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버스 용역 시비’ 부산외대 녹취 조작 진실공방

“소송 지고 증거까지 건드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부산외국어대학교가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패소하자 관련 정보를 조작한 뒤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단 학교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설득력 있는 근거는 대지 못했다. 학교가 ‘조작 의심 자료’를 보낸 곳은 현재 회사와 법적 분쟁 중인 한 회사. 앞서 학교는 수차례에 걸친 자료 전달 요구를 모두 거부한 것으로 드러나 의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비대면 강의 실시였다. 부산외국어대학교(이하 부산외대)와 A 버스 회사(이하 A사)는 2020년 2월 셔틀버스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3월부터 A사 소속 버스 8대가 셔틀 운행에 나서는 대가로 부산외대가 A사에 매월 일정 대금과 운행거리에 비례하는 유류비를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대금 끊고
강요·갑질

그런데 학생들은 개강 이후에도 등교하지 않았다. 비대면 강의 여파였다. 결국 셔틀버스는 5월 중순이 돼서야 운행을 시작했다. 이마저도 부분 운행이었다. 이에 A사는 3~4월 유류비를 제외한 운영 대금만 받았다. 문제는 운행 중단 사태를 바라보는 양측 시각이 현저하게 달랐다는 점이다. 

학교 측은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은 만큼 지급 대금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부산외대는 2020년 8월까지만 대금을 정상 지급하고, 그 이후로는 실제 운행량에 비례한 금액만 법원에 공탁했다. 아울러 앞선 6개월 동안 A사에 관련 대금을 전액 지급한 직원을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반면 A사는 학교 측 요청으로 운영 규모를 운행 상황과 같게 유지했던 만큼, 관련 대금 역시 온전히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부산외대의 자체 감사가 시작됐다. A사 대표 B씨는 그해 8월 부산외대 감사실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당시 “처음 운행이 중단됐을 때 학교를 방문해 ‘중단 기간과 재개 시점을 보다 명확하게 알려달라. 이를 근거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 인건비를 감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먼저 제안했다”며 “하지만 학교는 ‘언제는 차량이 들어갈 것 같다’거나 ‘언제 운행할 것 같다’는 등 계속 운행 준비를 하라는 분위기를 풍겼다. 이에 즉시 운행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B씨 설명에도 학교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감사실은 조사 도중 B씨에게 “앞으로는 대금을 일부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B씨는 “당시 감사실장이 근거도 없이 회사와 총무팀의 유착관계를 의심했다”며 “이외에도 ‘계약 내용 변경에 동의하라’거나 ‘소송을 통해 과지급된 용역비를 환급받을 것’이라는 등 나를 겁박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1시간30분이라는 시간 동안 감사실 직원 3명이 한 일은 정상적인 조사가 아니었다. 강요와 갑질이었다”고 비판했다.

‘일방적 계약 위반’ 유류비 지급 분쟁
정보공개 청구 과정서 정보 왜곡 발견

그날 이후 A사는 학교로부터 대금을 온전히 받지 못했다. 부산외대는 남은 계약기간 6개월 중 3개월간 운행 중지를 지시하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셔틀버스가 일부 운행된 두 달은 일방적으로 대금을 계산해 법원에 공탁했다. 결국 1년 계약 후반기 동안 A사가 당초 합의한 대금을 받아든 건 단 한 번뿐이었다.


B씨는 “애초에 부산외대 계산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버스 운전사들은 일용직 노동자가 아니다. 모두 우리 회사에 소속된 정규직원들”이라며 “학교 입맛에 따라 버스 운행 여부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직원들에게는 기본급이 꾸준히 지급돼야 한다. 회사로서는 학교 요청에 따라 고용 규모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부담을 줄일 방법을 먼저 제시했음에도 학교가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고선 뒤늦게 막무가내로 계약 변경을 종용한 것은 갑질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B씨는 조사 이후 부산외대 측에 당시 녹음파일과 감사결과 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꾸준히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를 넘겨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부산외대에 관련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부산외대는 사학재단이 운영하는 학교지만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산외대는 B씨가 당시 감사실장을 강요죄로 고소하는 과정에서도 녹취파일 제출을 요구받았다. 이번에도 학교는 불응했고, 감사실장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부산외대의 연이은 거부 행렬은 법원이 B씨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B씨는 지난해 부산외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내 목소리”
제공 거부 왜? 

