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뚫리는 수도권 서남부 '들썩'

오랜 기간 저평가됐던 수도권 서부 지역의 교통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서울로 출퇴근이 편리해 사실상 서울 생활권이나 다름없는 수도권 서남부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도 물론 부동산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수도권 서남부의 위상을 높이는 트리플 교통 호재는 신안산선, 서해선, 월곶~판교선(월판선) 등이다. 이들 노선이 착공에 들어가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가격이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다 신도시 및 자족시설 등이 조성돼 소비력을 갖춘 젊은 층의 유입으로 임대 수요가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신안산선

2019년에 착공한 신안산선은 수도권 서부 지역 주민들이 가장 기대하는 노선이다. 구로디지털단지, 여의도 등 직장이 많은 서울 지역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신안산선은 순조롭게 사업 진행 중이다. 수도권 광역 급행철도(GTX)와 함께 수도권 부동산을 재편할 광역 철도망인 신안산선은 경기도 안산·시흥과 서울 여의도를 잇는 44.7㎞ 길이의 복선전철로, 크게 1단계와 2단계 구간으로 나뉜다. 신안산선은 안산 한양대역(가칭)에서 시작해 시흥과 광명을 거쳐 서울 여의도(1단계)까지 44.7㎞를 연결하는 복선전철 노선이다.

2024년 말 개통될 예정. 사업이 마무리되면 안산에서 여의도까지 대중교통 소요 시간이 1시간30분에서 30분으로 줄어들게 된다. 여의도까지 이어진 노선이 개통되면 이후 서울역까지 5.8㎞를 연장하는 2단계 사업도 논의 중이다. 이 밖에 안산선, 수인선, 소사~원시선, 인천발 KTX와 연계해 수도권 서남부 광역 교통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큰 그림’도 제시돼 있다.


1단계 사업의 경우 총 15개소 정거장을 지날 예정으로, 신안산선이 개통되면 안산, 시흥, 광명 등 경기도 서남부 지역에서 서울 주요 업무지역인 구로디지털단지, 영등포, 여의도 등으로 이동시간이 대폭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1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여의도역을 넘어서 마포 공덕, 서울역까지 노선을 연장하는 2단계 방안이 추진 중인 만큼 서울 중심부까지의 이동 여건도 더욱 개선될 예정이다.

서해선

2018년 개통한 서해선은 어느새 수도권 서남부 핵심 노선 중 하나로 떠올랐다. 2018년 부분 개통된 서해선은 소사~원시선으로 경기도 부천(소사)에서 안산(원시)을 잇는 복선전철이다. 소사원시선의 개통 이후 부천에서 안산까지 자동차로 1시간30분 이상 걸리던 거리를 전철로 33분이면 오갈 수 있게 됐다.

소사원시선은 부천 소사역을 출발해 시흥시청역을 지나 안산원시역까지 23.3㎞ 구간 정거장 12개소를 지난다. 1조7883억원을 투입, 2011년 4월 착공해 7년2개월 만에 완공했다.

오랜 기간 저평가 낙후 지역
트리플 교통호재 품고 ‘훨훨’

소사역과 초지역에서 경인선(서울 1호선), 안산선(서울 4호선)으로 환승돼 서울 도심 접근성이 대폭 개선되고 장래 신안산선과 월곶~판교선이 개통하면 시흥시청역에서 직결 및 환승을 통해 여의도, 인천, 안양, 성남 등 수도권 남부 주요 지역으로 촘촘히 연결된다.

향후 소사~원시선은 북측으로 대곡~소사선(대곡~소사 복선전철 민간투자시설사업 진행 중), 경의선과 연결되고 남측으로 서해선(홍성~원시)·장항선 등과 연결돼 국토 서측을 남북으로 종단하는 서해선 축을 형성하게 된다. 통근용 전동차뿐만 아니라, 일반 고속 장거리 여객 열차 및 화물열차 등도 수송하는 여객·물류 간선철도로서 기능하게 된다.


