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구와 <머니게임> 온라인 달구는 '현실 막장쇼'

사람 모이면 땡? 추악한 폭로전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옳고 그름을 떠나 사람들이 가장 재밌어하는 게 싸움 구경이다. 싸우는 당사자들은 괴롭겠지만, 먼발치서 지켜보는 구경꾼들에게는 아드레날린이 솟는다. 일종의 길티 플레저다. 최근 인기 BJ들 사이에서 두 개의 큰 싸움이 발생했다. 철구와 그의 아내 외질혜의 이혼을 둘러싼 갈등과 웹 예능 <머니게임>에 출연한 파이의 폭로전이다. 워낙 자극적인 소재라 구경꾼들이 몰리고 있다. 

인기 BJ 철구와 철구 아내 외질혜

일부 명작으로 불리는 영화나 드라마 중에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연쇄살인의 이야기를 다루며, 나홍진 감독의 영화 <추격자>는 싸이코패스를 소재로 한다. 국내 장르물 중 매우 호평을 받은 SBS 드라마 <마을:아치하라의 비밀>은 매우 끔찍한 가족사를 소재로 했다. 하지만 거론된 작품은 막장이 아닌 명작으로 불린다. 

명작
졸작

반대로 SBS <펜트하우스>는 막장 드라마로 불린다. 앞선 작품들과 <펜트하우스>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평가가 크게 갈리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신뢰할만하고 개연성이 있다고 느끼는 핍진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건과 사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물의 감정과 행동, 그 외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때 ‘막장’이라는 좋지 못한 수식어가 붙는다. <펜트하우스>는 ‘순옥드’(김순옥 작가 드라마)라고 불릴 정도로 개연성에 신경쓰지 않는다. 작품의 기본적인 구성을 포기한 형태로 드라마가 진행된다. 인기는 있지만, 평가는 박하다. 

핍진성을 높이기 위해 드라마 작가나 감독이 자주 활용하는 소재가 실화다. 실화 바탕의 소재를 작품에 자주 활용하는 이준익 감독은 “작가의 상상력은 실화가 주는 이야기의 깊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아무리 소재가 자극적이어도, 실제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에 상상으로 대체할 수 없는 현실성이 있어서다. 

이혼과 불륜, 그 외 수많은 폭로가 뒤섞인 갈등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말 그대로 실화다. 최근 국내에서 거의 생중계되다시피 하는 두 가지 싸움이 있다. 

인기 BJ 철구(본명 이예준)와 그의 아내 외질혜(본명 전지혜)의 이혼을 둘러싼 갈등과 <머니게임> 출연자인 BJ 파이(본명 강다온)의 폭로와 또 다른 출연자인 전기(본명 김건호), 공혁준, 니갸르, 가오가이 등의 반박이다. 두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철구-아내 외질혜 막가는 설전
남의 집 불구경…구경꾼들 몰려

먼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이자 BJ 경력이 10년 이상 되는 철구는 걸어다니는 대기업이라 불릴 정도의 스트리머다. 아프리카TV가 유명해지는 데 가장 큰 공로를 받는 인물이면서도 반대로 악명 높은 방송인이다. 

자극적인 콘텐츠와 막말, 엽기적인 행위로 온갖 논란의 중심에 있다. 범법 행위는 아니지만, 윤리적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릴 만한 행위가 많았다.

머니게임 포스터

고인 모욕이나 최근 인기 연예인에 대한 비하, 여성 비하 등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을 언행을 일삼았다. 심지어 ‘철구 방송 본다’고 하면 주변 지인들이 피하는 현상까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미지가 좋지 않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14년 결혼하며 슬하에 딸도 있는 철구는 지난 23일 아내 외질혜와 이혼을 선언하며 폭로하기 시작했다. 외질혜가 결혼 중에 스트리머인 BJ 지윤호와 외도를 하고 있다고 밝힌 것.

철구는 같은 달 13일 이혼을 선언했다가 번복한 후 다시 재점화했다. 