<일요시사>는 해당 재판의 판결문을 입수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부산외대 측은 B씨의 정보공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로 ‘정보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됨’ ‘원고(B씨)에게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할 경우 유사한 민원이 증가하게 됨’ ‘원고가 향후 부산외대와의 민형사 분쟁에서 이 사건 정보를 왜곡해 악용할 우려가 있음’ 등을 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학교 측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될 경우 부산외대 감사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관련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원고에게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한다는 이유만으로 유사한 민원이 증가한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산외대가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에 해당하는 이상 정보공개에 관한 민원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원고가 이 사건 정보를 왜곡해 이용하리라는 근거가 없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사건 정보를 여전히 가지고 있는 피고(부산외대)로서는 이를 수정·반박할 기회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B씨가 청구한 정보 중 직원 인적사항을 제외한 모든 정보의 공개거부 처분을 취소했다. B씨는 법적 다툼에서 이기고 나서야 본인 목소리가 함께 담긴 녹음파일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녹음파일을 들어본 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기억하고 있던 당시 대화 중 일부가 녹음파일에서는 빠져 있었다. B씨는 녹음파일이 편집·조작된 것을 확신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삭제된 부분은 10곳에 달했다. B씨가 녹음파일을 확인한 시점은 조사가 있었던 날로부터 불과 5개월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존재했던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없던 대화를 열 곳이나 만들며 착각한 것으로 치부하기는 상식적으로 어렵다.

더군다나 B씨는 “빠진 대화 주제들을 지금까지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조사 당일 주차 문제로 예정보다 10분가량 늦게 도착했었다. 그런데 녹취파일과 함께 받은 녹취록에 명시된 시각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또 삭제된 내용 대부분은 하필 학교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만한 발언들”이라고 지적했다.

“확인 불가”
전면 부인

부산외대는 녹음파일 편집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학교 측은 지난해 초 B씨에게 보낸 공문에서 “해당 파일은 삭제·편집한 바 없는 원본임을 확인한다”며 “원본이 아니라면 증거를 제시하라”고 밝혔다.

B씨는 녹음파일의 편집·조작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음향 감정까지 받았다. 감정서에 따르면 녹음파일에서는 녹취 후 편조작 시 발생 가능한 현상이 다수 발견됐다. 일명 ‘배경 잡음’이 비정상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반복해서 관찰된 것이다.


대부분의 현상에 대해서 “다른 요인을 배제할 수 없어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는 전제가 달렸지만, 감정서는 배경 잡음의 비정상적 변화를 5건 이상 지적하고 있다.

예컨대 감정서는 녹취파일 31분44초 시점에 대해 “B씨 발화 시 배경 잡음이 급격히 감소되는 특이점과 함께 그 전후 근접부에서도 간헐적으로 유사한 현상이 발생한다”며 “이는 해당 음성부를 여타 재가공해 편집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다. 다만 녹취기기의 주파수 응답 특성을 알 수 없어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파형과 주파수 분석에서도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됐다. 감정 소견에는 “스펙트로그램상 음향 정보의 과다 지속과 그 연관 현상으로 배경 잡음의 순간적 특성 변화가 관찰되는 바, 이는 원본 녹취 후 여타 편집 시 발현된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이어진 총평에서는 “녹취록상 기재 발화 내용 및 발화자 특정에 오류 가능성이 관찰되고, 음향정보 전반에서 특이점이 관찰되는 등 감정 대상물로서의 온전성에 결함을 보인다”고 평했다.

B씨는 감정 결과를 부산외대에 통보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계속해서 녹취파일 편집·조작 사실을 부인했다. 이에 B씨는 지난달 초 부산외대에 “책임 있는 사과와 변상이 없다면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10군데 삭제…편집·조작 확신” 주장
음향 감정 결과에도 “전혀 사실무근”

부산외대는 “감사실에 당시 직원이 남아있지 않아 조작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B씨는 “부산외대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녹음파일 재검증을 해보자는 제안에도 응하지 않았다. 사실 확인이 불가한 게 아니라, 그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교직원 대부분은 자리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부산외대 재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계약기간 만료로 퇴사한 계약직 감사반장을 제외한 감사실장과 감사직원은 현재 각각 다른 부서로 발령받아 근무 중이다.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은 사건의 사실관계를 단순히 ‘부서 변경’을 이유로 확인할 수 없다는 학교 측 입장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요시사>는 부산외대에 제기된 의혹에 관한 입장을 직접 문의했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당시 근무했던 직원 중 2명이 여전히 교내서 근무 중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나간 직원이 A사에 파일을 전달한 당사자다. 그래서 사실관계 파악이 어렵다고 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학교 측도 편집·조작 사실이 없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까진 파악이 잘 안 되는 것은 맞다”며 “그래도 우리는 그 파일이 원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쪽에 남아있는 것과 동일하다”고 답했다. 

부산외대 측은 앞선 대금 지급 논란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A사와 부산외대는 현재 대금 지급을 놓고 민사 재판을 벌이고 있다.

A사는 계속해서 법적 절차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감사실장 강요죄 혐의는 녹음파일 제출과 이의신청을 통해 다시 고소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음향 감정에 소요된 비용 등도 법적 대응을 통해 받아낸다는 구상이다.

“강력히 대응”
결국 법정으로

B씨는 “법원 판결에 따라 제공한 증거를 조작한 건 사법부 기만 행위”라며 “이에 대한 부산외대 책임을 제대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전적인 부분은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면 된다.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밟는 게 돈을 돌려받기 위한 포석은 아니다”라며 “다만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는지 답을 듣고 싶다. 그들이 왜 일부 녹음을 삭제한 것인지 알고 싶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jeongun15@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