월곶판교선

경기도 시흥시 월곶과 성남 판교를 연결하는 복선전철 월곶판교선(월판선)이 지난 4월 공사를 시작했다. 인동선(인덕원~동탄)과 교차하는 인덕원역에 통합정거장을 건설하는 구간인 8공구가 가장 먼저 첫 삽을 떴다. 월판선은 월곶과 강원도 강릉의 강릉역을 연결하는 간선철도인 경강선의 서쪽 끝 구간이다. 시흥을 비롯해 광명, 안양, 의왕, 성남 등 수도권 서남부 지역을 연결하는 광역교통망 확충의 핵심으로 꼽히는 노선이다.

총연장 34.15㎞, 11개역(기존 3개역, 신설 8개역)으로 10개 공구로 나눠서 사업이 진행된다. 시흥시청에서 KTX광명역까지 9.8㎞는 신안산선과 철로를 공유하고, 인천에서는 수인분당선 송도역과 연수역, 월곶역은 수인선에 역사 내 유치선을 추가해 선로를 공유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약 2조664억원. 월곶부터 전 구간이 지하로 건설된다.

착공 들어가자 수요 몰려
소비력 갖춘 젊은층 유입

열차 자체의 평균 속도가 지하철 9호선의 1.5배인 시속 71㎞로 빠른데다 시속 107.7㎞ 속도로 달리는 준고속열차(급행)도 운행한다. 급행열차를 타면 인천 송도역에서 판교역까지 30분이면 도착한다. 8공구가 먼저 착공한 이유는 8공구 인덕원역이 인동선과 통합정거장으로 지어지기 때문에 인동선 1공구 턴키공사와 같이 발주되면서 이번에 같이 착공하게 됐다.

나머지 구간은 순차적으로 공사 발주가 이어질 예정이다. 턴키방식(설계·시공 일괄입찰)으로 진행하는 1공구와 6공구는 올 하반기에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나머지 7개 공구는 내년 상반기 공사에 착수한다. 전 구간 개통은 2026년 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월판선이 개통되면 수도권 철도 노선과 환승이 연결되면 서남부지역의 교통이 개선될 전망이다.

성적은?

이 같은 트리플 교통 호재를 품은 수도권 서남부 분양 단지들은 인기를 끌었다. 경기도 시흥시 장현지구 업무 5블록, 6블록 총 2개 블록에 들어서는 ‘시흥장현 시티프론트561’과 상업시설은 2개 동, 오피스 562실, 상업시설 87실로 시흥 장현지구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분양개시 한 달 만에 모두 마감됐다. 당 현장은 소사~원시선이 지나고 있는 시흥시청역은 향후 2024년과 2025년 신안산선, 월곶판교선이 차례로 개통할 예정이다.

지난 9월 KCC건설이 경기도 광명시 광명뉴타운 일대에서 공급한 ‘광명 퍼스트 스위첸’은 최고 150.8대1의 청약경쟁률을 달성했다. 275실 모집에 총 1만92건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 36.7대1을 기록했다. 군별 평균 청약경쟁률은 1군 16.2대1, 2군 97.2대1, 3군 150.8대1 등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곳은 3기 신도시 지정으로 현재 건설·계획 중인 신안산선, GTX-B노선, 예타 중인 제2경인선 등을 연결하는 철도 교통망이 예정돼 있다. 구축시 여의도까지 20분대(GTX 환승 시) 서울역까지 25분대(2호선 환승)에 접근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 서남부 지역은 그동안 저평가돼 있었다”며 “신안산선, 서해선, 월곶~판교선(월판선)이 착공에 들어가는 등 본궤도에 오르면서 개통이 다가올수록 아파트는 물론 수익형 부동산의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 서남부에 분양(예정) 중인 단지.

 

▲시흥시청역 신유베라트= ㈜신유건설이 경기 시흥 장현지구에 중대형 오피스텔 ‘시흥시청역 신유베라트’를 분양 중이다.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로 들어서며, 오피스텔 총 126실, 근린생활시설을 공급한다. 또한 52.91㎡ 타입의 3bay 2룸, 복층, 테라스 구조의 평면 설계를 적용해 우수한 채광과 환기도 갖춰질 예정이다.

