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위험?' 2학기 등교 딜레마

아이들 건강도 공부도 걱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교육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다. 교육은 사회 발전의 초석이기 때문에 백년 뒤를 바라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2학기 등교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가 위험지대가 된 모양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생활 속에서 감염병 위험을 차단하고 예방하는 방역활동이 우리의 일상이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지난해 4월11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감염병 확산
교육계 타격

지난해 1월20일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1년7개월, 한 자리로 시작된 확진자 수는 네 자리까지 폭등했다. 지난 10일에는 확진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섰다.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 접종 등 전방위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불길은 ‘델타 변이’를 만나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 세계를 팬데믹으로 끌고 간 감염병의 위력은 대단했다. 코로나19는 우리나라 국민의 일상도 완전히 뒤바꿔 버렸다. 마스크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됐고, 방문 장소마다 흔적을 남기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모임 인원과 영업시간의 제한 등 방역조치라는 명목으로 국민의 자유가 제한됐다.

가장 강력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면서 경제지표가 바닥을 향했고 특히 자영업자의 상황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이들의 손실 보전을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지원금을 뿌렸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에만 직면했다. 사회 전반이 코로나19 여파로 초토화 상태에 빠졌다. 


교육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육 현장은 코로나19가 지속될수록 학생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감염병 확산으로 등교 수업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학생들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기 때문. 가령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1년 내내 등교를 하지 못했다 해도, 1학년을 다시 다닐 수는 없다. 

실제 교육 현장은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일을 이미 수없이 겪었다. 지난해 2월18일 신천지를 중심으로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1차 유행이 시작됐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대구 지역 관내 유치원과 초·중·고, 특수학교의 개학을 연기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지난해 4월 사상 초유 온라인 개학
확진자 숫자 따라 등교 일수 널뛰어

교육부는 전국 단위의 개학 연기는 없다고 했지만 같은달 23일 개학을 3월9일로 미룬다는 중앙사고수습본부 발표가 있었다. 전국 단위로 내려진 첫 휴교령이었다.  

이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은 3월23일, 4월6일 등으로 잇따라 미뤄졌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월9일로 개학을 4번째 연기하면서 등교 대신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발표했다.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현황, 감염 통제 가능성 등을 두고 등교 개학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4월9일 고3·중3학년 온라인 개학에 이어 4월16일 고 1~2학년, 중 1~2학년, 초 4~6학년, 마지막으로 4월20일에 초 1~3학년 온라인 수업이 시작됐다. 심지어 수능도 2주 미뤄져 12월3일에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의 등교 인원은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따라 널을 뛰었다. 순차적으로 등교 인원을 늘렸다가 급증하는 확진자 수에 다시 숫자를 줄이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교육당국은 물론 학생과 교사, 학부모까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온라인과 등교 수업이 반복되면서 교육 분위기도 악화됐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교육부는 이제 등교 수업 확대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수업이 낳는 후유증이 등교 수업에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학기 등교 수업 확대를 넘어 전면 등교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등교 제한
온라인으로

다음달 3일까지 학교 방역상황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 뒤 6일부터 본격적으로 등교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교육회복을 위한 2학기 학사운영 방안’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은 모두 등교한다. 중학생은 3분의 1, 고등학교 1~2학년들은 절반만 등교할 수 있다. 밀집도 예외 대상인 고3은 거리두기 단계에 상관없이 전면 등교한다. 

사회적 거리두가 단계가 3단계로 조정될 경우 모든 학교의 등교는 확대된다. 초등학교 3~4학년은 4분의 3이 학교에 갈 수 있고, 중학생은 3분의 2가 등교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전면 등교가 가능해진다. 

