 결과였다. 핸드폰으로 택시를 잡는 것은 그야말로 ‘운’에 맡겨야 했다. 택시를 잡는 데 1시간이 걸릴지, 2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도로에는 빈 택시가 즐비했다.

3만원 이상 
많이 내야


도로의 빈 택시가 일반 택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거의 모든 택시에 ‘예약’ ‘휴무’라고 불이 들어와 있고 서행 중이었다. 길거리에 택시를 정차해 놓고 택시 운전사가 바깥으로 나와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쯤부터는 사람들이 직접 도로에 나가서 택시를 잡고 있었다. 도로 중간까지 나간 사람도 많았다. 아무리 차가 서행 중이라도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술에 취한 사람, 갑자기 뛰어드는 사람 등이 많아 위험천만해 보이는 광경이었다. 

이태원역 인근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목적지가 을지로인데 이태원에서는 15분 걸린다. 대부분은 목적지를 들어보지도 않고 그냥 간다. 이유를 모르겠다”며 “벌써 1시간 넘게 택시를 잡고 있다. 이태원은 새벽 시간이 지날수록 더 택시가 안 잡힌다. 오랜만에 이태원에 왔는데 발도 아프고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잠실로 가는 택시를 잡는 20·30대 여성도 있었다. 이들은 “카카오택시는 전혀 잡히지 않는다. 도로에 있는 예약 차량을 잡으려고 하면 ‘경기도 간다’ ‘안양 간다’고 승차를 거부했다”며 “보통은 얼굴을 보지도 않고 가라고 한다. 이런 택시가 제일 많다. 이태원은 자주 오는데 새벽 2시부터는 택시가 정말 잡히지 않는다”고 답했다. 

새벽 2시30분쯤 기자는 도로의 택시를 직접 잡기 시작했다. ‘예약’ 간판이 켜져 있는 택시 근처로 가니 앞 문의 창문을 열렸다. 기자가 “강남역까지 가나요”라고 물어보자, 택시 운전사는 대답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한 택시는 아예 얼굴을 보고 그냥 지나쳤다. 한 택시는 “강남역까지 3만5000원 주면 간다”며 그 이하는 절대 가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또 다른 택시는 “나는 경기도 택시니까 강남역은 3만5000원에 간다”고 말했다. 기자가 다시 “그러면 경기도 과천은 얼마에 가냐”고 물어보자 “경기도 과천은 멀어서 5만5000원에 간다”는 황당한 대답을 했다. 

기자는 과천까지 그 금액으로 가겠다며, 대신 영수증을 끊어달라고 요청을 했다. 택시 운전사는 “이거 불법인데 신고하려고 하지?”라고 언성을 높이며 지나가 버렸다. 

막차가 끊긴 이태원에서 택시를 타려면 택시 운전사가 부르는 가격을 현금으로 내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26세 한씨는 이태원 불법 택시 때문에 집에 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한씨는 “코로나19가 유행할 때는 이태원에 안 왔다. 올해 4월쯤부터 다시 이태원에 왔는데, 친구들이랑 놀다 보면 새벽 1~2시까지는 논다. 귀가하려고 할 때 호출 앱을 사용하는데 잡히질 않았다”며 “도로에는 빈 택시가 많은데 안 잡혔다. 서 있는 택시는 대체로 안 간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일부 택시 조직적 조폭식 활동
영수증 불가 “신고하니까 안 돼” 

이어 “‘수원만 간다’거나 ‘인천만 간다’고 한다. 택시가 안 잡혀서 이태원 상가 계단에 누워서 아침까지 잔 적도 있다. 그러다 어느 날 ‘도대체 왜 안 갈까’하고 택시 운전사에게 금액을 더블로 주겠다고 했더니 금액을 흥정해줬다”며 “술을 마시고 집에 가고 싶으니 불법인 걸 알면서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보통은 돈을 더 주면 간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이태원 지하철역에 들어가 보면 아침까지 자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택시 운전사들이 다 불법인 줄 알면서 이렇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막상 숙박하려면 이태원은 너무 비싸다. 평일이 6만원 정도면, 휴일은 18만원까지 올라간다. 숙박 앱으로 예약하려면 또 안 된다. 전화로 직접 예약을 해서 현금을 달라고 한다”며 “이 부분은 고쳐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불법을 하지 않는 택시 운전사도 있는데 그런 분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1만원도 안 나오는 거리를 몇 배로 높이는 것은 너무하다”고 지적했다.

한 택시 운전사는 이태원 길거리의 정차된 자동차 사진을 찍을 때 다가와서 “왜 내 택시를 찍냐”고 욕설을 하며 다짜고짜 화를 내기도 했다.

택시 운전사 B씨는 불법 택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B씨는 “예약을 걸어 놓는 건 손님이 어디 갈지 모르니까 예약을 걸어놓은 것이고 한국 사람은 금액이 너무 높으니까 대부분 안 탄다”며 “보통 1만원에 갈 거리를 3만원에 간다고 하는데 외국인들은 100% 탄다”고 귀띔했다.

이어 “아예 호텔에서 택시 타고 오라고 명함을 준다. 한국인은 안 가고 외국인은 가니까, 지도도 못 보고, 둘러서 가도 신경 안 쓴다. 그래서 택시 운전사들이 한국인이라서 물어보지도 않고 지나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상황에 대한 택시업계의 입장은 어떨까. 서울개인택시운송 사업자 조합 관계자 역시 이태원 불법 택시에 관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한 서울개인택시운송 사업자 조합 관계자는 “지금 이태원에 택시를 몰고 가면 그곳은 불법의 온상인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택시 잘못도 있지만, 교통 문제도 있다”며 “일반 승용차가 도로에 불법 주차 때문에 차량 진입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서울시에서는 주차 문제를 해결해서 통행이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로에 주차돼있으니 한 개 차선만 이용한다. 이태원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우니 일부 택시 운전사가 보상을 받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 “보통 중형 택시, 고급 택시, 모범택시는 불법을 안 한다. 보통 K7 차량이 많고 그룹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평범한 택시 운전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 택시 운전사가 거기서 자리를 잡으려면 분명 싸움이 날 것이다. 이태원만 전문적으로 하는 것 같은데, 서울시에서 단속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속?
“없다”

이태원이 사람이 몰리기 시작한 시점은 4월부터다. 그렇다면 6개월 동안이나 불법 택시 영업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태원 택시 문제에 대해 용산구청 관계자는 “연간 단속 계획을 세워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단속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 단속 계획 외에 다른 계획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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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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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