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6인 현미경 검증 ⑭친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07 1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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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치열한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 4인(문재인·김두관·손학규·정세균),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세세히 검증하고 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배우자·재산·화법·학력·롤모델·취미·별명·저서까지 살펴본데 이어 열네 번째로 그들의 '친구'를 살펴봤다.

가족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면 친구는 자신이 직접 선택한 가족이다. 사회 속에서 스스로 선택한 사람이기에 피로 맺어진 자신의 가족보다 어쩌면 자신을 더 많이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는 제2의 자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선을 3개월 여 앞둔 지금, 후보들의 '친구'를 살펴본다면 그들의 숨겨진 진면목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박근혜 <고 최태민 목사>

"힘들 때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준 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주변에 '2인자' 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이 없다. 당 대표 시절부터 지금까지 핵심 측근들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흔히 말하는 2인자를 두진 않았다.

이는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최측근이었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으로부터 저격당한 사건과 박 전 대통령의 서거 후 그의 측근들이 돌변한 모습에 대한 박 후보의 트라우마에서 기인한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때문에 박 후보는 그 후로 '친구'라고 할 만한 인물을 만들지 못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다는 인연은 있지만 친구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다만 박 후보와 가장 친분이 두터웠던 인물을 꼽으라면 고 최태민 목사를 꼽을 수 있다. 최 목사는 박 후보의 사생활과 관련해 가장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다.

박 후보와 최 목사의 관계에 대해 정치권에선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박 후보는 최 목사에 대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힘들었을 때 흔들리지 않고 바로설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분"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최 목사가 1974년 육영수 사망 직후 박 후보에게 편지를 보낸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박 후보는 다음해 최 목사를 청와대로 불러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최 목사는 박 후보의 외부 활동을 적극 권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목사는 1975년 '대한구국선교단'을 발족시키고 총재에 취임한다. 박 후보는 명예총재로 추대 됐다. 박 후보가 모친의 사망이라는 큰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최 목사는 박 후보 곁에서 큰 힘이 되어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 목사는 1994년 사망 전까지 사기·횡령·권력형 이권개입 등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최 목사와 관련한) 의혹이 많이 제기됐지만 제가 아는 한 실체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며 “앞으로 실체가 나온다면 잘못되고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지금은 실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가지라도 사실이었다면 내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겠나? 최 목사가 이런 비리가 있다고 공격하고 저와 연결해 '주변사람이 나쁘니까 (제가) 뭘 잘못했다'는 식으로 공격하는데 이는 음해성 네거티브"라고 일축했다.


문재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소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와의 우정에 대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대통령 자격이 있다. 문재인을 친구로 두었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문 후보를 극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 후보는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으나 시위 전력 때문에 판사 임용이 좌절됐다. 그 후 고향으로 돌아온 문 후보는 법무법인 부산에 합류하게 되면서 노 전 대통령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이 인연을 계기로 30년 가까이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냈으나, 녹내장과 고혈압 등 건강악화로 1년 만에 청와대를 떠났다. 그러나 문 후보는 민정수석을 그만두고 네팔 산행 도중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듣고 즉시 귀국해 변호인단을 꾸렸으며, 2005년 다시 청와대에 들어가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을 거쳐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냈다.

한편 노 전 대통령과 문 후보의 지나친 친분은 오해를 낳기도 했다. 문 후보는 야당인 한나라당으로부터 '왕수석'으로 불리며 "왕수석인 문재인 수석의 월권과 청와대의 시스템 경시로 인해 국정 원칙이 파괴됐다"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그럼에도 문 후보는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시절 모든 직원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으로 유명했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상황을 명확하게 정리해내는 업무 스타일을 보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참여정부 들어 검사장으로 승진한 17명 중 문 후보의 경남고등학교 동문은 한 명도 없었는데 문 후보는 아예 동창회에 얼굴을 비추지도 않았고, 고등학교 동창인 고위 공직자가 문 후보의 방에 들렀다가 얼굴도 못 본 채 쫓겨난 적도 있으며,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단 한차례의 식사나 환담 자리도 갖지 않았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문 후보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원칙주의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손학규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고문>

"민주화 운동의 평생동지"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 7월31일 열린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대선 후보 지지 결정을 위한 투표에서 예상 밖의 1등을 차지했다. 특히 손 후보에게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기도 했다. 민평련은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고문을 따르는 민주통합당 의원과 자치단체장·원외위원장의 모임이다. 민주당내에서 '친노' 다음으로 많은 의원들이 속해 있다. 손 후보의 예상 밖 1위에는 김 고문과의 친분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손 후보와 김 고문은 고교·대학 동창이자 민주화운동의 동지이다. 두 사람은 경기도가 고향인 47년생 동갑내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손 후보가 시흥에서 김 고문이 소사(지금의 부천)에서 태어났다. 또 다른 공통점은 두 사람의 부친 모두 교장선생이었던 점.

손 후보의 부친은 불의의 차량전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고, 김 고문의 부친은 5·16 군사쿠데타로 인해 강제 해직된 뒤 심장판막증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두 사람의 모친이 각기 어려운 집안 살림을 책임진 바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러한 공통점 때문인지 두 사람은 가장 절친한 사이가 됐다. 손 후보는 대학에 들어간 후로는 김 고문과 전태일 평전을 쓴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서울대 삼총사로 불리며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그러나 손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민자당에 입당해 1993년 초선의원이 된 뒤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까지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걸었다. 이 때문에 손 후보는 김 고문에게 늘 마음의 빚이 있었다.