철구는 방송을 통해 “2주 전 새벽 2시에 외질혜가 통화한 목록이 있어 확인했더니 다른 남자가 받았다”며 “그 남자와 통화를 녹음했다. 외질혜도 이실직고했다”고 상대방이 바람을 피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질혜가 부부생활 중 성관계를 거부하고 낙태했다는 주장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혼 문제를 두고 방송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에 불만을 제기한 시청자들에 대해 “방송을 켜지 않으면 이혼을 번복할 것 같아 방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따금 이혼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어온 철구가 이번만큼은 확실히 이혼하겠다는 다짐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철구의 폭로에 외질혜 역시 수위 높은 내용으로 반박했다. 외질혜 역시 개인 방송을 통해 철구와 있었던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는 “지윤호와 깊은 관계가 아니다. 서로 호감만 있을 뿐”이라며 “가정 파탄의 이유는 나의 불륜이 아닌 철구의 상습 성매매와 도박이다. 철구는 내가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성매매를 했다. 그때부터 잠자리를 갖기 싫었다. 또 철구가 매일 도박을 했다. 돈을 다 잃어 내 돈으로도 빚을 갚아줬다”고 밝혔다. 

성매매, 도박
낙태, 불륜…

또 상습적인 폭행이 있었으며, 싸울 때마다 집안의 물건들을 부쉈다고도 밝혔다. 외질혜는 “ 한 대만 때렸다고 하는데 죽도록 맞았다”며 “길거리, 차 안, 그리고 집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때렸다”고 말했다.

머니게임에 출연했던 파이

이에 대해 철구는 다시 해명 방송을 했다. 이날 방송에서 철구는 성매매 사실과 가정 폭력도 일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도 비록 잘못이 있지만, 나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면서 이혼할 것을 재차 내비쳤다.

두 사람의 ‘치킨 게임’에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철구의 경우 ‘원조 초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청소년 구독자가 많은 방송인이다. 폭로 영상 및 댓글에는 청소년에게 그릇된 영향력을 끼치는 내용도 다수 포함돼있다. 

특히 철구의 두 번째 해명방송은 동시접속자가 무려 37만명을 넘겼다. 두 사람 사이에는 8살의 딸(본명 이연지)이 있는데, 훗날 아이가 커서 서로를 욕하는 부모의 영상을 봤을 때를 걱정하는 시청자들도 다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종 아동학대’라는 주장도 나온다. 

또 하나의 사건은 <머니게임> 출연자 파이의 폭로전이다. 진용진 채널에서 공개된 <머니게임>은 배진수 작가의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총 8명의 출연자가 14일 동안 제작진이 설계한 공간에서 지내는 것을 관찰 형태로 만든 예능이다. 


인간의 본능을 억제하는 공간을 만든 만큼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극대화해, 그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리려는 게 기획 의도다. 그 가운데서 1번 출연자인 공혁준과 4번 출연자 전기와 다른 출연자들간의 큰 갈등이 벌어졌다.

욕설이 난무했고, 인격모독도 있었다. 워낙 극심한 스트레스였기 때문에 본능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5화에서 여성 출연진이 집단퇴소하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종영했다가, 6화부터는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진에게 자존심을 숙이는 장면이 나왔다.

갑작스럽게 상황이 뒤바뀐 이후 논란은 심화됐다. 

이 가운데서 니갸르를 제외한 2번 출연자 육지담과 5번 이루리, 6번 파이가 도마 위에 올라 시청자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당했다. 육지담과 이루리는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며 일단락했지만, 파이는 “나는 그렇게 잘못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시청자들을 조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충격의
폭로쇼

<머니게임>에서 드러난 모습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지녀온 파이에 대해 시청자들의 비난 수위는 더욱 심해졌다. 악성 댓글만 무려 수만개가 달릴 정도였으며, <머니게임> 이전부터 파이를 지지한 열혈 팬들마저도 등 돌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자 파이는 지난 24일 2시간여의 생방송 스트리밍을 통해 그간 모아놨던 대다수 녹취록을 풀며 폭로를 감행했다. 자신이 당하고 있는 비난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겠다는 게 요지였다.

