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민 사망 사건 1년> 그치지 않는 아버지의 절규

“아들의 마지막 모습 보여주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1년이 지나도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집에서는 여전히 “정민아”라고 부르고 “오늘은 이거 샀어”라며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간다. 고 손정민군의 아버지 손현씨의 일상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시점 그는 아들의 사망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의 수사 방향과 능력, 그리고 의지가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4월25일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고 손정민군이 서울시 반포 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술을 마신 후 실종됐다. 실종된 손군을 찾기 위해 소방관·경찰·민간 구조사의 수색이 진행됐다. 전 국민이 손군을 찾길 염원하는 시간이었다. 손군을 발견한 것은 5일이 지난 뒤다.

의문 투성이

지난해 4월30일 오후 3시50분경 손군은 시신으로 발견됐고, 같은 해 5월1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을 익사로 추정했다. 익사 원인으로 ▲당시 목격자가 없었다는 점 ▲손군이 만취 상태였다는 점 등을 지목했다.

그러나 유가족 의견은 달랐다. 손군의 아버지 손현씨는 ▲손군의 친구가 그의 신발을 버렸다는 점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점 ▲부검 결과 뒤통수에 손가락 두 마디 정도로 깊이 베인 상처가 있다는 점 등을 주목했다. 손씨는 지금도 사건 당시의 CCTV 및 증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23일에 만난 손씨의 목소리는 자못 담담했지만 깊은 그리움이 서려 있었다. 며칠 전 그는 손군의 초등학교 졸업기념 USB를 찾았고, 그곳에는 처음 본 손군이 있었다. 그곳에는 장래희망, 20대 목표, 30대 목표 등 손군이 이루지 못한 꿈이 담겨져 있었다. 기쁨과 슬픔이 이처럼 공존할 수 있을까. 


손씨는 손군이 익사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다. 그것은 그가 1년여간 겪었던 경찰의 수사 능력과 태도 때문이다. 

그는 “이 사건이 결정적인 증거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니지 않냐. 그런데 경찰은 지난 1년 동안 어떻게든 수사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들은 늘 조직을 우선시할 뿐”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소방관은 드론을 띄우는 등의 방식으로 수사에 도움을 줬다고 덧붙였다.

먼저 손씨가 지적하는 경찰의 문제는 CCTV부터 시작한다. 그는 사고일 새벽 3시31분의 CCTV 영상을 두고 강력계 형사에게 “이 영상이 이상하지 않냐”고 물으니 형사는 “우리도 이상하다. 그런데 그 입을 어떻게 열어요”라고 답했다. 결국 CCTV에 의문점이 있지만, 피의자 자백이 없으면 소용이 없었다. 

CCTV 공개 행정소송 진행
경찰은 소송 중 영상 삭제

영상은 화질이 너무 떨어져서 식별이 어려웠다. 다른 각도에서 사건 현장을 비추는 영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유가족은 어떤 각도의 CCTV가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그때 손씨는 제보를 받았다. 바로 올림픽대로 CCTV 장면이 사건 현장 장면이라는 제보였고, 이 영상을 경찰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손씨는 지난해 8월31일 해당 CCTV를 보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CCTV 모니터 자체가 너무 작아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파일로 요청을 하니 경찰은 거부했다. 경찰은 CCTV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갖은 핑계를 댔다.

“오늘은 행사가 있습니다” “내일은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경찰서에 자주 오시네요” 등 비꼬기도 했다. 


손씨는 CCTV를 확인하기 위해 행정 소송을 걸 수밖에 없었다. 올림픽대로 CCTV와 반포대교 CCTV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그리고 지난달 행정 소송 심리가 있었다. 이때 경찰은 “반포대교 CCTV는 삭제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CCTV 제출을 할 수 없는 이유도 밝혔지만 손씨는 납득할 수 없었다. 

사건 CCTV 영상이 언론에 유출되면 유튜버들이 영상을 퍼트리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CCTV를 제출할 수 없다는 재판자료가 20장 됐다. 

지난달 행정 소송을 한 지 8개월이나 지났다.

손씨는 “소송 중에 CCTV를 삭제했으면 처벌받아야 한다. 그런데 경찰은 재판장에서 ‘이미 CCTV가 삭제됐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은 본인이 이기면 안 보여주고, 내가 행정 소송에서 이기면 ‘삭제했다’고 하려 한 것이다. 사람들이 뭐라 말하든 CCTV의 픽셀이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다. 부모가 돼서 그 마지막 모습을 보겠다는데 그걸 이렇게까지 막아야 하는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현재 CCTV는 마지막 심리때 판사가 30분 정도 먼저 보기로 결정했다. 이 영상이 공개될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사가 먼저 확인을 하고 결정하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물속에 쓸린 상처라고 공개

부검 결과와 경찰 발표의 결이 다른 것도 문제였다. 손군은 머리에 긁힌 듯한 상처가 크게 2개 있었다. 부검 결과를 확인하지 않아도 육안으로 정확하게 식별이 가능하다.

당시 언론은 “경찰은 머리의 상처가 물속에 쓸린 것 같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는 부검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이후 발표된 부검 결과는 ‘머리에 좌열창이 생전에 난 상처’라고 쓰여 있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때부터 유가족이 느낀 것은 경찰이 사건을 밝히는 것보다 언론 플레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손씨가 밝힌 경찰의 언론 플레이는 더 있다. 경찰은 유가족에게 CCTV를 공개해 보여준 시간도 언론을 통해 밝혔다.

경찰은 “6시간30분 동안 유가족에게 CCTV를 보여줬다”고 했지만, 손씨가 경찰서에서 CCTV를 본 시각은 대략 5시간 전후다. 물론 손씨에게 이런 시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경찰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는 내사 종결됐다. 하지만 중간 보고서에 나온 의문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중간 보고서에는 ‘증인의 말이 맞지 않아서 더 확인 중’이라고 몇 군데 적혀 있지만, 내사 종결된 상황에서 확인된 것은 하나도 없다. 

손씨는 검수완박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손씨는 “보통 일반 사람이 경찰이나 검찰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데 내가 이 사건을 겪어보니 경찰은 전문성이 너무 떨어진다. 대체 어떻게 이런 상황에 수사 종결권을 줄 수 있는지가 첫 번째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수완박은 고사하고 그 전에 검경수사권 조정을 하려면 경찰의 권한이 많아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경찰을 보강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보강은 안 하고 일부터 가져온다. 내가 이 사건을 보고 내린 결론은 ‘전혀 보강이 안 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수완박 반대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는 “먼저 행정소송을 해서 유효한 데이터를 얻어 검찰에 제출하고 싶다. 그리고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 줘서 외롭지 않다. 이렇게까지 하게 된 것이 경찰 때문이라는 것에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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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