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강타한 '윤석열 X파일' 입체분석

사방이 적… X맨은 내부에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된 의혹이 담긴 ‘X파일’로 정치권이 연일 뜨겁다. 다만 실체와 출처가 불분명한 ‘지라시’ 수준의 문건들로 인해 혼선만 가중되는 분위기다. X파일은 어디서 만들어졌나. 그리고 왜 지금에서야 터진 걸까.

야권의 정치 평론가 장성철씨가 쏘아올린 ‘윤석열 X파일’ 논란이 연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장씨는 X파일을 본 후 “방어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윤 전 총장을 향한 지지 철회의 뜻을 밝혔다. 아군으로부터 나온 폭로라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A4 10장
4가지 버전

윤석열 X파일은 이미 정계에서 소문이 파다했다. 이를 최초로 언급한 이는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의 신지호 전 의원. 그는 지난달 24일 한 칼럼에서 윤 전 총장과 관련된 X파일이 돌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생산지를 ‘여권’으로 지목했다.

신 전 의원은 야당 의원실에서 해당 자료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마침 야권에서도 윤석열 때리기의 수요가 발생했다”며 “대선후보 경선에서 윤석열을 제쳐야 하는 사람들 또한 윤석열을 무너뜨릴 비책을 찾아 헤매고 있다”고 추측했다.

이후 여권에서도 X파일 대열에 합류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윤 전 총장과 관련된 파일을 수집하고 있다며 혹독한 검증을 예고했다.


이후 장씨의 ‘내부 수류탄’은 X파일 논란에 불을 지폈다. 장씨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그가 본 X파일은 올해 4월 말과 6월 초에 작성된 두 가지다. 각각 A4 10장 분량이다. 4월 말에 작성된 문건은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본 정보를 담았다.

반면 6월에 작성된 문건에는 윤 전 총장과 관련된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있다. 부인 김씨, 장모 최씨 등과 관련된 의혹이 인물별로 분류됐다. 동시 윤 전 총장을 공격할 수 있는 부분, 사실관계를 좀 더 확인해야 할 점 등의 정무적 판단까지 담겨 있었다고 한다.

장씨는 해당 X파일 문건의 전달한 이를 “여야 안 가리고 정보 쪽에 상당히 능통한 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장씨는 X파일을 작성한 당사자를 여권과 정부기관으로 지목했다. 장씨에게 X파일을 전달한 이가 4월에 작성된 문건의 출처를 정부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아군 진영서 터진 폭탄…공작 배후 세력은?
실체 없어 오리무중…반윤석열 연대의 작품?

반면 6월 문건은 정무적 판단이 들어간 만큼 장씨는 여권 쪽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을 공격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자료라는 것.

의아한 부분은 장씨가 제기한 X파일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윤 전 총장과 관련된 문건들이 돌고 있지만, 모두 장씨가 언급한 문건이 아니다. 현재 정치권에 돌고 있는 문건은 4가지로, 전자파일 형태로 유포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윤석열 X파일(목차)’이란 제목의 PDF 파일이다. 분량은 6쪽. 파일 목차를 보면 윤 전 총장과 그의 아내 김씨, 장모 최씨와 관련된 비리 의혹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친여 유튜브 매체 ‘열린공감 TV’가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열린공감 TV는 방송을 통해 “해당 파일은 취재 내용을 정리한 방송용 대본”이라며 “지난해부터 윤 전 총장 관련 방송을 많이 했고, 이미 방송을 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실제 내용이 담긴 분량은 200~300쪽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 부인 김씨의 사진과 프로필, SNS 활동 내용 등이 담긴 ‘윤석열 마누라’ 등의 제목으로 된 80개 정도의 문서 압축 파일(97.89MB)과 장모 최씨와 관련된 의혹이 담긴 ‘윤석열 누가 죄인인가’란 제목의 문서 파일(238.82MB)도 함께 돌고 있다.

명중탄?
불발탄?

또 윤 전 총장의 ‘공(公)’과 ‘실(失)’ ‘핵심 리스크’ 등 세 가지 목차로 나뉜 2쪽짜리 문건도 돌고 있다. 이 문건은 윤 전 총장의 과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당시 야당 의원실이 청문회 대비용으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돌고 있는 문건들을 두고 출처가 불분명한 ‘지라시’ 수준으로 평가했다. 대선 국면 때마다 대선주자들을 겨냥한 자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기관에서 만든 형태라고 하기에도 조악한 수준으로 보인다.

