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전기요금 후폭풍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7.04 14:32:38
  • 호수 1382호
  • 댓글 2개

올여름 폭탄이 떨어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끝없이 오르는 물가로 모두가 힘든 시기다. 이제는 전기요금도 인상됐다. 이전에 비해 월 307kWh 전기를 쓰는 4인 가구의 전기요금이 약 1535원 늘어났다.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은 전기요금 인상이 문재인정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의 의견을 뒷받침할 만한 정확한 근거는 없다. 비판을 가장한 비난을 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 산업부는 지난 1일부터 주택용과 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을 메가줄(MJ)당 1.11원 인상했다. 이번 인상은 지난해 12월 ‘천연가스 공급 규정’ 개정을 통해 확정된 정산단가에 더해 기준원료비 인상분을 반영한 결과다. 이번 요금 인상에 따라 주택용 요금은 현행 1MJ당 15.88원에서 1.11원 인상된 16.99원이다. 일반용 요금은 16.60원으로 조정된다. 

월 2220원

인상률은 주택용 7.0%, 일반용 7.2% 혹은 7.7%로 오르며, 연중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은 월 2220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국제유가 및 천연가스 현물가‧환율 등이 급등했고, 물가 상승 효과를 고려해 최소 한도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는 10월 전기 및 가스요금이 추가로 인상될 예정이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요금 상승으로 국민의 부담이 날로 늘어나고 있지만, 정치권은 그저 ‘남탓’만 하는 실정이다.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시절부터다. 


지난 1월13일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히며 “문재인정부 전력공급 계획이 전기료 인상을 불렀다. 탈원전과 태양광 비리를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4월에 전기요금 10.6% 인상을 계획했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문정부가 펼친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전력 적자와 부채가 쌓였고, 문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관한 책임을 대선 이후로 넘기는 무책임한 결정을 내렸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전기요금 인상까지 감당해야 한다며, 문정부가 공과금 전기요금 인상을 감당하지 않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전력공급 체계를 무너뜨린 요인은 문정부의 탈원전과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라고 지목하며 이에 관한 비리를 조사해 문제점을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끌고온 탈원전 탓
문정부 원전이용률 71.2%서 74.5%로?

국민의힘 역시 윤 대통령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탈원전 및 전기료 인상 관련 정책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잘못은 전 정권이 하고 사과는 새 정권이 하게 됐다”며 “문정부 5년 내내 탈원전은 성역이었고, 누구든 탈원전에 대해 비판할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문정부 시기 원전 정지가 너무 길었고, 원전을 정지했던 이유가 안전성 때문인지 정치적 목적인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에 따르면 문정부 5년간 원전 가동률이 82.7%에서 75%대로 낮춰져 원전 비중이 작아졌고, 한국전력에 5년간 11조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갔다. 

이어 문정부 5년 동안 한국전력 적자가 5조2000억원 발생했으며, 원전을 그대로 이어나갔을 경우 한국전력 적자의 2배만큼의 금액을 이득으로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도 국민의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정책 의원총회서 탈원전이 한국전력 부실화와 전기요금 인상의 중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원전 이용률만 탈원전 이전 수준인 81.6%로 유지했더라면 11조원의 손실은 막을 수 있었고 한전은 적자를 모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전기요금 상승은 ‘정말’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발생했을까? 먼저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만들어지기만 한 것이지, 실상은 이전보다 원전 의존도가 더 커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문정부 초기인 2018년까지는 원전 의존도가 떨어졌다가 2019년을 기점으로 올라갔다. 문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원전 이용률은 71.2%였지만 2018년 65.9%로 하락한 뒤 2019년 70.6%, 2020년 75.3%까지 올랐다.

지난해 이용률은 74.5%를 기록했는데 이는 원자력 발전량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판을 가장한 비난
실현되지 않은 공약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실현되지 않은 공약이다. 오히려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하지 않겠다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비난받은 바 있다. 

그나마 지켜진 것은 월성1호기의 조기 폐쇄 정도다. 이미 이 문제는 환경단체의 지적을 숱하게 받았다. 그러니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가 한 지적은 틀린 것이다.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원전을 짓고 빨리 가동시키면 전기요금 인상 폭이 줄어들 수 있을까. 이 부분 역시 회의적이다. 

우선 문정부가 원전 가동 중단을 주장한 것도 ▲노후화 ▲잦은 고장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 탈원전 자체를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또 새 원전을 짓는다고 해도 원전을 짓는 데 들어가는 시간만 10년 이상이 걸린다. 결국 원전 자체가 전기요금 인상을 낮춰주거나 문제 해결을 하진 못한다.


이런 탓에 여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탈원전 때문에 전기요금이 상승했다”는 의견을 전면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경제위기대응특별위원회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전력의 적자에 대해 “최근 10여년 사이 한국전력은 흑자와 적자 상태가 여러 차례 반복됐다. 국민의힘은 이 문제에 대해 문정부에서 시행한 탈원전 때문이라고 하는데, 한국전력 적자와 흑자 과정을 보면 탈원전 때문이 아닌 게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가 변동

김 정책위의장은 “한국전력 적자의 진짜 원인은 유가 변동에 따라 유가가 낮으면 흑자, 유가가 높으면 적자가 커진다. 문정부에서 원전 발전량은 늘었지 준 적이 없다. 전기료 인상을 탈원전 탓이라고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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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