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 화끈?' 이준석식 갈라치기 막전막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4.04 14:38:51
  • 호수 13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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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월 만에 지워진 ‘공존’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최연소 야당 대표’. 이는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는 만 35세 나이로 당 대표에 당선됐고, 사람들은 그에게 젊은 시각으로 ‘새로운 정치’를 하길 원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일각에선 이 대표를 향해 ‘갈라치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서울과학고등학교 졸업 후 하버드대학교 경제학 및 컴퓨터과학 학사 취득.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의 학력이다.그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2011년 12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에 의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2014년에는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의 목표는 ‘새로운 젊은 보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여경 무용론
남경 어디에

이 대표는 2018년 바른미래당과 2020년 미래통합당을 거쳐 2021년 6월11일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선 직후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존이다. 저는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이 있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을 자신이 있다. 앞으로 우리는 수권 세력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나아갈 방향으로 ‘공존’을 외쳤다. 그리고 당 대표 취임 후 11개월이 지났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 동안 그가 약속했던 공존은 어떤 방향으로 흘렀을까.


우선 시민들과 정치인들, 그리고 시민단체 모두 이 대표의 ‘말’은 공존과 멀고, 젠더·세대·약자를 몰아세운다고 평가한다.

이런 평가의 시작은 그가 당 대표에 취임한지 얼마 안 돼 벌어진 사건으로 시작된다. 지난해 11월2일 경기도 양평군에서는 한 중국인 남성이 흉기 난동 사건을 벌였다.

오후 4시경 길거리에서 남성이 양 손에 과도 2개를 들고 난동을 피워 경찰이 출동했다. 이에 처음 4명의 남자 경찰이 3단봉을 들고 범인을 제압하기 위해 기동하며 테이저건을 발사했다. 당시 범인은 가죽점퍼를 입고 있어 제압하는 데 실패했다. 

이때 현장에 같이 출동한 여경은 ‘꺄악’ ‘엄마’ 등의 비명을 지르며 포위망 유지에서 벗어나 범인의 포위망이 풀렸다.

이후 지속해서 난동을 부린 범인은 갑자기 남경에게 달려들었고, 이에 남경이 실탄 4발을 발사해 제압했다. 범인 포위 도중 벗어난 여경은 제압 이후 복귀해 범인의 옆을 지켰다.

새로운 젊은 보수의 길
이슈 왜곡해 해석 지적

당시 여경이 현장을 이탈하는 상황은 2주 간격으로 다시 발생했다. 이때는 19년 차 남경과 1년 차 여경이 범인이 있는 현장을 이탈했다.


이 사건을 두고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22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국민은 남성과 여성 관계없이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경찰 공무원의 임용을 기대하고 있다. 제압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체력검정 등은 성비를 맞추겠다는 정치적 목적 기반으로 자격 조건을 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말은 즉시 ‘여경 무용론’으로 확산됐다. 경찰 체력검증은 2026년부터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기준으로 치르기로 확정돼있었고 ‘남경 무용론’은 거론되지 않았다.

당시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여경뿐만 아니라 남경도 현장을 이탈했고 남경이 경력 19년 차인 것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자격 없는 여경’을 뽑아서 문제인 것처럼 말했다며, 이는 모든 여경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해 사건에서도 이 대표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지난해 11월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피해자 A씨가 B씨에 의해 살해당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2020년 6월 A씨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B씨는 A씨의 집에 지속해서 찾아가는 스토킹 행각을 벌였다.

B씨는 피해자를 협박하고 폭행하기도 했다. 그해 11월7일 A씨의 집에 찾아간 B씨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폭행 등으로 퇴거 조치를 당했다.

법원으로부터는 A씨에 대한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통보받았다. 이에 B씨가 A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이대남 환호
젠더 프레임

B씨는 범행 전날인 11월18일 모자와 흉기를 사서 다음 날 오전 A씨의 오피스텔 비상계단에 숨어 A씨가 나오길 기다렸다.

B씨는 집 밖으로 나온 A씨에게 흉기를 들이밀며 경찰에 신고한 것을 취소하라고 요구했지만, A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14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당시 A씨는 두 차례 신변 보호용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구조 요청을 보냈으나, 경찰이 다른 곳으로 출동하면서 A씨를 구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페미니즘’ 논쟁이 시작됐다.

당시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던 사건이 1.6일마다 1건씩 보도됐다. 주변인 피해까지 포함하면 1.3일에 1건이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피해 여성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21일 자신의 SNS에 “선거 때가 되니까 또 슬슬 이런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 이런 잣대로 전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한 고유정 사건을 바라보고 일반화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의견이 20대 남성들만 환호하는 의견이라는 지적이 강했다.

<MZ세대, 정치를 말한다>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사소한 것을 들고 일반적인 정책을 페미니즘이 지나쳤다고 일반화된 결론으로 내는 것은 이대남(20대 남성)들은 환호할지 모르겠지만 선동적인 어법”이라며 “자신의 개인 이데올로기 때문에 사회적 이슈를 왜곡해서 해석하고 왜곡된 해법으로 젊은 세대를 선동하는 것은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30세 이하 강간 피해자 남성은 19명이고 여성 피해자는 3338명이라고 설명하며 여성에게 있어 젠더 평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이게 되는 것은 안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윤석열 선대위 합류 당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유는 “당의 색깔과 너무 다르다”였다. 이 교수 영입 반대는 이대남들의 표가 떨어지기 때문이며, 이 이유 말고는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장애인
비장애인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 대표의 발언은 문제시됐다. 여태까지는 ‘여성’에 국한된 말이었다면 이번에는 사회 약자인 ‘장애인’들에 관한 것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지난해 12월20일 월요일 출근 시간대에 수도권 전철 5호선 왕십리역 출입문과 안전문 사이에 휠체어 바퀴를 집어넣는 등 열차의 출발을 저지하는 불법 시위를 진행했다.

