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민주' 초고속 합당 속사정

번갯불에 콩 볶듯 뭐가 그리 급해서…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야합이 시작된 걸까. 열린민주당이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에 흡수 통합됐다. 이번 합당을 두고 이런저런 해석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양당이 발표한 합의안이 눈에 띈다. 합의안에는 파격적인 조건들이 명시돼있어 더불어민주당 측이 많이 양보한 합당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속사정은 다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합당에 합의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여권 대통합을 외친 지 두 달 만의 일이다.

이합집산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짧은 회동을 한 뒤 합의문을 공개하고 서명식을 진행했다. 양당은 각자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곧 최종 합당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열린민주당은 2020년 3월8일 창당한 신생 정당이다.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전 의원이 의기투합해 만든 친문(친 문재인), 사회자유주의 성향의 정당으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당선자를 배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민주당이 띠는 중도 성향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왔으며, 민주주의 가치의 선명성을 더욱 강력히 강조하면서 민주당과 차별화된 노선을 선언했다.


유권자들은 이들의 출범 소식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친노(친 노무현)·친문 성향 이미지의 정당은 민주당 성골 지지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아 2020년 총선 초기 돌풍을 예고했다.

그러나, 막판 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게 표를 많이 뺏겨 당초 예상했던 6~8석에 못 미친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창당한 지 1년9개월이 지난 지금, 양당은 한솥밥을 먹게 됐다. 당초 결을 달리했던 이념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여기에는 열린민주당 측의 몇 가지 요구 조건들이 붙었다. 

양당의 합의안에는 ▲비례 국회의원 등 열린 공천제 ▲국회의원 3선 초과 제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등을 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추진하기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해당 위원회는 각 당이 5대5로 참여해 공정하게 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수사권 폐지 ▲포털의 뉴스 편집·배열 금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등 의제에도 법제화하기로 합의했다. 

개혁에 중점을 둔 열린민주당의 요구사항인 만큼 파격적인 조건이 많다. 그중 눈에 띄는 건 국회의원 3선 초과 제한이다.


만일 이 합의안이 그대로 인용된다면,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민주당의 중진 의원들이 많다. 같은 지역구에서 3선 이상을 한 의원이 많기 때문이다.

4선의 안규백 의원은 비례대표 생활을 거친 뒤, 동대문구갑 지역구에서만 내리 3선을 했고, 안민석 의원은 경기도 오산시에서만 5선을 했다.

이외에도 우상호, 우원식, 유기홍, 윤호중, 이인영, 전해철, 홍영표 의원 등은 모두 같은 지역구에서 3선 이상한 인물들이다. 3선 초과 제한이 통과된다면, 이들은 모두 다음 총선에 출마할 수 없다.

‘흡수 통합’ 두고 해석 난무
합의안 파격적인 조건 보니…

이해 당사자인 3선의 우상호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이미 불출마 선언을 했기 때문에 상관 없다(웃음)”며 “나는 선수에 관심 없는 사람이지만, 이 합의안이 지금부터 소급해 적용하겠다는 취지도 포함돼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 설명에 따르면, 개혁안이 당 차원에서 통과가 되더라도, 통과되는 시점부터 3선 의원에게 적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미 5선인 안민석 의원은 8선까지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것이다. 

합의문이 공개되며 열린민주당이 합당을 합의한 데에는 이 같은 요구 조건들을 민주당이 수용했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사실 이 조건들은 선결조건이 아니다. 실제로 진행되지 않더라도 양당이 합당하는 데는 변함이 없다.

우 의원은 “합의안이 실제로 이행될지는 모르는 것이다. 정치개혁특위를 만들어 거기서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며 “취지 자체에는 양당 모두 동의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정치개혁 특위로 공이 넘어간 상황이다. 아직 확정된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고 전했다.

한편, 열린민주당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합의안보다는 2022년 대선이 합당에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합당을 했던 열린민주당의 입장은 대선을 함께 치르자는 데 큰 중점을 뒀다”며 “열린민주당은 지난 가을부터 이번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다가 대선후보를 따로 내는 것보다는 민주 진영의 후보를 도와주자는 데 당원들끼리 합의를 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9~10월부터 이런 합의가 이루어졌고, 합당에 대한 내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 쯤 민주당에서 손을 내밀어 맞잡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어 “1월에 최종 합당이 마무리되면 ‘열린 캠프’라는 공간을 만들어 열린민주당 기존 당원들이 소외받지 않고 함께 대선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의안에 명시된 조건들이 이행되지 않아도 합당에는 변함이 없다는 말에 그 역시 동의했다.

이번 합당을 두고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 역시 나온다.

안으로는 “지금은 지지층을 결집할 때가 아니라 중도층으로 확장해야 할 때인데, 열린민주당 같이 급진적인 당과 통합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고, 밖으로는 “대선 승리를 위한 뻔한 야합”이라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온다.

야합?

그럴듯한 합의문의 명분이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은 그냥 양당이 합당해 대선을 치르자는 뻔한 스토리가 아니냐는 것이다. 큰 변수가 없으면 양 민주당은 이달 말쯤에 공식적으로 합당할 예정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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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