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김병준 불편한 동행 막전막후

한 집에 두 주인? 등지고 딴살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악연의 두 인물이 결국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만났다. 현재는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위원장이 한 발 물러났지만, 여전히 두 인물 사이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서로 바라보는 곳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선대위 수장들의 갈등이 ‘윤석열 리스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 합류가 쉽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존재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후보 사이에서도 연일 갈등이 촉발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말만 원팀?
독자 행보

현재는 이 대표와 윤 후보가 울산에서 긴급 회동을 가진 이후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됐다. 결국 합류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던 김 총괄위원장마저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완성형 선대위가 출항을 시작했다. 

두 인물은 이미 과거에도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김 상임위원장은 과거 김 총괄위원장이 동화은행 비자금 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것을 언급하면서 김 총괄위원장을 자극했다. 

김 총괄위원장 역시 김 상임위원장을 두고 “하류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해 갈등의 골은 깊어져 갔다. 이 대표도 두 인물 간 갈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풀어야할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두 위원장을 두고 “악연 중의 악연”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들의 갈등은 선대위 구성 과정부터 여실히 드러났는데, 김 총괄위원장은 선대위 합류 조건으로 ‘전권’을 요구했다. 

대선 본선에서 중도층과 국민의힘 지지에 미약한 층을 공략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내다봐서다. 이에 김 총괄위원장은 중도층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인사의 배제를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김 총괄위원장의 합류는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김 총괄위원장은 김 상임위원장이 선대위를 지휘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윤 후보는 오히려 김 총괄위원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윤 후보가 김 상임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를 원하는 이유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좋은 관계를 이어와서다.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김 상임위원장의 의견에 대해 대부분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를 두고 김 총괄위원장이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윤 후보는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김 총괄위원장 역시 선대위 합류를 잠정 보류하겠다고 밝히면서 적지 않은 내홍을 겪었다. 

윤 후보는 김 총괄위원장의 합류 가능성이 낮아지자 김 상임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는 등 맞불을 놨다.

국힘 선대위 투톱 날선 신경전
과거부터 이어져온 앙숙 관계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선대위 구성에 있어 혼란을 낳는 결과로 돌아왔다. 심지어 윤 후보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갈등 당사자인 김 상임위원장 사퇴설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와 윤 후보 간 갈등이 폭발하면서 선대위의 공식적인 출범 시기도 점차 늦어졌다. 

당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윤 후보가 직접 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윤 후보는 직접 나서 이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한 데 이어, 김 총괄위원장에게 도와달라고 긴급 요청했고 지난 4일 결국 김 총괄위원장이 극적으로 합류했다. 

당사자 간 갈등이 봉합되자 이번에는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김 총괄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장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둘의 관계가 처음부터 매끄럽지 않았던 게 결국 갈등의 씨앗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 총괄위원장이 김 상임위원장의 합류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총괄위원장은 당장 자신의 세를 넓혀가는 모양새다. 선대위 합류 직후 그가 선대위에 합류시킨 대표적 인물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태근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들은 모두 친 김종인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금 전 의원은 선대위에서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정 전 의원은 정무대응실장직을 맡았다. 또 선대위 조직 구성상 김 총괄위원장 휘하에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이 위치해 있다. 상임이라는 비율을 따져보면 공동선대위원장은 네임밸류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노선 차이

사실상 실제 선거는 각 총괄상황본부의 역할이 큰 편이다. 현재 총괄상황본부장직에는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맡는데, 임 전 실장도 김종인계로 분류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들 인사들의 임명을 통해 사실상 선대위를 김종인계 인물들로 채운 셈이다. 이런 탓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 패싱에 이어 ‘김병준 패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만일 임 총괄본부장이 원톱인 김 총괄위원장에게만 지휘를 받게 될 경우 실제로 패싱 논란이 생길 여지는 충분하다. 그동안 김 총괄위원장이 공동상임위원장직을 반대해온 만큼 김 상임위원장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현재도 정책 등에 있어 이념 차이를 드러내는 등 두 인물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계속되고 있다. 김 총괄위원장은 경제 위기 속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김 상임위원장은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국가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으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줄이고 자유주의 체제의 확장을 제시했다. 사실상 선대위의 원톱과 투톱의 관점부터 간극이 벌어져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 총괄위원장은 “그 사람(김 상임위원장)이 이야기하는 것일 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노골적으로 불쾌한 심정을 표출했다. 이어 “현 시점에선 자유주의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을 보호하는 데 무책임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겉으로는 자유주의 경제학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김 상임위원장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일각에선 그동안 내재돼있던 갈등이 선대위 출범과 동시에 물밀듯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터지는 건
시간 문제?

