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역대 최연소 우승 피아니스트 임윤찬

압도적 연주에 세계가 빠지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제16회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고난도 곡을 선택해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의 우승 소감은 의외로 “마음이 심란하고 걱정된다”였다. 정점에 서고도 스스로 부족함을 찾는 사람. 그가 ‘이뤄낸 것’보다 ‘이뤄낼 것’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다.

임윤찬은 지난 2일부터 18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금메달(1위)과 2개 부문 특별상(청중상·신작 최고연주상)을 받았다. 그는 우승 상금 10만달러와 특별상 상금 7500달러 외에도 3년간 연주 기회·예술 멘토링 등 종합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388명 참가
특별상까지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제1회 러시아 차이콥스키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미국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1962년부터 반 클라이번의 고향인 포트워스에서 4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이 콩쿠르는 세계 3대 콩쿠르 못지않은 권위를 자랑한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올가 케른·츠지 노부유키 등이 이곳 우승 기록을 보유했다.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2009년 손열음이 2위에 올랐고, 선우예권이 직전 대회(2017년)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5년 만에 개최됐다. 이 때문에 참가자 수준이 예년보다 높았다는 후문이다. 전 세계 388명의 피아니스트가 참가해 지역 예선과 세 차례 본선, 1차(30명) 준준결선(18명) 준결선(12명)에 이어 6명이 두 차례 협주곡을 연주하는 결선을 거쳐 순위가 결정됐다. 


18세인 임윤찬은 결선 진출자 6명 중 가장 나이가 어렸다. 그는 이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임윤찬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이번 대회 내내 압도적인 연주력을 보였다. 결선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연주와 준결선의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연주는 이 콩쿠르 계정의 연주 영상 가운데 최고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그는 우승 직후 진행한 SBS와의 인터뷰에서 소감을 전했다.

임윤찬은 “마음이 굉장히 무겁고 심란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크다. 이 콩쿠르를 통해 깊어지기를 바랐기 때문에, 관객들의 마음에 제 음악이 가닿았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승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마음이 무겁다. 이 콩쿠르를 통해 피아노를 우승하기 위해 피아노를 잘 치는 게 아니라, 얼마나 깊은 음악을 들려줄 것인지가 목표였다”며 “아직 너무 준비가 안 된, 너무 부족한 음악가인데 이런 상을 받아서 심란한 마음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콩쿠르에 어떤 마음으로 임했냐’는 질문에는 “내 음악을 공유하고 싶었다. 전 세계 많은 이가 콩쿠르를 보니, 음악을 더 공유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했다 싶은 라운드가 있냐’는 물음에는 “그런 순간이 되면 위험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음악은 항상 만족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윤찬은 2004년 3월20일 경기도 시흥시에서 태어났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7세에 피아노를 시작했지만, 예술의전당 음악 영재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등 금세 음악 영재로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서해초등학교와 예원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한예종 음악원으로 진학했다.

국제적 권위 콩쿠르서 최연소 금메달
‘초절기교 연습곡’ 선택해 기량 과시


임윤찬은 2015년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금호영재콘서트>에서 데뷔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1세였다. 이후로도 예원음악콩쿠르·음악춘추 콩쿠르·모차르트한국콩쿠르 1위 수상 등 이미 국내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했다.

국제 무대에서도 꾸준히 존재감을 보여왔다. 그는 세계적인 주니어 콩쿠르인 클리블랜드 청소년 피아노 국제 콩쿠르에서 2018년 2위 및 쇼팽 특별상을 거머쥐었다. 쿠퍼 국제 콩쿠르에서는 최연소 참가자로 두각을 나타냈다. 3위 및 청중상을 수상하며 세브란스홀에서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가졌다. 

2019년에는 15세의 나이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 1위 및 관객이 뽑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특별상(청중상), 박성용영재특별상 등을 수상하며 대회 3관왕에 올랐다. 

그가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병역법상 예술체육요원 편입을 인정하는 28개 국제음악경연대회 중 하나다. 국내 개최 대회 중에서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제주국제관악콩쿠르와 더불어 셋 뿐이다.

