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돌아온 불사조'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

“걱정 마쇼잉∼ 호남 홀대 없응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불사조’가 돌아왔다.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직 제의를 전격 수락했다. 호남 4선 의원이 보수 진영 대통령 취임식을 총괄하게 되는 진풍경이 예고됐다. 아울러 박 위원장은 윤석열정부 초대 국무총리 하마평에도 올라 있다. 한편으로는 어색해 보이기도 하는 중용(설)의 연속. 많은 이가 박 위원장의 이력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이유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은 1949년 전라남도 보성군에서 태어났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이름난 수재였다. 보성남초등학교, 보성중학교, 광주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수석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1974년, 서울대 법대 졸업 후 응시한 사법시험(16회)에서도 수석으로 합격했다.

출세 가도
돌연 암초

이후 검사의 길을 걷게 된 그는 일명 ‘특수통’으로 승승장구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검찰 내에서는 호남 출신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순전히 ‘개인기’로 불리한 여건들을 이겨냈다.

영남 출신 일색이었던 대통령·검찰 수뇌부 아래에서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2·3과장, 서울지방검찰청 특수 1·2부장 등 검찰 요직을 두루 지냈다. 이때 장영자·이철희 금융사기 사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외화 밀반출 사건, 손성훈 비리 사건 등 당대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 처리했다.

1997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15대 대선에 얽혀 있던 ‘김대중 후보 비자금 의혹’의 수사 유보를 건의했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되는 계기가 됐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실 법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직책은 향후 검사장 승진·검찰총장 후보군 부상 등이 사실상 보장되는 최고 요직으로 꼽혔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박 위원장을 “나와 역사를 함께 쓸 사람”이라고 칭할 정도로 신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5년간 순항하던 그의 출세 가도에도 암초가 나타났다. 1999년 벌어진 ‘옷 로비 의혹 사건’에서 공문서 유출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청와대에서 쫓기듯 나와야 했다. 이후 해당 혐의는 치열한 법정 다툼 끝에 무죄가 선고됐다.

이듬해인 2000년에는 ‘명예 회복’을 명분으로 정계 입문을 선언,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인생은 시작부터 녹록지 않았다. 제16대 총선에서 보성‧화순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결국 첫 선거부터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나서는 모험을 감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무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득표율 59.92%를 기록하면서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당선 후에는 다시 새천년민주당으로 복당했다.

정계 입문 뒤에도 ‘친정’인 검찰과의 악연은 계속 이어졌다. 검찰 수사로 정치생명에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초선 의원 임기 막바지이던 2004년, 검찰은 나라종금 뇌물수수와 현대건설 비자금 혐의 2가지를 묶어 박 위원장을 또다시 구속 기소한다. 당시 그는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와 “차라리 정치를 그만두라고 하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악재는 다시 이어졌다. 그가 구속돼있던 때, 지역구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보성군은 고흥군에, 화순군은 나주시로 병합됐다. 박 위원장은 고향인 보성이 포함된 고흥·보성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옥중 출마까지 감행했지만, 그는 결국 17대 총선에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낙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두 혐의는 훗날 모두 무죄 판결이 났다. 나라종금 뇌물수수 혐의는 같은 해 11월, 현대 건설 비자금 혐의는 2005년 5월 확정됐다.

결백이 입증된 날, 박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서울 동교동 자택을 찾아 위로를 구했다고 전해진다. 정치적 부담을 털어낸 후에는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민주당에 복당하는 등 재기를 준비했다. 그러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 출마한다.

처음에는 전남도지사 예비후보로 선거를 준비했다. 그러다 한화갑 당시 당 대표의 의중에 따라 서울특별시장 후보로 전략공천됐다. 본선에서는 7.7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낙선했다.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에 이은 3위였다.

호남 괄시 
이겨냈다?

그는 18대 총선에서 새 출발을 알렸다. 줄곧 출마해오던 ‘고향’ 보성을 떠나 통합민주당 후보로 광주광역시 동구에 출마했다. 광주 동구는 금남로와 충장로 등 광주 중심가를 포함한 지역구로, 예전부터 ‘호남 정치 1번지’로 불려왔다.

