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김병준 불편한 동행 막전막후

한 집에 두 주인? 등지고 딴살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악연의 두 인물이 결국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만났다. 현재는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위원장이 한 발 물러났지만, 여전히 두 인물 사이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서로 바라보는 곳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선대위 수장들의 갈등이 ‘윤석열 리스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 합류가 쉽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존재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후보 사이에서도 연일 갈등이 촉발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말만 원팀?
독자 행보

현재는 이 대표와 윤 후보가 울산에서 긴급 회동을 가진 이후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됐다. 결국 합류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던 김 총괄위원장마저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완성형 선대위가 출항을 시작했다. 

두 인물은 이미 과거에도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김 상임위원장은 과거 김 총괄위원장이 동화은행 비자금 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것을 언급하면서 김 총괄위원장을 자극했다. 

김 총괄위원장 역시 김 상임위원장을 두고 “하류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해 갈등의 골은 깊어져 갔다. 이 대표도 두 인물 간 갈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풀어야할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두 위원장을 두고 “악연 중의 악연”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들의 갈등은 선대위 구성 과정부터 여실히 드러났는데, 김 총괄위원장은 선대위 합류 조건으로 ‘전권’을 요구했다. 

대선 본선에서 중도층과 국민의힘 지지에 미약한 층을 공략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내다봐서다. 이에 김 총괄위원장은 중도층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인사의 배제를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김 총괄위원장의 합류는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김 총괄위원장은 김 상임위원장이 선대위를 지휘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윤 후보는 오히려 김 총괄위원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윤 후보가 김 상임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를 원하는 이유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좋은 관계를 이어와서다.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김 상임위원장의 의견에 대해 대부분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를 두고 김 총괄위원장이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윤 후보는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김 총괄위원장 역시 선대위 합류를 잠정 보류하겠다고 밝히면서 적지 않은 내홍을 겪었다. 

윤 후보는 김 총괄위원장의 합류 가능성이 낮아지자 김 상임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는 등 맞불을 놨다.

국힘 선대위 투톱 날선 신경전
과거부터 이어져온 앙숙 관계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선대위 구성에 있어 혼란을 낳는 결과로 돌아왔다. 심지어 윤 후보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갈등 당사자인 김 상임위원장 사퇴설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와 윤 후보 간 갈등이 폭발하면서 선대위의 공식적인 출범 시기도 점차 늦어졌다. 

당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윤 후보가 직접 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윤 후보는 직접 나서 이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한 데 이어, 김 총괄위원장에게 도와달라고 긴급 요청했고 지난 4일 결국 김 총괄위원장이 극적으로 합류했다. 

당사자 간 갈등이 봉합되자 이번에는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김 총괄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장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둘의 관계가 처음부터 매끄럽지 않았던 게 결국 갈등의 씨앗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 총괄위원장이 김 상임위원장의 합류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총괄위원장은 당장 자신의 세를 넓혀가는 모양새다. 선대위 합류 직후 그가 선대위에 합류시킨 대표적 인물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태근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들은 모두 친 김종인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금 전 의원은 선대위에서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정 전 의원은 정무대응실장직을 맡았다. 또 선대위 조직 구성상 김 총괄위원장 휘하에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이 위치해 있다. 상임이라는 비율을 따져보면 공동선대위원장은 네임밸류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노선 차이

사실상 실제 선거는 각 총괄상황본부의 역할이 큰 편이다. 현재 총괄상황본부장직에는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맡는데, 임 전 실장도 김종인계로 분류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들 인사들의 임명을 통해 사실상 선대위를 김종인계 인물들로 채운 셈이다. 이런 탓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 패싱에 이어 ‘김병준 패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만일 임 총괄본부장이 원톱인 김 총괄위원장에게만 지휘를 받게 될 경우 실제로 패싱 논란이 생길 여지는 충분하다. 그동안 김 총괄위원장이 공동상임위원장직을 반대해온 만큼 김 상임위원장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현재도 정책 등에 있어 이념 차이를 드러내는 등 두 인물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계속되고 있다. 김 총괄위원장은 경제 위기 속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김 상임위원장은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국가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으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줄이고 자유주의 체제의 확장을 제시했다. 사실상 선대위의 원톱과 투톱의 관점부터 간극이 벌어져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 총괄위원장은 “그 사람(김 상임위원장)이 이야기하는 것일 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노골적으로 불쾌한 심정을 표출했다. 이어 “현 시점에선 자유주의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을 보호하는 데 무책임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겉으로는 자유주의 경제학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김 상임위원장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일각에선 그동안 내재돼있던 갈등이 선대위 출범과 동시에 물밀듯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터지는 건
시간 문제?

