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광부화가' 황재형

탄광촌부터 초역사적 풍경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광부화가' 황재형의 개인전 '황재형: 회천回天'전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 광부화가의 정체성을 가진 황재형이 집적해온 예술적 성취를 조망하는 자리다. 

황재형은 1980년대 초반 강원도에 정착해 광부로 일한 경험을 리얼리즘 시각에서 그려왔다. 1952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난 그는 중앙대 재학시절 같은 대학의 박흥순·전준엽·이종구·이명복, 조선대 송창, 영남대 천광호와 함께 민중미술 소그룹 '임술년, "구만팔천구백구십이"에서'를 만들었다. 

막장에서도

황재형은 1982년 강원도에 정착해 태백, 삼척, 정선 등지에서 3년간 광부로 일하면서 1980년대 민중미술의 현실참여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쇠락한 폐광촌과 풍경을 조명하며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인식의 전환을 꾀했다.

2010년 이후에는 머리카락과 흑연을 활용해 탄광촌의 인물을 넘어 인간성, 시간성, 역사성 등의 주제로 작품세계가 확장됐다.  

3년간 광부로 일해
쇠락한 폐광촌 담아


전시명 '회천(回天)'은 '천자나 제왕의 마음을 돌이키게 한다' 또는 '형세나 국면을 바꿔 쇠퇴한 세력을 회복하다'라는 뜻으로, 예술의 사회적 효용성이나 변혁의 가능성을 그림으로 증명하려는 황재형의 의지를 반영했다. 

황재형은 "막장(갱도의 막다른 곳)이란 인간이 절망하는 곳이다. 막장은 태백뿐만 아니라 서울에도 있다"고 말했다. 탄광촌에서의 삶을 보편적인 차원으로 확장한 것.

그는 인간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도 그것의 회복을 꿈꾸는 메시지를 전시 제목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전시는 '광부와 화가'(1980년대) '태백에서 동해로'(1990년대) '실재의 얼굴'(2010년대)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인물 작품이, 2부에서는 풍경 작품이 주를 이루고, 3부에서는 인물과 풍경을 함께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각 구성별로 시작 시기만 명시한 것은 초기 작업을 시간이 지나 새로운 매체로 다시 풀어내고, 한 작업을 수년에 걸쳐 개작하는 작가 특유의 방법론을 고려한 것"이라며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전시공간을 통해 '사실성'에 대한 황재형의 관점이 점진적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부 광부와 화가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그려낸 탄광촌의 노동자와 주변인의 인물 초상이 중심을 이룬다.

중앙대 재학시절부터 그린 '징후' '황지330'을 비롯해 3년간 광부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목욕(씻을 수 없는)' '식사' 등을 소개한다. 또 1980년대 중반 이후 탄광촌의 폐품을 오브제로 사용하거나 철망이나 비정형의 합판을 캔버스로 활용한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머리카락 이용 극사실주의 표현
"40년 작품세계 총망라한 전시"

2부 태백에서 동해로는 황재형이 광부를 그만두고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라 폐광이 늘어나는 상황을 바라보면서 관조자로서 삶의 터전을 바라보는 1990년대 이후 시기를 담고 있다. 탄광촌뿐만 아니라 강원도의 대자연을 그린 풍경화로 구성됐다.

황재형이 현장에서 멀어지면서 그의 시야가 확장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석탄가루와 오물이 흐르는 탄천 위로 노을이 지는 풍경을 그린 '작은 탄천의 노을' '백두대간' 등을 선보인다. 

실재의 얼굴은 황재형이 지역을 벗어나 1980년대 천착했던 주제를 머리카락을 이용해 초역사적 풍경과 보편적인 인물상을 그리고 새롭게 풀어내는 시기를 담고 있다. 화면에는 탄광촌 광부와 주변 풍경이 재등장하는 한편, 세월호나 국정농단 사건과 같은 동시대 이슈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은퇴한 광부를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린 '아버지의 자리', 유화로 그린 광부의 초상을 머리카락으로 새롭게 작업한 '드러난 얼굴', 흑연으로 역사의 시간성을 표현한 '알혼섬' 등이 공개된다. 

회복을 꿈꾸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광부화가 황재형이 그려낸 사실적 인물과 광활한 대자연, 초역사적 풍경은 오늘의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며 "이번 전시는 지난 40년 동안 사실적 묘사를 바탕으로 현실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한 그의 발자취를 되짚어보고 한국 리얼리즘의 진면목과 미술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8월22일까지. 


<jsjang@ilyosisa.co.kr>

 

[황재형은?]

1952년 전남 보성 출생
중앙대 예술대 회화과 졸업(1982)

▲개인전
‘십만 개의 머리카락’ SA+ 서울옥션(2018)
‘십만 개의 머리카락’ 가나아트센터(2017)
‘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작가 전 황재형’ 박수근미술관(2017)
‘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작가 전 황재형’ 갤러리 문(2017)
‘황재형 초대전: 삶의 주름, 땀의 무게’ 광주시립미술관(2013)
‘황재형 초대전: 삶의 주름, 땀의 무게’ 전북도립미술관(2013) 외 다수

▲수상
제1회 박수근미술상(2016)
제7회 민족미술상(2013)
제3회 민족미술상(1993)
제5회 중앙미술대전 장려상(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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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