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비위' 뒷북 치는 정치권 실상

줄줄이 터져야 만지는 척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을 계기로 군의 성비위 문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은 앞다퉈 TF를 꾸리며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미덥지 않다는 평가다.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을 기점으로 시대착오적인 군의 각종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정치권의 책임공방이 한창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충돌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며 여당을 공격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며 “군 통수권자로서 권한을 부여받았는데 5년 동안 상당히 군을 무력화시키고 군 정신 전력을 해이하게 만든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해당 사건과 관련한 제보를 받았음에도 묵살한 사실을 지적했다. 국민의힘 하태경·신원식 의원은 유족 측으로부터 이를 미리 제보 받았다. 두 의원 모두 국회 국방위 소속이다.


이에 두 의원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신 의원은 “5월24일쯤 유가족께서 의원실로 전화를 줬다. 하지만 전화를 받았던 직원이 바로 이어온 다른 전화에 대응하느라 이를 깜빡하고 제게 보고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하 의원 역시 “사건을 알게 된 건 첫 언론보도가 나간 직후”라며 “유가족과 통화한 직원은 내부 절차대로 해당 내용을 요약 정리해 직원들과 공유했으며 담당자를 지정해 사실 확인 등을 진행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적 공분이 계속되자 여야는 앞다퉈 군 성범죄 근절을 위한 TF를 꾸렸다. 민주당 TF는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의원이 단장을 맡았다. 국민의힘은 정진석 의원이 TF를 이끈다.

민 의원은 “군사법원을 비롯한 군사법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을 통해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와 판결, 폐쇄성을 극복하고 군사법체계 공정성과 균형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6월 내로 군사법 개정을 통한 개혁에 집중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발의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의 골자는 군 경찰과 검찰, 재판부의 독립성을 높이는 것이다. 부대 지휘관으로부터 군 검찰과 법원을 독립시키고자 함이다.

현행법은 군검찰이 영장 청구 여부조차 부대 지휘관에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부대 지휘관은 법관이 아닌 일반 장교를 심판관으로 임명해 재판부를 구성하거나, 형량을 줄여줄 수 있다. 사실상 현장 지휘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인 셈.


나사 풀린 군대…여야는 책임공방
앞다퉈 TF 꾸리며 재발 방지 약속

실제 이번 이 중사 사건에서도 가해자인 장모 중사는 사건 발생 보름이 돼서야 처음으로 군사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군검찰에서는 피해자인 이 중사가 사망하기 전까지 단 한차례 조사도 받지 않았다.

이에 개정안은 이 조항들을 삭제하고 2심부터는 민간 법원이 재판을 맡도록 했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아예 수사 단계부터 군에 맡기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청문회와 국정조사 등을 통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또 국민의힘은 오는 15일 사망한 공군 부사관의 성추행 피해가 발생한 충남 서산 제20전투비행단에 방문해 현장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민주당은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 등은 ‘정치적 주장’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지금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논의하자는 것은 일종의 정치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국방부의 철저한 수사 등 절차가 진행된 이후 여야 공감대가 있으면 논의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정치권은 한동안 군사법원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의당·국민의당·기본소득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민의힘과 함께 국정조사 요구서와 ‘군 성폭력 및 사건 은폐·무마·회유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에 더해 국방부는 공군 이모 중사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과 관련해 민·관·군 합동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임을 밝혔다. 서 장관과 민간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게 된다. 이미 출범한 ‘장병 생활 여건 개선 TF’ ‘성폭력 예방 제도개선 TF’는 분과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국방부는 민간인이 참여하는 군검찰 수사심의위를 가동할 예정이다. 법조·학계, 시민단체, 언론 등 10여명의 민간전문가가 수사 과정에 참여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군이 민간 검찰과 유사한 수사심의위를 가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쟁

다만 개혁의 목소리가 제도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그간 군 성비위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으나 정치권은 이를 사실상 방치해왔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군의 특수성을 고려하되 군 사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립을 위해 관련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며 군 지휘관 영향력 축소와 수사-재판의 독립성 보장 등 개혁 과체 추진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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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