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프랜차이즈 태권도 추가 피해담

미국서 온 편지 “나도 당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요시사>에서 태권도 사기 피해 보도가 나간 후 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제보가 쏟아졌다. 피해자들은 모두 프랜차이즈 태권도 이사 이모씨를 원흉으로 지목했다. 또 다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피해자 김모씨는 M 프랜차이즈 태권도가 처음 설립될 당시부터 이사 이모씨와 인연을 맺어 2013년부터 2014년 6월까지 부산에서, 2015년 6월부터 2019년까지는 울산에서 가맹점을 운영했다.

믿었지만…

이씨는 2019년 김씨에게 미국진출에 대해 설명하며 “미화 10만달러를 투자하면 회사의 인프라를 이용해 E2비자1의 취득, 캘리포니아주에 M 태권도 도장 위탁운영, 월 4000달러 급여 지급 및 위탁운영에 따른 순이익 40%를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김씨는 평소 미국 진출을 갈망했고 이씨와 M 태권도에 대한 깊은 신뢰, 이씨가 이미 미국에서 M 태권도 브랜드로 지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해 이씨의 제안을 수락했다.

이에 따라 김씨는 울산에서 5년간 운영하고 있던 M 태권도를 정리하고 2019년 7월 이씨를 만나 M 태권도 위탁운영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명목으로 이씨의 계좌로 10만달러를 송금했다. 


이씨는 김씨에게 2019년 체결한 계약 외에 추가적인 제안을 했다. 제안의 내용은 이씨가 기획하고 있는 미국 내에서의 사업(미국 내 태권도도장의 새로운 운영방식, 어학연수 결합 방식 등)을 설명하며 김씨가 1억원을 투자하면 미국 내 사업수익의 10%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융통할 자금이 없다고 거절했지만 이씨는 계속해서 김씨를 설득했고 결국 이씨에게 70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을 조건으로 미국 내 사업수익 30%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으로 구두약정을 진행했다.

이러한 약정 후 이씨는 김씨에게 “미국 M 태권도장의 렌트비가 너무 비싸니 도장을 정리하고 250명의 관원들과 각종 수련도구 및 장비 등을 가지고 너의 도장에서 운영하고 발생하는 수익금은 5:5로 배분하자”며 약속과는 다른 추가 제안을 했다.

김씨는 연고도 없는 미국에서 아무것도 없이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것보다는 기존 관원들을 데리고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이씨를 깊이 신뢰했기 때문에 제안을 승낙했다. 

이후 이씨는 “시청에 도면 신청이 들어갔고 허가절차를 기다리는 단계이니 곧 공사가 진행될 것이다” “내부 공사가 마무리됐다” “2월말 오픈 예정이다”라며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김씨를 안심시켰다.

김씨는 지난해 2월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입국했다. 하지만 김씨가 운영하기로 한 M 태권도장은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은 채 공실로 남아 있었다. 김씨가 이씨에게 따져 묻자 이씨는 그때마다 갖은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일의 진행을 미뤘다.

이후에도 이씨는 김씨가 운영할 M 태권도장의 공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해 4월 이씨에게 김씨가 지급한 금액에 대한 지출내역을 요구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이씨는 김씨와의 만남에서 “지급한 돈을 개인적으로 모두 사용해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출을 받아서라도 갚겠다며 기회를 달라고 했지만 김씨는 피해자가 본인 뿐만아니라 윤씨 등 다수의 피해자가 존재하고, 이씨에게 처음부터 철저히 기망당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어 결국 형사고소를 진행하게 됐다.

위에 언급된 또 다른 피해자 윤씨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영주권자로 2019년 3월부터 태권도장을 오픈하기 위해 건물 및 태권도장에서 근무할 사범을 물색 중이었다. 당시 박씨가 사범을 지원하기 위해 윤씨에게 이력서를 보냈고 면접을 보게 됐다.

기사 나간 이후…피해자 속출
“이사가 원흉” 한목소리 지목

박씨는 윤씨에게 M 태권도 이야기를 하며 “미국에 M 태권도가 들어와서 큰 규모로 성공을 했으니 태권도장을 차릴 거면 M 태권도 브랜드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윤씨는 한국에서 M 태권도 경북 구미 오태점에서 사범으로 일한 경력도 있고 한국이나 미국 태권도 사범들 사이에서는 M 태권도가 동네에 들어오면 긴장하고 경계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태권도 브랜드임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윤씨는 2019년 4월 이씨와 연락이 닿았고 이씨와의 만남은 미국 M 태권도장에서 이뤄졌다. 이씨는 윤씨에게 “현재 미국이나 한국에서 많은 관장들이 도장으로 찾아오거나 전화로 가맹점 문의가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며 “아무나 기회를 줄 수 없으나 윤씨는 이미 M 태권도 사범 경력도 있고 미국에서 거주할 수 있는 신분도 있으니 같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윤씨에게 “미국에서 M 태권도 첫 가맹점주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가맹비 3만달러를 면제하는 혜택을 주겠다”고도 했다.