피아노 전공자로서는 유이한 국내 병역 대체 콩쿠르이기에 명문 음대생들도 활발히 참가하는 대회다. 임윤찬은 이 대회에서 대학생들을 모두 제치며 중학생 때 이미 병역 혜택을 따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국내 클래식계에선 조성진을 이을 ‘괴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2019년 주스페인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스페인 마드리드 산페르난도 왕립미술원 콘서트홀에서 첫 해외 독주회를 진행했다.

깊은 생각
음악 사랑

2020년에는 금호영재오프닝콘서트 독주회·EBS <스페이스 공감>·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 프로젝트(대구콘서트하우스) 참여·제17회 평창대관령음악제·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명동대성당 코리안 영 피아니스트 시리즈 등 국내외 다양한 무대에 초청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같은 해 11월, KBS가 주관하는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 녹음에 참여해 음반을 발매했다. 지난해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정식 데뷔 리사이틀을 진행했다.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은 임윤찬은 여러 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돼 지원받았다. 그는 2017년부터 KT&G 장학재단 메세나 음악 장학생으로 선발돼 2019년까지 지원받았다. 대원문화재단 장학생을 거친 뒤에는 2020년부터는 현대차정몽구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임윤찬은 전설적인 예술가들의 음반을 들으면서 음악적 영감을 얻는 것으로 전해진다. 테너 유시 비욜링,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러셀 셔먼·이그나츠 프리드만·블라디미르 소프로니트스키·콰르테토 이탈리아노 등이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바흐, 쇼팽, 스크랴빈이다.


현재 임윤찬은 2017년부터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피아니스트 손민수를 사사하고 있다. 임윤찬의 스승인 손 교수는 “윤찬이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음악가다.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굽히지 않고 음악에 진실되게 혼을 담아내는 마음을 존경한다”며 “피아노 세계에 큰 획을 긋는 삶을 살아가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전혀 예상 못 해…당황스럽고 심란”
“음악에 더 몰두하는 음악가 될 것”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음악에 대한 열정도 깊다. 2020년 10월 열린 금호아트홀연세 리사이틀을 앞두고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그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당시 그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베토벤을 지금 만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고 “베토벤을 만난다면 ‘월광 소나타 1악장’에서 페달을 내내 사용하도록 표기한 걸 고칠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다. 현대 피아노로 그렇게 치면 소리가 지저분하게 들린다”고 답했다.

그는 리사이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을 연주할 예정이었다. 현대 피아노는 지난 수세기 동안 기술적 혁신을 거듭한 덕분에 18세기 베토벤 시대 피아노와 완전히 다른 음량과 울림을 갖게 됐다.

‘가장 연주하기 힘든 곡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역시 ‘월광’ 1악장을 꼽았다. 그는 “‘월광’은 템포가 빠르지 않고 셋잇단음표로 계속 흘러가는 곡”이라며 “이걸 일정한 톤으로 연주하는 게 정말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윤찬의 연주는 화려하다기보다 학구적이고 정갈하다. 아직 10대인 그가 성장하는 모습은 원석이 깎이는 모습이라기보다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조각 작품을 계속 손질하고 다듬는 작업에 가까워 보인다는 평가다. 악보에 표기된 강도와 분절을 칼같이 준수하려고 애쓰는 성격이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그는 “좋은 연주를 위해선 설계를 잘해야 한다. 구조를 잘 쌓는 게 중요하다”며 “또 곡을 작곡할 당시 작곡가의 상태까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악보에 있는 말들을 지키면서 작곡가 의도에 충실하고 싶다”고 전했다.

폭발적 인기
또래와 달라

임윤찬은 고전부터 현대곡까지 섭렵해 레퍼토리를 계속 늘려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10대 연주자답지 않은 면모다. 

그는 “비슷한 세대 피아니스트인 다닐 트리포노프를 존경한다. 콩쿠르 이후에도 계속 레퍼토리를 늘리며 바로크음악부터 현대곡까지 섭렵한 유일한 연주자”라며 “바흐 ‘푸가’ 전곡을 연주하더니, 현대곡으로만 리사이틀을 하기도 한다 정말 대단하다”고 부연했다.

