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후퇴' 몸 사리는 검찰 플랜B

면죄부 주고 본게임 나중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대선판의 중심에 서는 듯했던 검찰이 슬그머니 뒤로 빠지고 있다. 거대 양당의 유력 대선후보를 손바닥에 놓고 주무르나 했더니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방향으로 가는 모양새다. 최근 검찰 행보를 두고 과거 17대 대선을 연상케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부터 대선후보에 대한 검찰 고발은 언제나 있어왔다. 그러다 보니 검찰은 역대 대선에서 늘 주역을 맡았다. 검찰이 국내 정치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시기도 대선 때다. 검찰의 사건 수사 속도, 방향은 대선 기간 내내 초미의 관심사다. 검찰의 ‘보이지 않는 손’은 어떤 후보에겐 면죄부로, 어떤 후보에겐 치명타로 작용했다. 

대선 때마다
검찰의 시간?

대선 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냈던 검찰은 17대 대선에서 특히 크게 부각됐다. 17대 대선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경선이 본게임이라고 할 정도로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 튀기는 혈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두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쏟아졌고 검찰 고발로까지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건이 이 전 대통령의 BBK 주가 조작 의혹이다. 1999년 설립된 투자자문회사 BBK가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조작한 사건으로, 이 전 대통령이 개입돼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그해 대선판을 뒤흔들었다. BBK에 거액을 투자한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이 불거진 것.

이와 함께 서울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도 함께 떠올랐다. 


결론적으로 이 전 대통령은 역대 최다 표차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누르고 1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BBK 주가 조작 의혹 사건으로 처벌을 받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대선 과정 중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게 준 ‘면죄부’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흠으로 여겨졌던 ‘사법 리스크’를 제거해 준 셈이다.

당시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2007년 8월13일 한나라당 대선 경선을 일주일 앞두고 검찰은 “이상은(이 전 대통령의 큰형)씨 명의의 도곡동 땅은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전 대통령 측으로선 불의의 한 방을 맞은 셈.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후 대선 경선에서 박 전 대통령에 근소한 승리를 거뒀다.  

그로부터 4개월 뒤 검찰 수사 결과가 180도 달라졌다. 2007년 12월5일 대선을 2주 앞두고 검찰은 다스를 이 전 대통령의 것이라고 볼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수사팀은 중간 수사 결과 때나 최종 때나 변동이 없었지만 결론은 정반대였던 것.

대선 직전 BBK 사건 무혐의 
13년 만에 실체 드러나 처벌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서 벗어난 이 전 대통령은 무난하게 청와대에 입성했다. 


대선을 이틀 앞두고 통과된 ‘이명박 특검법’에 따라 임명된 정호영 전 특검의 결론도 다르지 않았다. 고법원장 출신 변호사인 정호영 전 특검은 당시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를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취임 직전 특검팀은 도곡동 땅이 이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의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라고 판단했다. 검찰과 특검의 무혐의 처분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대법원 2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는 1심부터 이견이 없었다.  

정호영 전 특검은 한 시민단체로부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 일반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지만 2018년 공소시효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돌고 돌아 법의 단죄를 받았지만 13년 전 그를 수사했던 검찰, 특검팀은 끝내 면죄부를 받은 셈이 됐다. 

최근 검찰의 행보를 두고 17대 대선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력 대선후보를 향한 검찰의 칼끝이 처음에는 날카롭나 싶더니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무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대선의 특징 중 하나는 거대 양당의 후보가 모두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두 후보가 모두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초유의 사태다. 

책임 안 진
그때 그 사람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아내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의혹’ 등의 논란에 휩싸여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에서 ‘윗선’으로 의심받는 중이다.

두 후보와 윤 후보의 아내 김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질 것인지 여부는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다. 

최근 검찰이 두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덜어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일 김씨가 고발된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사건 중 공소시효가 임박한 전시회 부분을 무혐의 처분했다. 윤 전 총장도 함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16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한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전’이다. 당시 도이치모터스 등 23개 기업이 협찬했다. 검찰은 김씨를 서면으로 조사한 뒤, 코바나컨텐츠 직원, 협찬 기업 관계자 등을 전방위로 조사했지만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사항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는 윤 후보가 2019년 검찰총장으로 지명될 무렵 주관한 전시에 협찬금 후원사가 늘어나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남은 다른 전시 협찬 부분은 계속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바나컨텐츠는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전’과 2019년 ‘야수파 걸작전’을 주관했으며 대기업 10곳과 17곳이 각각 협찬했다.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도 연루돼있다. 그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전주’ 역할을 담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2013년 도이치모터스의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이 설립될 당시 약 2억원의 주식을 액면가에 매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공수처만
안간힘 중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권 회장과 이미 처분된 인물들을 포함, 총 5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이 지난해 4월 김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관련 인물들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김씨의 소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불기소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 상태다.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마무리되는 수순을 밟으면서 검찰이 윤 후보와 그 주변을 겨냥한 수사는 일단락되는 형국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수사 중인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판사 사찰 문건 의혹 등만 남은 것이다. 


그나마 고발 사주 의혹은 공수처에서 핵심 피의자로 지목한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면서 표류 상태에 빠졌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구속영장 2회 등 총 3차례에 걸쳐 손 검사의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연달아 기각돼 망신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를 ‘아마추어’라고 표현하는 등 수사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공수처는 판사 사찰 문건 의혹으로 활로를 찾으려는 모양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판사 사찰 문건 의혹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2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의 판결 내용, 세평 등을 수집해 취합한 뒤 문건을 작성해 반부패강력부 등에 전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사가 담당 재판부에 대한 분석 없이 공판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직무유기라는 의견이 나온다. 사건 담당 판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부분에 있어서 범죄 혐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 수사가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또 다른 윤 후보 관련 사건으로 전환해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 유력후보 사법리스크
윤, 먼저 아내 의혹 벗어

민주당 이 후보가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도 첩첩산중이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등 4명이 기소된 상태다. 

하지만 ‘윗선’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특히 검찰에서 윗선 수사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8월 김만배씨 등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업자들로부터 한강유역환경청 로비 명목으로 2억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는 더 진척이 더디다. 화천대유 측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거액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은 그 멤버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연달아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부분도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1~3월경 김만배씨의 청탁을 받고 하나금융지주 측에 영향력을 행사에 하나은행이 화천대유 컨소시엄에 그대로 남도록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곽 전 의원은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일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 사유, 필요성, 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게 기각 사유다. 곽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던 와중에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다른 50억 클럽 멤버에 대한 수사도 차질을 빚게 됐다. 

끝내 안 닿는
윗선 수사?

이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에서는 대장동 사건과 이 후보 간의 연관성을 줄곧 부인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라디오에 출연,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그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간업체가 과도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장동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또 다른 측근 리스크?

지난 8일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구속됐다.

윤 전 서장은 2017년~2018년 불법 브로커 활동을 하며 세무 당국에 청탁 명목으로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1억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전 서장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측근인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던 시절 윤 전 서장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윤 전 서장 사건에 어떠한 관여도 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다.

일각에서는 윤 전 서장의 구속으로 윤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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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