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 사퇴 및 당적 포기 선언[전문]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그동안 통합진보당은 당 내분 사태로 국민 앞에 다툼과 추태를 보여드리며 끝없이 추락했습니다. 결국 당을 수습하지도 못하고 분당을 막아내지도 못한 결과를 안고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사죄의 심정으로 용서를 청합니다. 

사태를 수습하고 당을 혁신하라고 당 최고의결기구의 명을 받고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당대표의 책임을 졌던 저는, 혁신과 단결이라는 양팔을 펼치며 최선의 노력을 다 하였지만, 결국 통합진보당은 분당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이르렀습니다. 

분당만은 막아보자는 중간지대 당원들의 간곡한 호소와 당 바깥의 분당에 대한 걱정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절절하고도 상식적인 절규 앞에 저는 고뇌하고 또 고뇌하였습니다. 

양팔을 벌려 이쪽과 저쪽을 손잡고 잡아당겨 보려했지만 손이 닿질 안았습니다. 당내 비민주질서와 조직적 경직성으로 굳어버린 한 쪽과는 이대로는 살 수 없다며 주저앉고 뒷걸음치면서, 양쪽의 거리는 시간이 갈수록 멀어져만 갔습니다. 

저는 행유부득 반구제기의 마음으로 이 모든 책임을 지고 저의 건강을 제물로 삼아 분당을 막기 위한 마지막 기적을 희망하였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 하였지만 그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저는 구당부득 반구제기의 책임을 통감하며 오늘 당 대표직을 사퇴합니다.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그동안 혁신비대위원장을 이어 당 대표를 맡아, 당을 구하기 위하여 혼신을 다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부족함과 과오에 대하여 삼가 고개 숙여 용서를 청합니다. 

온 국민들에게 비난과 지탄 받는 동지들을 강자인 줄만 알고 약자임을 깨닫지 못한 나머지, 그들 곁으로 다가가 같이 울고 괴로워하며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발휘하지 못하였음을 회억을 통하여 반성하며 통감합니다. 

이제 나가는 쪽도 남아있는 쪽도 모두가 서민과 약자의 한숨과 눈물을 나의 것으로 끌어안고 상생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진보정당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서로에 대한 대립과 반목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국민 대중의 기본적 상식의 범주 안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검증받고 성장하여, 언젠가는 진보의 역사 속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합시다.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이 모든 것이 제 탓입니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통합진보당을 용서해 주십시오. 

진보정당을 버리지 말아주십시오. 

[통합진보당 당적정리에 관한 입장] 

저의 통합진보당 당적에 대하여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10여년의 지나간 세월을 되돌아보면 지금도 가슴이 설레고 용기가 치솟습니다. 노동자, 농어민, 도시빈민, 청년학생들이 똘똘 뭉쳐 어깨를 걸었고 버림받고 소외받고 힘없어 고통 받는 자들에 대한 열정과 정의심을 바탕으로 한, 그 기개와 기상은 더한층 높았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늘 이용당해온 농민들의 정치불신은, 이제 농민이 직접 정책의 요구자에서 입안자로 나서고 정치의 객체에서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당위성과 절박감을 키워왔습니다. 결국 농민들의 정치세력화 바람을 타고 저는 2004년도 어느 날 갑자기 국회 안으로 삽질당해 던져졌습니다. 

서민과 노동자, 특히 국민의 어머니인 농어민들의 입장과 절규와 분노를 국회에 쏟으며 온 몸으로 좌충우돌하면서 달렸습니다. 4년 동안 86일의 단식을 결행하고 외통위, 법사위를 숱하게 점거하며 쌀개방 저지, WTO 반대, 한미FTA 반대, 광우병 쇠고기 저지를 외치며 홍콩, 멕시코 칸쿤, 워싱턴, 시애틀, 프랑스 등 이국땅에서 양극화의 주범인 신자유주의의 망상을 쫓으며 삼보일배 풍찬노숙의 길을 민중들과 함께 했습니다. 

18대 국회에서는, 선거 때만 서민 찾고 끝나면 언제나 재벌품에서 놀아나며, 국민 앞에 물구나무서버리는 국회를 재벌의 품에서 서민의 품으로 찾아오기 위하여 호통도 치고, 책상도 치고, 공중부양까지 하며 몸부림 쳤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손가락질하고 비난하였지만 저는 긍지를 잃지 않았고 행복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외된 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진보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희생과 헌신이라는 진보적 가치를 실천한다는 제 소신이 너무도 확실했고 행복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국민들에게는 죄송하다고 사과도 드렸지만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당 내분으로 인한 5.12 중앙위 사태를 겪으며 저의 지난 8년간의 의정활동의 소신과 긍지가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며, 자괴감에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진보의 순결성이 진보의 발길에 짓밟히는 모습에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무엇보다, 민심을 무시하고 국민을 이기려 하는 진보는 결코 대중정당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간곡한 호소도 무위로 끝나버린 지금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이 순간 수많은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2004년 진보정당 원내진출 그 감격의 순간, 2008년 분열분당의 아픔, 2011년 통합의 기쁨과 환희. 그리고 그 보람과 행복, 기대와 환희에 이어졌던 4.11 총선과 그 이후의 4년보다 더 길고 괴로웠던 4개월간의 파열음은 차라리 꿈이었으면 하는 아픔으로 덮쳐옵니다. 