박 위원장은 선거운동 당시 “광주시장과 동구청장, 지역 당원 5000명이 광주 동구로 와달라고 요청했다”며 “처음에는 주저하고 사양했지만 광주 동구의 낙후된 모습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사라진 동구의 빛을 반드시 되살려놓겠다”고 출마의 변을 전했다.

그는 이곳에서 88.74%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되며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당대 최고 득표율이었다. 여세를 몰아 당 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며 정치적 입지를 쌓았다.

19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 출마를 준비했지만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민주통합당이 19대 총선에서 광주 동구 지역구에 무공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때 광주 동구에서 발생했던 ‘불법 선거인단 모집’ 사건의 여파였다. 

민주통합당 선거운동원으로 알려진 조모씨가 2012년 2월26일 선거인단 대리 모집 의혹으로 선관위 조사를 받던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지검은 민주통합당 국민경선을 앞두고 사조직을 결성, 활동한 혐의로 동구 구의원과 통장 여러 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지역구 현직 의원이었던 박 위원장도 수사망에 올랐다. 검찰은 그를 선거 사조직 운용·사전선거운동 혐의 등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사법고시 수석 출신…호남 4선 중진
4번 구속 4번 무죄 파란만장 정치역경


금품·동원 선거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진상조사단 파견·동구 전략공천 지역구 선언 등 비판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무공천’ 방침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박 위원장이 이에 반발해 탈당·무소속 출마하면서 내홍은 더욱 확산됐다. 당시 민주통합당을 탈당하고 광주 동구에 출마한 후보만 3명에 달했고, 다른 진보 정당 후보들도 가세하면서 범진보진영 후보들의 각축장이 됐다.

혼전 상황에서, 현직 의원이라는 강점을 살린 박 위원장이 결국 당선됐다. 18대 총선에서 전국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던 박 위원장은 19대 총선에서 전국 당선인 중 최저 득표율(31.55%)을 기록했다.

당선 후에도 위기는 계속됐다. 박 위원장은 ‘불법 선거인단 모집’ 사건으로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 중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구속됐다가 선고 후 석방되는 고초도 겪었다.

연말에는 무소속 의원 신분으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 지지 의사를 발표하려다 자신의 지지자 30여명에게 끌려가 갇혀 기자회견을 열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1년이 넘는 법정 다툼 끝에, 대부분의 혐의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다만 동장들에 대한 지지 호소 부분만 죄가 인정돼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으며 의원직은 지켜냈다.


박 위원장은 판결 직후 ‘판결에 대한 소회’라는 입장을 내고 그간 겪어온 심적 고통을 토로했다. 그는 총 5번의 기소돼 4번 구속됐고, 구속된 사건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불사조’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는 입장문에 “그동안 ‘4번 구속, 4번 무죄’를 경험했다. 참으로 파란만장한 정치 역경이었다”며 “상상할 수 없고 유례가 없는 동서고금 전후무후한 법살(法殺)이었다”고 적었다.

이후에는 전보다 순탄한 정치활동을 이어왔다. 통합신당 창당을 추진하다 국민의당으로 통합한 뒤, 최고위원 지명·20대 총선 당선(광주 동·남 을, 54.7%) 등을 시작으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제20대 전반기 국회부의장을 역임했고, 국민의당 대선 예비후보로 나서 예비경선을 통과하기도 했다. 본선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독주체제 아래에서 3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대선 패배 이후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출되는 등 중진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2018년 2월, 바른미래당 창당에 합류해 유승민 전 의원과 공동대표를 맡은 것을 마지막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4개월 뒤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바른미래당 해체 후 호남 다선 의원들과 민생당을 창당했지만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21대 총선에 출마해 낙선했다. 당의 좁은 입지와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내분 등이 패인으로 지목됐다.

‘친정’ 검찰
인연과 악연

박 위원장이 다시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낸 건 지난해 말부터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또 다른 호남 4선 의원인 김동철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함께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공개 지지선언에 나섰다.

