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성남 터줏대감' 김진철 성남공정포럼 사무국장

“행정가 이재명·은수미가 문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제 개인적인 일이지만 참고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보자는 기자에게 보내는 메일 말미에 매번 이 문구를 적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가 이 문구는 “기자님도 첨부 내용에 대해 취재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로 바뀌었다. 개인에서 시민단체의 사무국장으로 제보자의 신분이 달라진 순간이었다.

이렇게 되리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당사자인 김진철 성남공정포럼 사무국장도 몰랐다. 김 국장이 처음 개인적인 문제를 제기할 무렵인 2016년 성남시와 5년이 지난 현재의 성남시는 천차만별로 달라졌다. 전 성남시장이 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고, 성남시 대장동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지역이 됐다. 

미미한 시작

2015년 1월 김 국장은 주말 쇼핑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딜러를 통해 중고차를 구입했다. 그는 출고된 지 1년 정도 지난 중고차에 약 2800만원을 지불했다. 문제는 1년 뒤인 2016년에 일어났다. 해당 차를 몰고 지방에 다녀오다 갑자기 핸들이 잘 작동되지 않으면서 사고가 날 뻔했던 것.

김 국장은 수리를 맡기기 위해 찾은 카센터에서 ‘사고 이력 조회’를 해봤느냐는 말을 들었다. 중고차 구입 당시 그가 확인한 문서에는 조수석 부근에 경미한 사고가 있었다는 내용뿐이었다. 하지만 보험개발원을 통해 조회한 이력은 달랐다. 그는 “수리 금액만 1600만~2000만원에 달했다. 거의 전부 파손됐던 차량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중고차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한 김 국장은 변호사를 찾았다. 변호사는 이미 차량 소유권이 김 국장에게 이전됐기 때문에 복잡하지만 해결 못할 수준은 아니라면서 계약서와 차량 이전 등록 당시 뗐던 서류 등을 정보공개를 통해 성남시에 요청하라고 조언했다. 김 국장과 성남시의 갈등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중고차 매매 계약서를 확인했는데 실제 주소와 기입된 주소가 다르거나 신청인이 2명으로 돼있는 등 문제가 많았습니다. 변호사는 성남시청에 경정등록 혹은 자동차 소유권 말소 신청을 해야 한다고 말해줬어요. 성남시청 담당자가 처음에는 해줄 것처럼 하더니 나중에 가서는 안 된다고 하더군요.”

중고차 사기 사건으로 문제 제기
변호사 및 전 시의원과 단체 결성

2016년 초부터 2017년 초까지 1년에 걸친 민원 제기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김 국장은 법의 힘을 빌리기로 결정했다. 그는 손해배상 청구를 시작으로 자동차 소유권이전등록말소 청구 등 성남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성남시장은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로, 19대 대선 민주당 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있었다.

소송은 원사이드하게 진행됐다. 김 국장은 연달아 졌다. 그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자료를 확보했고, 성남시청 공무원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해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소송에서 한 번을 이기질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이 해주지 말았어야 할 일(자동차 이전등록)을 해준 것인데 계속 소송에서 밀리니 황당했다”고도 했다.

김 국장은 이번 사건 전까지 개인적으로 사기를 당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나선 적은 있어도 개인적인 일로 문제를 제기한 적은 없었던 것이다. 김 국장은 정보공개 청구라는 합법적인 방법을 이용해 말 그대로 ‘투쟁’에 나섰다.

소송, 민원 제기, 시의회 진정 과정에서 직접 부딪쳐 얻은 지식은 그의 무기가 됐다. 

김 국장은 “처음 몇 년은 정말 무시당했다. 정보공개 청구만 하면 ‘반복 청구’라면서 자료를 내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방적으로 밀리던 상황에 반전이 일어난 건 지난해부터다. 성남시는 소송에서 진 김 국장에 법원 판결에 따라 소송 비용을 납부하라고 청구했다. 김 국장에 따르면 당시 성남시는 고문 변호사를 선임했다. 


김 국장이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성남시 고문 변호사 소송비용 지급 기준’에는 ‘변론 없이 종결된 사건의 경우 승소 사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돼있다. 승소사례금은 변호사가 소송에서 승소했을 경우 받는 일종의 성공 보수다.

다시 말해 성남시는 무변론 사건의 경우 변호사가 승소했다 할지라도 승소 사례금을 주지 않는다는 조항을 명시해 놓은 셈이다. 

“법원은 내가 피고의 소송비용까지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 부분까지는 좋다 말입니다. 법에 따라 내가 진 거니까. 하지만 당시 소송은 변론이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던 무변론 사건이었어요. 그런데 성남시는 승소 사례금까지 요구했어요. 그나마도 성남시에서 이미 고문 변호사에게 돈을 주고 1년6개월 뒤에야 그 사실(승소 사례금 지급 규정)을 알았습니다.”

김 국장은 시의회 진정 제도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고, 한 시의원이 해당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상황이 급진전됐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성남시 소송 관련 부서인 법무과에 ‘주의’, 담당 직원은 ‘훈계’ 등 관련자에 대한 징계가 이뤄졌다.

또 이 사안에 대해 김 국장이 성남시 고문 변호사 등을 상대로 형사고소한 건은 경찰이 불송치 처분한 것을 서울중앙지검에서 재수사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상태다.

승소 사례금 지급 첫 승리
합법적 정보 공개 청구로

김 국장은 이 사건이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5년 가까이 성남시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정보공개를 청구하면서 실망을 넘어 절망을 맛봤다. 그랬는데 시의회를 통해 약간의 희망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 이후 김 국장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김 국장의 소송 상황을 쭉 지켜보면서 조언도 건네곤 했던 선배 박헌권 변호사가 그에게 ‘시민운동’을 권한 것이다. 그는 “내가 성남시청을 상대로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을 본 고등학교 선배가 그 집요함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써보라고 권유했다”며 “그쯤 성남시가 한창 시끄러울 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국장과 박 변호사, 전 성남시의원 등 4명은 의기투합해 시민단체 ‘성남공정포럼’을 결성했다. 창립기념일은 4·19혁명일인 4월19일로 정했다.

김 국장은 “성남공정포럼은 성남시(전 시장 이재명, 현 시장 은수미)의 위법 행위 의혹 등에 대해 시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며 “성남시청, 성남시 내 주요 전철역 1인 시위, 성남시청 앞 철야 농성, 집회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활동 계획을 밝혔다. 

김 국장은 “확실히 혼자 할 때보다 큰 힘을 느낀다. 정보가 모이는 속도도 빠르고 그와 함께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는 등 외연도 확장되고 있다”며 “특히 전직 시의원이 함께하고 있어 성남시 관련 자료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크다”고 말했다.


창대한 끝

그는 “이재명 전 시장이나 은수미 현 시장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성남공정포럼은 이 전 시장 시절의 성남시청, 은 시장의 성남시청과 싸우고 있다. 그들이 행정적인 부분에서 일처리를 제대로 안 하고 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한 지적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포럼이 더 안정되면 장애인 돕기 등 공익적인 일도 많이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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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