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위험?' 2학기 등교 딜레마

아이들 건강도 공부도 걱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교육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다. 교육은 사회 발전의 초석이기 때문에 백년 뒤를 바라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2학기 등교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가 위험지대가 된 모양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생활 속에서 감염병 위험을 차단하고 예방하는 방역활동이 우리의 일상이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지난해 4월11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감염병 확산
교육계 타격

지난해 1월20일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1년7개월, 한 자리로 시작된 확진자 수는 네 자리까지 폭등했다. 지난 10일에는 확진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섰다.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 접종 등 전방위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불길은 ‘델타 변이’를 만나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 세계를 팬데믹으로 끌고 간 감염병의 위력은 대단했다. 코로나19는 우리나라 국민의 일상도 완전히 뒤바꿔 버렸다. 마스크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됐고, 방문 장소마다 흔적을 남기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모임 인원과 영업시간의 제한 등 방역조치라는 명목으로 국민의 자유가 제한됐다.

가장 강력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면서 경제지표가 바닥을 향했고 특히 자영업자의 상황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이들의 손실 보전을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지원금을 뿌렸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에만 직면했다. 사회 전반이 코로나19 여파로 초토화 상태에 빠졌다. 


교육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육 현장은 코로나19가 지속될수록 학생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감염병 확산으로 등교 수업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학생들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기 때문. 가령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1년 내내 등교를 하지 못했다 해도, 1학년을 다시 다닐 수는 없다. 

실제 교육 현장은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일을 이미 수없이 겪었다. 지난해 2월18일 신천지를 중심으로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1차 유행이 시작됐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대구 지역 관내 유치원과 초·중·고, 특수학교의 개학을 연기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지난해 4월 사상 초유 온라인 개학
확진자 숫자 따라 등교 일수 널뛰어

교육부는 전국 단위의 개학 연기는 없다고 했지만 같은달 23일 개학을 3월9일로 미룬다는 중앙사고수습본부 발표가 있었다. 전국 단위로 내려진 첫 휴교령이었다.  

이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은 3월23일, 4월6일 등으로 잇따라 미뤄졌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월9일로 개학을 4번째 연기하면서 등교 대신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발표했다.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현황, 감염 통제 가능성 등을 두고 등교 개학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4월9일 고3·중3학년 온라인 개학에 이어 4월16일 고 1~2학년, 중 1~2학년, 초 4~6학년, 마지막으로 4월20일에 초 1~3학년 온라인 수업이 시작됐다. 심지어 수능도 2주 미뤄져 12월3일에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의 등교 인원은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따라 널을 뛰었다. 순차적으로 등교 인원을 늘렸다가 급증하는 확진자 수에 다시 숫자를 줄이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교육당국은 물론 학생과 교사, 학부모까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온라인과 등교 수업이 반복되면서 교육 분위기도 악화됐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교육부는 이제 등교 수업 확대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수업이 낳는 후유증이 등교 수업에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학기 등교 수업 확대를 넘어 전면 등교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등교 제한
온라인으로

다음달 3일까지 학교 방역상황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 뒤 6일부터 본격적으로 등교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교육회복을 위한 2학기 학사운영 방안’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은 모두 등교한다. 중학생은 3분의 1, 고등학교 1~2학년들은 절반만 등교할 수 있다. 밀집도 예외 대상인 고3은 거리두기 단계에 상관없이 전면 등교한다. 

사회적 거리두가 단계가 3단계로 조정될 경우 모든 학교의 등교는 확대된다. 초등학교 3~4학년은 4분의 3이 학교에 갈 수 있고, 중학생은 3분의 2가 등교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전면 등교가 가능해진다. 