즉 현재 정가에서 돌고 있는 X파일은 정부에서 조직적으로 자행한 ‘불법 사찰의 결과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의 장모인 최씨와 동업자였던 정씨 주장이 담긴 ‘파생본’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씨는 원래 최씨와 동업자 관계였지만, 둘은 금전 관계로 인해 틀어졌다. 이후 최씨가 정씨를 고소했고, 이 일로 기소된 정씨는 강요죄 등의 혐의로 2년가량 옥살이를 했다.

정씨는 출소 후 최씨의 위증 등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왔다. 윤 전 총장이 과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에 정씨가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의원실을 광범위하게 접촉했다는 후문이다.

실체 없는 X파일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난데없는 ‘배후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정미경 최고위원은 장씨의 말을 의심하며 “입수하지 않고 한 것처럼 거짓말하면서 나쁜 게 있는 것처럼 표현한 것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식적으로 10페이지짜리 문건 2개에 윤 전 총장과 관련된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장씨가 여러 언론과의 접촉으로 X파일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배경 역시 미심쩍다. 장씨가 야권 인사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보수 진영 내 ‘반 윤석열’ 세력이 ‘작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배경이다.

배후설
폭로전


일각에서는 논란을 제기한 장씨 배후에 김무성 전 국민의힘 의원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씨는 김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비전전략실 소속으로 일한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전혀 무관하다”며 펄쩍 뛰었고, 장씨 역시 “김 전 의원과 교류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밖에도 황교안 전 대표가 배후에 있다는 설도 나온다. 황 전 대표는 후보 경선에서 윤 전 총장과 겨뤄야 한다. 과거에도 두 사람은 특수통과 공안통 검사 출신으로 경쟁 관계에 있었다.

또 윤 전 총장은 황 전 대표의 법무부 장관 시절에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후 윤 전 총장이 검찰의 수장에 오른 이후 특수부 출신들이 주요 보직을 장악하면서, 황 전 대표의 공안부 라인은 몰락을 겪어야 했다.

과거 흐름을 비춰봤을 때 황 전 대표의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공안부 출신인 황 전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다만 황 전 대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공안통과 특수통은 서로 돕는 관계”라고 반박했다.

X파일 실체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자 정치권은 서로 책임을 떠밀고 있다. 특히 여당은 이간계 전략을 펼치는 양상이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X파일의 근원지를 야당으로 지적하며 “홍준표 의원이 윤 전 총장이 지난여름에 무엇을 했는지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X파일을 본 일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면서도 “검찰총장은 법의 상징인데 그런 분이 정치판에 등판하기도 전에 20가지에 달하는 의혹이 있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윤 전 총장을 저격했다.

‘누가 만들었나’ 여야 공방에 이간계 의심도
강경 대응하는 ‘윤’…제2의 김대업 사건?

과거부터 홍 의원은 야권 내 ‘윤석열 저격수’ 역할을 해왔다. 윤 전 총장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지난 2016년 국정 농단 수사 등에 관여한 것을 들어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못살게 굴던 사람을 우파 대선 후보 운운하는 것도 아무런 배알도 없는 막장 코미디”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상 야권 내부를 ‘갈라치기’ 하려는 여권의 속셈이 통한 것.

야권의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유력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의 이른 홍역으로 혼선이 가중되면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윤 전 총장이 입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X파일 논란과 관련해서도 대응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또 야당은 ‘정치 공작’이라며 여당의 공격에 대응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송 대표가 제작·유통 원조”라고 주장했고, 성일종 의원은 “누가 만들었는지 출처가 중요하다”며 여권을 겨냥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원팀의 정신으로 송영길 대표의 X파일 이간계에 맞서 함께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윤 전 총장은 태세를 전환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2일 이상록 대변인을 통해 “출처불명 괴문서로 정치 공작하지 말고 진실이라면 내용·근거·출처를 공개하기 바란다”며 “그래서 진실을 가리고 허위사실 유포와 불법사찰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X파일로 위기에 몰리자 ‘불법사찰’ 등의 강한 어조로 국면전환을 노린 것이다. ‘전언 정치’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침묵은 국민들의 피로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 또 윤 전 총장 측은 이와 관련된 법률대응팀 구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X파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의 내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의혹만 남는 X파일은 공작정치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불린다. 실제로 역대 대선 시즌에는 X파일, 허위 증언 등 온갖 네거티브가 정국을 휩쓸었다.

복잡한 야권
정공법 돌파?

일각에서는 과거 ‘김대업 사건’과 비슷한 모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병무 관련 의정 부사관을 지냈던 김대업씨가 “1997년 15대 대선 직후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의 병역 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대책 회의가 열린 뒤 병적 기록이 파기됐다”고 주장한 사건이다. 이는 증거 조작으로 결론났지만, 당시 이 후보는 지지율이 급락했고 결국 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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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