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맞불 인터뷰> 민주당 우상호 총괄본부장 VS 국민의힘 원희룡 정책본부장

“약자는 그냥 약자로 살게 두자고?”
“상생 명분으로 희생 요구가 공정?”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차철우 기자 = 어느 조직에나 ‘실세’가 존재한다. 조직은 실세의 역량에 따라 꽃길을 걸을 수도 있고, 나락의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요즘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실세들은 각 선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일 것이다. 대선에 참여하고 있는 각 선대위의 실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대통령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을까?

보통 조직 내에서의 영향력은 직책에서 결정된다. 높은 직급일수록 중요한 일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때로 직책을 초월한 경우가 나오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높은 직책을 갖고 있음에도 미미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직책이 낮음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역량과 직책, 이 둘을 모두 겸비한 양 선대위의 ‘실세’들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소속 우상호 총괄본부장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선대대책위원회 소속 원희룡 정책본부장이다. 

두 사람은 선대위의 각종 문제가 터질 때마다, 또 논란이 생길 때마다 직접 등장해 상황 설명을 하곤 한다. 선대위의 ‘대변인’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는 이들은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양 선대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우 본부장(이하 우)과 원 본부장(이하 원)의 생각은 곧 선대위 전체의 생각을 대변한다. 

<일요시사>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두 본부장의 생각을 들어보는 인터뷰를 기획했다. 안보, 경제, 복지, 사법개혁, 탈원전, 코로나 방역 등 주제의 질문을 동시에 묻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각각의 대답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실 건가요? 


▲(우) 민주당 정부는 기본적으로 햇볕 정책의 기조를 계승해왔고,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불리함을 대화와 포용으로 돌파하며 전쟁 위험을 줄여왔습니다. 이 같은 기본 기조는 계속 견지해나갈 예정입니다. 문정부 들어 북한은 핵실험을 상당 기간 중단하고 있고, 강경 도발 역시 눈에 띌 정도로 줄었습니다. 종전 선언도 문구 합의를 마친 상태라고 합니다. 문정부의 노력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는 증거입니다.

다만 주변 국가들과의 외교적 관계를 함께 신중하게 살피다 보니 대북 정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에서는 좀 더 남북이 주도하는 형태로 힘 있게 대북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과의 본격적인 교류와 평화공존 체제가 가시화되면 국민들의 여론 역시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 전망합니다. 

▲(원) 남북 간의 협력은 상호 긴장을 해소하고 신뢰를 구축하며 통일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다만 현재 경제협력은 유엔 안보리 제재로 불가능하게 돼있습니다. 문정부가 북한과 많은 약속을 해놓고도 이를 추진하지 못한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윤 후보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에 들어가면 제재 면제 등을 활용해 상호주의 정신에 따라 경제지원 등을 추진할 것입니다. 또한 비핵화를 완료하면 ‘남북공동경제발전계획’을 추진할 것을 공약했습니다.

이 같은 방향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위한 협상의 틀과 비핵화 조치에 따른 상응 조치를 명시한 예측 가능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며,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협상할 것입니다. 비핵화 전이라도 인도주의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한 의견은?


▲(우) (윤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발언은)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사드 배치는 북한이 아닌 대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전략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드 추가 배치가 필요 없다고 했음에도 반중 감정 고조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드 추가 배치를 주장한 것이라 봅니다.

윤 후보는 사드를 추가로 어디에 배치해야 하는지도 명확하게 답을 못하고 있습니다. 사드 추가 배치가 사실은 깊이 생각하지 않은 정략적 주장이라는 방증입니다. 

더구나 북한이 유사시 수도권을 타격하는 가장 확실하고 유효한 방법은 장사정포를 일거에 쏟아붓는 것입니다. 이는 사드로는 방어가 불가능합니다. 윤 후보는 장사정포를 막기 위한 아이언돔 조기 전력화를 공약했지만 이 역시 단기간 내 가시화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렇기에 가장 확실하게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조속한 평화 체제의 구축입니다. 

