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후폭풍> 손익계산 분주한 잠룡들

일대일로 좁혀지는 대권 레이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4·7 재보궐선거가 여권의 참패로 막을 내리면서 차기 대권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1년 남짓. ‘별의 순간’을 좇는 잠룡들이 분주하다.
 

▲ (사진 왼쪽부터)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세균 국무총리

국민의힘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서울과 부산을 탈환했다. 야권은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끊고 흥행세를 달릴 전망이다. 반면 여권 내에서는 참패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크게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태년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지도부 총사퇴에 나섰다.

혼돈의
민주당

이번 보궐선거는 사실상 문정부가 민심으로부터 심판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공정과 정의를 강조했던 문재인정부의 ‘내로남불’이 일 때마다 예견된 결과였다는 것. 문정부의 핵심 인물들의 위선적 행태에 민심은 크게 분노했다. 2019년 ‘조국 사태’와 김상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전셋값 인상 논란’이 대표적이다.

특히 부동산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LH 사태’는 민심이 돌아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선거 이후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더욱 낮은 자세와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자성했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80석을 얻으면서 공룡 여당으로 거듭났다. 당시 7선의 이해찬 전 대표는 과거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의 사례를 들며 ‘국민들 앞에서 항상 겸손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과반(152석)을 차지했다. 승리에 취한 당은 4대 개혁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역풍이 불었다. 이후 열린우리당은 2007년 17대 대선에서 패배했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 81석으로 쪼그라들었다.

21대 총선 이후 민주당의 모습은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 역시 희망이 없다는 비관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주당은 총선 압승 후 강성 친문(친 문재인) 지지층만 바라보며 독주했다. ‘민심의 명령’이라며, 국회 상임위원장직 18개를 독식했고, 민주당의 검찰개혁은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낳으며 정국을 마비시켰다.

분노한 민심 책임론 이낙연 추락
뜨는 이재명…친문 정세균 합세

이번 선거로 민주당은 ‘명분조차 없는 패배’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800억원의 혈세가 들어간 보궐선거는 박원순, 오거돈 두 전임 시장의 성추문이 발단이 됐다. 당은 ‘공직자의 중대 잘못’으로 이뤄진 선거에는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무공천 당헌을 바꾸는 악수까지 뒀다.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한 2차 가해자들은 캠프에서 요직을 맡았다.

결국 민주당의 유력 대권 주자들은 이번 선거로 인해 크고 작은 내상을 입게 됐다. 특히 이번 선거로 여당의 대표 대권주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소속 단체장의 중대 비위의 경우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헌 개정을 주도해 후보를 냈다.

이 전 대표는 선거 이후 사실상 아웃된 상태다. 그는 “저의 책임이 크다”며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전례 없는 압승을 이끌며 대권 행보에 날개를 달았던 그가 불과 1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40%의 대선 지지율로 독보적 존재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수장으로서 별다른 정치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설상가상으로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연일 하락세다.

지난 8일 4개 여론조사기관이 합동으로 조사한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 그의 지지율은 10%에 그쳤다.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24%)가 오차범위 내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18%)을 앞서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확인).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에서는 이 지사가 본격적인 ‘원톱 굳히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원팀’을 강조해온 그였기에 여권 심판론에서 마냥 자유롭진 못하다. 다만 이 지사의 ‘선거 중립 의무’로 인해 그의 책임론은 덜해 보인다. 지지자들은 위기에서 구해줄 ‘영웅’에게 힘을 몰아주는 경향이 강하다.

엎치락
뒤치락

이 전 대표의 입지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여권 지지자들이 이 지사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지사의 장단점은 뚜렷하다. 다사다난한 삶으로 다져진 정치적 감각이 상당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신천지 사태 해결에서 그가 보인 정치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 지사의 큰 장점은 옅은 계파색이다. 그는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대척점에 서서 중도와 일부 보수층의 선택을 받았다.