시흥 장현지구는 고속도로 개발과 함께 신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이곳에 위치한 시흥시청역은 서해선(소사원시선)이 개통했다. 신안산선(2024년 예정), 월곶판교선(2025년 예정)이 개통 예정으로 트리플 역세권을 갖추게 되면서 여의도까지 30분대, 분당 판교까지는 8개 정거장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석수동 엘림하우스= 관악구와 금천구 등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안양 석수동에 대단지 단지형 연립주택인 ‘엘림하우스’가 1단지, 2단지를 후분양 방식으로 분양한다. 1단지 48세대(6개동), 2단지 49세대(7개동)로 총 12개동, 96세대를 공급한다. 주차는 세대당 1주차가 가능하다.

1단지는 전용면적 기준 52.94~77.88㎡이며 2단지의 경우 62.54~82.05㎡다. 실입주금(대출 가능 금액은 개인 신용에 따라 변동 가능성 있음)은 1억600만원부터 시작해 최대 2억1800만원 선까지 다양하다. 실사용 면적이 약 72.73㎡(22평) 내외로 방 3개, 거실, 욕실 2개가 있는 구조라 신혼부부나 어린 자녀를 둔 초혼부부에게 적합하다.

1호선 관악역과는 도보권에 있다. 신안산선과 월판선(월곶판교선)이 들어서는 석수역과는 불과 1정거장 거리다. 이들이 개통되면 서울 청량리에서 안산까지 남북으로는 신안산선이, 월곶에서 판교까지 동서로는 월곶판교선이 만안구의 교통을 한층 업그레이드 해줄 전망이다. 만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 통장이나 주택 소유, 거주지 등 자격 제한 없이 신청할 수 있다.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재당첨 제한이 없다.

 

▲월곶 써밋 프레스티지= 수인분당선 월곶역 역세권에서 ‘월곶 써밋 프레스티지’ 주거용 오피스텔(아파텔)이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원룸형 단일 구조가 아닌 2~3개의 방과 아파트만의 전유물이던 드레스룸을 가지고 있다.

아파트 못지않은 실내공간을 갖춘 8가지 다양한 타입으로 구성돼 선택의 폭이 넓다. 지하 1층~지상 28층 1개동, 총 171세대로 조성된다. 기존 복도식 중정식 구조에서 탈피한 계단식 설계를 도입해 채광과 통풍이 원활하며 10층 높이부터 주거형 오피스텔이 들어서서 오션뷰 조망권을 확보해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지난 4월 착공한 환승역 역세권을 가진 월곶-판교선이 2026년 개통 예정이다. 그 때문에 서울 왕십리, 인천 남동공단을 비롯해 시흥 시화공단, 오이도, 수원, 용인 등 편리한 지역 이동이 가능하다. 월곶-판교선 착공 시 업무 단지가 밀집한 판교, 강남까지 30~40분대에 도착할 예정으로 출퇴근이 편리해진다.

 


▲신안산 비즈스타= 내부에서 업무·상업·주거가 모두 가능해 워라밸, 원스톱 업무환경을 모두 누리는 복합지식산업센터 ‘신안산 비즈스타’가 경기도 안산 단원구 원시동 일원에 공급될 예정이다. 지하 1층~지상 12층 연면적 7만1984.70㎡ 규모다. 타입별 제조형 115실, 벤처형 97실, 업무시설 48실, 창고 14실 등의 업무 관련 공간이 조성된다. 이와 함께 기숙사 전용면적 19~31㎡ 318실과 근린생활시설 44실도 함께 조성돼 종사자들의 주거와 생활 편의를 크게 높일 계획이다.

단지는?

제조형 지식산업센터에 필수로 꼽히는 드라이브인 시스템이 2~6층까지 들어선다. 나선형 구조와 광폭차선, 직선형 편도차선으로 설계돼 물류 차량의 진출입이 수월하다. 최대 층고 5.8m와 1.2톤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설계가 적용돼 편리하고 안전한 작업도 가능하다.

이외에 공용 회의실, 공용 샤워실, 전기차 충전소, 주차 유도 시스템, 공유모빌리티 주차공간 등 입주 기업 종사자들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설비는 물론 자주식 주차 설계로 법정 주차대수(323대)의 2배에 가까운 621대의 넉넉한 주차공간도 확보했다.

도보권에 서해선 시우역이 위치한 역세권 지식산업센터이며, 여기에 2024년 신안산선도 개통 예정이어서 사업지는 향후 더블 역세권을 갖출 전망이다. 수인분당선·4호선 안산역을 이용하기도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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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