우 “사드 추가 위험” 
원 “국가 주권 문제”

선제타격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쟁이 나면 죽는 것은 윤 후보와 국민의힘 중진들이 아니라 무고한 젊은이와 시민들입니다. 정권 획득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안위 따위는 내팽개치는 전형적인 치킨호크식 화법입니다. 피투성이 승리보다는 지난한 평화가 훨씬 가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원) 이 후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윤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에 대해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반대한다’고 하고 ‘적대감을 이용해 표를 얻으려는 극우 포퓰리즘의 초기 단계’라고 매도했는데, 나중에는 ‘중국 민간어선 격침’ 운운하면서 국내 반중 정서를 부채질했습니다.

그때그때 자기 편의에 따라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바꾸는 이 후보야말로 포퓰리즘이 아닌지 되묻고 싶습니다. 일국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의 발언은 일관성과 신뢰성이 생명입니다.

사드 (추가)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우리 국민의 생존·국가 안전 보장과 직결된 것으로서, 그에 대한 판단은 국가주권의 문제입니다. 사드 추가 배치도 그 연장선상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중국 측에서도 한국의 사드 추가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위협에 대한 방어적 조치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한중간에 상호 신뢰하는 가운데 충분한 소통 과정을 거친다면, 사드 추가 배치 문제를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도 해소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경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접근 방식을 서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우) 윤 후보의 자율경쟁은 경제 구성원들의 체급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모두 동일한 링 위에 올려서 싸움을 붙이자는 것입니다. 오로지 힘에 의한 적자생존식 사고방식입니다. 그렇다면 경쟁에서 패배한 약자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저는 윤 후보가 약자는 약자로 살게 둬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주 120시간 근무나, 없는 사람은 불량식품이라도 먹게 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다고 봅니다. 이런 식이라면 약자는 영원히 약자로 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코로나 위기 시대를 맞이하면서 양극화의 폐해가 더욱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죽어라 일한 건 자영업자들인데 수익의 상당 부분을 플랫폼 업체들이 가져갑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옥죄기는 하루이틀 일이 아닙니다. 이런 격차가 먼저 해소돼야 건강한 시장경제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을 것입니다. 

▲(원) 이 후보는 약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다른 이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을 상생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제대로 된 상생이 아닙니다. 공동체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면 방법인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공정하게 각자의 몫을 분배하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는 보호망을 제공하는 것이 상생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 공약들은 적극적으로 상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정부는 민간이 주도하는 양질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일자리 수요 공급 패러다임 전환, 민간 주도 일자리 창출과 사회 서비스 일자리 창출의 쌍끌이 전략, 든든한 일자리 이어주기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기존 문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중소기업 지원과 중견기업과의 상생은 어떻게 하실 것인지?

▲(우) 문정부 들어 국가 전체적인 경제지표는 향상됐습니다. GDP나 국가적 위상, 문화 파급력 등에 있어서 건국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 수준 향상을 모든 국민께서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부의 증대가 보편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오히려 상생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위기로 기존의 경제 체제가 붕괴되면서 많은 국민들께서 어려움을 겪고 계십니다. 이런 전대미문의 경제적 위기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락에 떨어진 약자들에게 원기를 불어넣는 것입니다. 격차 해소와 위기 극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상생입니다.


▲(원) 문 대통령은 작년 말 대기업 총수들과의 만남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은 기업 몫이고, 정부는 최대한 지원할 뿐”이라고 발언하셨습니다. 백 번 맞는 말인데도 왜 5년이 지나서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문 대통령 발언처럼 기본적으로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민간기업, 정부는 적극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며 생기는 규제나 혜택 축소분을 유예하거나 폐지해 기업의 성장 동기를 저해하는 요인을 없애겠습니다. 윤 후보는 중소기업이 기술력 향상을 바탕으로 중견기업이 되어도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수준의 세액 공제를 공약하셨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에 대한 선대위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우) 여성가족부의 존재에는 일련의 맥락이 있습니다. 성별 격차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소하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께서 대선공약으로 여성부를 만들었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여성가족부로 그 역할을 확대시켰습니다.

여러모로 격차는 해소됐지만 아직 남은 과제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보수 세력이라도 이를 부정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한편 일부 남성이 역차별과 함께 여성가족부의 서투른 행태를 문제 삼기도 합니다. 여성가족부의 구성원들이 특정 집단으로 편향돼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습니다. 일선에서는 업무 중복으로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저도 그 문제의식에는 일부 공감합니다.