윤씨는 이씨에게 M 태권도의 해외 실적 및 인지도에 대해 물어봤고 이씨는 현재 중국에 M 태권도장이 2개가 있고 중국 내 베이징 도장 관원이 200명이 넘고 모두 본인이 직접 지도했다고 했다.

또 중국 M 태권도 투자자들은 중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거물급 부자라고 여러 차례 언급하며 M 태권도의 투자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윤씨는 2019년 7월 이씨와 10만달러를 투자하면 이씨는 회사의 브랜드와 인프라를 활용해 M 태권도장의 운영을 위탁하는 대신 수익금의 40%를 매월 윤씨에게 지급하기로 하고 5년 뒤 윤씨의 명의로 M 태권도 브랜드를 이용한 가맹계약으로 전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에 따라 윤씨는 2019년 8월 계약금 명목으로 3만달러를 이씨에게 송금했고 2019년 10월 위탁운영할 M 태권도장을 계약하는 것을 확인한 후 나머지 7만달러를 추가 이체했다. 

윤씨가 10만달러를 모두 지급하자 이씨는 잠적했다. 돈을 받았다는 연락마저 없었다. 위탁운영하기로 한 M 태권도장은 계약만 돼있을 뿐 도장을 운영하기 위한 내부 인테리어 공사조차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씨는 2019년 12월 태권도장에 사용될 매트 등의 시안 및 인테리어 상담 과정을 보내며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했고, 지난해 2월 태권도장을 오픈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시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인테리어 건축 도면 문제로 건축 허가도 미뤄지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는 말로 차일피일 미뤘다.

결국 위 M 태권도장은 지난해 5월까지 아무런 진전 없이 비어있는 상태를 유지했다. 윤씨는 더 이상 이씨를 믿지 못하고 이씨에게 지속적인 상황보고와 지출 내역, 통장 사용내역서 및 잔고 확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씨는 들어간 돈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돈은 그대로 있다며 윤씨를 안심시키려고 했다.

“죄송하다”

