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12 17: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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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의 언론탄압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을 거쳐 지난 참여정부시절 방송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던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번 19대 국회에서 언론공정성 확보 투쟁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 20여년 동안 언론개혁운동에 투신해 왔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그의 목표는 또다시 '언론정상화'가 됐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문제만큼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최 의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이 속해있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는 이번 19대 국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임위 중 하나다. 올해 초 공영방송 3사가 언론탄압을 이유로 동시에 파업을 하는 유래 없는 일이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파업에 참여한 언론인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공영방송사 사장에 자신의 측근들을 임명하고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내용의 프로그램 제작을 막아왔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언론재단에서 현직기자 6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5.2%는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주요인으로 '이명박 정부와 정치권력'을 지목했다.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언론정상화' 문제는 무엇보다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반평생을 언론개혁운동에 투신하다 19대 국회에 입성한 최 의원에게 국민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다음은 최 의원과의 일문일답.

- 언론인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동기는?

▲ 지난 1985년 월간<말>지 1호 기자로 언론계 활동을 시작했다. <말>지는 해직언론인들의 단체인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구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이하 민언련)의 기관지였다. 이후 20여 년 동안 언론개혁운동을 하며 정치권과 인연이 닿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문성근 상임고문과 야권통합운동을 시작했는데, 정치를 하려고 시작했다기보다 야권통합운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 속에 내가 있었다. 민주통합당 초대 최고위원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 국회의원이 된 후 일상생활에 찾아온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 재선이상 의원들은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신기하게 여유가 있어 보여 부럽다. 나는 초선이다 보니 하루하루 빈틈없이 짜여진 일정들을 소화하려면 늘 긴장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 심신은 고달프지만 보람을 느낀다.

- 언론개혁운동에 투신하게 된 이유는?

▲ 대학시절 학내시위 주동으로 잠깐 감옥에 갔다 온 뒤 민언련에 <말>지 1호 기자 겸 간사로 들어갔다. 민주민중운동 현장을 누비며 르포와 인터뷰 기사를 많이 썼다. <말>지 창간호 '어느 목동아줌마의 서울 행적'을 쓰기 위해 철거 중인 목동마을에 한 달 정도 살다시피 했다. 대우자동차 파업을 취재하기 위해 대우자동차 주변을 돌다가 운 좋게 파업관련 사진을 입수한 일도 있다. 제도권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민중적 현실을 알리는 일이 좋았다. 이후 민언련 총무, 사무국장, 사무총장, 상임대표를 맡으며 20여년 동안 일했다. 언론민주화는 사회민주화의 밑거름이다. 언론이 정상화되어야 나라가 정상화된다. 해직언론인들이 만든 민언련은 기품 있게 원칙을 지키며 언론운동을 하는 곳이었다. 해직선배들의 그런 모습이 좋았다.

- 정치에 입문한 후 직접 느낀 언론의 문제점이 있다면?

▲ 정치인들은 기자들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좋은 소통은 서로를 성숙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언론이 '정파적 입장'에 매몰되어 언론 본연의 자세를 잃은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언론이 좀 더 객관적으로 사실에 기초해 보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비판은 사실에 기초해야 가치가 있다.

- 문방위 위원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논란이 주요 쟁점인데 실제로 심각한 수준인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 이명박 정권은 보수언론의 비호아래 탄생했고 방송장악으로 유지되는 정권이라고 본다. 정권초기 방송장악을 위해 KBS 정연주 사장을 무리하게 쫓아냈는데, 정 사장이 이후 관련 소송에서 모두 이겼다.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무척 부끄러운 일인데 이 정권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다. 국민들도 공영방송의 불공정보도 실상을 이미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MBC 김재철 사장의 경우 사생활관련 의혹, 법인카드 횡령 의혹 등 수많은 의혹을 받고 있음에도 건재하다. 문방위가 열리면 우리당은 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 이번 국감 때도 벼르고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앞으로 대응해 나가겠다.

- 참여정부 시절 방송위원회 부위원장과 위원장 직무대행을 역임했다. 그 당시에도 언론탄압 논란이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와 비교한다면?

▲ 혹시 참여정부 말 취재선진화시스템 관련 논란을 말하는 것인가? 그것은 언론탄압이 아니다. 방송위원회에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보도나 방송프로그램과 관련해 '협조요청' 한 일이 없다. 심지어 이명박 정권은 <PD수첩> 작가들까지 해고하는 지경인데, 민주정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황우석 관련 보도, FTA관련 비판 보도도 공영방송을 통해 모두 국민에게 전달됐다. 해당 PD들이 불이익을 당한 일도 없다.
현 정권은 물타기에 능하다. 자신들의 잘못이 지적되면 인정하고 고치려하기 보다 "이전 정권도 그랬다"는 식으로 나온다. 이게 정치가 퇴행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다.