임윤찬은 쉴 때도 여느 10대와는 다르다. 휴식 중에는 이미 종영한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다시 보고, 좋아하는 노래는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라고 알려졌다. 인기 TV드라마도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유행과 담쌓은 삶을 당연한 듯 받아들였다.

임윤찬은 “피아니스트라는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마음먹으면서 포기할 게 많아졌다. 모든 걸 다 하면서 피아니스트를 할 순 없을 것 같다”며 “또래들이 하는 걸 못한다고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주변 몇몇 친구들이 같은 생각으로 음악을 하고 있다. 그런 친구들이 함께 있어서 계속 열심히 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임윤찬의 콩쿠르 우승 소식이 전해지면서 예정된 국내 공연들의 표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 20일 롯데문화재단에 따르면 <클래식 레볼루션 2022> 공연 티켓은 지난 19일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우승 소식이 보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석 매진됐다. 그가 참여하는 해당 공연은 오는 8월2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학구적이고 정갈한 연주법
소식 전해지자 공연 매진

임윤찬은 이 공연에서 지휘자 김선욱·KBS교향악단과 함께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다. 이 공연 좌석은 임윤찬이 지난 13일 콩쿠르 결선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60석가량 남아있었다. 그러다 지난 19일 아침 우승 소식이 알려지자, 하루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오는 8월10일 예정된 클래식음악 기획사 목프로덕션의 창립 16주년 기념 공연 <바흐 플러스> 티켓 역시 전석 매진됐다. <바흐 플러스>는 임윤찬의 소속사 목프로덕션의 창립 15주년 기획 공연이다. 임윤찬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김재영·김영욱, 피아니스트 손민수·이효주, 클라리넷 연주자 조성호 등 회사 소속 연주자가 대거 출연한다.

특히 피아니스트 손민수는 임윤찬이 12세 때부터 지도받은 ‘스승’이다. 임윤찬은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손 교수를 “한국에 있는 위대하신 선생님”이라고 칭하며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임윤찬이 스승과 한 무대에 서는 공연인 만큼, 국내 클래식 팬들의 관심이 쏠린 것으로 예상된다.

목프로덕션 측은 “임윤찬의 국내 독주회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협연 일정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남아있던 표가 우승 직후 빠르게 팔려나가 추가 오픈 여부를 공연장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진 코로나 유행 상황을 감안해 띄어 앉기 좌석을 적용했지만, 이를 조정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빛나는 지금
기대되는 미래

현재 미국 현지서 일정을 소화 중인 임윤찬의 귀국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오는 9월28·29일에는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콩쿠르 측이 개최하는 <2022 클라이번 금메달리스트> 연주회가 예정돼있다. 오는 10월5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원코리아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으로 호흡을 맞춘다. 이 공연은 다음 달 중 티켓 판매를 시작한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임윤찬 ‘초절기교 연습곡’ 연주 비하인드

제16회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은 결선곡으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골랐다.

65분 길이의 이 곡은 고난도의 기교가 요구돼 피아노 역사상 가장 어려운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슈만이 “이 작품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사람은 리스트 그 자신뿐일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지난해 곡을 연습하면서 “연습을 많이 해도 다음 날 연주하면 이상하게 잘 늘지 않는다. 자주 나오는 옥타브 도약 등은 오래 연주해야 무르익는데 짧은 시간에 하느라 굉장히 고생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진행한 전국 투어 리사이틀 2부에서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을 연주했다.

휴식 없이 연결되는 1부 곡까지 합치면, 총연주 시간이 90분을 넘겼다.

임윤찬은 연습 당시 “12개 연습곡 전곡은 하나의 대서사시인데 리스트가 평생에 걸쳐 작곡했다”며 “한 번에 연주하는 게 그의 인생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힘들어도 참아야 할 것 같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초절기교 전곡 연주에 관한 꿈을 처음 품은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이 연주한 초절기교 연습곡 5번 ‘도깨비불’을 들으며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게 계기가 됐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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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