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운전' 아워홈 후계자의 일탈 나비효과

하나 보면 열 안다고…다 된 밥에 코 빠뜨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이 보복운전으로 인해 뭇매를 맞고 있다. 보복운전으로 차량을 파손하고, 상대 운전자를 다치게 한 혐의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도덕성에 큰 흠집이 생겨버렸다. 결과적으로 구 부회장의 일탈 행동은 엄청난 나비효과로 되돌아왔다. 동생에게 경영권을 빼앗기게 된 배경이 된 것이다.

구본성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의 보복운전 행각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은 특수재물손괴와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구 부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구 부회장은 지난 3월 재판에 넘겨졌고, 변론은 지난 5월13일 마무리된 상태였다.

욱하는 성격
민망한 추태

구 부회장은 지난해 9월5일 서울시 강남구 학동사거리 인근에서 보복 운전을 감행했다. 압구정로데오역 방향으로 자신의 BMW X5 차량을 몰던 중 40대 남성의 벤츠 차량이 차선을 바꿔 자신의 차 앞에 끼어들자 홧김에 저지른 일이었다.

구 부회장은 순간적으로 격분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A씨의 차를 앞지른 뒤 급정거했고, 이 과정에서 A씨 차의 전면이 구 부회장 차의 후면과 충돌했다. A씨는 추돌사고로 인해 400만원에 가까운 차량 수리비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놀랍게도 구 부회장은 사고 직후 도주를 감행했다. 구 부회장의 차를 뒤쫓은 A씨는 차에서 내려 “경찰에 신고했으니 도망가지 마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구 부회장은 차를 몰고 A씨에게 돌진했다.


놀란 A씨가 손으로 막았지만, 구 부회장은 계속해서 차를 움직였고, 결국 A씨는 허리·어깨 등을 다쳤다.

추월했다고 홧김에 상해까지
반성문 내고 솜방망이 처벌

검찰은 지난달 13일 결심공판에서 구 부회장에 징역 10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기존 판례에 비춰보면 재판부가 구 부회장에 징역형을 선고해도 큰 무리는 없었다. 차량 손괴 이후 상대 운전자에게 가해한 정황이 드러났고, 보복할 의도를 갖고 자동차를 이용해 피해자의 신체를 상해한 혐의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특수상해죄는 벌금형이 규정돼있지 않고 법정형 자체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정해져 있다. 또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 피해자와 합의를 한다고 형사 책임을 피할 수도 없다. 특수손괴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된다.

다만 법원은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점을 감안해 구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해 정도가 크지 않고 구 부회장이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은 점 등을 양형 참작 사유로 삼았다. 구 부회장 변호인은 재판부에 지난달 25일 반성문을 제출한 바 있다.

또다시
남매의 난?

공교롭게도 구 부회장의 일탈 행동은 아워홈 경영권의 향방을 완전히 뒤바꿨다. 앙숙인 막냇동생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아워홈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양상이다.


구 부회장과 구 전 대표는 2015년부터 경영권을 사이에 두고 갈등을 겪었다.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슬하에 구 부회장, 구명진씨, 구미현씨, 구 전 대표 등 1남3녀를 뒀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들 가운데 아워홈 경영에 참여한 것은 구 부회장과 구 전 대표 뿐이었다.

특히 구 전 대표는 일찌감치 아워홈의 후계자 1순위로 꼽혀왔다. 구 전 대표는 2004년 아워홈 외식사업부 상무로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냈고, 2015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만 해도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범LG가의 가풍을 깨고 첫 여성 후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구 전 대표가 자신에게 적대적인 임원들을 좌천, 업무배제, 해고했다는 논란에 휘말리면서 구 전 대표의 입지는 흔들렸다. 결국 구 전 대표는 2015년 7월 승진 5개월 만에 부사장을 내려놨다.

구 전 대표가 물러난 자리는 구 부회장이 채웠다. 구 부회장은 삼성경제연구소 등 외부에서 일하다 뒤늦게 아워홈 경영에 참여했고 대신 구 전 대표는 2016년에 캘리스코 대표로 부임했다. 

이후 남매는 수차례에 걸쳐 다툼을 벌였다. 구 전 대표는 2017년 서울중앙지법에 아워홈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청하고 이사직 복귀를 시도했지만, 언니 구미현씨가 오빠의 손을 들어주면서 무산됐다.

반대 기류
깨진 독주

2019년 아워홈 정기주총에서는 구 부회장이 이사 보수 한도 증액과 아들 구재모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이를 구 전 대표와 구명진씨가 반대했다. 이후 아워홈은 구 전 대표의 캘리스코에 식자재 공급 중단을 선언했고, 이로 인해 양사는 법정 다툼까지 벌였다.