언론개혁에 반평생 투신 "아직도 목표는 언론정상화"

- 종편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른 보완책은 생각해볼 수 없는가?

▲ 나는 모든 방송을 재허가 심사할 때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종편은 재편방송이라고 불린다. 편파불공정보도 시비도 자주 벌어진다. 외주제작사들에 대해 매우 불친절하다. 무조건 종편을 다 폐지하자는 입장은 아니다. 원칙에 따라 엄격히 심사해 살아남는다면 어쩔 수 없는 거다. 다만 지금과 같은 행태라면 몇 개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최근 "MBC로부터 사주를 받았느냐"는 취지로 김을동 의원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냈다가 김 의원 측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당시 발언의 근거는 무엇인가?

▲ 동료의원에게 '사주를 받았냐'는 표현이 거칠었다면 그건 인정하고 표현을 순화시키도록 애쓰겠다. 하지만 MBC가 심지어 타당 의원 발언에 반대하는 여당의원의 판넬 완성본까지 삽시간에 만들어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MBC는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의 생명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에 있다. 그런데 여당의원에게 판넬을 만들어주고, 여당의원과 똑같은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민주당도 최근 공천헌금 문제로 곤혹을 겪고 있는데 본인이 직접 경험한 공천과정은 어땠나?

▲ 현재 라디오21 양경숙씨와 관련된 의혹은 결과가 없다. 돈을 낸 사람 모두 1차 비례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해 민주당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과정은 깨끗했다. 비례공천을 받는데 '금전'을 내야한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우리당 비례의원들은 물질적으로 넉넉한 분들도 거의 없지만 능력이나 전문성이 출중해 어디 내놓아도 아까운 분들이라고 자부한다. 물론 공천과정에서 갈등은 있었지만 원래 민주주의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토론하는 것 아닌가? 조용한 공천이 더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새누리당 공천뇌물 사건이 터진 것 아닐까?

민주당 공천과정은 깨끗 "검찰 명예훼손 중단해야"

- 미디어렙 법안 처리를 미룰 것을 강력하게 주장해 총선 당시 지역방송협의회가 최 의원의 비례대표 추천을 적극 반대했다. 당시 그러한 주장을 한 이유는?


▲ 내 주장은 단순하다. 코바코체제에서 바로 완전경쟁체제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방통위가 미디어렙과 방송사 간 교통정리에 애를 먹고 있다. 문제는 SBS 민영렙으로 광고취약매체들이 귀속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 신뢰할 만한 공영렙에 귀속되고 싶어 한다. 만일 1공 1민으로 가고 SBS렙이 아니라 1민영렙이 만들어 졌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거다. 어떤 분들이 내 뜻을 곡해하고 나를 음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도 올해 초 만들어진 미디어렙은 문제가 많아 개정해야한다고 생각한다. 1공1민, 종편의 1민 귀속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국회 입성 후 다양한 법안 발의와 활발한 상임위 활동을 펼쳐온 것으로 안다.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활동은 무엇인가?

▲ 아직 자부심 느낄 단계는 아니다. 그냥 열심히 하려고 애쓴다. 아직 후원계좌도 열지 않았다. 연말까지 열심히 해보고 과연 내 의정활동이 후원받을 만한 것인가 판단 해보려 한다. 문방위는 내겐 익숙한 상임위라 다행이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게 자부심이라면 자부심이다.

- 가장 중점적으로 해결할 현안, 법안발의 등은 무엇인가?

▲ 올해에는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을 잘 만들어보고 싶다. 방통위 구조개혁, 방통심의위 개선, 미디어교육 지원 관련 법안도 만들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여론다양성이 보장되는 민주적 공론장을 만드는 게 목표다. 늘 하던 일인데 법안으로 제도화하는 게 국회의원의 몫이 아닐까 싶다.

- 앞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 1984년 12월19일 민언협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언론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참여정부 시절 방송위원회에 들어갔을 때에도 목표는 같았다. 국회에 들어왔다고 그 목표가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문화와 방송통신이 융합되는 미디어환경에 맞는 법과 제도가 필요할 거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해도 미디어의 존재이유는 '소통'과 '민주적 공론장'에 있다. 목표는 여전히 '언론정상화'다. 국회에 들어온 목표가 있으니까 목표를 실천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최민희 의원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교 사학학사

▲ 월간 <말> 기자

▲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 언론개혁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 제3기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 국민의 명령 대외협력위원장

▲ 제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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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