선별복지? 보편복지? 의견 갈려
공수처 폐지 두고도 ‘갑론을박’

그러나 폐지 그 자체가 정답은 아니기 때문에 여성가족부가 가진 묵은 문제점을 해소하고 효율적으로 성평등 업무를 관장하기 위한 양성평등가족부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원) 여성가족부는 폐지돼야 합니다. 그동안 중요한 사건들에서 논란만 증폭시키는 행태를 보이는 등 양성평등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정책 중심인 기존의 타 부처와는 다르게 여성가족부는 대상 중심(여성, 청소년 등)이기 때문에 정책사업 중복이 많으며, 여가부 소관법의 포괄 범위가 주요 부처의 소관 범위를 벗어나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실질적 권한이 적어 예산사업 운영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중장년 여성은 직장 내 성차별을 경험한 세대입니다. 그러나 현재 성차별, 성희롱, 성추행은 과거와 달리 남녀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권력형 성범죄이기 때문에 여가부에서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처럼 여성가족부 업무를 기존의 타 부처를 중심으로 재편하거나 통합함으로써 업무를 효율화하고, 근본적으로 평등 의식,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 및 청소년 안전을 도모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선별복지와 보편복지, 이에 대한 양 선대위의 입장은?

▲(우) 선별이냐, 보편이냐가 아니라 어떤 영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복지에 접근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지 따져서 실행하는 것이 바로 이 후보의 철학입니다. 현대 국가에서 필요한 복지의 영역은 굉장히 넓고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라는 국민들의 요구는 점점 증대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한 만큼 복지 역시 여타 선진국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입니다. 

다만 윤 후보 측에서 주장하는 작은 정부 기반의 선별복지는 코로나 위기 이후 크게 증가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듭니다. 더구나 선별작업을 위해 소요되는 행정적 비용이 무시 못할 수준이라는 것은 항상 간과합니다. 윤 후보가 과연 코로나 이후 복지 수요 증대라는 과제에 대한 합리적 해법을 갖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원) 이 후보가 주장하는 보편복지의 핵심은 “보편적 현금복지”입니다. 기본소득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보편적 국가를 표방하는 어떤 선진 복지국가의 정당도 기본소득과 같은 무조건적 현금복지를 대표 정책으로 내세운 바 없습니다.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현금복지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데 비해, 경제나 복지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부족합니다.

“복지? 효과적이고 효율적인지 따져야”
“전 국민에게 보편적 사회서비스 보장”

윤석열정부는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사회 서비스를 보장해 삶의 질을 높이고, 현금복지는 취약계층에게 촘촘하고 두껍게 제공하는 것’을 복지정책의 핵심으로 제시했습니다. 국민적 필요도가 높은 사회 서비스를 고도화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할 것입니다. 전 국민이 필요로 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큰 생산적 사회 서비스 복지를 확대하겠습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서로의 평가는?

▲(우) 부동산 가격 폭등의 주 원인 중 하나는 시장에 매물이 잠기고, 매물을 다수 점유한 이들이 수요자들의 심리를 자극하며 가격을 임의로 조정하는 데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부동산에 대한 방향은 살 집 이외의 부동산을 소유해봐야 이득을 볼 것이 없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렇다면 부동산을 다수 점유한 이들이 시장에 매물을 풀도록 유도를 해야 할 테니 거래세에 대한 부담을 줄이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윤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 측이 전통적으로 부동산 투기 세력의 이익을 대변해왔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끊임없이 종합부동산세의 무력화를 시도해왔고, 부동산 관련 세제를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원) 이 후보의 부동산세제 개선안은 단기·지엽적인 데 반해 윤 후보는 부동산세제의 종합·근본적 개편을 모색합니다. 이 후보는 보유세 과표인 공시가격을 한시적으로 동결하자고 제안하면서 국토보유세(토지이익배당제)를 도입해 보유세 부담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모순된 입장을 보입니다.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1년까지만 배제한 후 다시 중과세 하겠다는 입장인 셈입니다. 

“살 집 이외 부동산 소유 불리하게”
“비정상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 추진”

반면 윤 후보는 부동산세제의 종합·근본적 개편을 모색하려는 것입니다. 종부세는 참여정부 시절 보유세를 전반적으로 높이는 대신 소수의 고액 부동산 보유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올리기 위해 도입된, 세계 어디에도 없는 불완전한 부유세에 불과합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종부세를 바로잡기 위해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을 추진하고 보유세 전체 부담을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하려는 게 골자입니다. 

