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운전' 아워홈 후계자의 일탈 나비효과

하나 보면 열 안다고…다 된 밥에 코 빠뜨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이 보복운전으로 인해 뭇매를 맞고 있다. 보복운전으로 차량을 파손하고, 상대 운전자를 다치게 한 혐의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도덕성에 큰 흠집이 생겨버렸다. 결과적으로 구 부회장의 일탈 행동은 엄청난 나비효과로 되돌아왔다. 동생에게 경영권을 빼앗기게 된 배경이 된 것이다.

구본성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의 보복운전 행각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은 특수재물손괴와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구 부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구 부회장은 지난 3월 재판에 넘겨졌고, 변론은 지난 5월13일 마무리된 상태였다.

욱하는 성격
민망한 추태

구 부회장은 지난해 9월5일 서울시 강남구 학동사거리 인근에서 보복 운전을 감행했다. 압구정로데오역 방향으로 자신의 BMW X5 차량을 몰던 중 40대 남성의 벤츠 차량이 차선을 바꿔 자신의 차 앞에 끼어들자 홧김에 저지른 일이었다.

구 부회장은 순간적으로 격분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A씨의 차를 앞지른 뒤 급정거했고, 이 과정에서 A씨 차의 전면이 구 부회장 차의 후면과 충돌했다. A씨는 추돌사고로 인해 400만원에 가까운 차량 수리비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놀랍게도 구 부회장은 사고 직후 도주를 감행했다. 구 부회장의 차를 뒤쫓은 A씨는 차에서 내려 “경찰에 신고했으니 도망가지 마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구 부회장은 차를 몰고 A씨에게 돌진했다.


놀란 A씨가 손으로 막았지만, 구 부회장은 계속해서 차를 움직였고, 결국 A씨는 허리·어깨 등을 다쳤다.

추월했다고 홧김에 상해까지
반성문 내고 솜방망이 처벌

검찰은 지난달 13일 결심공판에서 구 부회장에 징역 10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기존 판례에 비춰보면 재판부가 구 부회장에 징역형을 선고해도 큰 무리는 없었다. 차량 손괴 이후 상대 운전자에게 가해한 정황이 드러났고, 보복할 의도를 갖고 자동차를 이용해 피해자의 신체를 상해한 혐의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특수상해죄는 벌금형이 규정돼있지 않고 법정형 자체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정해져 있다. 또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 피해자와 합의를 한다고 형사 책임을 피할 수도 없다. 특수손괴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된다.

다만 법원은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점을 감안해 구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해 정도가 크지 않고 구 부회장이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은 점 등을 양형 참작 사유로 삼았다. 구 부회장 변호인은 재판부에 지난달 25일 반성문을 제출한 바 있다.

또다시
남매의 난?

공교롭게도 구 부회장의 일탈 행동은 아워홈 경영권의 향방을 완전히 뒤바꿨다. 앙숙인 막냇동생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아워홈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양상이다.


구 부회장과 구 전 대표는 2015년부터 경영권을 사이에 두고 갈등을 겪었다.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슬하에 구 부회장, 구명진씨, 구미현씨, 구 전 대표 등 1남3녀를 뒀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들 가운데 아워홈 경영에 참여한 것은 구 부회장과 구 전 대표 뿐이었다.

특히 구 전 대표는 일찌감치 아워홈의 후계자 1순위로 꼽혀왔다. 구 전 대표는 2004년 아워홈 외식사업부 상무로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냈고, 2015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만 해도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범LG가의 가풍을 깨고 첫 여성 후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구 전 대표가 자신에게 적대적인 임원들을 좌천, 업무배제, 해고했다는 논란에 휘말리면서 구 전 대표의 입지는 흔들렸다. 결국 구 전 대표는 2015년 7월 승진 5개월 만에 부사장을 내려놨다.

구 전 대표가 물러난 자리는 구 부회장이 채웠다. 구 부회장은 삼성경제연구소 등 외부에서 일하다 뒤늦게 아워홈 경영에 참여했고 대신 구 전 대표는 2016년에 캘리스코 대표로 부임했다. 

이후 남매는 수차례에 걸쳐 다툼을 벌였다. 구 전 대표는 2017년 서울중앙지법에 아워홈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청하고 이사직 복귀를 시도했지만, 언니 구미현씨가 오빠의 손을 들어주면서 무산됐다.

반대 기류
깨진 독주

2019년 아워홈 정기주총에서는 구 부회장이 이사 보수 한도 증액과 아들 구재모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이를 구 전 대표와 구명진씨가 반대했다. 이후 아워홈은 구 전 대표의 캘리스코에 식자재 공급 중단을 선언했고, 이로 인해 양사는 법정 다툼까지 벌였다.

지난해부터 양측의 갈등이 소강상태를 나타냈지만, 여전히 구 전 대표의 아워홈 복귀 가능성은 열려 있었다. 자매가 합심할 경우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워홈의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지난해 6월 기준 구 부회장(38.56%), 구미현씨(19.28%), 구명진씨(19.60%), 구 전 대표(20.67%) 등 오너 일가 남매가 98.11%의 지분을 보유 중이었다. 남매 간 합종연횡에 따라 경영진 교체가 충분히 가능했던 셈이다.

이런 가운데 구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시점과 구 전 대표의 대표이사 사임이 맞물리자 구 전 대표가 아워홈으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구 전 대표는 구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지기 직전인 지난 2월 캘리스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예상은 머지않아 현실이 됐다.

지난 6월4일 아워홈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제안했던 신규이사 선임안, 보수총액 한도 제한안 등을 통과시켰다. 이번 주총은 아워홈 측과 구 전 대표 측이 개최 시기를 놓고 이견을 빚다 결국 법원 판단에 의해 소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참에 오빠에게 칼 겨눈 막내
동생들 합세…경영권 잃은 장남

세 자매는 이날 주주제안을 통해 선임된 신규 이사들을 앞세워 이사회를 장악했고, 구 부회장을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구 부회장을 대신해 구 전 대표가 아워홈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경영권 다툼이 세 자매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구명진씨가 구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건 예정된 행보였다. 구명진씨의 경우 구 전 대표의 확실한 우호세력으로 분류돼왔다. 구명진씨는 구 전 대표가 캘리스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직후인 지난 2월15일자로 신임 캘리스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구명진씨는 그간 아워홈 관련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던 인물이다. 캘리스코의 2대주주이자 등기이사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긴 했지만, 대외적인 경영 일선에서 활동한 건 아니었다.

지분 19.28%를 가지고 있던 장녀 구미현씨가 구 전 대표 손을 잡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구미현씨와 구명진씨가 구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세 자매의 지분은 60%에 근접했고, 큰 무리 없이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구 부회장의 보복운전이 구미현씨가 구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미현씨는 2017년 구 부회장과 구 전 대표 사이에서 경영권 다툼이 불거졌을 당시에는 구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구 부회장의 이번 보복운전 행위는 그냥 눈감아주기 힘든 사안이었다.

순식간에
날아간 왕관

재계에서는 향후 구 부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반격에 나설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구 부회장이 아워홈 사내이사에서 당장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내이사의 해임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3분의2 이상의 지분이 필요한데, 구 부회장의 지분이 38.56%로 3분의 1을 넘기 때문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