이 방송은 무려 21만명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했다. <머니게임>이 얼마나 파급력이 있으며, 또 실제 현실판 싸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있는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머니게임 포스터

파이의 폭로 내용에는 <머니게임> 내 제작진의 섭외와 개입, 육지담과 니갸르의 남성 출연자 비하, 여성 출연자들 앞에서 사과하는 제작진과 공혁준, 이 외 다른 출연자간의 갈등 등을 모두 드러냈다. 유튜브 채널 ‘파이.D’에 올라온 녹취록만 무려 3시간이 넘는다. 

하지만 파이는 자신을 공격하는 시청자들의 민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대부분 녹취록이 그간 다른 출연진과 제작진이 반박한 내용을 오히려 확인시켜주는 내용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의 편이 돼준 육지담이 뒤에서 얼마나 못된 행동을 했는지만 드러났으며, 오히려 공혁준과 전기 등 파이 입장에서 상대편인 사람들을 더 호의적으로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파이를 비롯해 다른 출연자들을 감싸 안아왔던 공혁준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파이를 비난했다. 공혁준은 “자기가 생각할 땐 힘들고 그랬을 거 같다. 나도 욕먹어서 안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찍어누르면서까지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왜 본인한테 불리한 얘기는 안 하냐. <머니게임>에서 본인이 제작진과 협의 룰을 바꾼 건 왜 말을 안 하냐. 심지어 돈까지 받아 갔으면서”라고 분노했다. 

네 편 내 편 없는 파이 논란 증폭
동시접속자 40만…걱정되는 악영향

파이의 방송에 반박하겠다고 밝힌 전기는 지난 25일, 약속대로 해명 방송을 했다. 이 방송에는 무려 38만명 이상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했다. 

<머니게임> 내에서 공혁준과 함께 인기를 얻은 전기는 “파이의 방송에서 딱히 해명할 내용이 없다”며 약 30분간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별다른 내용이 없었음에도, 시청자들은 그를 후원하는 목적으로 ‘슈퍼챗’은 500만원 이상을 쐈다. 

‘현실판 머니게임’으로 불리고 있는 파이의 폭로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파이는 대다수 녹취록을 공개했음에도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응은 더 악화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파이는 제작진을 향해 폭로전을 이어나갈 것임을 예고해 이 싸움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두 사건 내에서 보인 동시접속자 수는 놀라움을 준다. 세 스트리밍 방송만 무려 100만 시청자가 동원됐다. 축구나 야구와 같은 인기 스포츠의 결승전에도 세 사람이 기록한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긴 쉽지 않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 내 압도적 1위 스트리머인 침착맨(본명 이병권)의 동시접속자가 2만명 내외인 점과 국내 최고의 인기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인 2021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결승전도 5만명 내외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기록은 어마어마한 수치다. 

머니게임에 출연했던 유튜버 전기

뉴미디어의 발달과 더불어 워낙 자극적인 내용으로 다투고 있어 이러한 현상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간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극단의 추악한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고 있다. 뉴미디어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폭로전이 많은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올드미디어에서는 다룰 수 없는 ‘막장쇼’가 뉴미디어에서는 쉽게 다뤄진다. 유튜브 내에서 사회의 물의를 일으키는 방송에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미흡하다는 게 중론이다. 

아울러 유튜브 내에서는 악성 댓글이 극심한 단계에 이르렀다. 특히 <머니게임>으로 인해 엄청난 비난을 받은 파이와 관련한 댓글에는 인격모독을 넘어 매우 비윤리적인 댓글도 달리고 있다. 심지어 “파이 시체 보고 싶다” “자살해라” 등의 충격적인 댓글도 보인다. 

때로 건설적인 비판도 있기는 하나, 이 같은 모욕적인 글을 정화하는 기능이 없다는 건 뉴미디어가 가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자살하거라”
도넘은 악플

한 방송 관계자는 “매우 자극적인 유통하는 인터넷 사업체나 유튜브 등에서는 오히려 클릭이 많이 나와 이런 자극적인 방송을 모른척한다. BJ 개인을 처벌하기보다 무분별하게 방송을 하도록 방관하는 사업체, 유튜브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는 등 규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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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