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된 문의 남자들 백태

적폐 청산한다더니…한술 더 떴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유권자들은 매 선거철마다 누구에게 권력을 맡길지 고심하며 투표한다. 누가 착한 정치인이고 누가 나쁜 정치인인지 잘 가려내는 게 성숙한 유권자의 자세다. 그러나, 이 과정이 너무 어려운 모양이다. 그동안 유권자들은 한 번도 착한 정치인에게 대권을 맡기는 일을 성공한 적이 없다.

정권교체 후 감옥에 가는 ‘지난 권력’을 보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권력이 끝나면 늘 과거 비리에 대한 심판론이 불거졌고 그들 중 대부분은 구속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았다.이로 인해 감옥에 간 전 청와대 인사들만 수십명에 이른다.

청와대

그 수십명 중에는 전직 대통령도 있었다.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모든 전직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를 받아 형을 살거나,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특히 이번 정권 기간에는 전직 대통령만 두 명이 교도소에 수감돼 군부정권 재판 이후로 가장 많은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진풍경이 그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 청산’이라는 키워드로 지난 대선 운동을 진행한 바 있다.


그는 본인이 대통령이 되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 그전에 있던 모든 비리를 엄단해 척결할 것을 슬로건으로 내세웠고, 국민들은 그런 그를 열렬히 지지해줬다.

국정 농단 사건에 크게 실망한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도덕적 문제가 없어 보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에게 표를 준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정부는 임기 직후 도덕성에서만큼은 실망을 주지 않은 정부라 평가를 받아왔다. 문정부 출범 후 매해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도덕성 항목이 늘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그 평가는 조국 전 장관 사건 이후로 급반전됐다. 이른바 ‘조국 사태’라 불리는 조 전 장관 일가의 비위 의혹은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서 물러난 후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며 불거졌다. 조 전 장관은 본인을 포함해 배우자와 자녀들의 각종 비위 의혹이 불거지며 연일 매스컴을 장식했다.

조 전 장관 본인만 해도 공직자 윤리법,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총 11개 범죄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됐다.

딸 조민씨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부정입학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배우자 정경심씨는 조씨의 부정입학에 대한 관여와 부가가치세 탈세 혐의를 받고 기소됐다.

문정부의 상징과도 같던 조 전 장관의 추락은 공정할 것이라 믿었던 문정부 지지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이는 문정부 관료들의 ‘기소 퍼레이드’ 단편에 불과하다.

지난 5년 동안 문정부에서 검찰에 기소당한 관료들 수는 무려 12명이나 된다. 단일 정부로는 가장 많은 숫자다. 문정권에서 단일 비리로 검찰에 처음 기소된 관료는 전병헌 전 정무수석이다. 

문정부 관료 13명 기소 ‘역대 최다’
야 “정권 유지 위해 권력 남용 결과”

그는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및 한국 e스포츠협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할 당시 대기업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롯데 홈쇼핑과 GS홈쇼핑, KT로부터 각각 3억원과 1억5000만원, 1억원 등 총 5억5000만원을 받아 e스포츠협회에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기획재정부를 압박해 약 20억원의 예산이 배정되게 한 혐의와 허위 급여 지급으로 1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긴 재판 끝에 지난해 3월 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주며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전 전 수석을 비롯해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으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를 받아 각각 기소됐다.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신미숙 전 균형인사 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은 직무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현재 청와대에서 근무 중인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받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로부터 불구속 기소당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선거개입’ ‘감찰 무마’ ‘뇌물’은 전형적인 부패 범죄다.결국 정권교체 및 유지를 위해 무리하게 권력을 행사하다 보니 나오는 사고들”이라며 “선거개입과 감찰 무마는 정권의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 벌어진 문제라고 보인다. 결국 국민을 위한다는 생각보다는 정권 유지 수단으로 권한을 남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권력을 이용해 선거에 개입하거나 감찰을 무마시키려는 시도 자체가 “‘적폐 청산’이라는 키워드로 당선된 정권이 해서는 안 될 이율배반적인 행태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는 아직 범죄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검찰이 현직 청와대 관료를 기소한 데에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정확히 누가 어떤 죄명으로 기소됐는지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태”라며 “각각의 사안이 달라서 뭐라 입장을 내기 곤란하다. 청와대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잔혹사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호기롭게 등장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가장 많은 비리 혐의가 터져 나온 꼴이 됐다. 대부분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아 범죄가 입증되진 않았지만, 문정부를 믿었던 지지자들의 배신감은 이미 커져 있다.
 

<ingyu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