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실종 사건은 우리에게 어떤 과제를 남겼나

사라진 어른들을 찾아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대 대학생이 한강공원에서 실종·사망한 사건은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성인이라는 이유로 실종이 아닌 가출로 처리돼 초동대응을 놓친 수많은 성인 실종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지난 4월25일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먹다 실종된 22세 대학생 손정민군이 같은 달 30일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손군의 아버지 손현씨는 아들의 실종 사흘 뒤, 자신의 블로그에 아들의 실종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손군은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 곁에 돌아왔다. 

애들은 찾는데…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손군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많은 상흔을 남겼다. 유튜버를 중심으로 추측이 난무했고, 가짜뉴스가 검증 없이 퍼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성인 남성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점에서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먼저 CCTV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한강공원은 서울시 면적 15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로 총 길이는 약 85㎞다. 서울에서도 손꼽힐 만큼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서울시가 집계한 ‘서울시 한강공원 이용객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강공원 전체 이용객은 6700만명에 이른다. 이 중 손군 사건이 일어난 반포 한강공원은 2019년 한 해 동안 728만명이 이용했다.


하지만 한강사업본부에서 관리하는 한강공원 내 CCTV는 현재 462개뿐으로 대부분 나들목이나 승강기 주변에 설치돼있다. 공원 내부를 찍는 CCTV는 163개에 불과했다. 평균 500m 당 1개꼴이다. 

총 면적 56만3015㎡(길이 7.2㎞)의 반포 한강공원은 내부에서 설치된 CCTV가 22개에 불과했다. 나들목 6대, 분수 5대, 승강기 10대 등이다. 공원 내부는 1대 뿐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공원 내 CCTV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손군 사건은 성인 실종에 대한 경각심도 불러일으켰다. 20~30대 성인, 특히 남성은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이를 실종사건으로 전환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아동실종에 비해 성인 실종에 대한 문제의식이 떨어지는 것. 그 사이 사라지는 성인의 숫자는 실종아동과 비교해 더 많은 편이다.

20대 대학생 사라졌다 결국 사망
포항에서도 20대 남성 행방 묘연

경찰청과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18세 이상 실종신고 건수는 6만7612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월30일 기준 사망자는 1710건에 달했다. 미발견자도 925명이나 된다. 단순 계산으로 따져도 매일 5명꼴이다. 

최근 5년 동안 실종신고가 된 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사망자 수는 2016년 1285명, 2017년 1404명, 2018년 1773명, 2019년 1695명 등이다. 미발견자까지 합하면 해마다 2000명이 넘는 성인이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진 셈이다. 

실제 지난 4월7일 포항에서 실종된 20대 남자 간호사 윤모씨는 현재 두 달째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윤씨는 기숙사에서 나온 뒤 주유소 인근 앞을 지나가는 모습까지만 CCTV에 포착됐을 뿐 그 이후의 행적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윤씨 가족은 같은 달 9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윤씨의 아버지는 최근 언론과의 통화에서 “아들이 사라진 이후 초기 대처가 다소 아쉽다”며 “고생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조금 더 빨리 대처했으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실제 성인 실종 사건에서 가족들이 안타까워하는 부분은 경찰의 초기 대응이다. 하지만 경찰 탓만도 할 수 없는 게 현행법상 경찰이 성인 실종자를 찾아 나설 근거가 부족하다.

경찰청 ‘실종아동 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에 따르면 실종자가 18세 미만이거나 지적 장애인, 치매 환자의 경우를 ‘실종아동 등’으로 구분한다. 손군이나 윤씨의 사례처럼 일반 성인의 행방이 묘연해진 경우에는 ‘가출인’으로 분류한다. 

현행법상 실종 신고를 하면 즉각적인 수색에 나서는 ‘실종아동 등’과 달리 가출인은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다. 수사기관이 위치추적이나 카드 사용내역을 조회할 수 없다 보니 사고가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발견이 지체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실종아동법에 포함 안 돼
경찰·국회 대응책 마련 중

실종아동의 경우에도 카드 내역 조회에는 영장이 필요하지만, 위치추적은 관련법에 따라 가능하다.

‘실종아동등의보호및지원에관한법률’(이하 실종아동법)은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수색·수사를 위한 지문, 위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이 같은 개인정보를 활용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성인 실종 사건 수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의미 있는 변화는 요원했다. 

20대 국회에서 ‘실종 성인의 소재발견 및 수색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법제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실종자가 18세 이상 성인이라는 점에 있다. 당사자의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이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고, 다른 목적을 갖고 특정 인물을 찾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은 손군 사건을 계기로 실종 사건 초동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경찰청은 기존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가 담당하던 실종 사건의 일부를 앞으로 형사과가 전담해 바로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는 개선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실종 사건에 범죄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형사과가 강력범죄에 준해 즉시 수사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는 현장 경찰관의 의견을 듣는 단계로 필요하다면 시범운영 등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성인 실종자를 위한 법제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은 지난 2일 실종아동법 개정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경찰청, 보건복지부 관계자들과 김태석 선문대 교수, 이도현 민간정보조사기관 서치코 의장 등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성인 실종에 대한 신속한 신고와 발견 체계 마련 등 대응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어디로 갔나

이 의원은 “실종자 전문 접수센터 및 전문 프로파일러 양성에 필요한 예산 지원과 법적 근거 마련이 중요하다”며 “정부부처 및 관련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성인 실종에 대한 신속 대응을 강화하고 현실성에 맞도록 수정해 실종아동법 개정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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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