지난해부터 양측의 갈등이 소강상태를 나타냈지만, 여전히 구 전 대표의 아워홈 복귀 가능성은 열려 있었다. 자매가 합심할 경우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워홈의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지난해 6월 기준 구 부회장(38.56%), 구미현씨(19.28%), 구명진씨(19.60%), 구 전 대표(20.67%) 등 오너 일가 남매가 98.11%의 지분을 보유 중이었다. 남매 간 합종연횡에 따라 경영진 교체가 충분히 가능했던 셈이다.

이런 가운데 구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시점과 구 전 대표의 대표이사 사임이 맞물리자 구 전 대표가 아워홈으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구 전 대표는 구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지기 직전인 지난 2월 캘리스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예상은 머지않아 현실이 됐다.

지난 6월4일 아워홈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제안했던 신규이사 선임안, 보수총액 한도 제한안 등을 통과시켰다. 이번 주총은 아워홈 측과 구 전 대표 측이 개최 시기를 놓고 이견을 빚다 결국 법원 판단에 의해 소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참에 오빠에게 칼 겨눈 막내
동생들 합세…경영권 잃은 장남

세 자매는 이날 주주제안을 통해 선임된 신규 이사들을 앞세워 이사회를 장악했고, 구 부회장을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구 부회장을 대신해 구 전 대표가 아워홈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경영권 다툼이 세 자매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구명진씨가 구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건 예정된 행보였다. 구명진씨의 경우 구 전 대표의 확실한 우호세력으로 분류돼왔다. 구명진씨는 구 전 대표가 캘리스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직후인 지난 2월15일자로 신임 캘리스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구명진씨는 그간 아워홈 관련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던 인물이다. 캘리스코의 2대주주이자 등기이사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긴 했지만, 대외적인 경영 일선에서 활동한 건 아니었다.

지분 19.28%를 가지고 있던 장녀 구미현씨가 구 전 대표 손을 잡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구미현씨와 구명진씨가 구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세 자매의 지분은 60%에 근접했고, 큰 무리 없이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구 부회장의 보복운전이 구미현씨가 구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미현씨는 2017년 구 부회장과 구 전 대표 사이에서 경영권 다툼이 불거졌을 당시에는 구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구 부회장의 이번 보복운전 행위는 그냥 눈감아주기 힘든 사안이었다.

순식간에
날아간 왕관

재계에서는 향후 구 부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반격에 나설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구 부회장이 아워홈 사내이사에서 당장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내이사의 해임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3분의2 이상의 지분이 필요한데, 구 부회장의 지분이 38.56%로 3분의 1을 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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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적은 아군 ‘물밑 콜라보’

