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접은 국회, 대선전쟁터 돌변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18 13: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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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집권당 의원은 무게감부터 다르니까!"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제18대 대선이 불과 9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만큼 대선을 앞둔 여야의 기싸움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치열한 대선 기싸움의 불똥은 국회로까지 옮겨 붙는 양상이다. 2013년도 예산안은 물론이고 대정부질문도, 인사청문회도 결국엔 대선대리전으로 귀결되고 있다. 당초 민생국회를 다짐했던 여야가 너나 할 것 없이 대선 대리전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쁜 사람 불러다 놓고 왜 우리한테 박근혜, 안철수 이야기를 물어보는 거야?"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을 마치고 나온 한 정부 각료의 짜증 섞인 한탄이다. 대정부질문은 원래 정치·사회 등 국정 전반에 걸쳐 국회의원들이 국무총리 등 정부각료들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받음으로써 민생을 챙기는 자리다. 하지만 대선이 90여 일  앞으로 바짝 다가오면서 대정부질문은 상대 대선주자를 깎아내리기 위한 정쟁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모양새다.

박근혜·안철수 대리전

일례로 이날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둘러싼 '아파트 딱지 매입' 의혹에 대해 "명백한 증여 아니냐"며 "안 원장과 모친이 일주일 간격으로 딱지를 샀는데 투기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황식 총리는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말하는 게 적절치 않다"며 "또한 그런 거래가 있었다 해도 당사자가 어떤 사정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기다, 아니다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안 원장이 실제로 투기를 했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부동산투기 사실이 대정부질문에 포함될만한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질문을 마친 홍 의원을 향해 "잘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경협 민주통합당 의원도 대정부질문과는 거리가 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선거법 위반 의혹을 지적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박 후보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문화재단의 대구경북(TK) 장학금 편중지급, 한국문화재단 임원 7명 중 4명의 선거캠프 참여, 정수장학회가 장학생 모임인 청오회·상청회에 3년간 8800만원을 지원한 행위 등을 선거법 위반이 아니냐며 문제 삼았다.


특히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은 그야말로 양당의 난타전이었다. 새누리당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저축은행 수뢰 의혹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고, 민주당은 박 후보 캠프의 사찰 논란 등 서로 흠집내기에만 열을 올렸다. 주요 정치현안들은 자연스럽게 논의에서 제외됐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대정부질문에 참여한 여야 의원들은 자기 당의 질문자들에게는 아낌없이 지지를 보내면서도 상대 당의 질문자들에게는 "(정치공세가 아닌) 대정부질문을 하라"며 강하게 질타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김 총리를 비롯한 해당 부처 장관들은 양당이 벌이는 정쟁의 틈바구니에서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하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다.

"시작은 안철수, 끝은 박근혜" 부실 국정 우려
"대선전쟁터서 나를 알리자" 치열해진 국회 

같은 기간 개최된 김이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역시 대선 대리전으로 변질됐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인혁당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에 대해 질문했다. 박근혜 후보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신시대의 대표적 공안사건인 인혁당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나"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 김 후보자의 생각을 물은 것이다.

김 후보자는 "(2007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며 "최종 판결이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당장 여권에선 반발했다. 이 같은 질문은 김 후보자의 업무능력을 검증하는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정치적 공세라는 주장이다.

2013년도 예산안 심사도 대선과 맞닿아 있긴 마찬가지다. 여야는 이 부분에서 만큼은 정부가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 각 부처가 내년 예산·기금으로 제시한 금액은 올해보다 21조 2000억원(6.5%) 증가한 346조 6000억원인데, 민생안정을 위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민생'을 강조하며 내년도 예산안에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반영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실상은 '대선'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은 박 후보가 강조하고 있는 '총선 공약 실천'을 위해, 민주통합당은 반값등록금과 무상급식, 의료공공성 강화 등을 위해 예산증액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여야의 무조건적인 요구가 결국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대선 때문에 19대 첫 국정감사가 '맹탕국감'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야 의원들 대부분의 관심이 대선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대선은 5년마다 돌아오는 정치권의 최대 이슈다. 평년에 비해 국감 준비가 소홀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제19대 국회가 대선전쟁터로 변질되면서 그 부작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의원은 국회가 대선전쟁터로 변질된 이유에 대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다음 선거에서 공천 못 받으면 끝나는 게 국회의원 아니냐"며 "당연히 당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도 의원들이 대선대리전에 앞장서기를 부추기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덧붙여 "집권당의 국회의원과 야당의 국회의원은 그 무게감부터 다른데 일단 대의를 위해 투신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도 말했다.

'맹탕국감' 우려

또 다른 의원은 "19대 국회가 대선전쟁터로 변질된 것은 언론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며 "대정부질문 하나만 봐도 일반적인 질문내용은 관심조차 못 받는다. 반면 대선주자와 연관된 내용이면 큰 이슈가 돼 자신을 알릴 수 있으니 의원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자꾸 대선주자들에게 딴지를 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이번 정기국회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정작 민생은 뒷전이고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 된 것 같아 아쉽다"며 "지금 당장 작은 이익을 얻기 위해 정쟁에 매달리기보단 의정활동에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대선에서 더 유리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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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