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박제된 시대' 양경렬

거기에 모두 함께 있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성북구 소재 아트노이드178은 ‘경계-감각-언어’의 관계를 탐구하는 문화예술공간이다. 아트노이드178에서 양경렬 작가의 개인전 ‘박제된 시대’를 준비했다. “거기에 모두 함께 있었다.”

양경렬 작가는 생경한 이미지가 마주보는 강렬한 상하 구도의 시공간을 그려왔다. 아트노이트178에서 열리는 개인전 ‘박제된 시대’에서는 이미지의 파편이 퇴적된 지층처럼 박제된 시공간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다양한 사건

과거에는 어느 집에든 흔하게 한두 개쯤 있었다는 동물 박제. 이제는 그 이름조차 낯설다. 양경렬은 먼지가 켜켜이 쌓여 집 한 켠에 치워져 있던 박제된 매를 마주한 날의 생경한 느낌을 기억한다. 

방부처리까지 해서 ‘지금, 여기에’ 붙잡아 놓으려는 욕망조차 어느샌가 망각되고 마는 현실을 직시한 느낌이랄까. 그러나 그것 역시 시대의 한 단면. 양경렬이 주목하는 이 시대의 모습은 박제된 그것과 아주 닮아있다. 

90조각의 이미지
역사적 서사 담아


양경렬의 박제된 시대는 90조각의 이미지를 모아 박제하듯 기록한 결과물이자 수많은 파편적 이미지가 난무하는 이 시대의 모습이다. 또 우리 시대의 역사적 서사이기도 하다. 작품 속 무아지경으로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은 기억 속의 나와 친구들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날은 누군가의 운명적인 순간이었을 것이다. 혹은 어떤 이의 정치적 선택의 결과가 나온 날일 수도 있다. 다시 바라본 화면엔 소중한 아이들이 있다. 아련한 이 순간은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그날의 이야기다.

거기에 모두 함께 있었다. 

양경렬은 “아이러니한 시공간은 작품 속에서 하나의 무대로 설정된다. 이 무대는 곧 회화적 가능성의 공간으로 변용되고, 이 공간 속에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은 서로 대립되는 이미지나 사색의 이미지로 채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들은 서로 반전된 장면으로 드러나거나 사뭇 이질적이고 생소한 이야기들이 중층적으로 구축된다. 혹은 갑작스러운 화면 전환으로 구성된다”며 “어떤 공간은 눈에 보이는 것과 달리 다양한 사건을 퇴적된 지층처럼 품고 있다. 이러한 지층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 뒤에 감춰지거나 잠재 혹은 잠식된 것 같은 이면이다. 이 작품을 통해 그 이면을 보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양경렬은 광장을 연극무대로 삼아 거기에 모인 군중의 사회적 욕망과 관념을 그려냈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김없이 그리스 조각상이 등장한다. 시공간은 점차 모호한 은유 속으로 빠져든다. 

광장을 연극무대로
군중의 욕망과 관념


임지연 미학의집 소장은 “양경렬의 심상 속에 박제된 이 모호한 느낌이 정확히 무엇인지 묻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정확한 것은 없다. 느낌과 운동의 모호함, 그 더듬거리며 침투하는 시각 운동을 즐길 수 있다면 잠재성의 언어를 터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경렬이 중층으로 겹겹이 구축한 이미지 이면에 내재된 잠재성의 차원은 그렇게 열린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묘미는 곳곳에 등장하는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양경렬은 박제된 그림 속 생기를 일깨운다. 여전히 욕망하고, 싸우고, 용서하면서 약동하는 에너지를 우의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다. 

퇴적된 지층

아트노이드178 관계자는 “누군가 기억해준다면 고마울 이 시대의 소리없는 외침에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려 하는 작가의 진지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위로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다음달 14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양경렬은?]

▲개인전
‘시대경계’ 아터테인(2022)
‘두 개의 풍경’ 양평 아트 컨테이너(2020)
‘정의되지 않은 일상’ 아터테인(2020)
‘아니, 그것은 끝나지 않았다.’ 영은미술관(2018)
‘플롯처럼 서사처럼’ 신세계 갤러리(2018)
‘문득, 나에게 나의 안부를 묻는다.’ 아터테인(2017)
‘연극적 삶’ 광록화랑(2017)
‘조각풍경’ J갤러리(2016)
‘조각풍경’ Unit one Gallery(2015)
‘서울시 용산구 우사단로10길 88’ kiss 갤러리(2015) 외 다수

▲수상

‘아트 컨테이너 전시 선정’(2020)
제18회 광주신세계 미술제 우수상(2016)
뉴 드로잉 프로젝트 입상(2016)
제1회 포트폴리오 박람회 우수상(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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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