심지어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이 선대위 출범식에 불참하면서 논란은 더욱 격화됐다. 이런 탓에 정치권에서는 김 총괄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장 등이 구성한 인사들의 화학적 결합이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지적도 잇따른다. 

한 발 물러난 쪽은 김 상임위원장으로 그는 “김 총괄위원장과 갈등은 없다”고 밝혔다. 김 상임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총괄위원장이 저격하면 맞겠다”며 몸을 낮췄다. 김 총괄위원장 역시 갈등설에 대해 “그런 적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과 함께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두 인물의 갈등설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민주당 박찬길 대변인은 “두 사람이 가진 관점의 대립이 격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윤희석 전 윤석열 대선캠프 공보특보는 갈등설에 대해 “사람과의 갈등이 아니라 방향성에 대한 의견 차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발언은 ‘노선 차이’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선대위의 방향성을 둘러싼 두 위원장의 갈등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추후 선대위를 둘러싼 리스크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는 셈이다. 두 인물의 갈등이 연일 이어질 경우, 당 자체가 양쪽으로 나뉘어 갈라설 수도 있다. 

김 총괄, 세 넓히며 입지 다지기
김 상임, 낮은 자세로 일보 후퇴

다만 두 인물이 갈등설을 부인하고, 갈등의 고리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쉽게 봉합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또 얼마 전 윤 후보와 이 대표 간의 갈등이 터진 것에 비해 아직까지는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방향성으로부터 촉발된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두 인물의 갈등 해결을 위해 윤 후보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윤 후보는 이 대표와의 갈등 당시에도 발빠르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리더십 부재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런 와중에 김 총괄위원장의 합류로 윤 후보의 존재감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로 이미 지난 8일 김 총괄위원장과 윤 후보의 의견이 서로 부딪혔다.

김 총괄위원장은 “민주당, 정의당을 가리지 않고, 발탁해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 정부를 제시한 셈이다. 앞서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통합 정부를 강조해왔는데 정권이 바뀌더라도 소수 여당이 되는 구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후보는 “국민 통합”이라는 입장만 내놨다. 

일각에선 김 총괄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장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윤 후보마저 갈등에 가세한다면 선대위가 또 다시 내홍의 길로 접을 들수 있는 만큼 사전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의식하듯 윤 후보는 발빠르게 갈등 봉합에 나섰다. 윤 후보는 “가장 필요한 부분은 단합”이라며 “생각이 달라도 정권교체만 생각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조율을 통해 합치된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질기고 질긴 
인연과 악연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나온다. 갈등이 봉합된지 얼마 되지 않아 내부에서도 갈등설이 수면 위로 떠올라서다.

한 정치 전문가는 “출범하면서부터 메시지 차이가 존재한다”며 “윤 후보가 직접 나서 두 인물의 타협을 이끌어 내야 한다”며 “김 총괄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장이 방향성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보여야 선대위도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톱의 실수?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됐다가 7시간 만에 임명이 철회된 함익병 원장을 추천한 인물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함 원장이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서민을 대변했기 때문이라는 게 선대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함 원장의 과거 발언이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를 옹호해 논란을 빚고, 여성 차별적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또 과거 민주당 선대위에서도 해당 인터뷰 발언들이 논란돼 임명이 철회됐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선대위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인선했다는 비판이 연일 쏟아졌다.

이에 대해 현재까지 선대위 핵심인사들의 사과는 없는 상태다.

앞서 김 총괄위원장은 “실수만 하지 않으면 패배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

 

<기사 속 기사> 김종인의 초강수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등판 직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향해 대선을 포기하라며 저격에 나섰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측은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안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사이에서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캐스팅 보터로 불린다.

이 때문에 대선이 다가오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는 안 대표와 단일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단일화 국면에서 윤 후보가 안 대표에게 끌려 다니는 것을 우려한 김 총괄위원장이 이런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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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