학교 방역 집중 점검이 마무리되는 다음달 6일부터는 등교가 본격적으로 확대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이어질 경우에도 고등학생은 전면 등교하게 된다. 중학생은 3분의 2 이상이, 또 초등학교 3~6학년 절반 이상의 등교가 가능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하향 조정되면 모든 학생들의 전면 등교가 이뤄진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전면등교‧교육회복 집중 지원’ 관련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 교육감은 “9월3일까지는 국가와 지자체 수준에서 총력 방어전을 펼치는 2학기 전면 등교 준비 기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9월6일 이후에도 4단계면 전면 등교에 일정한 제한을 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3분의 2 등교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등교 수업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는 학생들의 학습결손과 사회성 저하에 대한 우려다. 유 부총리는 “비대면 원격수업은 원활한 학습 지도와 관계 맺기 등에 한계가 있다”며 “많이 어려운 시기지만 학교를 가야만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초학력
미달 늘어

학습결손 현상은 이미 일정 부분 확인됐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지난 6월에 발표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문재인정부 출범 뒤인 2017년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전환됐다. 중3·고2 학생 전체에서 3%의 표본 학생으로 축소된 것이다. 

평가 결과 상위그룹인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중학교 국어·영어, 고등학교 국어에서 감소했다. 중3의 경우 2019년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국어 82.9%, 영어 72.6%였지만 지난해에는 75.4%, 63.9%로 각각 7.5%포인트, 8.7%포인트 하락했다. 고등학교 국어도 같은 기간 77.5%에서 69.8%로 7.7% 낮아졌다. 


특히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표집평가로 전환한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중학교 수학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2019년 대비 늘어났다. 중3 국어의 경우 전년 4.1%에서 6.4%로, 영어는 3.3%에서 7.1%로 각각 2.3%포인트, 3.8%포인트 늘었다. 특히 고등학교 국어·수학·영어에서 모두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증가했다. 

온라인 수업이 길어지면서 교우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한 점이 사회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교생활에 대한 학생들의 행복도 역시 등교 수업 때와 비교해 낮아진 경향을 보였다. 학교생활 행복도는 학생들의 만족도와 적응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학교생활 행복도는 2013년 이후 꾸준히 늘어, 매년 60% 안팎의 결과를 보였지만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됐던 지난해에는 하락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계와 현장 교사들에 대한 의견 수렴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축소, 원격수업 전환 등으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과정에서 학교생활 행복도와 자신감 등이 하락해 학업성취도 저하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학습결손·사회성 저하
학생·학부모 불안 여전

교육부는 학교가 다른 장소에 비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도 내놨다. 최은화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학생들의 코로나19 감염 경로는 가정(48.7%), 지역사회(22.6%), 학교(15.9%) 순이었다. 


유 부총리는 “한 학교 안에서 5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는 집단감염은 2만여개 학교 중 0.44%인 91곳에 불과했다”며 “전문가가 볼 때도 이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고 이는 학교가 상대적으로 안전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미국과 영국, 일본 같은 국가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전면 등교를 추진하는 등 등교 수업을 원칙으로 세웠다”며 “학교 감염 상황 분석과 등교 확대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등교 확대 기조를 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확고한 의지에도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학기 전면 등교에 반대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델타 변이까지 나온 상황에서 2학기 전면 등교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제가 다니는 학교, 옆 학교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 상태에서 등교를 강행하는 것은 학생들과 그 가족, 지인들을 모두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청원의 게시자는 “(사회적 거리두기)4단계라 수도권은 오후 6시부터 3인 (이상 모임)도 집합금지고 많은 시설이 문을 닫았는데 굳이 전면 등교를 시행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 “코로나19에 걸려 대학 면접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봐 너무 무섭다”고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교원단체는 교육부의 방침에 동의를 표하면서도 세심한 방역 대책을 주문했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점점 심각해지는 학생들의 학력‧사회성 저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교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다만 학생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촘촘한 방역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확산세에
달렸다

결국 변수는 코로나19 확산세다. 이미 한 달 넘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선 것은 물론 2000명을 넘는 날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계속 연장하고 있지만 확진자 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유일한 대책으로 평가받는 백신 수급도 불안하다. 교육부의 의지나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에 관계없이 전면 등교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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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