학교 방역 집중 점검이 마무리되는 다음달 6일부터는 등교가 본격적으로 확대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이어질 경우에도 고등학생은 전면 등교하게 된다. 중학생은 3분의 2 이상이, 또 초등학교 3~6학년 절반 이상의 등교가 가능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하향 조정되면 모든 학생들의 전면 등교가 이뤄진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전면등교‧교육회복 집중 지원’ 관련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 교육감은 “9월3일까지는 국가와 지자체 수준에서 총력 방어전을 펼치는 2학기 전면 등교 준비 기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9월6일 이후에도 4단계면 전면 등교에 일정한 제한을 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3분의 2 등교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등교 수업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는 학생들의 학습결손과 사회성 저하에 대한 우려다. 유 부총리는 “비대면 원격수업은 원활한 학습 지도와 관계 맺기 등에 한계가 있다”며 “많이 어려운 시기지만 학교를 가야만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초학력
미달 늘어

학습결손 현상은 이미 일정 부분 확인됐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지난 6월에 발표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문재인정부 출범 뒤인 2017년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전환됐다. 중3·고2 학생 전체에서 3%의 표본 학생으로 축소된 것이다. 

평가 결과 상위그룹인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중학교 국어·영어, 고등학교 국어에서 감소했다. 중3의 경우 2019년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국어 82.9%, 영어 72.6%였지만 지난해에는 75.4%, 63.9%로 각각 7.5%포인트, 8.7%포인트 하락했다. 고등학교 국어도 같은 기간 77.5%에서 69.8%로 7.7% 낮아졌다. 


특히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표집평가로 전환한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중학교 수학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2019년 대비 늘어났다. 중3 국어의 경우 전년 4.1%에서 6.4%로, 영어는 3.3%에서 7.1%로 각각 2.3%포인트, 3.8%포인트 늘었다. 특히 고등학교 국어·수학·영어에서 모두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증가했다. 

온라인 수업이 길어지면서 교우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한 점이 사회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교생활에 대한 학생들의 행복도 역시 등교 수업 때와 비교해 낮아진 경향을 보였다. 학교생활 행복도는 학생들의 만족도와 적응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학교생활 행복도는 2013년 이후 꾸준히 늘어, 매년 60% 안팎의 결과를 보였지만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됐던 지난해에는 하락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계와 현장 교사들에 대한 의견 수렴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축소, 원격수업 전환 등으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과정에서 학교생활 행복도와 자신감 등이 하락해 학업성취도 저하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학습결손·사회성 저하
학생·학부모 불안 여전

교육부는 학교가 다른 장소에 비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도 내놨다. 최은화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학생들의 코로나19 감염 경로는 가정(48.7%), 지역사회(22.6%), 학교(15.9%) 순이었다. 


유 부총리는 “한 학교 안에서 5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는 집단감염은 2만여개 학교 중 0.44%인 91곳에 불과했다”며 “전문가가 볼 때도 이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고 이는 학교가 상대적으로 안전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미국과 영국, 일본 같은 국가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전면 등교를 추진하는 등 등교 수업을 원칙으로 세웠다”며 “학교 감염 상황 분석과 등교 확대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등교 확대 기조를 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확고한 의지에도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학기 전면 등교에 반대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델타 변이까지 나온 상황에서 2학기 전면 등교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제가 다니는 학교, 옆 학교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 상태에서 등교를 강행하는 것은 학생들과 그 가족, 지인들을 모두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청원의 게시자는 “(사회적 거리두기)4단계라 수도권은 오후 6시부터 3인 (이상 모임)도 집합금지고 많은 시설이 문을 닫았는데 굳이 전면 등교를 시행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 “코로나19에 걸려 대학 면접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봐 너무 무섭다”고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교원단체는 교육부의 방침에 동의를 표하면서도 세심한 방역 대책을 주문했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점점 심각해지는 학생들의 학력‧사회성 저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교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다만 학생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촘촘한 방역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확산세에
달렸다

결국 변수는 코로나19 확산세다. 이미 한 달 넘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선 것은 물론 2000명을 넘는 날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계속 연장하고 있지만 확진자 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유일한 대책으로 평가받는 백신 수급도 불안하다. 교육부의 의지나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에 관계없이 전면 등교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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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