-로스쿨 존속과 폐지에 대한 선대위 의견은?

▲(우) 이미 사회적으로 정착된 로스쿨 제도를 폐지하거나 무력화시킬 필요는 없고, 그럴 계획도 없지만 시행 과정에서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난 이상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사법시험 폐지로 인해 사회계층 이동 사다리가 사라진 것이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크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현재 로스쿨은 대학원 형태로서 대학 문을 통과해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업료를 감당할 수 있는 이들만 진입할 수 있게 돼있습니다. 사법시험은 학력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과거 노 전 대통령이나 이 후보의 경우처럼 극빈층 출신이라도 능력이 있다면 계층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주는 효과가 분명히 있습니다.

이 후보 역시 이에 주목해서 사법시험의 일부 부활을 공약한 것입니다.  

▲(원) 저는 사법시험 부활과 예비시험 도입 주장은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의 문을 넓히는 것이 사법시험 부활보다 효과적인 셈입니다. 사법고시는 폐지되기 직전 7년간 고졸 합격자가 단 한 명도 없었고 일본에서 시행 중인 예비시험도 사회적 취약계층의 희망 사다리가 아니라 명문 법대 졸업생들의 패스트트랙에 불과했습니다.

사법시험(예비시험 포함) 부활 시 사교육 등 부모 지원을 잘 받은 명문대 출신이 주류를 이루고 개천에서 용나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입니다. 로스쿨 제도가 현대에서는 계층 사다리 역할에 더 적합합니다. 로스쿨은 신입생 7% 이상 경제·사회·신체적 배려 특별전형으로 뽑기 때문에 취약계층이 변호사가 되는 데 사법시험보다 더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좀 더 두툼하고 탄탄한 장학제도를 만들어 경제적 이유로 로스쿨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고, 다양한 사회경력자 특별전형을 보강해 일하면서도 로스쿨을 병행할 수 있는 온라인 로스쿨·야간 로스쿨 등 다양한 유형의 로스쿨 도입이 필요합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양 선대위의 입장은?

▲(우) 우리나라는 원전 숫자도 많고 밀집도도 높습니다. 그런데 최근 원전이 많이 위치한 영남 지역에서 지진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원전의 위험성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사례에서 충분히 드러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전력 수요를 감안하면 당장 가동되는 원전들을 정지시키는 것은 무리고, 매몰 비용 측면에서 건설 중인 원전들을 (건설)중단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일단 있는 것은 쓰되 최대한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이 후보의 입장입니다. 

윤 후보는 탈원전을 폐기하고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는 입장인 것으로 아는데, 전력 수요의 대부분은 수도권입니다. 원전을 추가로 어디에 건설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수도권은 아닐 것입니다. 수도권의 편리를 위해 계속 지방이 위험을 떠안는 문제에 대한 것부터 윤 후보는 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원) 문정부는 이념을 앞세운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의 정상적 가동을 무리하게 억제하고 보급 위주로만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왔습니다. 그 결과 원전의 이용률이 대폭 감소했고 이에 따라 석탄,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화력발전이 늘어나 온실가스 증가와 10조원에 육박하는 LNG 수입 비용 증대를 초래했습니다. 

윤 후보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 후, 과학기술과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수립하고, 원전산업 생태계와 경쟁력을 회복시킬 것입니다. 화석연료 탄소에너지를 단계적으로 감축할 예정입니다. 

친환경·탈탄소 에너지원으로서 글로벌 산업생태계 회복이 기대되는 원자력을 적극 활용하며, 태양광·해상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역할도 증대시켜 갈 것입니다. 탈원전으로 붕괴된 원전 공급망 및 산업기반을 세우고, 가동 원전의 안전 및 수출 경쟁력 상실 상황에서 속히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비경제성, 환경 훼손 등을 최소화하며 원자력과 조화로운 운용을 추구하는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강국 지위를 회복해 청정 전력 공급, 원전 수출 및 고급 일자리를 확대함으로써 경제와 환경을 살리는 원자력 정책을 추진하겠습니다.

