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불패’ 김성기 가평군수 수사 반전 결말

군수님 또 무사통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의정부지검이 감사원의 가평군수 고발 사건에 ‘혐의 없음’ 처분한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의 수사의뢰 이후 2년여 만이다. 당선 이후 잇따른 송사에서 ‘법정 불패’ 기록을 이어가던 김성기 가평군수는 이번에도 면죄부를 받게 됐다.

<일요시사>는 지난 4월 1317호 ‘<단독>가평군수 늑장수사 의혹’ 보도를 통해 의정부지검의 김성기 가평군수 수사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의정부지검은 감사원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의 혐의로 김 군수를 수사하라고 의뢰한 사건을 1년8개월째 처리하지 않고 있었다.

2년 만에
결론 났다

감사원은 2018년 10월10일부터 12월28일까지 가평군 등 21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 전환기 취약 분야 특별점검’ 감사를 실시했다. 당시 감사는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토착비리를 점검해 혐의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감사 결과 징계요구 20건(38명), 시정 1건(20억원), 주의 16건, 통보 27건, 수사의뢰 13건(61명) 등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감사원은 “지방분권이 꾸준히 확대되는데도 불구하고 부당한 민?관 유착, 단체장 등 공직자의 부당행위 등의 문제점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9년 8월21일 감사원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평군은 ▲특정업체 하도급 부당 요구 ▲장애인복지센터 신축부지 매입 부적정 ▲짚라인 조성사업 부당 추진 ▲하도급 관리 부적정 ▲건축물 용도변경 등 업무처리 부적정 등의 사항에 대해 지적받았다. 


감사원은 가평군 등에 ▲징계문책 ▲주의 ▲통보·권고 ▲인사자료 통보 등을 처분했다. 특히 ▲장애인복지센터 신축부지 매입 부적정 ▲특정업체 하도급 부당요구 ▲짚라인 조성사업 부당 추진 등과 관련해서는 김 군수와 관련 공무원 등을 ‘직권남용·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의뢰 한다고 밝혔다.

김 군수는 가평군 장애인복지센터 신축 부지 매입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장애인복지센터 신축 부지 관련 사건은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2010년부터 경기도의원으로 활동하던 김 군수는 2013년 4월24일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가평군수에 당선됐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김 군수는 당선 이후 2013년 8월30일 A실장에게 장애인단체들이 한 곳에 모여 근무할 수 있는 건물 부지 매입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4·24 재보궐선거에서 김 군수의 선거캠프 선거사무장 역할을 했던 B의 배우자가 소유한 토지를 장애인복지센터 건물 신축 부지로 선정하도록 했다. 

2019년 8월 감사원 수사의뢰 사건
1년10개월 만에 ‘혐의 없음’ 처분

김 군수는 해당 부지에 대한 토지 매입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고, 2013년 10월7일 최종 결재했다. 가평군은 2014년 4월8일 추경 예산을 통해 토지 매입비 7억2000만원을 편성했다. 이후 2014년 5월2일 건물명을 장애인복지센터에서 장애인재활지원센터로 변경해 ‘장애인재활지원센터 신축 계획’을 재수립한 뒤 2014년 6월23일 해당 토지를 6억9307만7000원에 매입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종합적인 사업계획 수립 단계 없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법 39조와 지방자치법 시행령 36조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시행령 제 7조1항에 따른 중요재산의 취득 및 처분에 대한 의결권한을 갖고 있다.

1건당 기준가격이 10억원 이상 또는 1건당 토지 면적이 1000㎡ 이상인 경우 중요재산으로 분류된다. 


또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10조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시행령 제7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중요재산을 취득할 때 예산을 지방의회에서 의결하기 전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세워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

공유재산 관리계획에는 사업 목적과 용도, 사업 기간, 사업 규모, 계약 방법 등이 명확히 명시돼야 한다. 

해당 토지의 면적은 3901㎡, 즉 중요재산이다. 다시 말해 가평군에서 해당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선 가평군의회의 의결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단계를 밟았다면 가평군은 장애인복지센터 신축을 위해 장애인 단체들의 의견을 듣고 건물의 연면적, 층수 등 건물 규모를 고려한 부지 면적과 위치를 검토하는 작업을 선행했어야 한다. 

또 장애인복지센터 신축을 위한 토지 매입비와 건축비 등 총사업비를 산정하고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해 종합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과정도 거쳐야 했다. 그런 뒤에 사업계획에 따른 토지 및 건물 취득 관련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수립해 가평군의회의 의결을 받고 토지를 매입해야 했다. 