적의 적은 아군 ‘물밑 콜라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쟁점 법안을 연이어 몰아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대응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 같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혁신위원장직에서 사퇴하면서 이정부를 든든하게 돕는 ‘언더 찐윤(진짜 친윤)’이란 집단의 존재를 끌어올렸다.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를 열어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출하면,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고, 전자주주총회를 도입해 소액주주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이재명식 몰아치기 하지만 여야는 다시 신경전을 다시 이을 예정이다. 국회는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 동안 16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한다. 아울러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임 내내 거부권을 행사했던 ▲노란봉투법 ▲방송 3법 ▲농업 4법 ▲상법 추가 개정안 등도 몰아쳐 처리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달 11일엔 “검찰을 폐지하고 그 권한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등이 나눠 갖고, 국가수사위원회를 신설해 통제를 맡긴다”는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윤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각각 여야의 수장이었을 당시 서로에게 강성으로 유명했다. 재임 중 소수 여당 배경을 벗어나지 못했던 윤 전 대통령은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에 거부권 행사로 대응했다. 실제로 그는 임기 2년6개월여 동안 거부권을 25회나 행사했다. 거부권 행사 대상 법안엔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자신과 가족의 신상 관련 법안도 포함됐다.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어지자, 야권에선 지난해 9월 거부권 행사 범위를 제한하는 특별법까지 발의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러자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과 박찬대 당시 원내대표는 보수 진영에서 ‘줄 탄핵’이라고 비난할 만큼 많은 탄핵소추를 발의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까지 발의했던 탄핵소추는 총 22건이었다. 이후 이 대통령이 조기 대선에서 당선돼 취임한 지난달 3일까지 발의했던 내역은 9건이었다. 이 중 파면된 윤 전 대통령과 현재 탄핵 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조지호 경찰청장·손준성 검사에 대한 탄핵 심판 외에 실제로 넘겨진 탄핵 심판 10건 모두 기각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탄핵소추권 남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회가 탄핵소추 사유의 위헌·위법성을 숙고하지 않은 채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이용했단 우려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국힘 쇄신 막는 진짜 실세 그룹? 태풍 몰아치는데 끝까지 버틴다 또 이 대통령의 대표 재임 당시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올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대통령실과 검찰의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를 전액 삭감해 0원으로 처리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이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그러던 민주당은 지난 4일 2차 추가경정예산을 단독 처리했고, 대통령실·검찰·경찰·감사원의 특활비를 절반씩 되살렸다. 국민의힘 송원석 비대위원장은 지난 7일 “대국민 사과도 없이 특활비를 부활시켰다”고 성토했다. 이어 원내 지도부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항의 방문했고,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야당 대표 재임 당시 강경 대응엔 검찰을 앞세운 윤 전 대통령의 이 대통령을 향한 공격도 한몫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에 대한 사법 공세는 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8월 민주당 대표로 당선된 직후부터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대표 취임 4일 후 검찰의 소환장을 받았고, 그로부터 1주가 지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됐다. 검찰은 지난 2023년 2월과 9월엔 각각 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통령은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구속영장 실질심사까지 받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민주당에서 이 대통령 체포에 찬성했던 이탈표는 최소 29표로 예상돼 큰 파문이 있었다. 이 대통령으로선 “윤석열정부가 나를 구속하기 위해 민주당 내부 계파 갈등까지 이용했다”고 판단할 개연성이 있다. 실제로 민주당의 일명 ‘줄 탄핵’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 이전에 탄핵소추가 가결됐던 사람은 지난 2023년 2월 탄핵 소추됐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밖에 없다. 지난 2023년 9월부터 시작된 민주당의 ‘몰아치기’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이 몰아치기는 김민석 총리 인사청문회 정국 당시 홀로 김 총리와 관련된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했던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에 대해서도 이어졌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지난달 20일 “주 의원 부친 주대경 전 검사는 공안 사건을 조작했던 전력이 있다”며 “주 전 검사는 지난 1986년 민주교육 쟁취 투쟁위원회를 이적단체라고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또 주 의원이 급성간염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강 의원은 “주 의원은 32년째 B형 간염 치료 중이라는데, 술을 즐긴다”며 “병역은 면제받았으면서, 검사 임용에도 문제없고, 술도 즐기는 효자 바이러스”라고 비난했다. 무뎌진 칼날 사라진 야당 아울러 주 의원의 재산에 대해서도 “검사 17년·변호사 2년 반·윤 전 대통령의 법률비서관 1년 반 동안 재산 70억원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도 “주 의원 아들이 예금 7억원 이상을 갖고 있다”며 “국회의원 아빠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느냐”고 비판했다. 국회 공보에 게재된 주 의원과 가족 명의 재산은 약 70억원이고, 주 의원 아들은 지난 2022년 기준 예금 7억8000만원을 보유한 것으로 신고됐다. 국민의힘은 주 의원을 거의 도와주지 못했고, 주 의원도 당의 도움은 기대하지 않았는지, 민주당의 공세에 홀로 대응했다. 민주당의 주 의원 공격은 ‘메신저 공격’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다. 따라서 주 의원 홀로 대응하는 것에 대해선 “야당이 사라졌다”는 일각의 자조가 있었다. 김 총리에 대한 인사 검증과 반격은 주 의원 홀로 대응할 사안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는 단순한 정치적 공세로 해석하기 어렵다. “야당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판단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민주당도 이에 자신 있게 파고들어 주 의원에 대한 공세를 당 차원에서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패배 이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전 대표가 선거를 지휘했던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선거에서 이긴 적이 없다. 국민의힘의 내부 결함은 윤 전 대통령이 ‘고분고분한 여당 대표’를 원해 수시로 당 대표들을 몰아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견고한 구조로 자리 잡았다. 윤 전 대통령은 문재인정부 시절 검찰총장이었고, 국민의힘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가 주도해 대선후보로 옹립한 외부인이었다. 비대위원장과 당 대표를 지내면서 친한(친 한동훈)계라는 계보를 형성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원래는 외부인이었다. 