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진짜 역세권?

지하철역과 가까운 입지를 의미하는 ‘역세권’은 분양시장에서 흥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은 물론 상업시설이나 업무시설도 역과 가까울수록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 투자가치 상승효과도 나타난다.

같은 단지라도 지하철역과 가까운 동이 멀리 떨어진 동보다 비싸게 거래될 만큼 역세권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존재감이 뚜렷하지만 어디까지를 역세권으로 봐야하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과연 역세권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같은 단지도
가격이 달라

분양시장에선 너도나도 역세권을 강조한다. 단지명에 지하철역 이름을 넣어서 분양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행정구역이 달라도 역과 더 가까우면 해당 역을 단지명에 넣어 분양하기도 한다.

지하철, 경전철, 고속철도역 등 단지명에 ‘역’이름이 들어간 주거단지는 편리한 교통망으로 수요자들에게 큰 관심을 끈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역 이름이 들어간 아파트의 2018년 1순위 마감률은 70%, 2019년에는 74.5%, 지난해에는 75.4%를 기록했다. 올 1~4월 역시 84.2%의 마감률을 나타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역’ 이름 들어가면 흥행 성공
편리한 교통망 수요자 큰 관심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가 높은 오피스텔에도 단지명과 역 이름이 붙어 역세권 입지를 강조한 단지가 인기를 얻고 있다. 단지명만 들어도 역세권 입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위치와 주변 환경까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지 조건이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오피스텔 시장에서 역세권 유무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단지명에 역 이름이 포함된 오피스텔에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우수한 분양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경기 의정부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의정부역’오피스텔은 60실 모집에 8702건이 접수돼 평균 145.0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가능역과 의정부경전철 흥선역을 모두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으로 계약 당일 완판을 기록한 바 있다.

같은 달 인천 부평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시티 부평역’은 서울지하철 1호선·인천도시철도 1호선·GTX-B노선(예정) 환승역인 부평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 입지가 부각되면서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총 1208실 모집에 9019건이 접수되며 7.4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하철1호선·  신분당선 화서역 더블 역세권에 위치한 ‘화서역 푸르지오 브리시엘’오피스텔도 460실 모집에 총 1만4463건이 접수되며 평균 31.44대1로 전 타입 청약 마감한 바 있다.

도보 5분? 걸어서 10분?
실제로 가보면…뛰어서?

역명이 들어간 오피스텔은 매매가 상승률도 높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대우건설의 ‘마곡나루역보타닉푸르지오시티’(2017년 2월 입주) 오피스텔의 전용면적 40㎡ 평균 매매가는 지난 1년간(2020년1월~2021년1월) 4500만원(3억6500만원→4억1000만원)이 상승했다. 전용면적 42㎡의 경우에는 7000만원(3억8000만원→4억5000만원)이 상승했다.

지하철 역세권 상가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상가 투자에서 역세권 여부는 투자처를 선택할 때 투자자들이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는 요소다. 역세권에 위치한 상가의 경우 풍부한 유동인구로 인해 임대 수요가 꾸준해 불황기에도 가격 하락이나 공실의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역세권 상가의 경우 일반 상가 대비 임대료가 높게 형성돼 있다.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역과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강남구 도산대로 평균 상가 임대료는 ㎡당 4만5100원인 반면 지하철3호선 신사역 일대는 2배가량 높은 8만2700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 족족
완판 행렬

지방도 마찬가지다. 역과 거리가 있는 경북대북문 상가의 평균 임대료는 ㎡당 2만800원이지만, 대구지하철 1호선 대구역 인근 동성로 중심은 이보다 71.63% 높은 3만5700원으로 조사됐다(2021년 1분기 중대형 상가 기준).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역세권 상가의 인기는 꾸준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구로구에 선보였던 ‘힐스에비뉴 신도림역 센트럴’은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과 가까운 역세권 상가로 인기를 얻으며 분양을 시작한 지 5일 만에 모든 계약을 마쳤다.

다음으로 업무시설인 소형 오피스(섹션 오피스)의 경우다. 최근 오피스 시장에 소형화 바람이 불고 있는데, 빌딩을 통째로 팔거나 1개층을 분양하는 등 단위 규모가 컸던 과거와 달리 일반 오피스 빌딩을 다양한 규모로 분할해 분양하는 소형 오피스가 틈새 수익형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블역세권
더 많은 인기

소형 오피스 분양 때도 초역세권이 각광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근무자들의 출퇴근이 용이하고 외부 고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분양시장에서는 역세권의 중요도를 높게 보기 때문에 ‘도보 5분’‘도보 10분’ 등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얼마나 걸리는지를 주로 내세우며 수요자의 발길을 이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을 가보면 이 같은 문구는 대체로 허위인 경우가 많다. 단지와 지하철역까지 직선거리로 300~400m 정도지만 언덕이 가팔라 10분 이상 소요되고, 대체로 이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경우가 많다. 아예 터무니없이 거리가 1㎞ 이상 떨어진 경우도 있다.