민평련 주최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에서도 손 후보는 이 같은 심경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손 후보는 "이 손학규가 한나라당에 간 것에 대해서는 (김근태 고문이) 못내, 아마 용서 안 했을지도 모른다"며 "김 고문이 마지막으로 '손학규 좋은 사람인데...' 하고 뒷말을 잇지 못하고 돌아가신데 대한 죗값을 갚고자 나왔다"고 출마의 변을 대신했다.


그래서 손 후보 캠프 측은 민평련의 결정을 "쇼킹한 사건"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손 후보의 진심을 민평련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김 고문은 군부 정권에 항거한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로서 제15~17대 국회의원, 노무현 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 열린우리당 의장 등을 지냈다.

 

김두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40년 지기 절친"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은 무려 40년 지기 절친이다.

신 전 위원장은 김 후보와 남해중학교와 남해종고를 함께 다녔다. 그후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신 전 위원장은 병장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1984년 한국일보사 견습기자 시험을 거쳐 영어신문 <코리아타임스>에서 기자로 만 23년 근무하다 2007년 3월 퇴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일보사 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냈으며, 2003년 1월부터 2007년 2월까지 4년1개월 동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냈다. 김 후보가 남해군수 등을 지내는 동안에는 고향발전과 정치 현안 등에 대해 비교적 대화를 많이 나눈 친구 중의 한 사람이다. 최근에는 김 후보의 출판기념회 행사에 참여하는 등 사실상 김 후보의 대권행보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 전 위원장은 김 후보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김두관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교에 남아 자율학습을 할 형편도 되지 못했다. 바로 집에 돌아가 낮에 미뤄 둔 농사일을 하고, 소를 비롯한 가축을 먹이는 일을 졸업할 때까지 계속했다. 그래서 김두관과 나는 우리 스스로를 그야말로 '신토불이 촌놈'이라 부른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무엇 하나 제대로 충족되는 것이 없는 초중고등학교 시절이었지만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고 어려움 속에도 꿈을 키운 '아름다운 시절'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는 "김두관은 어린시절 축구와 씨름을 특히 잘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다. 용기와 배짱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길러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린 시절 대자연을 뛰놀며 기른 김 후보의 호연지기는 대통령으로서 꼭 갖춰야할 덕목"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조기준 수원대 교수>

"친구라서 지지하는 거 아닙니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의 친구 조기준 수원대 교수는 현재 정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의 정책자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 후보와 조 교수는 대학동창 사이다. 조 교수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1975년에 졸업하고 그 해 한국은행에 입행, 33년 동안 근무했다.

한국은행 재직 시 2003년에는 참여정부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참여해 금융정책 골격을 수립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조 교수는 "친구니 당연히 지지하겠지라고 생각하는 분은 자신에게 물어보기 바란다"며 "대학동창이라고 아무나, 무조건 지지하게 되느냐고. 오히려 잘 알기에 반대하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음을 잘 아시지 않는가"라고 되묻는다.

그는 특히 정 후보가 지난 1997년 한보 비리 당시 재경위 소속 의원 중 유일하게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당시 정 후보는 인터뷰를 통해 '내가 받지 않았다 해서 돈을 받은 다른 의원보다 더 청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을 받은 의원들은 어떤 면에서는 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재 우리나라 정치풍토의 희생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돈을 받은 국회의원들을 매도하기 보다는 많은 돈이 필요한 정치풍토를 바로 잡는 일'이라고 말했는데 진정 큰 인물이라고 느꼈다"며 "그 날 이후 나는 친구 정세균을 인생의 큰 스승으로 존경하고 '추종'하게 되었다"고 회고 했다.


안철수<시골의사 박경철>  

"두 사람의 아름다운 동행"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경철 안동 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인연은 지난 2009년 청춘 콘서트를 함께 진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처음엔 전혀 일면식도 없던 두 사람이지만 취업난에 허덕이는 지방대생들의 기를 살려줘야겠다는 뜻에서 의기투합했다.

멘토 삼고 싶은 인물 1위. 2030세대 창의성 롤모델 1위를 차지한 안 원장과 개인 투자자들이 만나고 싶은 금융인, 우리나라 트위터 영향력 1위인 박 원장의 만남은 처음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에는 4개월간 5만여 명의 관객을 불러 모을 정도였다.

이 두 사람에게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다 의사 출신이면서 의사와 결혼했으며 '시골의사'란 닉네임을 갖고 있는 주식 투자의 귀재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든 의사 출신 CEO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박 원장(48)은 안 원장(50)보다 두 살이 어리지만 이러한 공통점을 바탕으로 두 사람은 동갑내기들보다 더 죽이 잘 맞는 '절친'으로 거듭났다.

둘은 특히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서로를 완벽하게 신뢰하게 됐다고 말한다. 박 원장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떤가요?'라고 묻기보다 '이렇죠?'라고 대화할 정도로 마음이나 가치관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박 원장은 이때부터 안 원장과 다소 거리를 뒀다. 올해 들어선 아예 외국에 나갔다 들어오길 반복하고 있다. 박 원장은 '이민 가버렸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외국에 있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고 한다. "'안철수가 사람 관리 못해서 박경철이도 떠나버렸다'고 소문날까 봐 그랬다"는 거다. 하지만 박 원장이 안 원장의 든든한 지원군임에는 변함이 없다.

한편 박 원장은 의사이자 칼럼니스트, 주식투자전문가, 방송인이다. 1990년대부터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주식 사이트에 글을 올려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란 책으로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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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