시위 과정 중 안전문 파손이 일어나 화제가 난 적도 있었다. 수도권 4호선과 5호선 등에 기습적·상습적·반복적으로 열차를 타고 내려 운행에 지연을 일으켰다.

전장연 측은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장애인 콜택시)를 기획재정부가 책임 및 확대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운영비를 국비로 책임 ▲장애인 주거권 보장 지원주택 10만호 공급 ▲장애인 복지 예산 3조6783억원 중 탈시설 예산 24억원을 거주 시설 예산 6224억원 수준으로 증액 반영을 요구했다.

이 외에도 ▲2023년 장애인 활동 지원예산 2조9000억원 편성 ▲장애인 활동 지원 하루 최대 24시간 보장 ▲경기도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선언 약속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권리 선언 약속 이행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 등이 있다.

전장연 시위는 지난해 12월 5번, 지난 1월 3번, 지난 2월 14번, 지난달 7번으로 마무리됐다. 이들은 지하철 시위를 멈추고 장애인의 날인 오는 20일까지 삭발 시위로 전환했다.

이 대표는 전장연의 시위를 비판했다. 지난달 25일 그는 본인의 SNS 계정에서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 가면서 하는 경우에는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국민의힘은 지금까지도 장애인 이동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고 더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 지속해서 시위를 하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라며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요원을 투입해 정시성이 생명인 서울지하철의 승객이 특정 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장연 시위에 경찰 투입을 요청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계‧시민사회가 모두 이 대표를 비판했다. 우정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이 대표의 시민 범주 안에는 장애인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비장애인 시민과 장애 시민을 갈라치기하며 갈등을 유발하는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날이 선 발언은 계속됐다. 

악마의 편집된 유튜브 
쏟아지는 부정적 기사

지난달 25일 이 대표는 자신의 SNS에 전장연 시위 영상을 하나 올렸다. 해당 영상은 전장연 시위자가 출입문 사이에 위치해 지하철이 갈 수 없도록 고의로 운행을 막는 모습이었다.

이때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 시민 한 명이 할머니 임종을 지키러 가야 한다고 울부짖었고, 시위자는 버스를 타고 가라고 대답했다.

이 대표는 “더 이상 이걸 정당한 투쟁으로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원래 상황은 “버스를 타고 가라”가 아닌 “(저도)그런 걸 당해봤기 때문에 잘 압니다. 저도 그래서 임종을 못봤거든요.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대답한 것이다. 

이 장면이 이 대표 SNS 영상에는 빠져 있었고, 이날을 기점으로 전장연에 관한 부정적인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해당 영상을 본 시민들도 전장연에 대한 비판을 서슴치 않았고, 일각에서는 “왜 악마의 편집 영상을 올려서 사실을 왜곡하느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장연은 이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이 대표는 사과할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전장연을 향해 “비문명적 시위” “시민을 볼모로 삼았다” “지하철역 내 엘리베이터가 93% 완성됐는데 100%가 아니라는 이유로 시위를 하는 게 맞는지” 등의 비난을 이어갔다. 

이 같은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예지 의원은 지난달 28일 오전 8시쯤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열린 전장연 기자회견에 안내견 조이와 함께 참석했다.

이날 김 의원은 무릎을 꿇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공감하지 못한 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다운증후군 딸을 키우고 있는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도 이 대표 비판에 가세했다.

나 전 의원은 그들이 불법적인 시위를 한 것은 잘못됐지만, 지하철에 100%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위한다며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들은 이 대표의 워딩을 두고 논평을 냈다.

움직이는
시민단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자당의 국회의원마저 무릎을 꿇게 만드는 나쁜 정치를 하고 있다. ‘혐오와 갈라치기’의 나쁜 정치는 결국 독이 돼 이 대표 본인과 국민의힘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대선 시기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내세우며 진행한 성별 갈라치기에 이어 그의 전매특허인 ‘혐오와 갈라치기’의 타깃이 장애인단체와 장애인에게 옮겨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준석 vs 전장연

장애인 이동권 등 권리보장을 촉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여온 장애인단체가 탑승 시위 대신 ‘삭발 투쟁’에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30일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직 인수위 요청에 따라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잠정 중단하고, 매일 한 명씩 머리를 깎는 ‘릴레이 삭발 투쟁’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첫 삭발 시위자로 나선 이형숙 서울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협의회장은 21년 동안 투쟁을 통해 조금씩이나마 세상을 바꿔나갔다며,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더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장연 측은 또 지하철 출근 시위를 ‘시민을 볼모로 잡는 비문명적 방식’이라고 비난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면 2호선을 포함한 모든 노선으로 시위를 확대하고 이 대표를 향한 별도 투쟁도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장연은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 29일까지 26차례에 걸쳐 출근길 승하차 시위를 이어왔지만, 지난달 29일 시위 현장을 찾은 대통령직 인수위원들이 예산안 검토를 약속함에 따라 장애인의 날인 오는 20일까지 시위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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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