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싸인 신흥 재벌 엠디엠의 이면

조용히 덩치 키운 디벨로퍼 신화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엠디엠의 고공행진이 예사롭지 않다. 본업에서의 확고한 경쟁력을 토대로 매년 몸집을 불리는 데 성공했고, 그 결과 설립 23년 만에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대중에게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기업쯤으로 치부되지만, 대기업이라는 위상만큼은 어느 때보다 공고해진 상태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71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612개)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수는 전년(64개) 대비 7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소속회사 수는 328개 늘어난 2612개로 집계됐다.

커진 덩치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됐다는 건 공식적으로 ‘대기업’으로 분류됐음을 의미한다. 지정된 기업은 회사 경영에 대한 공시·신고 의무를 부여받는다.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막기 위한 각종 규제도 적용받는다.

올해 공시대상 기업집단에는 ▲반도홀딩스 ▲아이에스지주 ▲한국항공우주산업 ▲쿠팡 ▲현대해상화재보험 ▲중앙 ▲대방건설 ▲엠디엠 등 8곳이 신규 지정됐다. 그리고 이 명단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기업집단이 바로 ‘엠디엠’이다.

사상 첫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체)’ 대기업으로 지정된 엠디엠은 지난해 말 기준 22개 계열회사(상장사 1곳, 비상장사 21곳)를 거느린 기업집단이다. 자산총액은 5조2560억원이고, 71개 공시대상 기업집단 가운데 69번째 순번에 위치한다.


동일인으로 지정된 문주현 회장은 엠디엠 성공 신화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문 회장은 1998년 엠디엠의 모체가 되는 분양대행사를 설립했고, 이후 부동산 개발업에서 수완을 발휘해 엠디엠을 손꼽히는 디벨로퍼로 탈바꿈시키는 데 앞장섰다.

엠디엠은 금융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또 한 번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2010년 엠디엠은 민영화 대상으로 분류된 금융공기업 한국자산신탁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엠디엠은 자산운용자회사인 한국자산에셋운용, 여신전문 금융회사인 한국자산캐피탈을 설립하는 등 금융업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해당 과정을 거치며 엠디엠은 부동산 개발업에 주력하는 비금융 부문과 신탁, 캐피탈, 자산운용 등을 아우르는 금융 부문을 양대축으로 삼아 사세를 확장했다. 엠디엠이 설립 23년 만에 대기업 집단에 편입된 배경이다.

부동산·금융 양대 축으로 급성장
이유 있는 오너 2세 회사 밀어주기

부동산개발업을 영위하는 엠디엠플러스와 엠디엠, 금융업을 주목적으로 하는 한국자산신탁은 그룹 내 중요 계열회사로 분류된다. 엠디엠은 지배구조상에서, 엠디엠플러스와 한국자산신탁은 핵심 캐시카우라는 점에서 중요도가 남다르다. 

문 회장 부부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인 엠디엠은 금융 계열회사를 관장하는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엠디엠은 한국자산신탁(28.4%), 엠디엠투자운용(100%), 엠스페이스대명PFV(60.2%)의 최대주주다. 한국자산신탁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한국자산캐피탈과 중흥카이트제십구호리츠 역시 엠디엠의 관할하에 놓여 있다. 

대신 최근 들어 자체 사업 규모가 급격히 축소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실제로 2016년까지 3000억원대를 유지했던 매출은 지난해 64억원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엠디엠이 손놓은 부동산 개발사업은 최근 들어 엠디엠플러스가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7305억원이던 엠디엠플러스의 별도기준 매출은 지난해 1조2327억원으로 증가했고, 순이익은 2596억원으로 집계됐다. 비금융 부문 전체 매출(1조2864억원) 및 순이익(2660억원) 중 엠디엠플러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95.8%, 97.6%에 달한다.

엠디엠플러스는 오너 2세의 승계 제원이기도 하다. 엠디엠플러스는 2015년 20억원을 시작으로 ▲2016년 100억원 ▲2017년 20억원 ▲2018년 80억원 ▲2019년 70억원 ▲2020년 50억원 등 매년 배당을 집행했다.

배당의 최대 수혜자는 문 회장의 두 딸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문 회장의 엠디엠플러스 지분율은 4.76%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문 회장 슬하의 현정씨와 초연씨가 47.62%씩 보유 중이다. 현정·초연씨가 엠디엠플러스에서 최근 5년간 가져간 배당금은 각각 152억원에 달한다.

다만 본격적인 승계 절차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회장(1958년생)이 비교적 나이가 많지 않은 데다, 장녀가 30대 초반인 만큼 승계를 논하기 힘든 상황이다. 

금융 부문을 이끄는 한국자산신탁 역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2185억원, 순이익 1226억원을 기록했고, 매출 대비 순이익은 무려 56.1%에 달했다. 금융 부문에서 파생된 매출의 85.4%, 순이익의 86.3%가 한국자산신탁의 몫이다.

존재감 발휘

엠디엠플러스가 오너 2세들의 승계 재원이라면, 한국자산신탁은 문 회장의 현금 창출원이다. 한국자산신탁은 최근 3년(2018~2020)간 200억원 이상 현금배당을 실시했고, 덕분에 지분 15.1%를 보유한 문 회장은 매년 수십억원의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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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