-정부의 코로나 방역 지침을 평가한다면? 거리두기 완화는?

▲(우) 코로나 방역은 전 세계적으로 칭송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과 전파 양상 변화, 국민적인 피로감 등으로 이제는 한계에 봉착한 것이 사실입니다. 현장 의료진의 대응 능력은 한계를 넘은 지 오래입니다. 

전파력은 강하지만 치명률은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됐고, 백신 접종률도 필요한 수준에 이른 만큼 코로나를 독감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대두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방역 당국이 전문가들의 분석과 목소리를 신중하게 검토해서 판단해주길 바랍니다. 

“코로나19 K-방역 전 세계 칭송”
“필수적인 거리두기 강화할 것”

▲(원) 문정부의 방역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코로나19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는 지금까지 변이가 다섯 차례 발생했습니다. 변이에 따라 질병 특성이 달라지는데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과 활용이 더욱 중요합니다.

문정부는 마스크 착용을 유지할 수 있는 시설과 그렇지 않는 시설에 대해 차등을 두는 것이 당연하나 일률적으로만 적용했습니다. 또 백신 확보가 미진했던 문정부는 OECD 38개 국가 중 가장 늦게 접종을 시작했습니다.

향후 대선에서 승리한 뒤 출범하게 될 윤석열정부는 신종 감염병 방역에 있어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과학적 방역을 실시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필수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외해 민생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겠다고 약속드립니다. 

-검찰과 공수처 개편에 대한 양 선대위의 의견은? 

▲(우) 윤 후보의 방안은 사실상 공수처를 무력화시키고 검찰 권력을 개혁 이전 시점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입니다. 실로 검찰주의자다운 발상입니다. 공수처는 법조계에서 오랫동안 역할과 위상이 논의돼왔고 그 목표 또한 뚜렷합니다. 출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공수처를 뒤흔드는 이유는 검찰공화국 건설 말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윤 후보는 검찰의 비리를 검찰 스스로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의 검찰공무원 기소율은 0.1%입니다. 반면 일반 국민의 기소율은 40%입니다. 검찰 눈에는 검찰이 400배 존귀하다는 뜻입니다. 공수처 무력화는 이런 검찰에 대한 견제장치를 없애겠다는 선언입니다. 

▲(원)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설치된 공수처가 고위공직자의 비위를 엄정하게 수사하지 못하고 특정 후보자에 대한 편향적인 수사로 공정성을 상실했습니다. 최근 있었던 야당 의원에 대한 무차별적 통신 조회 등 불법사찰 시비, 수사능력 부족, 과잉 수사, 수사역량 부족 문제 등으로 공수처 폐지 여론이 높은 상태입니다.

공수처 출범 이후 1년간 구속과 기소 모두 0건입니다. 특히 공수처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규정한 독소조항 때문에 공수처가 검경의 내사, 수사 첩보를 이관받아 수사를 무력화할 수 있는 등 선택적 수사가 가능해졌습니다. 

윤 후보는 검찰과 경찰도 공수처와 함께 고위공직자 부패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공수처 자체 수사역량 강화를 통해 진정한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기관으로 환골탈태할 예정입니다. 공수처가 지금처럼 야당 의원에 대한 통신 감찰을 감행하는 등 정치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폐지를 추진하겠습니다. 

정인균 기자(ingyun@ilyosisa.co.kr)
차철우 기자(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우상호-원희룡, 닮은 듯 다른 정치 인생

선대위 실세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총괄본부장과 국민의힘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386세대 대표 정치인들로 모두 과거 운동권 출신이다.

과거 우 본부장은 학생 운동을 했고, 원 본부장은 노동운동을 한 바 있다. 

두 인물은 당내에서 스피커 역할도 도맡아 한다.

나이는 원 본부장이 어리지만 의정활동은 먼저 시작했다.

3선 의원을 지냈을 만큼 당내에서 무게감도 가진다. 서로 비슷한 점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 본부장과 원 본부장의 색깔은 확실히 다르다. 과거에도 서로 다른 생각을 밝혔다.

두 인물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86세대에 대한 의견을 두고 생각이 엇갈렸다.

우 본부장의 경우 386세대가 실패했지만 자리만 비켜주면 젊은 정치인이 들어오는 게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원 본부장은 386세대에 대한 전면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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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