게다가 지도상에서는 단지와 지하철역까지 직선거리로 가깝지만 실제로는 큰 건물이나 산 등이 가로막고 있어 우회해서 가야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입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덜컥 청약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렇다면 역세권 기준은 어떻게 따져봐야 할까.

법적으로 ‘지하철역과 단지까지 몇 m 떨어진 거리여야 역세권이다’라고 판단 내리는 기준은 없다. 대체로 시장에서는 직선거리로 500m 정도 떨어져 있으면 역세권으로 분류하지만 “그럼 501m 떨어진 단지는 역세권이 아니냐”고 딴죽을 건 사람도 있다. 그만큼 역세권을 구분하는 기준은 모호하다.

다만 서울시 자료를 통해 역세권에 대한 공적 기준은 짐작할 수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역세권 공공임대주택 건립 및 운영 기준’에 따르면 ‘개통된 역(예정 포함)의 승강장 경계로부터 500m 이내의 지역’을 역세권으로 정의한다. 여기에 1차 역세권(초역세권)은 250m까지, 2차 역세권(직접 역세권)은 그 밖의 범위로 나눠 세분화하고 있다. 또 각자의 걸음 속도나 평지·오르막에 입지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체로 단지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면 사람들이 역세권이라고 인식한다.

출퇴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지하철역 접근성은 주거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가격 차가 날 수 밖에 없다. 비슷한 거리라도 언덕보단 평지 역세권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짙은데, 예를 들어 ‘지하철역과 500m 떨어진 평지’‘300m 떨어진 언덕’이라면 대체로 평지를 선택해 역세권을 구분 짓는 기준은 개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역세권은 분양시장에서 당연 투자 1순위로 꼽힌다”며 “같은 역세권이라 할지라도 단일 역보다는 2개 이상의 역이 교차하는 더블역세권 단지가 출퇴근이 편리하고 각종 편의시설, 의료·교육시설 등이 몰려 있어 수요자나 임차인, 고객 등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에서 분양(예정) 중인 역세권 단지.

 

▲트윈시티 남산= 서울의 중심지 서울역에 직접 연결되는 초역세권 오피스텔이 화제다. 그 주인공은 ‘트윈시티 남산’. 6년 동안의 임대 운영을 안정적으로 마치고 이번 달부터 매각으로 전환, 현재 선착순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단지는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 6층~지상 29층, 전용면적 21~29㎡ 13개 타입, 총 567실 규모다.

단지 내에는 오피스와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자리해 있다. 서울역 12번 출구와 오피스텔 지하통로가 바로 연결되는 탁월한 입지 여건이 이 단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입주민들은 서울역 1·4호선과 경의선, 공항철도 노선과 KTX, 광역지역버스 환승센터 등 각종 교통수단을 가까이서 누릴 수 있다. 향후 GTX-A(2023년 개통 예정)와 GTX-B(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신안산선(2단계 연장)까지 연결된다면 서울의 교통 중심지로의 자리매김이 확실시된다.

 

▲화곡역 더챔버·화곡역 챔버 아케이드= 한양건설이 서울 강서구 강서로에 공급하는 하이엔드 주거공간 ‘화곡역 더챔버’가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12층, 총 154실 규모다. 지하 2층~지상 2층에는 5호선 화곡역과 직통 연결되는 단지 내 상업시설 ‘챔버 아케이드’가 함께 조성될 예정이다.

챔버 아케이드의 지상 1층은 5호선 화곡역 1, 2번 출구와 맞닿아 있다. 지하 2층은 화곡역과 직통 연결될 예정으로 입주민들은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 지하철과 직통 연결되는 단지의 경우 희소성 및 상품가치가 뛰어난 만큼 강서구 일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향후 완성되는 화곡역 트리플 역세권의 풍부한 교통 호재의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누릴 전망이다. 기존 지하철 5호선 화곡역에 오는 2023년 서부광역철도 대장홍대선(예정), 오는 2027년 2호선 청라연장선(예정)이 개통할 예정으로 광화문, 여의도, 상암DMC, 마곡지구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건대입구역 라움 에비뉴= 라움PFV(트라움하우스)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일원에서 ‘건대입구역 라움 에비뉴’를 분양 중이다. 2018년 최초 하이엔드 오피스텔 분양으로 화제를 모았던 ‘더 라움 펜트하우스’단지 내 상업시설로,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된다.

출퇴근 편리
랜드마크로

서울 지하철 1호선 및 7호선 환승역인 건대입구역 더블 역세권 상업시설로, 도보 약 1분 거리에 위치해 지하철역 이용객 등 풍부한 유동 인구를 소비층으로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강남, 삼성, 역삼 등 서울 주요 업무 지구에서도 환승 없이 단시간에 도달 가능해 종사자 수요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힐스테이트 남산= 현대건설은 서울 중구 묵정동 일원에 선보이는 ‘힐스테이트 남산’을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9층, 2개동 규모이며, 도시형 생활주택 전용면적 21~49㎡ 282가구와 단지 내 상업시설 ‘힐스 에비뉴 남산’(지하 1층~지상 1층)으로 구성된다.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과 2·5호선 을지로4가역, 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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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