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 표류하는 박순애 교육부 장관호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이대로 침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부처에서 장관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장관의 성향, 가치관, 이력 등은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장관의 역량이 중요한 이유다. 역으로 말하면 장관에게 흠결이 발견되면 부처의 동력도 떨어진다는 뜻이다. 

지난 1월7일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선후보)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언급했다. 당내 갈등으로 하락세를 타던 지지율이 ‘7글자’ 공약에 반등하기 시작했다. 여가부 폐지와 존치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교육부도
개혁 대상?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부부처는 폐지될 수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전한 윤 대통령은 내친 김에 ‘교육부 폐지’도 언급했다. 이 또한 당선인 시절부터 나온 이야기다. 여가부에 가려졌을 뿐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교육부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교육부 폐지설, 축소설, 통폐합설 등이 흘러 나왔다.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교육부의 기능 축소, 폐지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3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전국 학생과 교사, 학부모 92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 분야 정부 조직개편 교육주체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1월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진행된 조사에서 교육부 폐지나 기능 축소에 반대한다고 답한 비율은 65.6%에 달했다.


학부모 응답층에서 69.2%로 평균을 웃돌았고, 교원(63.3%), 학생(52.1%) 순으로 나타났다. 

가라앉는 듯했던 논란은 지난달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재점화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는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만 의미가 있다”며 “그런 혁신을 수행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질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교육부에 강력히 주문했다”고 전했다. 

앞서 5월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윤 대통령은 3대 개혁 현안으로 연금, 노동과 함께 교육을 꼽았다. 윤 대통령은 “우리 학생들에게 기술 진보 수준에 맞는 교육을 공정하게 제공하려면 교육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인철 후보자 이어 두 번째
청문회 안 거치고 임명 강행

대통령이 직접 교육개혁에 대해 말한 만큼 교육부 내부의 조직 개편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또 대통령의 철학에 발맞출 교육부 장관으로 어떤 인물이 지명될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됐다. 문제는 장관 후보자 지명, 임명 과정에서 끊임없이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13일 윤석열정부의 초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을 지명했다. 그러면서 “교육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정책에 개혁적인 목소리를 낸 교육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교육부 개혁과 고등교육 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년세대에게 공정한 교육의 기회와 교육의 다양성을 설계해나갈 적임자”라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김 전 총장이 줄곧 ‘대학 자율화’에 대해 소리 내온 만큼 대학을 둘러싼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김 전 총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논란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했다. 윤정부 장관 후보자 가운데 첫 낙마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김 전 총장은 부인과 두 자녀가 장학금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남편‧아빠 찬스’를 썼다는 의혹을 받았고, 법인카드 쪼개기 의혹, 성폭력 교수 옹호 논란도 불거졌다. 여기에 술집에서 접대를 받으면서 논문을 심사했다는 의혹도 더해졌다.  

김 전 총장은 지난 5월3일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마지막 봉사를 통해 되돌려드리고 싶지만 많이 부족했다. 어떤 해명도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모두 저의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김 전 총장이 지명 20일 만에 후보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윤정부의 고심도 깊어졌다. 

윤정부 내각
첫 낙마자?

이후 윤 대통령은 같은 달 26일 새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박순애 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현 교육부 장관)를 지명했다. 그러면서 “공공행정 전문가로서 교육행정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윤정부의 교육 분야 핵심 국정과제 실현을 이끌어줄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박 전 교수가 행정 전문가인 만큼 교육부 내부의 폭넓은 조직 개편이 점쳐졌다. 

하지만 박 장관 역시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특히 음주운전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의혹이라 여론도 부정적으로 흘렀다. 박 장관의 음주운전 전력은 인사청문회 요청안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2001년 12월 음주운전 당시 박 장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0.1%)의 2.5배(0.251%)를 웃돌았다.