혁신은 실패했고 셀 수 없이 많은 당원들이 이 당을 떠나갔고 당의 근본인 노동자들이 지지를 철회했고, 농어민 빈민들이 지지철회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제 탓입니다. 모든 것이 지나간 지금 그동안 당원동지들과 함께했던 행복한 지난날을 기억하며 이제 민주노동당에 이어져 온 통합진보당의 당적을 내려놓겠습니다.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비록 몸은 떠나가지만 이기와 탐욕에 심화되는 양극화 사회에서 희생과 헌신이라는 진보적 가치를 굳게 움켜쥐시고 실천하는 행복한 진보 일꾼이 되시길 늘 두 손 모으겠습니다.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에 관한 입장] 

중단없는 혁신과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향해 고난의 길을 떠날 것을 결단한 동지들께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희생과 헌신이라는 숭고하도고 위대한 진보적 가치를 실현시키는 새로운 길에 저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쉼 없는 자기반성과 성찰, 그리고 끝없는 자기개혁을 시도하며 가정과 이웃, 생활터전과 직장에서, 사회 곳곳 전국으로 퍼져가는 신바람 나는 진보정당의 길은 보람과 긍지를 넘어 참으로 행복한 길임을 저는 확신합니다. 소외받고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의 곁으로 다가가 그들의 눈물과 한숨을 진보의 고통으로 끌어안고 그들의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고 대변자가 되는 정치를 국민은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진보라는 본질의 항아리를 끌어안고 그들만의 논쟁과 다툼으로 아까운 세월 보내는 진보, 자기주장만 하는 강직성과 진보라는 우월성에 갇혀 대중성과 민심에 다가가지 못하는 진보는 이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 갈망을 채워줄 수 없습니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분열하는 진보와 힘없는 진보라는 국민의 따가운 지적에 우리는 숱한 아픔과 진통을 무릅쓰고 탄생시킨 통합진보당의 꿈이 5개월 동안의 비상식적 내분 앞에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저와 함께 혁신이라는 깃발을 들고 당을 혁신하자며 손잡은 동지들이 좌절하고 망설일 때 저는 국민을 믿고 민생을 향하여 달려가자며 동지들을 격려하며 앞장서 외쳤습니다. 

이제 지푸라기 같은 한 가닥 희망의 끈마저 끊어져 버리고 분당이라는 산사태가 덮쳐오는 이 순간, 쓰라린 분열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진보의 길을 떠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임을 잘 압니다. 

저 역시 동지들과 함께 손잡고 고난의 길을 함께 걷고 싶습니다. 가진 것 없어도 맨발로 사금파리 험한 길을 피 흘리며 상생의 세상을 위하여 생활 속에서 작은 것에서부터 이웃을 위한 행복의 발전소가 되자고 동지들에게 호소한 저였습니다. 그렇기에 함께 해야 할 원죄와 책임이 저에게 막중히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보는 분열한다는 역사의 규정을 다시 증명하고 확인해 버린 이 과오에 대하여 누군가는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정치는 실천으로 말하고 책임은 행동으로 보여야 하는 정치도리를 지켜야 하다는 엄중한 요구 앞에, 진보의 분열을 막지 못한 총체적 책임자는 그 누구도 아닌 혁신비대위원장에 이어진 당대표인 저 자신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고 동지들이 가는 길에 함께 하지 못함을 통감합니다. 참으로 면목 없습니다. 

저는 평소 정치인으로 정치를 했다기보다 신앙인으로 정치를 했노라 자평하고 있습니다. 희생과 헌신인 진보정치의 가치와 약자와 소외된 자를 위한 진보정치의 정체성과 상생세상 실현이라는 진보정치의 목적이 신앙의 궁극적인 사랑의 실현과 너무도 일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진보정치가 저에게는 너무도 보람찼고 행복했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의 길을 떠나는 동지여러분. 

너무도 죄송스럽습니다. 저 강기갑은 물러나지만 대중적 진보정당의 꿈은 동지들께서 꼭 실현시켜주시리 믿습니다. 진보정치는 우리 사회 서럽고 힘들고 약한 이웃들을 위해 반드시 부활해야만 합니다. 국민에게 신뢰받고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청년학생과 민주진보시민이 지지하는 진보정치를 다시 세우기 위해 혁신의 길에서 주춤거릴 수 없습니다. 

새로운 진보정치는 이기와 탐욕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 성찰과 개혁이라는 광야로 향하는 고난의 행군입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 아닙니다. 땀 냄새와 흙냄새 나는 민중들의 애환이 솟아나는 노동현장, 농민현장 빈민현장에서 씨를 뿌려야 합니다. 

진보는 더 큰 공동의 선과 더 많은 국민의 행복을 위하여 스스로 가진 것을 내려놓는 희생과 모든 것을 바치는 헌신만이 진보정치를 국민대중의 마음속에 다시 뿌리 내리게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국민으로부터 용서 받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상식이 존중받고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진보정치, 진보의 전통과 가치를 지키되 진보의 미래 또한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찰하는 처음의 마음으로 출발합시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사랑하는 진보당원 동지 여러분! 

정치는 공기와 같고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세상을 바꿀 수 없음을 절감하고 농사꾼 강기갑이 정치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상생의 세상을 이루기 위해 상생의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시작한 정치농사 9년 동안 부족한 저를 돕느라 여념이 없었던 보좌관들께 감사의 정을 보냅니다. 그동안 함께 한 당직자들과 지역일꾼들, 선후배 동료의원 여러분들과 숱한 민생 현장에서 함께 투쟁해온 노동자 농어민 도시빈민, 청년학생들, 함께 만난 모든 동지들 한 사람 한사람 소중하지 않는 분이 없습니다. 

그동안 강기갑을 사랑하고 아껴주시고 때로는 혼내고 비판해 주셨지만 이 모든 것이 저와 진보정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었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애정에 보담하지 못하고 진보정당 역사에 죄인이 된 저는 속죄와 보속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저는 이제 흙과 가족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고향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진보정당이 국민들을 위한 행복의 발전소가 되기를 늘 삶으로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9월 10일 

강 기 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