공소시효
지시? 매입?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이 진행되기 전 김 군수의 지시에 따라 토지 매입이 선행됐다. 김 군수는 1975년부터 2008년까지 33년간 가평군에서 근무하면서 주요 보직을 두루 경험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경기도의원을 역임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 필요한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김 군수는 감사원에 장애인복지센터 토지 매입과 관련해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수립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지 않고 예산에 편성해 집행한 것에 대한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담당자의 행정절차 미숙으로 발생한 일이니 직원들의 업무연찬 등을 통해 행정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조속히 사업계획을 수립해 토지를 활용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장애인복지센터 토지 매입은 담당 직원의 행정절차 미숙뿐만 아니라 김 군수의 잘못된 지시에 그 원인이 있다”고 못박았다.

2019년 6월5일 가평군에서 신청한 적극행정면책도 인정하지 않았다. 적극행정면책은 공무원 등의 성실하고 능동적 업무처리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공익성·투명성·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그 책임을 감경해주는 제도다. 

김 군수에 대한 감사원의 수사의뢰 사건은 의정부지검에서 맡았다. 의정부지검은 해당 사건에 대해 지난 4월 <일요시사>의 취재가 시작될 무렵까지 가타부타 어떤 결론도 내놓지 않고 있었다. <일요시사> 질의에도 ‘수사 중’이라는 짤막한 답변만 남겼다. 이후 5월에는 의정부지검이 사건을 공공반부패수사 전담부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수사 착수
한 달 만에?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의정부지검에서 지난 9일 김 군수에 대해 ‘혐의 없음’(증거불충분) 처분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감사원의 수사의뢰가 이뤄진 지 1년10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수사 경과와 김 군수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공소시효 논란도 불거졌다. 김 군수가 받고 있는 직권남용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이 공소시효의 만료 시점이 언제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군수가 토지를 매입하라고 지시한 시점이 공소시효 기산점(만료점에 대해 기간의 계산이 시작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김 군수가 A실장에게 토지 매입을 지시한 시점은 2013년 8월30일, 가평군청 담당자가 수립한 토지 매입 계획을 최종 결재한 시점은 2013년 10월7일이다. 이때를 기산점으로 공소시효를 계산하면 각각 2020년 8월29일, 2020년 10월6일이다.

이미 지난해 김 군수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났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평군에서 토지를 매입한 시점인 2014년 6월23일을 공소시효 기산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공소시효 만료 시점은 지난 6월22일이 된다. 공소시효가 만료된 경우 수사기관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한다. 

의정부지검에서 김 군수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린 것으로 보아 9일 기준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정부지검은 공소시효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군수는 2013년 당선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재임 기간 내내 송사에 휘말렸다. 2013년 재보궐선거,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무죄를 받은 바 있다. 그런 그가 의정부지검의 불기소 처분으로 감사원 고발 사건에서도 살아 남았다. 

2013년·2018년 송사도 결국 무죄
3선 임기 무리 없이 마무리할 듯

김 군수는 2013년 4월 재보궐 선거, 2014년 지방선거, 2018년 지방선거에서 내리 당선돼 3선에 성공했다. 그는 2013년 10월 재보궐선거에 앞서 상대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경쟁 후보자에게 불출마 대가로 5000만원과 가평군 시설공단이사장직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았다.

경쟁 후보자는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고 결국 김 군수가 당선됐다. 

이 사건은 김 군수의 선거를 도왔던 한 관계자가 검찰에 진정을 넣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C씨는 친척 승진과 자신의 부동산을 가평군에서 매입해줄 것을 약속 받았지만 김 군수가 들어주지 않자 검찰에 진정을 넣고 구속 기소됐다.

의정부지법은 1심 재판에서 김 군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김성기 피고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반면 진정인 C씨와 선거운동을 도운 관계자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아 진정 동기와 자백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에서도 김 군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도 김 군수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진정인과 선거 관계자 역시 무죄가 확정됐다.

2018년에는 불법 정치자금을 사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군수는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대책본부장인 D씨를 통해 E씨로부터 6억원을 무상으로 받아 사용한 혐의, 2013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향응·뇌물을 받은 혐의, 이를 언론에 알린 제보자에 대한 무고 혐의 등을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의정부지법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들은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은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김 군수는 지난 1월14일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자신의 SNS에 “오늘로 저를 둘러싼 모든 음해가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응원과 걱정을 해주신 군민들께 감사드린다. 올바른 판단을 내려준 사법부에도 감사를 드린다”고 글을 올렸다.

두 번의 
기사회생

한 가평군 주민은 “감사원이 고발한 사건에서도 기소당하지 않는 김 군수의 능력이 대단하다. 기소당해도 매번 무죄 판결을 받고 살아 돌아온 것도 놀랍다”고 꼬집었다. 의정부지검의 불기소 처분으로 김 군수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잔여 임기를 무리 없이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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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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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