논문과 관련한 연구 부정 의혹도 불거졌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박 장관에 대한 지명철회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  장관과 함께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임명 강행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당시 후보자)은 자기 논문표절과 연구실적 부풀리기, 제자 논문 가로채기 등 각종 연구윤리를 위반했다”며 “본인 연구용역에 남편을 포함했다는 의혹도 나왔다”고 지적했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한 데 반해 박 장관은 교육부 수장 자리에 올랐다. 여야의 국회 정상화 합의해도 박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뉴스토마토>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박 장관의 임명 강행이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국민 10명 중 7명(68.7%)은 부정적으로 답했다. 


교육계도
반발 크다

문제는 박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추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장관은 물론 교육부, 나아가 윤정부의 국정동력까지 흔들리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은 박 장관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민주당 서동용 의원은 박 장관의 자녀가 입시 컨설팅 학원에서 생활기록부 첨삭 등의 불법 컨설팅을 받았다는 의혹을 던졌다. 박 장관은 “저는 (컨설팅 학원에)간 기억이 없고 바빠서 애들 학원을 챙긴 적이 없었다”며 “자녀에게 확인해보니 컨설팅을 받았다곤 밝혔으나 별 것 없었다고 했다. 알려진 내용도 본인 교과 내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논문 중복 게재가 확인돼 한국행정학회(2011년)와 한국정치학회(2012년)에서 잇달아 ‘투고 금지’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언론에서 제기된 논문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구윤리위원회가 확립되지 이전의 논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답변을 회피하거나 관행으로 치부하는 등 박 장관의 태도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박 장관을 둘러싼 논란에 교육부가 지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계도 반발하면서 정책 추진의 동력이 힘을 잃고 있다. 여기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 등 교원단체가 박 장관의 임명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박 장관은)자질 논란으로 이미 지도력을 상실했다”며 “음주운전 혐의와 이에 따른 선고유예에 대한 해명 없는 사과, 제자 논문 가로채기 및 논문 중복 게재 의혹 등 한국 사회에 만연한 윤리 불감증, 교수 재직 시 조교에 대한 갑질 논란까지 박 장관의 이력이 됐다”고 비판했다. 

도덕성·비전문성 논란
산적한 현안 해결할까?

보수적 성향을 띠는 교총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다. 교총은 입장문에서 “임명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청문 절차 부재로 교육에 대한 소신, 비전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너무 아쉽다”며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직무에 임해달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의 도덕성뿐만 아니라 비전문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장관은 그동안 “비전문가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교육자이자 연구자로서 교육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 

그러면서 “제가 교육현장에 뛰어든 지가 20년이 넘었다”며 “교육에 대한 제 생각이나 정책에 대해 표명하지 않았을 뿐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충분히 교육부와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은 경험이 있다”고 피력했다. 

우려 속에 취임한 박 장관은 취임식에서 “제가 적절한 사람인지 우려되는 지점이 있는 건 알고 있다. 국민이 보는 눈높이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과감한 교육개혁을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대학 규제를 풀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여기에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방안도 내놓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 장관 앞에는 자율형 사립고 존치,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교육교부금 문제 등 교육계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떨어진 학생의 기초학력 저하도 화두로 떠올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 교육감이 크게 약진했지만 여전히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진보 교육감과의 의견 조율도 필요하다.

대학 등록금 문제는 뇌관으로 여겨진다. 대학 등록금은 2009년 ‘반값 등록금’ 도입 이후 사실상 동결됐다. 그동안 교육계는 등록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이 문제는 일단 박 장관이 브레이크를 건 상태다. 박 장관은 “등록금 인상은 당장은 없는 걸로 안다”며 “다만 사립대에 과중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학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형태로 갈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내부 직원도
말 안 듣는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박순애호’가 표류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장관이 도덕성, 비전문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조직 장악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정책을 펼치고 진행해가는 과정에서 장관의 역할이 중요한데, 개인적인 논란으로 인해 시작도 전에 동력을 잃고 있다는 반응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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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이 지핀 노태우 비자금 수사 키포인트

