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12 17: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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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의 언론탄압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을 거쳐 지난 참여정부시절 방송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던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번 19대 국회에서 언론공정성 확보 투쟁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 20여년 동안 언론개혁운동에 투신해 왔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그의 목표는 또다시 '언론정상화'가 됐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문제만큼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최 의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이 속해있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는 이번 19대 국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임위 중 하나다. 올해 초 공영방송 3사가 언론탄압을 이유로 동시에 파업을 하는 유래 없는 일이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파업에 참여한 언론인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공영방송사 사장에 자신의 측근들을 임명하고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내용의 프로그램 제작을 막아왔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언론재단에서 현직기자 6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5.2%는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주요인으로 '이명박 정부와 정치권력'을 지목했다.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언론정상화' 문제는 무엇보다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반평생을 언론개혁운동에 투신하다 19대 국회에 입성한 최 의원에게 국민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다음은 최 의원과의 일문일답.

- 언론인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동기는?

▲ 지난 1985년 월간<말>지 1호 기자로 언론계 활동을 시작했다. <말>지는 해직언론인들의 단체인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구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이하 민언련)의 기관지였다. 이후 20여 년 동안 언론개혁운동을 하며 정치권과 인연이 닿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문성근 상임고문과 야권통합운동을 시작했는데, 정치를 하려고 시작했다기보다 야권통합운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 속에 내가 있었다. 민주통합당 초대 최고위원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 국회의원이 된 후 일상생활에 찾아온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 재선이상 의원들은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신기하게 여유가 있어 보여 부럽다. 나는 초선이다 보니 하루하루 빈틈없이 짜여진 일정들을 소화하려면 늘 긴장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 심신은 고달프지만 보람을 느낀다.

- 언론개혁운동에 투신하게 된 이유는?

▲ 대학시절 학내시위 주동으로 잠깐 감옥에 갔다 온 뒤 민언련에 <말>지 1호 기자 겸 간사로 들어갔다. 민주민중운동 현장을 누비며 르포와 인터뷰 기사를 많이 썼다. <말>지 창간호 '어느 목동아줌마의 서울 행적'을 쓰기 위해 철거 중인 목동마을에 한 달 정도 살다시피 했다. 대우자동차 파업을 취재하기 위해 대우자동차 주변을 돌다가 운 좋게 파업관련 사진을 입수한 일도 있다. 제도권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민중적 현실을 알리는 일이 좋았다. 이후 민언련 총무, 사무국장, 사무총장, 상임대표를 맡으며 20여년 동안 일했다. 언론민주화는 사회민주화의 밑거름이다. 언론이 정상화되어야 나라가 정상화된다. 해직언론인들이 만든 민언련은 기품 있게 원칙을 지키며 언론운동을 하는 곳이었다. 해직선배들의 그런 모습이 좋았다.

- 정치에 입문한 후 직접 느낀 언론의 문제점이 있다면?

▲ 정치인들은 기자들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좋은 소통은 서로를 성숙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언론이 '정파적 입장'에 매몰되어 언론 본연의 자세를 잃은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언론이 좀 더 객관적으로 사실에 기초해 보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비판은 사실에 기초해야 가치가 있다.

- 문방위 위원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논란이 주요 쟁점인데 실제로 심각한 수준인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 이명박 정권은 보수언론의 비호아래 탄생했고 방송장악으로 유지되는 정권이라고 본다. 정권초기 방송장악을 위해 KBS 정연주 사장을 무리하게 쫓아냈는데, 정 사장이 이후 관련 소송에서 모두 이겼다.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무척 부끄러운 일인데 이 정권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다. 국민들도 공영방송의 불공정보도 실상을 이미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MBC 김재철 사장의 경우 사생활관련 의혹, 법인카드 횡령 의혹 등 수많은 의혹을 받고 있음에도 건재하다. 문방위가 열리면 우리당은 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 이번 국감 때도 벼르고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앞으로 대응해 나가겠다.

- 참여정부 시절 방송위원회 부위원장과 위원장 직무대행을 역임했다. 그 당시에도 언론탄압 논란이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와 비교한다면?

▲ 혹시 참여정부 말 취재선진화시스템 관련 논란을 말하는 것인가? 그것은 언론탄압이 아니다. 방송위원회에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보도나 방송프로그램과 관련해 '협조요청' 한 일이 없다. 심지어 이명박 정권은 <PD수첩> 작가들까지 해고하는 지경인데, 민주정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황우석 관련 보도, FTA관련 비판 보도도 공영방송을 통해 모두 국민에게 전달됐다. 해당 PD들이 불이익을 당한 일도 없다.
현 정권은 물타기에 능하다. 자신들의 잘못이 지적되면 인정하고 고치려하기 보다 "이전 정권도 그랬다"는 식으로 나온다. 이게 정치가 퇴행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다.

