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먼' 장애인 고용 장려금 부정수급 실상

나랏돈 먼저 찜하면 임자?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장애인 고용 장려금. 장애인 의무 고용률(민간기업 3.1%, 공기업 3.4%)을 넘겨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이다. 장애인 근로자 고용 촉진이 목적이다. 하지만 ‘부정수급’ 논란이 계속 불거지면서 제도의 좋은 취지를 행정력이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감시망이 느슨해지자, 부정수급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A씨의 업무용 핸드폰으로 걸려온 수상한 전화. 수화기 너머 상대방은 알 수 없는 소리만 늘어놨다. 대표가 쓰던 핸드폰이니 대표의 지인인 듯했다. “잘못 걸었다”며 전화를 끊은 A씨는 석연치 않은 기분에 수신 목록을 살폈다.

곳간 도둑

이전에 주고받았던 문자에는 송금 내역 사진이 빼곡했다. 대표는 근무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월급을 주고 있었다. 더구나 그 돈들은 곧바로 한 계좌로 다시 옮겨졌다. ‘유령 직원’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수수료를 주고 명의를 빌린 것으로 보였다.

이들은 모두 장애인이었다. 대표가 요양보호사 지인과 짜고 장애인 고용 장려금을 빼돌리고 있었던 것.

A씨가 파악한 장애인 고용 장려금 수령 인원은 9명. 하지만 이 회사에 실제 재직 중인 장애인은 단 3명뿐이었다. 최소한 6명분의 돈을 부정수급한 셈이다. 


또 남아 있는 송금 내역 중 가장 오래된 것은 2017년 4월. 이 행태가 아무리 적어도 5년간은 반복돼온 것을 알게 된 A씨는 경악했다.

A씨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사회적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활동하겠다는 회사가 장애인 고용 지원금을 빼먹고 있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결국 A씨는 관련 증거를 모아 지자체에 신고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알아보고 연락주겠다”던 담당자에게서는 어떤 연락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에 A씨가 본 것이라고는 신고 당일 회사를 방문한 지자체 차량과 대표와 몇 마디 짧은 대화를 나누는 한 지자체 직원뿐이었다.

A씨는 “지자체에도 명확한 증거를 제시했는데, 결국 묵살됐다”며 “적절한 대응을 해줄 만한 신고처를 다시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령 직원’ 만들어 장려금 편취
5년간 빼돌려도 아무도 몰랐다

이는 비단 A씨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고용 장려금 부정수급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늘어왔다. 건수와 액수 모두 오름세다.

우선 고용 장려금 지급 연인원과 지급액의 절대적인 규모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발간한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장려금을 지급받은 사업체는 6930곳으로 지급 연인원은 55만3000여명, 지급액은 2106억원이다. 지급 연인원 43만6000여명, 지급액 1482억원 수준을 기록한 2015년부터 수치가 꾸준히 늘었다.

본격적인 코로나 유행 상황으로 접어들면서 규모는 더욱 커졌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6월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면서 최근 고용 장려금 신청과 지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이에 따른 부정수급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밝혔다.

전염 우려를 이유로 수급처 현장 감독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 것 또한 부정수급 증가에 기여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정수급 적발 건수(액수)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8년 292건(24억원)에서 유행 이후인 2020년 978건(122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는 4월까지만 해도 665건(98억원)이 집계됐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에 관련 입장을 문의했다. 공단 관계자는 “국회입법조사처가 공개한 자료가 일부 오해의 소지를 야기한 부분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고용장려금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며 “해당 보고서에 명시된 통계는 고용 장려금 전체에 대한 것이고, 같은 기간 장애인 고용장려금 부정수급은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보조금 매년 증액되는데…
코로나로 감시 느슨해져

부정수급 근절 필요성은 명확한 것에 비해서 그 해결 방안은 여의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부정수급이 야기하는 근본적 문제점은 재정 운용의 비효율성 증가뿐만 아니라 수급자 간 형평성 저해‧재정에 대한 국민 신뢰 상실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라며 “부정수급이 근절되지 않을 경우, 국가사업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해 기금 낭비를 초래함은 물론 정작 정당한 기업이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문제 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관련 기관들은 부정수급 색출을 위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토로한다. 공단도 부정수급 적발이 어렵다는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공단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시스템, 고용보험 및 국세청 데이터와 연계가 이뤄지면서 이전보다 부정수급이 많이 줄어든 것은 명백하다”며 “다만 장애인과 공모해 고용보험 가입·근로자성 확보 등이 담보된 부정수급은 잡아내기 매우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A씨 회사의 사례도 이 같은 경우에 포함돼 다년간 포위망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원래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특별점검과 상시 점검 등을 시행하는 것이 원칙으로, 능동적 대응 중 그나마 효과가 좋은 방안”이라며 “코로나19 유행 이후로 감염을 우려해 상시 점검 수가 줄어들었다. 현장 감시가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조금은 느슨해진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감사 외에도 공단에서는 예방 교육, 신고센터 운영, 자진신고 기간 홍보 등의 다양한 부정수급 방지책을 활용하고 있다. 

해결책은?

하지만 부정수급을 잡는 결정적 ‘한 방’은 현장점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코로나 유행이 진정될 때까지, 날로 교묘해지는 부정수급 수법을 따라갈 ‘차선책’조차 꺼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곳간이 커지면서 도둑도 늘어나는 형국이다. ‘두 손 꽁꽁 묶인’ 관계 기관들의 고심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기업 장애인 고용은?


대기업 장애인 고용 관련 지표가 더 나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장 전반의 장애인 고용률이 상승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체의 장애인 고용률은 3.08%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0.16% 증가한 수치로 근로자 수는 26만 826명으로, 같은 기간 1만 5494명이 증가했다.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2.91%로 집계됐다.

이 역시 전년 대비 0.12% 상승한 수치지만, 법정 의무 고용률인 3.1%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가운데 대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장애인 고용률이 2.38%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기업들이 장애인 고용률 상승을 막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2020년 말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장애인 고용에 무관심한 459개소 기관‧기업 공표’에도 대기업이 다수 포함됐다.

이들은 전년 대비 3개소가 늘어난 15개 그룹 29개소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3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린 곳도 15개소에 달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예컨대 공공기관들은 비율만 정해주면 알아서 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1:1 접근을 하지 않는 이상 (의무 고용률을) 잘 이행하지 않는다”며 “담당자들이 이행 지도를 통해 고용을 독려·컨설팅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명단을 공개하고 부담금을 부과해도 요지부동”이라고 토로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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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