윤씨가 이씨에게 지출 내역을 지속적으로 독촉하자 이씨는 윤씨에게 만남을 요청해 지난해 7월이 돼서야 만났다. 이씨는 윤씨를 만나자마자 “도장 오픈 전에 이미 투자금 10만달러를 임의적으로 사용했다”고 계약위반에 대해 인정하며 “현재 도장을 운영할 돈이 남아있지 않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죄송하다”는 말 뿐이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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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끝났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갈렸다. 각 정당은 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의 역할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선거를 치른 정치권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지방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대선 정국이 마무리됐다. 2022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했던 진보 진영은 3년 만에 다시 여당의 지위를 되찾았다. 보수 진영은 비상계엄과 탄핵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이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당선인은 인수·인계 기간 없이 바로 임기에 돌입했다. 또 한 번 정권교체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6개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지 60일 만에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9.4%,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2%,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였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와 차이를 보였지만 당락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입소스·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서 본투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의 투표자 8만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0.8%포인트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는 이 대통령 51.7%, 김 후보 39.3%, 이 후보 7.7%였다. 출구조사와 비교해 이 대통령은 낮았고 김 후보와 이 후보는 더 득표했다. 이 대통령은 1728만7513표를 얻어 역대 대선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지만 과반 득표율에는 실패했다. 역대 대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선관위가 지난 4일 오전 6시21분 이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하면서 이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 개시와 동시에 국군 통수권을 비롯한 대통령의 모든 고유 권한이 이 대통령에게 자동 이양됐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 6월3일까지다.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 대선까지 숨 가쁜 6개월을 보낸 정치권은 대선 후폭풍에 직면했다. 문재인정부 이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민주당은 3년 만에 여당으로 복귀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범진보 진영(192석)으로 보면 20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권’의 등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선서도 패배하면서 존망의 갈림길에 섰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고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범진보 진영과 비교해 107석이라는 ‘초라한’ 국회 의석수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차지한 이재명정부를 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3년 만에 정권 탈환 국민의힘, 총선 이어 또 졌다 대선 후폭풍이 걷히면 정치권은 또다시 ‘선거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3일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다. 채 1년이 남지 않은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았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윤석열정부 임기 중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윤정부서만 두 번의 지방선거가 열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대선 전초전 격이었을 선거가 이재명정부의 첫 대형 선거가 된 것이다. 이미 여당이 행정과 입법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서 지방 권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른바 ‘절대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가능성은 작지 않다. 대선 이후 몇 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서 여당이 진 적은 거의 없다. 바로 직전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게 대표적이다. 2022년 6월, 윤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열린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서울·인천 등 12곳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경기·광주·전남·전북·제주 등 5곳에서만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국민의힘이 완승했다. 전국 226곳 중 145곳에서 이겼다.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승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에서 민주당이 이겼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재보궐선거서도 7곳 중 5곳을 차지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과 제주을을 제외한 대구 수성을·경남 창원의창·경기 성남시 분당구갑·강원 원주갑·충남 보령·서천 등에 국민의힘 깃발이 꽂혔다. 지난 지방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20대 대선 직후에 열리면서 당시 투표율은 50%를 간신히 넘는 낮은 수준이었다. 역대 지방선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낮은 수치였다. 새 정부 탄생과 거의 동시에 치러진 만큼 ‘허니문’ 성격이 강했던 점도 국민의힘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 민심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계엄·탄핵 보수 폭망 불과 3년 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대선 승리를 등에 업고 지방 권력까지 차지했던 국민의힘은 순식간에 야당으로 전락했고 민주당은 기세를 탄 상황이다. 이재명정부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승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한 호흡으로 같이 나가려면 기울어진 지방 권력 구도를 돌려놔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6월3일 열릴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1년 뒤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전 허니문 선거와 비교해 기간이 긴 게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초인 만큼 여당에 유리한 이슈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두고 진행 중인 재판이 1년 내내 사회를 달굴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4일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직을 상실하면서 불소추특권도 사라졌기에 혐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 때부터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철저하게 부인해 왔다. 재판서도 같은 태도를 보여 1심 선고까지는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취임사에서도 내란 종식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서 진행한 취임 선서에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내수 시장은 ‘폭망’ 상태에 접어들었고 외부에선 관세 등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제 이슈는 선거판을 늘 좌지우지했다. 텃밭 빼고 다 뒤집혀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먹사니즘’이라는 표현으로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 회복을 첫손에 꼽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 투입을 예고했다. 취임 선서에서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 기업인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워 민심을 다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견제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의회 권력과 행정부를 장악한 이재명정부를 지방 권력으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은 2028년, 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 이후에나 치러진다. ‘거대 야권’ 국면이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사이 판을 흔들만한 대형 선거가 없기에 보수 진영으로선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총선이 지방의회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국회 의석 상황을 바꾸려면 지방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문제는 내부 상황이 지나치게 어지럽다는 점이다. 보수 진영서 배출한 대통령이 벌써 두 번째 파면됐고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보수 세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총선 때부터 나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선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여준 윤 전 대통령 측 세력과 결별하는 과정서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혈전이 예상된다. 새 정부 1년 만에 맞대결 3년 전에는 여당이 압승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의원은 비록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대선 기간 내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모두 처리하고 난 뒤에야 보수 진영은 지방선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 과정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하거나 지지층만 믿고 막무가내식 행보를 보이면 총선, 대선서 이어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대선과 8대 지방선거, 이번 대선서 각 정당 후보가 얻은 표를 보면 보수 진영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가 드러난다. 국민의힘 후보로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이 대통령이 나선 20대 대선 당시 승부를 가른 건 ‘서울’이었다. 민주당은 선거를 치르면서 서울서 진 적이 많지 않았는데 2022년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로 민심을 까먹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50.6%, 이 대통령은 45.7%를 받았다. 표수로는 31만표 차이였다.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전체 표 차인 24만7000표(0.73%p 차이)보다 컸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을 필두로 강원·대전·충청·TK(대구·경북)·PK(부산·경남)·울산서 승리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방선거 때에는 대선서 패했던 인천과 세종에서도 국민의힘이 이겼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이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무려 20%p 차이로 이겼다. 대선서 45.6%(윤 전 대통령) 대 50.9%(이 대통령)로 5.3%p 차이가 났던 경기도조차 48.9%(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대 49.1%(민주당 김동연 후보)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번 대선서 국민의힘은 강원·TK·PK·울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서 졌다. 지역별로 보면 6곳에서만 김 후보가 이 대통령에 앞섰다. 국민의힘 텃밭이라고 불릴만한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선전했을 뿐 수도권과 표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충청권서 모조리 패배했다. 여러 차례 대통령을 배출한 전국 정당이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순간이다. 안정론? 견제론? 발 빠른 인사들은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정조준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대선 패배 연설서 “저희가 잘했던 것과 못했던 것을 잘 분석해 정확히 1년 뒤 다가올 지방선거서 개혁신당이 한 단계 약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어느 정도 승부가 예측됐던 이번 대선과 달리 내년 지방선거가 진짜 대결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 ‘동시에 진행될까?’ 이재명정부는 개헌을 할 수 있을까? 대선일로부터 꼭 1년 뒤인 내년 6월3일 열리는 9대 지방선거서 개헌 이슈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첫 대형 선거인 만큼 이날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의견은 대선 기간 내내 나왔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지난 4월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열자”며 “대선후보들은 개헌을 약속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정 회장은 “느닷없는 계엄령이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며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결정적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7체제’ 종말 초읽기? 그러면서 “개헌 시점은 늦더라도 2026년 6월이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 이후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협력 아래 정부가 지원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선후보 당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 등을 골자로 한 개헌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