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찬바람 부는 고시촌은 지금…

고시생 떠난 후폭풍 몰려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공무원 ‘열풍’은 이제 옛말이다. 안정적이라는 장점에 가려졌던 여러 단점이 부각되면서 공무원 직업 선호도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덩달아 북적이는 고시촌 풍경도 더는 보기 어렵게 됐다. 모두 어려운 이때, 노량진·신림 등 고시생들의 성지로 불리던 곳들의 침체가 더욱 두드러진다. <일요시사>가 사뭇 달라진 고시촌 모습을 직접 살펴봤다.

“코로나19가 한창 심할 때는 (침체기가) 잠깐뿐이겠거니 했어요. 그때보단 벌이가 좀 더 된다지만, 상황은 더 암울하네요. (이 상권이) 더 나빠질 일만 남았다는 게 빤히 보이니까요.” 영원한 것은 없다. 도시와 그 속 공간은 흥망성쇠를 거듭한다. <일요시사>가 둘러본 고시촌이 그랬다. 반백년에 달하는 고시촌의 역사는 커다란 변곡점 위에 섰다. 시간이라는 썰물은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고시촌이란 모래성을 갉아먹고 있었다. 

모래성

<일요시사>는 이달 중순 가장 유명한 두 고시촌으로 향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작구 노량진 일대(이하 ‘신림’ ‘노량진’)는 고시촌 중 가장 긴 역사와 큰 규모를 자랑한다. 정확한 시점은 특정하기 어렵지만, 이곳들은 1970년대 중반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림은 서울대학교의 관악 캠퍼스 이전, 노량진은 정부의 재수학원 이전 정책을 계기로 활성화됐다.

한 가지 차이점을 꼽자면 응시 시험 종류다. 신림은 예로부터 사법고시·외무고시·행정고시 등과 경찰 간부·전문직 시험 준비생이 주를 이뤘고, 노량진은 재수학원에 이어 공무원 시험(7·9급) 대비의 중심지로 거듭났다.


주력 분야(?)는 달라도 최근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완만했던 내림세가 코로나 유행 이후로 급전직하하는 모양새다. 이를 피부로 느끼는 건 고시촌 상권의 자영업자들이다.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고시생들과 달리, 이들은 고시촌의 쇠락을 계속해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겉보기에 한적해 보이는 고시촌이 유일하게 붐비는 시간은 식사 시간이다. 점심·저녁 시간이 되면 적막하고 엄숙하던 거리도 활기를 띤다. 그 중심에 노량진의 ‘컵밥 거리’와 신림의 ‘고시 식당’이 있다.

이들은 대개 지갑이 얇은 고시생에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식사를 제공해왔다. 특히 노량진 컵밥 거리는 여러번 TV 전파를 타면서 젊은 세대에게 거리 음식명소로 소문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 대부분이 영업난을 호소하고 있다. 근근이 버텨나가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일찌감치 문을 닫은 가게 역시 부지기수다.

실제로 노량진 컵밥 거리를 방문해 보니 점심시간임에도 인적이 드문드문했다.

노량진, 신림…‘쭉쭉’ 내리막 가속화
사람 줄고 물가 오르고…골목상권 울상

고시생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는 컵밥 하나를 주문했다. 4000원을 내고 3분이 채 지나지 않아 음식을 받았다. 예전처럼 줄을 길게 설 필요는 없었다. 가게 사이에 설치된 별도의 식사 장소를 활용하는 이는 드물었고, 20개 남짓한 점포 중 절반 가까이는 문을 열지 않았다. 

“애초에 동네에 학생이 많이 줄었는데, 당연히 손님도 많이 줄지 않았겠어요?”


한 점주는 ‘생각보다 한산하다’는 소감을 듣고 이같이 반문했다. “학원에서 코로나가 번진 이후로 학생이 많이 준 것도 있고, 공무원 인기가 시들한 것도 영향을 준 것 같다. 우리(컵밥 가게)는 박리다매인데 손님은 줄고 물가는 오르니 점점 장사하기 어렵다”는 토로가 이어졌다.

이 하소연대로 고시촌의 쇠락, 인근 상권의 위기 요인은 복합적이다. 코로나 유행 이후로 현장 강의 수요가 크게 줄었다. 한 번 줄어든 수요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MZ세대 수험생은 시간·공간 제약이 없고 비교적 저렴한 인터넷 강의로 눈길을 돌렸다. 정보 공유·현장 스터디 등의 장점도 많이 퇴색됐다.