그는 지지선언문에서 “공정과 정의, 상식은 우리 두 사람과 윤 후보가 만나는 지점”이라며 “정파를 떠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우리가 국민의힘 소속 윤 후보를 선택한 것은 그가 참된 공정과 정의를 실현할 유일한 후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민의힘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전면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당시 대선후보)을 도왔다. 선대위 동서화합미래위원장도 겸임하며 윤 당선인이 호남 민심 소구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지난 1월 선대위가 해체된 이후에도 광주·전남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윤 당선인을 계속 지원해왔다.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윤 당선인이 지난 14일, 직접 연락해 “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브리핑에서 “박 위원장은 워낙 수많은 정치 역정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을 바꾸는 데 헌신적인 역할을 해왔다. 정의롭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완성하기 위해 국정 통합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은 윤석열정부의 가치와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취임식 준비 위원장으로서 윤 당선인의 가치와 철학을 국민에게 전달하기에 가장 적임자”라고 인선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박 위원장은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임명 비화를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완곡히 사양했는데 재차 요청해 수락했다”며 “윤정부 출범부터 앞으로 끝날 때까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금의 밀알의 역할이라도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보수진영 대통령 취임식 총괄 진풍경
국무총리 등 차기 정부 역할론 ‘솔솔’

박 위원장은 임명 직후부터 위원회 구성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그는 같은 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담당부처인 행정안전부로부터 연락이 오면 완벽한 취임식과 취임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탁월한 위원들을 모시겠다”고 약속했다.

박 위원장 설명에 따르면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는 위원 8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위원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전례를 살펴보고 학계, 관계, 일반 국민 대표들을 망라해 대한민국 미래 비전을 담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과 경륜을 가진 분에게 기회를 드릴 생각”이라고 답했다.

또 박 위원장은 5·18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취임사에 포함할지 실무진과 논의할 예정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16일 <해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윤 당선인은 5·18정신이 그동안 헌법 전문에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수차례 광주 정신을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통령 취임사에서 5·18정신이 명시적으로 언급된 적은 없다. 논의가 구체화된다면 윤 당선인은 취임사에서 5·18정신을 언급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만약 실현될 경우, 국민 통합을 논하며 ‘5·18정신을 계승한다’ 정도로 짧게 언급될 것이라는 게 주된 관측이다.

정계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이 호남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관련 논의가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박 위원장 역할론은 인수위원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의 이름이 차기 정부 초대 국무총리 하마평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인수위원회 측은 아직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해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박 위원장 역시 “전달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 16일 KBS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크게 기대하거나 바라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내가 바란다고 오는 것도 아니고, 국민이 평가해주셔야만이 가능할 수 있는 일”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인수위까지?
총리직까지? 

정치인생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화려하게 재기해왔던 ‘불사조’ 박 위원장. 21대 총선 낙선의 수모를 딛고 또다시 국내 정치 한복판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과연 그의 이번 여정은 어디까지일까. 그 종착지가 인수위원회일지, 국무총리실일지 온 정계가 주목하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수위 호남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안에는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 외에도 호남 인사들이 여럿 포진돼있다.

대표적으로는 김동철 전 의원,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포럼 이사장 등이 있다.

김 전 의원은 광주 광산구에서만 내리 4선을 쌓은 호남 중진 인사로 지난해 10월, 박 위원장과 함께 윤 당선인 공개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인수위에서는 윤 당선인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유일하게 호남(전라북도 남원시·임실·순창군)에 지역구를 둔 인사다.

제21대 총선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윤 당선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인수위에서는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에 임명됐다.

장 이사장은 국민의 정부에서 초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정무비서관을 지낸 동교동계 핵심 인사다. 전라남도 고흥 출신으로, 그간 ‘DJ 적자’라고 불려왔다. 

그는 대선 기간 중 윤 당선인에게 거침없이 ‘쓴소리’를 해온 것으로 전해지며 인수위에서는 정무특보를 맡았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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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