노소영이 지핀 노태우 비자금 수사 키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이하 환수위) 등이 노태우 일가 세무조사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서 불거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 메모 사건에 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지난달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을 고발한 5·18기념재단 관계자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세기의 이혼 흑역사 불러 재단이 지난 10월14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조세범 처벌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지 한 달여 만에 본격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노태우 일가를 둘러싼 부정 은닉재산 의혹 등 실체 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는 약 4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추징된 금액은 2628억원에 그친다. 재단 측은 지난 10월14일 대검찰청에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서 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김 여사의 ‘선경 300억’ 관련 메모에 기재된 전체 금액이 904억원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이 127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와 노 관장, 노 원장을 조세범처벌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원순석 5·18재단 이사장은 고발 당시 “올바른 정의와 역사를 정립하기 위해 고발장을 접수하게 됐다. 피의 대가로 권력을 장악해 부정부패를 통한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습해 자식들에게 넘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904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차명으로 보관하거나 대여금, 투자금 형식의 채권, 금고 등에 은닉해 국가에 환수당하지 않으려 과세 관청에 신고하지 않았고 이를 통해 상속세도 포탈했다”며 “상속세 포탈 금액이 연간 5억원 이상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처벌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단은 이들이 노 전 대통령의 유산이 연희동 자택이 유일하다고 하는 등 추징 이후 부정 축재한 은닉재산이 없는 듯이 가장해 왔으나 재판 과정서 904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차명으로 보관하거나 대여금 및 투자금 형식의 채권, 금고 등에 은닉해 왔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은닉재산에 대해 최근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과정서 피고발인인 김 여사가 2000~2001년까지 약 21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차명으로 불법 보관하다가 다시 한번 보험금으로 납입해 자금을 세탁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비자금 4600억” 정재계 증언 이어져 5·18 관계자 고발로 부인·남매 소환 재단 측은 추징금 완납 이후에도 비자금 관련 뇌물죄 수사 및 추징이 어렵다는 사실을 이용해 그동안 은닉했던 불법 비자금 총 152억원을 피고발인 노 원장 명의로 공익법인에 기부해(동아시아문화센터 147억원, 노태우 재단 5억원) 다시 한번 자금을 세탁하고 자녀에게 불법 증여한 것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1991년 메모와 약속어음을 근거로 비자금이 SK 측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봤다. 김 여사의 메모에 ‘선경 300억’이라고 적혀 있었고, 선경건설 명의로 발행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을 증거로 내세웠다. 이후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가 그룹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했다. 또 이 자금이 당시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등에 쓰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2심 재판 과정서 과다하게 부풀려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최 회장 측도 지난 8월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며 이 부분에 대한 여러 오류를 문제 삼았다. 노태우정부 시절 경제수석, 민주자유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매체를 통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 명의의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의 노후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노태우 자금 문제를 관리하는 이원조씨가 있는데 사돈 기업에 통치 자금 이야기를 해 (선경서 노태우 측에)꾸준히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퇴임 이후에도 이게 과연 제대로 줄 것이냐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어 이를 확약하는 증표로서 일단 뭘 좀 주라고 해서 어음 자체를 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씨는 5·6공 시절 ‘금융계의 황제’로 불렸다.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모아 전달한 혐의로 대법원서 징역 2년6개월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준 돈? 받은 돈! 실제 어음 발행일은 노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인 1992년 12월로 알려졌다. 선경건설이 당시 발행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실물 4장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에선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번 이혼소송 과정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나 ‘비자금’이 SK의 성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결했다. 노 관장 측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의 기여도가 크다고 보고, 최 회장이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즉각 반발했고, 최근 상고심 시작에 앞서 500여쪽에 달하는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상고이유서에 따르면 다양한 쟁점 가운데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및 후광 등은 SK그룹의 성장 과정에 오히려 손해가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은 반박했다. 