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 검찰이 쥔 꽃놀이패

김만배 찍고 ‘그분’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법원이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의 칼끝이 ‘그분’에게로 향하는 모양새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검찰이 꽃놀이패를 쥐었다.

대선 시계가 빠르게 돌고 있다. 여야 모두 대선 최종 후보를 선출하면서 본격적으로 본선 모드에 접어들었다. 현재까지 대선을 잠식하고 있는 이슈는 단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다. 검찰의 수사 향방에 따라 대선 투표일까지 언급될 가능성도 높다. 

위로 갈까

지난 4일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화천대유의 자회사)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검찰에 구속됐다. 김씨에 대한 1차 구속영장 기각으로 체면을 구긴 검찰이 이번에는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다만 정민용 변호사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씨의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김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또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 역시 남 변호사의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김씨와 남 변호사, 정 변호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구속)과 짜고 화천대유 측에 거액이 돌아가게 사업을 설계해 공사 측에 최소 651억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영장이 기각된 정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 산하 전략사업팀장을 맡아 성남의뜰(시행사) 컨소시엄에 유리하게 공모지침서를 작성하고 사업자 선정 당시 편파 심사하며 이후 사업 협약 체결 과정에서는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차 기각 이후 신병 확보
핵심 인물 구속 동력 얻어

김씨는 그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의 뇌물을 약속한 뒤 회삿돈 5억원을 빼돌려 건넨 혐의를, 남 변호사는 정 변호사에게 회삿돈 35억원을 빼돌려 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가장해 뇌물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유 전 본부장, 김씨, 남 변호사 등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검찰은 수사에 대한 동력을 얻게 됐다. ‘당시 성남시장인 이재명 후보의 정책적 판단에 따랐다’는 대장동 사건 관계자들의 방어 논리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검찰의 칼끝이 윗선으로 향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대장동 사업의 관리·감독권을 가진 성남시청의 개입 여부 규명이 검찰의 핵심 과제가 되면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후보의 배임 혐의 공범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앞서 김씨는 구속영장실질심사 직전 기자들에게 “그분(이 후보)은 최선의 행정을 한 거고, 저희는 그분의 행정 지침과 성남시가 내놓은 정책에 따라 공모를 진행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후보는 대장동 관련 공문에 여러 차례 서명했고, 2015년 2월 정 변호사로부터 공사 이익을 확정한 공모지침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여기에 비슷한 시기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황무성 전 공사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하면서 이 후보와 그의 측근인 정진상 전 정책실장을 언급한 녹취록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정 변호사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당시 성남시 결재라인에 대한 수사가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정 변호사는 성남시와 대장동 사업 관계자 사이에 핵심 연결고리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검찰은 성남시의회 관계자들에 대한 로비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대장동 사건 관계자들의 구속영장에는 김씨가 성남시의원을 상대로 활발한 로비 작업을 벌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사 초기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성남시의장, 성남시의원에게 돈이 전달됐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중 성남시의장은 최윤길 전 의장이라는 의혹이 나왔다. 최 전 의장은 2011년경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에게 유 전 본부장을 소개해준 인물이다.

시의회 활동을 그만둔 후 화천대유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성과급 40억원을 챙기는 등 대장동 사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문제는 대장동 사건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대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점, 이 후보가 여당의 대선후보라는 점 등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또 검찰이 대장동 사건 관계자에 대한 수사만 진행하고 윗선 규명은 뭉갤 것이라는 의심도 제기된다. 

이재명 연루 여부 관심
수사 불신…특검으로?

실제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대한 불신은 상당한 수준이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뉴스핌>의 의뢰로 지난달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대장동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불신한다고 답한 비율이 67.1%에 달했다.

신뢰한다는 응답은 13.3%에 그쳤다. 성, 연령, 지역에 관계없이 불신 비율이 압도적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29~30일 <문화일보>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검찰의 대장동 사건 수사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했는데, 68.1%가 불신한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한다고 답한 셈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후보와 민주당에서는 특검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국민 여론은 찬성 입장이 압도적으로 높다.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도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대장동 사건 특검 도입에 대해 물은 결과 65%가 ‘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대 의견은 25%에 그쳤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41%가 특검 도입을 지지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여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검에 대한 국민 여론이 높은 만큼 이 후보 입장에서는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25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또 야당이 못 믿겠다고 하면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뭉갤까

대장동 사건과 이 후보를 연관 짓는 국민 비율도 높은 편이다. 한국갤럽이 대장동 사업에서 이 후보의 역할에 대해 물었을 때, 응답자의 55%는 ‘(이 후보가)민간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개입했다’고 답했다. 반면 ‘그런 의도는 없었다’는 답변은 30%에 불과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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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