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트랙' 국민의힘 대권 암투 내막

‘친윤 vs 반윤’ 내홍 속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 인한 국민의힘의 내홍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친윤계’가 윤 전 총장을 적극적으로 비호하는 반면 ‘반윤계’는 윤 전 총장의 행보마다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상황. 양측의 신경전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을 선언하면서 ‘친윤(친 윤석열)계’와 ‘반윤(반 윤석열)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과거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처럼 새로운 계파가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입당하면
끝? 시작?

지난달 26일 친윤계는 국회에서 윤 전 총장 입당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윤 전 총장의 입당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친윤계로 꼽히는 권성동·정진석·장제원·유상범 의원 등 현역 의원 41명이 뜻을 모았다. 국민의힘 의원(103명) 절반가량이 입당 촉구 명단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이들은 “문재인정권의 폭정을 막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확실한 길을 가라는 것이 국민의 의사”라며 “특히 이 정권의 탄압에 맞서 싸웠고, 국민의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윤석열의 국민의힘 입당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친윤계의
결집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친윤계는 계파설을 부인했다. 친윤계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권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통한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것일 뿐, 어떤 친분 관계 때문에 지지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계파 논란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일축에도 불구하고 당내 인사들이 윤캠프행을 택하면서 당내 갈등은 고조됐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전직 의원과 현역 당협위원장을 캠프에 대거 영입했다. 과거 친박계로 분류됐던 이학재 전 의원은 캠프 상근 정무특보로, 박민식 전 의원은 캠프 기획실장을 맡았다.

정치평론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장예찬 시사평론가와 이두아 전 의원도 있다. 이외에 ‘김종인계’로 꼽히는 국민의힘 김병민 전 비대위원과 윤희석 전 대변인, 함경우 전 조직부총장 등도 합류했다.

이 때문에 당은 윤캠프에 합류한 이들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윤캠프에 합류한 국민의힘 인사들을 두고 “(당 대선 경선)후보 등록이 끝났는데 윤 전 총장이 없다면(이들은) 제명”이라고 못 박았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했던 셈이다.

윤캠프행 두고 내홍 터진 제1야당
최재형계 선봉으로 신경전 본격화

친윤파는 당장 옹호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이 곧 입당하고 한 식구가 될 텐데 징계할 필요가 있느냐” “(징계 문제는)입당과 동시에 그냥 해소될 문제”라는 주장 등을 내세우는 식이다.

반면 반윤파는 당협위원장들의 자진사퇴를 거론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비호하는 반윤파가 대표적이다. 현재 조해진·박대출·김용판 의원 등은 최 전 원장을 공개 지지하고 있다.

특히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김 의원은 수사를 지휘했던 윤 전 총장에게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그는 최 전 원장의 입당을 두고 “열렬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전 원장 측의 김영우 전 의원은 “정치에는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이라는 게 있다”면서 “입당은 환영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신경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에게 공개 회동을 전격 제안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측은 “당장은 때가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최 전 원장은 최근 불거진 당내 계파 논란과 관련해 “언론에서(친윤·반윤) 계파 정치라는 프레임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윤 전 총장과 만나고자 하는 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측은 최 전 원장의 제안에 선을 그었다. ‘양자대결 구도’ 형성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야권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으로서는 최 전 원장의 제안이 탐탁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좋아?
싫어?

다만 두 사람의 세 대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이 심상찮다. 입당 이후 당내 주자들을 제치면서 여야 전체 4위에 올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발표한 결과, 최 전 원장은 전주 대비 2.5%포인트 상승한 8.1%를 기록했다. 이는 당내 주자인 홍준표 의원(4.7%), 유승민 전 의원(2.8%)보다 앞선 수치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최 전 원장에게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전 원장의 빠른 입당으로 인한 컨벤션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둘의 경쟁구도가 선명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외에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한 ‘윤석열 원죄론’을 두고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드루킹 수사를 방관했다는 게 핵심이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되자 재특검을 주장했다.

반윤계는 문재인정부 탄생에 공로가 있는 윤 전 총장이 이 같은 주장을 할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홍준표 의원은 당장 윤 전 총장을 저격하고 나섰다. 홍 의원은 “당시 사건의 은폐자로 지목됐던 분까지 나서서 자기가 몸담았던 문정권의 정통성을 거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시 경찰에서 김경수의 휴대전화 추적과 계좌 추적을 하고자 했으나 영장을 기각한 것이 당시 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아니었나”라면서 “그 좋던 투쟁의 시기를 놓치고 이제 와서 재특검 운운하는 것도 우습다”고도 했다.

눈도장
줄서기


반면 친윤계인 정진석 의원은 드루킹 주범을 잡기 위한 릴레이 시위를 제안했다. 사실상 친윤 결집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단체 채팅방에 ‘드루킹 주범을 법정에 세우자’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의원들의 시위 동참을 독려했다.

문정부에 항의하는 모양새지만, 윤석열 원죄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반윤계로 꼽히는 김용판 의원은 “특정 후보가 어젠다를 던진 후 우리 당 의원들이 하명을 받아 실행하는 듯한 모습은 국민들 눈에 그리 아름답게 비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친윤-반윤계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에도 경계하고 있다.

‘킹메이커’마저 윤 전 총장에게 힘을 실어줄 경우 윤 전 총장의 대세는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김 전 위원장의 측근들은 윤캠프에 합류했다. 김병민 전 비대위원과 윤희석 전 대변인, 함경우 전 조직부총장은 ‘김종인 사람’으로 꼽힌다. 김 전 위원장의 ‘허락’ 없이 이들이 윤캠프에 합류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전 대변인은 최근 김 전 위원장의 말을 듣고 윤캠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대변인에게 “우리가 윤석열을 도울 수밖에 없다. 네가 (윤석열 캠프에) 가라. 윤석열밖에 (대통령) 될 사람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드루킹 사건 ‘윤 원죄론’까지 소환
김종인마저 친윤? 다시 킹메이커로?


김종인계의 윤캠프행 덕에 윤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의 거리는 좁혀지는 분위기다. 윤 전 총장은 김 전 위원장이 휴가를 다녀온 후에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김 전 위원장은 “안 만나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간 김 전 위원장은 선거 정국에서 킹메이커로 활약해왔다. 윤 전 총장을 두고 “별의 순간이 보일 것”이라며 ‘윤석열 대망론’에 불을 붙인 이도 김 전 위원장이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김 전 위원장은 점차 윤 전 총장과 거리를 둬왔다.

최근 김 전 위원장은 “초창기 지지도 하나만 갖고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며 “그런데(윤 전 총장은) 그걸 전혀 하질 못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을 많이 소비해버리고 말았다”며 윤 전 총장에 대해 야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결국 윤 전 총장을 도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물밑에서 윤 전 총장을 돕다가 대선후보로 최종 확정되면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것.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의 총괄선대위 위원장 자리를 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정권교체 대의를 위해)두 사람은 협력관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당의 공식후보가 되면 김 전 위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지원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윤 전 총장은 8월에 입당할 것이라는 세간의 관측과 달리 지난달 30일 전격 입당을 선언했다. 내홍이 계속되는 상황에 당 밖에 머물다간 역풍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윤캠프 대다수가 국민의힘 인사로 구성되면서 입당이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자살골
우려도

최근 윤 전 총장은 장모 구속 등 처가 문제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여기에 아내 김씨의 과거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제1야당이 윤 전 총장을 향한 잇단 검증 공세를 막아줄 ‘뒷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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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