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성수기 호텔 사기 주의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8.02 08:19:38
  • 호수 13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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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숙박권? 의심부터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여름휴가 극성수기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뒤 맞이하는 첫 여름휴가다. 코로나 감염의 불안감은 잠시 뒤로하고,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난 2년여간 지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여행을 계획한다. 아직은 해외보단 국내 여행을 선호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인터넷에서 호텔 숙박권 사기가 기승이다.

2020년 3월22일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했다. 그해 3월22일부터 5월5일까지는 종교시설을 비롯한 일부 시설과 업종의 운영을 제한했다. 이는 산발적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코로나가 잠시 주춤할 뿐이었다.

본전 생각

곧 등교나 출근하지 않고 비대면으로 공부와 업무 등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됐고,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시행됐다. 명절에는 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을 걱정하며 “이번에는 만나지 말자”고 다음을 기약했다. 화상으로 제사를 지내는 이색적인 풍경도 펼쳐졌다.

이로 인한 숙박업체가 큰 피해를 본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실제로 일부 호텔이 코로나 여파로 객실 공실률이 치솟으며 실적이 떨어져 매물로 등장했다. 이를 매입해 주거시설, 복합시설, 오피스 등으로 재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청담동에 위치한 호텔리베라 청담도 마찬가지다. 이 호텔은 신안그룹 계열사로 4성급 호텔이다.


급기야 르메르디앙(리츠칼튼) 호텔은 지난 2월 말에 문을 닫았다. 이처럼 지난 2년간 호텔 거래를 살펴보면 용도변경을 목적으로 한 거래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난 4월18일 전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됐다. 처음 시행된 지 2년1개월 만이다. 숙박업체들도 숨통이 틔였다. 특히 코로나 이전에는 개인이나 가족 단위로 해외여행을 가는 인구가 많았다면, 코로나 유행 이후에는 관광‧여가 분야에서 집 근처 가족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자연스럽게 거주지에서 멀지 않은 거리의 관광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서울·강원 지역 관광지를 검색한 한 사람 중 수도권 거주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달했다.

경북지역 관광지에 대해서는 경상권 지역 거주자들의 검색 비율이 60%에 가깝고, 수도권 지역 거주자들의 검색 비율은 28% 수준에 그쳤다. 한편 유류비 인상 등의 문제로 항공권 가격 등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해 국내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

2년 만에 풀린 사회적 거리두기
‘호황’ 숙박업계 바가지·속임수

이런 상황이니 국내 숙박업계는 호황이다. 관광지의 유명 호텔이나 풀빌라 등은 여름휴가 성수기를 맞이해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연일 매진이다. 여름 휴가 극성수기인 7월 말부터 8월 초가 지난 후에도 숙박권을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숙박업계는 코로나라는 산을 지나고 드디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숙박업계의 호황은 또 다른 이면을 불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호텔’이라고 검색하면 싸게 파는 ‘호텔 숙박권’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숙박권 판매가 사기라는 점이다.


이런 글들에는 모두 특징이 있다. 우선 숙박권을 굉장히 저렴하게 판매한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온라인 글에는 제주 신라호텔 숙박권을 58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숙박권은 2박으로 조식도 포함한 가격이다. 

숙박권 사용 기간은 2023년 5월까지고, 연휴나 주말에도 사용할 수 있으니 굉장히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이 조건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월요일과 화요일인 다음 달 1일과 2일의 제주 신라호텔 숙박 가격을 검색해 보니 최저 금액이 68만2000원이었다. 

이 금액도 할인이 적용된 금액이다. 조식을 포함한 제주 신라호텔 2박 숙박권이 58만원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가격인 것이다. 또 호텔 숙박권 판매글의 대부분은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서 연락을 취한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이지 않은 가격을 감안해 사기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뒤늦게 여름휴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호텔 숙박 때문에 여행을 못 가는 상황까지 생기고, 한 푼이라도 아낀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호텔 숙박권 사기를 당한 A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별한 날, 특별한 호텔의 저렴한 숙박권을 구매하려다 사기를 당한 것이다.

A씨는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숙박권을 구매하려고 검색에 나섰다. 그때 인터넷에서 저렴하게 숙박권을 판다는 글을 발견했다. 검색한 글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5성급 호텔도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20만원에 스위트룸?
결제 전 반드시 확인

이 중에는 서울 신라호텔 이그제큐티브 오션뷰 숙박권도 있었다. 원래는 1박에 60만원 이상을 하는 곳인데 절반인 30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A씨도 의심했다. 그러니 카카오톡 메신저로 연락해서 확인했다.

A씨가 “2월2일 이그제큐티브 오션뷰에 관심 있다”고 연락을 취하자 상대 측에서 연락이 왔다.

5분 정도 지난 뒤 “인터넷 최저가보다 10만~2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날짜, 원하는 호텔을 직접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다. 내가 직접 가능 여부도 체크한다. 구매를 확실히만 하면 선양도까지 정확하게 해준다”는 답장이 돌아왔다.

또 “내가 가지고 있는 숙박 이용권 기한이 8월31일까지니, 편한 날짜에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20만~30만원 선으로 스위트룸이다. 정말 급해서 저렴한 가격에 주는 것이다. 확인서와 예약번호를 먼저 줄 의향도 있다”고도 했다.

판매자 B씨는 A씨에게 예약 결제 완료한 바우처를 먼저 보내줬다. 못 믿겠으면 돈은 나중에 달라고도 했고, 믿고 구매하는 표현으로 양도비를 달라고 했다. B씨는 A씨의 이름과 연락처로 호텔을 예약하고 결제까지 한 뒤 바우처를 메일로 보내주고 룸 업그레이드까지 시켜준다고 약속했다. A씨는 B씨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후로 메일로 바우처가 날라왔다. ‘결제 완료’ 표시도 있었다. A씨는 호텔에 직접 전화해 바우처 내용을 확인했고, 호텔 관계자는 “2월2일 성인 두 분 조식 포함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확인 전화 후, A씨는 B씨에게 바로 숙박비를 입금했다. A씨가 사기를 당했다고 안 것은 호텔 방문 하루 전날이었다. A씨가 호텔에 전화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약’만 돼있었고, ‘결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즉 호텔 측은 예약된 숙박 상황을 확인해준 것이었다.

조심 또 조심

사기를 당한 A씨는 “경찰에 고발했는데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 이 사람에게 사기를 당한 사람만 20명 정도였다. 이런 사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다 같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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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