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먼' 장애인 고용 장려금 부정수급 실상

나랏돈 먼저 찜하면 임자?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장애인 고용 장려금. 장애인 의무 고용률(민간기업 3.1%, 공기업 3.4%)을 넘겨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이다. 장애인 근로자 고용 촉진이 목적이다. 하지만 ‘부정수급’ 논란이 계속 불거지면서 제도의 좋은 취지를 행정력이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감시망이 느슨해지자, 부정수급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A씨의 업무용 핸드폰으로 걸려온 수상한 전화. 수화기 너머 상대방은 알 수 없는 소리만 늘어놨다. 대표가 쓰던 핸드폰이니 대표의 지인인 듯했다. “잘못 걸었다”며 전화를 끊은 A씨는 석연치 않은 기분에 수신 목록을 살폈다.

곳간 도둑

이전에 주고받았던 문자에는 송금 내역 사진이 빼곡했다. 대표는 근무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월급을 주고 있었다. 더구나 그 돈들은 곧바로 한 계좌로 다시 옮겨졌다. ‘유령 직원’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수수료를 주고 명의를 빌린 것으로 보였다.

이들은 모두 장애인이었다. 대표가 요양보호사 지인과 짜고 장애인 고용 장려금을 빼돌리고 있었던 것.

A씨가 파악한 장애인 고용 장려금 수령 인원은 9명. 하지만 이 회사에 실제 재직 중인 장애인은 단 3명뿐이었다. 최소한 6명분의 돈을 부정수급한 셈이다. 


또 남아 있는 송금 내역 중 가장 오래된 것은 2017년 4월. 이 행태가 아무리 적어도 5년간은 반복돼온 것을 알게 된 A씨는 경악했다.

A씨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사회적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활동하겠다는 회사가 장애인 고용 지원금을 빼먹고 있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결국 A씨는 관련 증거를 모아 지자체에 신고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알아보고 연락주겠다”던 담당자에게서는 어떤 연락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에 A씨가 본 것이라고는 신고 당일 회사를 방문한 지자체 차량과 대표와 몇 마디 짧은 대화를 나누는 한 지자체 직원뿐이었다.

A씨는 “지자체에도 명확한 증거를 제시했는데, 결국 묵살됐다”며 “적절한 대응을 해줄 만한 신고처를 다시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령 직원’ 만들어 장려금 편취
5년간 빼돌려도 아무도 몰랐다

이는 비단 A씨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고용 장려금 부정수급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늘어왔다. 건수와 액수 모두 오름세다.

우선 고용 장려금 지급 연인원과 지급액의 절대적인 규모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발간한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장려금을 지급받은 사업체는 6930곳으로 지급 연인원은 55만3000여명, 지급액은 2106억원이다. 지급 연인원 43만6000여명, 지급액 1482억원 수준을 기록한 2015년부터 수치가 꾸준히 늘었다.

본격적인 코로나 유행 상황으로 접어들면서 규모는 더욱 커졌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6월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면서 최근 고용 장려금 신청과 지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이에 따른 부정수급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밝혔다.

전염 우려를 이유로 수급처 현장 감독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 것 또한 부정수급 증가에 기여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정수급 적발 건수(액수)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8년 292건(24억원)에서 유행 이후인 2020년 978건(122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는 4월까지만 해도 665건(98억원)이 집계됐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에 관련 입장을 문의했다. 공단 관계자는 “국회입법조사처가 공개한 자료가 일부 오해의 소지를 야기한 부분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고용장려금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며 “해당 보고서에 명시된 통계는 고용 장려금 전체에 대한 것이고, 같은 기간 장애인 고용장려금 부정수급은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보조금 매년 증액되는데…
코로나로 감시 느슨해져

부정수급 근절 필요성은 명확한 것에 비해서 그 해결 방안은 여의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부정수급이 야기하는 근본적 문제점은 재정 운용의 비효율성 증가뿐만 아니라 수급자 간 형평성 저해‧재정에 대한 국민 신뢰 상실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라며 “부정수급이 근절되지 않을 경우, 국가사업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해 기금 낭비를 초래함은 물론 정작 정당한 기업이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문제 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관련 기관들은 부정수급 색출을 위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토로한다. 공단도 부정수급 적발이 어렵다는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공단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시스템, 고용보험 및 국세청 데이터와 연계가 이뤄지면서 이전보다 부정수급이 많이 줄어든 것은 명백하다”며 “다만 장애인과 공모해 고용보험 가입·근로자성 확보 등이 담보된 부정수급은 잡아내기 매우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A씨 회사의 사례도 이 같은 경우에 포함돼 다년간 포위망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원래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특별점검과 상시 점검 등을 시행하는 것이 원칙으로, 능동적 대응 중 그나마 효과가 좋은 방안”이라며 “코로나19 유행 이후로 감염을 우려해 상시 점검 수가 줄어들었다. 현장 감시가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조금은 느슨해진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감사 외에도 공단에서는 예방 교육, 신고센터 운영, 자진신고 기간 홍보 등의 다양한 부정수급 방지책을 활용하고 있다. 

해결책은?

하지만 부정수급을 잡는 결정적 ‘한 방’은 현장점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코로나 유행이 진정될 때까지, 날로 교묘해지는 부정수급 수법을 따라갈 ‘차선책’조차 꺼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곳간이 커지면서 도둑도 늘어나는 형국이다. ‘두 손 꽁꽁 묶인’ 관계 기관들의 고심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기업 장애인 고용은?


대기업 장애인 고용 관련 지표가 더 나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장 전반의 장애인 고용률이 상승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체의 장애인 고용률은 3.08%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0.16% 증가한 수치로 근로자 수는 26만 826명으로, 같은 기간 1만 5494명이 증가했다.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2.91%로 집계됐다.

이 역시 전년 대비 0.12% 상승한 수치지만, 법정 의무 고용률인 3.1%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가운데 대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장애인 고용률이 2.38%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기업들이 장애인 고용률 상승을 막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2020년 말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장애인 고용에 무관심한 459개소 기관‧기업 공표’에도 대기업이 다수 포함됐다.

이들은 전년 대비 3개소가 늘어난 15개 그룹 29개소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3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린 곳도 15개소에 달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예컨대 공공기관들은 비율만 정해주면 알아서 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1:1 접근을 하지 않는 이상 (의무 고용률을) 잘 이행하지 않는다”며 “담당자들이 이행 지도를 통해 고용을 독려·컨설팅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명단을 공개하고 부담금을 부과해도 요지부동”이라고 토로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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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