심지어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이 선대위 출범식에 불참하면서 논란은 더욱 격화됐다. 이런 탓에 정치권에서는 김 총괄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장 등이 구성한 인사들의 화학적 결합이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지적도 잇따른다. 

한 발 물러난 쪽은 김 상임위원장으로 그는 “김 총괄위원장과 갈등은 없다”고 밝혔다. 김 상임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총괄위원장이 저격하면 맞겠다”며 몸을 낮췄다. 김 총괄위원장 역시 갈등설에 대해 “그런 적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과 함께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두 인물의 갈등설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민주당 박찬길 대변인은 “두 사람이 가진 관점의 대립이 격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윤희석 전 윤석열 대선캠프 공보특보는 갈등설에 대해 “사람과의 갈등이 아니라 방향성에 대한 의견 차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발언은 ‘노선 차이’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선대위의 방향성을 둘러싼 두 위원장의 갈등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추후 선대위를 둘러싼 리스크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는 셈이다. 두 인물의 갈등이 연일 이어질 경우, 당 자체가 양쪽으로 나뉘어 갈라설 수도 있다. 

김 총괄, 세 넓히며 입지 다지기
김 상임, 낮은 자세로 일보 후퇴

다만 두 인물이 갈등설을 부인하고, 갈등의 고리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쉽게 봉합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또 얼마 전 윤 후보와 이 대표 간의 갈등이 터진 것에 비해 아직까지는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방향성으로부터 촉발된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두 인물의 갈등 해결을 위해 윤 후보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윤 후보는 이 대표와의 갈등 당시에도 발빠르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리더십 부재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런 와중에 김 총괄위원장의 합류로 윤 후보의 존재감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로 이미 지난 8일 김 총괄위원장과 윤 후보의 의견이 서로 부딪혔다.

김 총괄위원장은 “민주당, 정의당을 가리지 않고, 발탁해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 정부를 제시한 셈이다. 앞서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통합 정부를 강조해왔는데 정권이 바뀌더라도 소수 여당이 되는 구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후보는 “국민 통합”이라는 입장만 내놨다. 

일각에선 김 총괄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장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윤 후보마저 갈등에 가세한다면 선대위가 또 다시 내홍의 길로 접을 들수 있는 만큼 사전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의식하듯 윤 후보는 발빠르게 갈등 봉합에 나섰다. 윤 후보는 “가장 필요한 부분은 단합”이라며 “생각이 달라도 정권교체만 생각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조율을 통해 합치된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질기고 질긴 
인연과 악연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나온다. 갈등이 봉합된지 얼마 되지 않아 내부에서도 갈등설이 수면 위로 떠올라서다.

한 정치 전문가는 “출범하면서부터 메시지 차이가 존재한다”며 “윤 후보가 직접 나서 두 인물의 타협을 이끌어 내야 한다”며 “김 총괄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장이 방향성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보여야 선대위도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톱의 실수?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됐다가 7시간 만에 임명이 철회된 함익병 원장을 추천한 인물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함 원장이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서민을 대변했기 때문이라는 게 선대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함 원장의 과거 발언이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를 옹호해 논란을 빚고, 여성 차별적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또 과거 민주당 선대위에서도 해당 인터뷰 발언들이 논란돼 임명이 철회됐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선대위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인선했다는 비판이 연일 쏟아졌다.

이에 대해 현재까지 선대위 핵심인사들의 사과는 없는 상태다.

앞서 김 총괄위원장은 “실수만 하지 않으면 패배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

 

<기사 속 기사> 김종인의 초강수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등판 직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향해 대선을 포기하라며 저격에 나섰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측은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안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사이에서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캐스팅 보터로 불린다.

이 때문에 대선이 다가오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는 안 대표와 단일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단일화 국면에서 윤 후보가 안 대표에게 끌려 다니는 것을 우려한 김 총괄위원장이 이런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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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