언론개혁에 반평생 투신 "아직도 목표는 언론정상화"

- 종편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른 보완책은 생각해볼 수 없는가?

▲ 나는 모든 방송을 재허가 심사할 때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종편은 재편방송이라고 불린다. 편파불공정보도 시비도 자주 벌어진다. 외주제작사들에 대해 매우 불친절하다. 무조건 종편을 다 폐지하자는 입장은 아니다. 원칙에 따라 엄격히 심사해 살아남는다면 어쩔 수 없는 거다. 다만 지금과 같은 행태라면 몇 개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최근 "MBC로부터 사주를 받았느냐"는 취지로 김을동 의원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냈다가 김 의원 측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당시 발언의 근거는 무엇인가?

▲ 동료의원에게 '사주를 받았냐'는 표현이 거칠었다면 그건 인정하고 표현을 순화시키도록 애쓰겠다. 하지만 MBC가 심지어 타당 의원 발언에 반대하는 여당의원의 판넬 완성본까지 삽시간에 만들어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MBC는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의 생명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에 있다. 그런데 여당의원에게 판넬을 만들어주고, 여당의원과 똑같은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민주당도 최근 공천헌금 문제로 곤혹을 겪고 있는데 본인이 직접 경험한 공천과정은 어땠나?

▲ 현재 라디오21 양경숙씨와 관련된 의혹은 결과가 없다. 돈을 낸 사람 모두 1차 비례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해 민주당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과정은 깨끗했다. 비례공천을 받는데 '금전'을 내야한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우리당 비례의원들은 물질적으로 넉넉한 분들도 거의 없지만 능력이나 전문성이 출중해 어디 내놓아도 아까운 분들이라고 자부한다. 물론 공천과정에서 갈등은 있었지만 원래 민주주의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토론하는 것 아닌가? 조용한 공천이 더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새누리당 공천뇌물 사건이 터진 것 아닐까?

민주당 공천과정은 깨끗 "검찰 명예훼손 중단해야"

- 미디어렙 법안 처리를 미룰 것을 강력하게 주장해 총선 당시 지역방송협의회가 최 의원의 비례대표 추천을 적극 반대했다. 당시 그러한 주장을 한 이유는?


▲ 내 주장은 단순하다. 코바코체제에서 바로 완전경쟁체제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방통위가 미디어렙과 방송사 간 교통정리에 애를 먹고 있다. 문제는 SBS 민영렙으로 광고취약매체들이 귀속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 신뢰할 만한 공영렙에 귀속되고 싶어 한다. 만일 1공 1민으로 가고 SBS렙이 아니라 1민영렙이 만들어 졌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거다. 어떤 분들이 내 뜻을 곡해하고 나를 음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도 올해 초 만들어진 미디어렙은 문제가 많아 개정해야한다고 생각한다. 1공1민, 종편의 1민 귀속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국회 입성 후 다양한 법안 발의와 활발한 상임위 활동을 펼쳐온 것으로 안다.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활동은 무엇인가?

▲ 아직 자부심 느낄 단계는 아니다. 그냥 열심히 하려고 애쓴다. 아직 후원계좌도 열지 않았다. 연말까지 열심히 해보고 과연 내 의정활동이 후원받을 만한 것인가 판단 해보려 한다. 문방위는 내겐 익숙한 상임위라 다행이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게 자부심이라면 자부심이다.

- 가장 중점적으로 해결할 현안, 법안발의 등은 무엇인가?

▲ 올해에는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을 잘 만들어보고 싶다. 방통위 구조개혁, 방통심의위 개선, 미디어교육 지원 관련 법안도 만들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여론다양성이 보장되는 민주적 공론장을 만드는 게 목표다. 늘 하던 일인데 법안으로 제도화하는 게 국회의원의 몫이 아닐까 싶다.

- 앞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 1984년 12월19일 민언협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언론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참여정부 시절 방송위원회에 들어갔을 때에도 목표는 같았다. 국회에 들어왔다고 그 목표가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문화와 방송통신이 융합되는 미디어환경에 맞는 법과 제도가 필요할 거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해도 미디어의 존재이유는 '소통'과 '민주적 공론장'에 있다. 목표는 여전히 '언론정상화'다. 국회에 들어온 목표가 있으니까 목표를 실천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최민희 의원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교 사학학사

▲ 월간 <말> 기자

▲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 언론개혁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 제3기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 국민의 명령 대외협력위원장

▲ 제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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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