공무원 직종 선호도가 감소한 것 또한 큰 변수다. 물가와 평균소득 수준은 꾸준히 오름세인데 반해 공무원 임금과 처우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더군다나 이번 정부는 ‘작은 정부’를 천명하며 공무원 정원 동결·공무원 연금 삭감 등을 검토하고 있다.

수직적이고 딱딱한 조직문화를 극도로 지양하는 MZ세대의 성향 역시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유인은 떨어지고 단점만 점점 부각된다는 혹평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7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은 42.7대1을 기록하며 43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100대1을 상회했던 10년 전 ‘한창 때’와는 대비된다. 9급 공채 실질 경쟁률도 10년 전의 3분의 1수준인 22.5대1에 머물렀다. 21년 만의 최저치다. 

이런 가운데 급등하는 물가가 치명타를 날렸다. 국제 유가·곡물가 상승으로 국내 음식점들은 평균 10% 내외로 가격을 인상했다. ‘싼 가격’이 무기인 고시촌 식당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식당들은 대부분 가격을 올렸다.

하지만 매출 감소를 막을 수는 없었다. 신림의 한 고시 식당 주인은 “(식당을 찾는)학생이 지난해 60~70%밖에 안 된다. 가격을 올려도 매출이 30% 이상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물가가 오르자 고시생들의 주머니는 더욱 빠듯해졌다. 밥값 부담이 커진 이들은 다른 곳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2000원 안팎의 ‘가성비’ 커피를 파는 노량진의 한 카페를 찾았다. 사장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드는 동안 둘러본 가게 곳곳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굳건한 임대업…저소득층 속속 둥지
노량진 2동 10년 새 2030세대 25%↓

“커피가 고시생 필수품이라 하지만 결국 기호품이다. 예전에는 몇 없는 자리 먼저 잡겠다고 학생들이 경쟁도 하고 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뜸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비단 카페만의 속앓이가 아니다. 고시생들이 자주 찾는다던 학원 인근 코인 노래방·PC방 또한 한산했다. ‘코시국’ 전만 해도 한참 줄을 섰다던 노래방은 채 반도 차지 않았다. PC방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노량진 수험생활 2년 차에 접어든 A씨는 “단골 식당 식권 가격이 1000원 올랐다. 요즘 같은 상황에 부모님께 더 손 벌릴 수 없다”면서 “커피 마시는 횟수 줄이고, 가끔 가던 코인 노래방 안 가면서 생활비를 아낀다. 그러면 딱 굶고 다니지는 않는 정도”라고 말했다.


근심 가득한 고시촌 안에서 임대업자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에 속한다. 코로나 대유행 시기 정점을 찍었던 공실률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분기 노량진 상권의 소형상가 공실률은 6.5%다. 12.6%를 기록한 1분기 대비 6.1%p 내려간 수치다.

최근 고시 인근 식당들이 잇달아 문을 닫으면서 곳곳에 ‘임대’ 표지판이 붙긴 했지만, 원룸 수요는 굳건하다. <일요시사>가 찾은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꾸준한 수요를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설명에 따르면 고시촌 거주민 구성이 변화하고 있다. 빠져나간 고시생 수요를 사회 초년생과 배달·일용직 노동자 등이 채우고 있다는 것. 비교적 저렴한 고시촌 임대료와 물가에 고시생 외에도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계층이 몰려든다는 설명이다.

이들 중 청년층이 많다 보니 “표면적으로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원룸이 밀집한 노량진2동은 지난 10년 전 대비 2030인구가 24.6% 감소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그럼에도 청년층 유입이 꾸준하다는 방증으로 최근의 재건축 추세를 꺼내들었다. 그는 “이참에 건물을 새로 짓는 유형을 보면 (청년층이 선호하는)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인 경우가 많다. 공실도 적다. 월세 70만원·관리비 10만원이 넘어가도 늘 수요가 충분하다”고 부연했다. 

이른 겨울


쇠락하고, 또 변화하는 고시촌의 모습 속에서 과거 ‘불패신화’는 점차 옅어지고 있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인 걸 알지만, 다들 체념보단 걱정이 앞서는 모습이었다. 노량진과 신림에는 보다 이른 겨울이 찾아들고 있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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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