김문수 전 대선후보는 오랜 경력을 가진 내부인이지만, 탈당 후 자유통일당을 창당해 활동했던 이력이 있다. 아울러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강성 보수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친윤계에 의해 사실상 급히 옹립된 대선후보였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후 비대위 산하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 8일 임명 8분 만에 사퇴했다. 사퇴한 이유 중 하나는 인적 청산 시도가 가로 막힌 것이었다. 안 의원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강제로 교체하려고 했던 원흉으로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 전 원내대표를 지목해, 이들을 청산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친윤계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다. 안 의원은 이 과정을 밝히면서 혁신위원장을 사퇴한 후 다음 달 19일 예정된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권 전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당을 내분에 몰아넣는 비열한 행태를 보인다”고 비난했고, 권 전 원내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의원이 혁신의 대상이고, 분열의 언어로 혼란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갑자기 드러난 국민의힘 내 숨겨진 핵심 그룹은 ‘언더 찐윤’이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쌍권을 몰아낸 후 송 비대위원장과 영남권 초·재선급 의원들을 정리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전 대통령과 강하게 밀착했던 영남권 초재선급 의원 그룹을 일컬어 ‘언더 찐윤’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실체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을 탈당해 민주당으로 옮긴 김상욱 의원이 처음 언급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5일 뉴스1TV ‘팩트앤뷰’에 출연해 “국민의힘 내 친윤 성향 의원은 약 60명”이라며 “이 중 이름이 알려진 의원들이 아닌 ‘언더 찐윤’도 20~30명”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들에 대해 “이들은 나서는 걸 싫어하고, 각 지역구에서 왕으로 행세하면서 기득권을 지키는 데 관심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에 노출되는 의원들은 언더 찐윤의 도구로 활용된다”며 “윤 전 대통령도 언더 찐윤의 도구였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일요시사>와의 만났을 당시엔 이들에게 ‘기득권 카르텔’이란 이름을 붙여 성토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지난 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 의원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엔 여전히 절대로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완전한 영향력을 행사·지배할 수 있는 친윤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시절 친한계 소속이었던 김 의원과 사이가 좋을 수 없는 친한계 관계자들도 김 의원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국민의힘 윤희석 전 대변인은 지난 7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언더 찐윤은 당연히 실재한다”며 “마음에 안 드는 지도부에 대해선 당헌·당규를 토대로 무너트리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둘째 줄부터 셋째 줄까지 앉은 의원들까지 언더 찐윤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함께 출연한 송영훈 전 대변인도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런 그룹이 있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한나라당 신지호 전 의원도 지난 9일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에 출연해 “언더 찐윤에도 몇몇 리더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함께 출연한 김 전 원내대표는 “권 전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 전면에 나선 친윤계 의원은 안티가 많다”며 “그들 대신 실질적으로 친윤계를 움직이는 세력의 중심엔 몇몇 선수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같은 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언더 찐윤을 일컬어 “직접 만나보면, 나쁘거나 사악한 사람들이 아니”라며 “영혼이 없는 식민지 관료형”이라고 비판했다. ‘언더 찐윤’의 정체를 처음 거론한 김 의원은 지난 8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저에게 연락해 언더 찐윤 때문에 당이 혁신을 못 한다는 답답함을 토로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언더 찐윤 의원들의 특성을 다시 정리해 제시했다. 이어지는 강 대 강 충돌 대통령 진짜 믿는 구석? 김 의원에 따르면, 언더 찐윤 의원들은 지역의 왕으로 군림하면서, 당권을 잡아 지역구 공천을 받은 후 의원직과 이권을 유지하는 것에 집착한다. 그러면서 언론에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당직에 올라 책임지는 것을 싫어한다. 지역구 행사에만 열심히 다니고, 발의할 법안 구성은 공무원을 호출해 맡긴다. 공통의 이해관계 때문에 당의 공천을 받는 것이 중요해서 공천에 관해선 똘똘 뭉친다. 아울러 이들은 국민의힘의 연이은 선거 패배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도 우리 지역을 탄탄하게 지켰으니 잘하고 있는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과 수도권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누군지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게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과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의 텃밭을 지역구로 둔 의원 ▲의정 활동보단 지역구에서의 접촉에 더 집착하는 의원 ▲언론에 잘 등장하지 않는 의원 등 특징이 있다. 그래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이 특징들을 조합해서 확인되지 않은 언더 찐윤 명단을 만들어 공유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언더 찐윤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힘의 혁신을 방해하면서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현 정국에서 사실상 야당은 2개밖에 없다. 의원 3석 규모의 개혁신당은 규모가 지나치게 작아서 정국에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 107석 규모의 국민의힘이 침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면,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은 거칠 것이 없다. 여기에 이 대통령 특유의 몰아치는 정국 운영 방식까지 가미되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독주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정치와 헌법은 촘촘한 상호 견제로 구성된다. 따라서 야당이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국가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 친한계 소속인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과 송 전 대변인·박상수 전 대변인은 지난 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친한계 모임 ‘언더73 일동’ 명의로 “언더 찐윤은 혁신위 출범 같은 꼼수로 지금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다”며 “변화와 쇄신의 과정에선 인적 청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너지는 상호 견제 그러면서 ▲전 당원투표로 당론 결정 ▲시·도당 당원들의 직접 투표로 시·도당 위원장 선출 ▲당원소환제 대상을 모든 당직으로 확대 ▲원내대표 선출에 전 당원투표 결과 반영 등 언더 찐윤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는 개혁안을 주장했다. 김 의원이 언급하기 시작하고, 안 의원이 하늘 위로 쏘아 올린 대포는 수면 아래 잠들어 있는 국민의힘의 진짜 주인을 드러내고 있다. 만약 이들이 수면 위에 드러나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사라지면, 제일 아쉬워할 사람들은 이정부와 민주당일 것이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