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트랙' 국민의힘 대권 암투 내막

‘친윤 vs 반윤’ 내홍 속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 인한 국민의힘의 내홍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친윤계’가 윤 전 총장을 적극적으로 비호하는 반면 ‘반윤계’는 윤 전 총장의 행보마다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상황. 양측의 신경전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을 선언하면서 ‘친윤(친 윤석열)계’와 ‘반윤(반 윤석열)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과거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처럼 새로운 계파가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입당하면
끝? 시작?

지난달 26일 친윤계는 국회에서 윤 전 총장 입당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윤 전 총장의 입당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친윤계로 꼽히는 권성동·정진석·장제원·유상범 의원 등 현역 의원 41명이 뜻을 모았다. 국민의힘 의원(103명) 절반가량이 입당 촉구 명단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이들은 “문재인정권의 폭정을 막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확실한 길을 가라는 것이 국민의 의사”라며 “특히 이 정권의 탄압에 맞서 싸웠고, 국민의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윤석열의 국민의힘 입당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친윤계의
결집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친윤계는 계파설을 부인했다. 친윤계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권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통한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것일 뿐, 어떤 친분 관계 때문에 지지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계파 논란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일축에도 불구하고 당내 인사들이 윤캠프행을 택하면서 당내 갈등은 고조됐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전직 의원과 현역 당협위원장을 캠프에 대거 영입했다. 과거 친박계로 분류됐던 이학재 전 의원은 캠프 상근 정무특보로, 박민식 전 의원은 캠프 기획실장을 맡았다.

정치평론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장예찬 시사평론가와 이두아 전 의원도 있다. 이외에 ‘김종인계’로 꼽히는 국민의힘 김병민 전 비대위원과 윤희석 전 대변인, 함경우 전 조직부총장 등도 합류했다.

이 때문에 당은 윤캠프에 합류한 이들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윤캠프에 합류한 국민의힘 인사들을 두고 “(당 대선 경선)후보 등록이 끝났는데 윤 전 총장이 없다면(이들은) 제명”이라고 못 박았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했던 셈이다.

윤캠프행 두고 내홍 터진 제1야당
최재형계 선봉으로 신경전 본격화

친윤파는 당장 옹호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이 곧 입당하고 한 식구가 될 텐데 징계할 필요가 있느냐” “(징계 문제는)입당과 동시에 그냥 해소될 문제”라는 주장 등을 내세우는 식이다.

반면 반윤파는 당협위원장들의 자진사퇴를 거론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비호하는 반윤파가 대표적이다. 현재 조해진·박대출·김용판 의원 등은 최 전 원장을 공개 지지하고 있다.

특히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김 의원은 수사를 지휘했던 윤 전 총장에게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그는 최 전 원장의 입당을 두고 “열렬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전 원장 측의 김영우 전 의원은 “정치에는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이라는 게 있다”면서 “입당은 환영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신경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에게 공개 회동을 전격 제안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측은 “당장은 때가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최 전 원장은 최근 불거진 당내 계파 논란과 관련해 “언론에서(친윤·반윤) 계파 정치라는 프레임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윤 전 총장과 만나고자 하는 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측은 최 전 원장의 제안에 선을 그었다. ‘양자대결 구도’ 형성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야권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으로서는 최 전 원장의 제안이 탐탁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좋아?
싫어?

다만 두 사람의 세 대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이 심상찮다. 입당 이후 당내 주자들을 제치면서 여야 전체 4위에 올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발표한 결과, 최 전 원장은 전주 대비 2.5%포인트 상승한 8.1%를 기록했다. 이는 당내 주자인 홍준표 의원(4.7%), 유승민 전 의원(2.8%)보다 앞선 수치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최 전 원장에게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전 원장의 빠른 입당으로 인한 컨벤션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둘의 경쟁구도가 선명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외에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한 ‘윤석열 원죄론’을 두고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드루킹 수사를 방관했다는 게 핵심이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되자 재특검을 주장했다.

반윤계는 문재인정부 탄생에 공로가 있는 윤 전 총장이 이 같은 주장을 할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홍준표 의원은 당장 윤 전 총장을 저격하고 나섰다. 홍 의원은 “당시 사건의 은폐자로 지목됐던 분까지 나서서 자기가 몸담았던 문정권의 정통성을 거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시 경찰에서 김경수의 휴대전화 추적과 계좌 추적을 하고자 했으나 영장을 기각한 것이 당시 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아니었나”라면서 “그 좋던 투쟁의 시기를 놓치고 이제 와서 재특검 운운하는 것도 우습다”고도 했다.

눈도장
줄서기


반면 친윤계인 정진석 의원은 드루킹 주범을 잡기 위한 릴레이 시위를 제안했다. 사실상 친윤 결집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단체 채팅방에 ‘드루킹 주범을 법정에 세우자’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의원들의 시위 동참을 독려했다.

문정부에 항의하는 모양새지만, 윤석열 원죄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반윤계로 꼽히는 김용판 의원은 “특정 후보가 어젠다를 던진 후 우리 당 의원들이 하명을 받아 실행하는 듯한 모습은 국민들 눈에 그리 아름답게 비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친윤-반윤계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에도 경계하고 있다.

‘킹메이커’마저 윤 전 총장에게 힘을 실어줄 경우 윤 전 총장의 대세는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김 전 위원장의 측근들은 윤캠프에 합류했다. 김병민 전 비대위원과 윤희석 전 대변인, 함경우 전 조직부총장은 ‘김종인 사람’으로 꼽힌다. 김 전 위원장의 ‘허락’ 없이 이들이 윤캠프에 합류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전 대변인은 최근 김 전 위원장의 말을 듣고 윤캠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대변인에게 “우리가 윤석열을 도울 수밖에 없다. 네가 (윤석열 캠프에) 가라. 윤석열밖에 (대통령) 될 사람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드루킹 사건 ‘윤 원죄론’까지 소환
김종인마저 친윤? 다시 킹메이커로?


김종인계의 윤캠프행 덕에 윤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의 거리는 좁혀지는 분위기다. 윤 전 총장은 김 전 위원장이 휴가를 다녀온 후에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김 전 위원장은 “안 만나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간 김 전 위원장은 선거 정국에서 킹메이커로 활약해왔다. 윤 전 총장을 두고 “별의 순간이 보일 것”이라며 ‘윤석열 대망론’에 불을 붙인 이도 김 전 위원장이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김 전 위원장은 점차 윤 전 총장과 거리를 둬왔다.

최근 김 전 위원장은 “초창기 지지도 하나만 갖고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며 “그런데(윤 전 총장은) 그걸 전혀 하질 못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을 많이 소비해버리고 말았다”며 윤 전 총장에 대해 야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결국 윤 전 총장을 도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물밑에서 윤 전 총장을 돕다가 대선후보로 최종 확정되면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것.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의 총괄선대위 위원장 자리를 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정권교체 대의를 위해)두 사람은 협력관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당의 공식후보가 되면 김 전 위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지원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윤 전 총장은 8월에 입당할 것이라는 세간의 관측과 달리 지난달 30일 전격 입당을 선언했다. 내홍이 계속되는 상황에 당 밖에 머물다간 역풍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윤캠프 대다수가 국민의힘 인사로 구성되면서 입당이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자살골
우려도

최근 윤 전 총장은 장모 구속 등 처가 문제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여기에 아내 김씨의 과거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제1야당이 윤 전 총장을 향한 잇단 검증 공세를 막아줄 ‘뒷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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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