그는 진술서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선경건설의 약속어음은 태평양증권 인수와는 무관하고, ‘받았다’는 의미인 차용증은 ‘주겠다’는 의미의 약속어음이라며 노 관장 측 주장에 반박했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의 전언과도 일치된다. 손 명예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전달했다”며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하면서 확인된 김 여사의 비자금 메모, 지난 2007~2008년 적발했지만 덮은 214억원+α, 지난 2016~2021년까지 동생 노재헌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로 기부된 147억, 2023년 노태우센터로 출연된 5억 등 노태우 일가의 불법 비자금 은닉, 돈세탁, 불법증여는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고발 내용과 경위 등을 확인하는 한편 조사 내용을 토대로 노 관장 등 노태우 일가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심우정 검찰총장이 국회 국정감사서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 은닉 관련 직접 수사 의지를 피력한 만큼 실체 규명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후 자금 시드머니 정재계는 물론 시민단체서도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된다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수사가 한 달이 지나도 진척이 없자 환수위는 지난 22일에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 수사 촉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환수위는 노 전 대통령 가족들이 진행 중인 ‘노태우 위인화 사업’에 “적게는 수억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수위 역시 노 관장 등을 범죄수익은닉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어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 범죄수익의 은닉과 증식을 도모한 가족공범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환수위는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태우 일가가 해외서 굴리는 자금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추가 고발도 예고했다. 또 환수위는 지난달 25일 열린 <만화로 읽는 인물이야기, 대통령 노태우> 출판기념회에 사용된 비용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서도 노 관장이 직접 불법 비자금이 있다고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노 관장을 직접 소환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소영 관장은 불법 비자금 관련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도 국정감사에 불참하는 등 전혀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행사에는 참석하고 있다”며 “불법 비자금에 대해 떳떳하다면 직접 설명하고, 조사에도 철저하게 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300억 메모’꺼낸 노 관장 자충수 “네오트라이톤 뒤져야” 의혹 제기 정치권서도 ‘노태우 비자금’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8일, 노태우 일가의 은닉 자금은 김옥숙 여사의 904억원을 비롯해 차명으로 보관한 210억원 규모의 보험금, 동아시아문화센터 기부금 147억원 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도 지난달 24일 “노재헌 원장 측근의 명의로 설립된 네오트라이톤이 부동산 분양 및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이 회사가 운영되는 데 있어 비자금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달 8일 법무부 국정감사서 ‘6공화국 비자금’과 관련해 “(전체 비자금 추정 규모 대비)일부만 환수되고 1400억원이 붕 뜬 상태였는데, 최근 소송서 밝혀진 904억 메모, 152억 기부금 등 비자금 은닉 정황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며 “불법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할 방안을 마련해 종합감사까지 보고할 것”을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주문한 바 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노태우 일가 관련 자금 흐름을 국세청 홈택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살펴보는 과정서 노태우 일가가 최대주주인 회사를 발견했다. 노 원장의 최측근 명의로 설립된 부동산 임대·매매업을 영위하는 ㈜네오트라이톤이라는 회사를 파악하게 됐다. 노 원장은 네오트라이톤의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네오트라이톤에는 최초 설립 이사부터 전·현직 임원 등에 노 원장의 측근이 다수 포함돼있었다. 언론을 통해 노재헌 원장과 홍콩서 페이퍼컴퍼니 설립 의혹을 받는 김정환씨, 그리고 비자금 세탁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노 원장의 공익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의 과거 이사장인 채현종씨도 포함돼있다.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개정 전 마지막으로 공시된 ‘네오트라이톤 201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노 원장을 포함한 총 2~3인의 주주단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무이자·무담보 형식으로 회사에 대여해 줬다. 네오트라이톤은 현재 자본금이 1660만원에 불과한데 주주와 은행의 차입금으로 토지 구매, 건물 건설, 분양 및 임대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사업 구조다. 불똥 튄 남동생 김 의원은 “노태우 일가는 비자금 일부만 추징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마저도 납부 여력이 없다며 사돈과 친척을 통해 추징금을 대납시켰다고 하는데, 이후 어머니 김옥숙씨는 아들 공익법인에 147억을 출연했다”며 “노태우 일가의 자금 출처와 흐름이 비정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재헌 원장은 지난달 16일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서 공익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를 통해 비자금을 세탁하고 부동산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