이번 선거로 중도 지지층의 중요성이 확인된 만큼, 이 지사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대선에서는 중도 보수의 결집으로 이 지사를 지지하는 일부 보수 지지층들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 ▲지난 7일, 4·7 재보궐선거 투표 결과를 지켜보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되자 지지자들 축하에 답례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이 지사의 부족한 당내 기반은 그의 한계로 꼽힌다. 당내 친문 세력과 정서적 거리가 있는 인물로 이를 좁힐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아울러 민주당의 패배로 진영 자체가 불리해짐에 따라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랠 과제가 남아있다. 득과 실을 얻은 선거로 남은 1년이 만만찮을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이 지사의 한계로 인해 새로운 인물이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제3 후보론이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것은 정세균 국무총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총리의 지지율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가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선다면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총리의 사임은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재보선 결과가 정 총리에게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이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또 이 지사와 친문 세력의 간극이 큰 탓에 정 총리가 친문의 전폭적 지지를 받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정 총리는 문정부 2대 총리를 지내면서 범친문, 주류로 꼽힌다.

새 인물로?
제3 후보론


정치 이력 역시 화려하다. 6선 의원 출신이자 당 대표, 국회의장 등을 거쳤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으로 ‘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소 거친 행정력을 보이는 이 지사와 차별점 부각을 꾀할 수 있다.

반면 야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위한 대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게 일고 있다. 통합 과정에서 윤 전 총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역할론이 야권의 가장 큰 이슈다. 먼저 야권의 완승으로 윤 전 총장의 ‘대세론’은 더욱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윤 전 총장은 검찰에서 나온 후 몸을 낮추고 등판 타이밍을 고심하고 있다. 대신 LH 사태 등 국정에 대한 여러 의견을 내놓으면서 ‘메시지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또 그의 고등학교 동창이 나눈 대화를 엮은 <윤석열의 진심>이 오는 14일 출간될 예정이다. 사실상 대권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의 시작점은 어디가 될까. 보궐선거 전에는 윤 총장이 제3지대에서 시작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윤 전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켰던 ‘주인공’인 만큼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보궐선거에서 제3지대가 아닌 제1야당이 국민으로부터 선택받는 모습을 지켜본 만큼, 국민의힘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중도층을 두루 섭렵한 반문 세력에 눌리지 않는 힘을 보였다. 제1야당다운 전략은 기본이고, 인력 및 조직력 등 정권교체를 위한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윤 전 총장으로서도 대선을 치를 때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국민의힘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차기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제1 야당 간판으로 출마해야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등판 임박 윤석열 혼자? 야당으로?
안철수 ‘야권대통합’ 합당은 언제?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이르면 오는 7~8월에 국민의힘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때까진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 남아 세력을 구축하고, 이후 본격적인 야권 단일화 국면에서 입당한다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윤 전 총장의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도층 표심과 아스팔트 우파 세력을 제외한 보수 표심까지 끌어 모은다는 것. 이번 보궐선거서 국민의힘은 2030세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최근 ‘공정’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 윤 전 총장과도 합이 맞게 되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을 잇는 ‘키맨’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자연인의 신분으로 돌아가겠다”는 퇴임사를 남기고 당을 떠난 상태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그가 제3지대 후보들과 당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 지난 7일, 4·7 재보궐선거 투표 결과를 지켜보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등 선거 캠프 관계자들 ⓒ박성원 기자

그도 그럴 것이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한 번 만나보고 대통령 후보감으로 적절하다 판단되면 그때 가서 도와줄 건지 안 도와줄 건지 판단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킹메이커’에 나서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대권 지지율 1위를 달릴 때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호평한 바 있다.

안 대표 역시 선거서 ‘빛나는 조연’ 역할로 상한가를 쳤다. 단일화 패배 이후 깨끗한 승복과 함께 거리 유세로 야권 통합의 시너지 효과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과 유대감 역시 깊어졌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킨 안 대표야말로 진정한 승자”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선거 직후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합당 이슈를 꺼냈다. 대통합 과정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속도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혁신’을 동반한 야권 통합이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변함이 없다. 안 대표는 오는 6월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 도전하는 등의 방식으로 합당을 시도할 수 있다. 야권 내부에서는 그가 “전당대회 후 합당을 치러야 한다”는 견제구도 나온다.

그때까지 안 대표는 제3지대의 확장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윤 전 총장이 안 대표와 연대한 후 통합하는 그림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여기에 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외에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 등도 본격적인 몸풀기에 나섰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국민의힘에 복당한 뒤 본격적인 당내 경선 준비를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한 명씩 민다?
몸푸는 주자들

국민의힘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은 “국민의힘은 내년 대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범야권의 진지로 변모해야 한다”며 “안철수·윤석열· 홍준표·유승민·금태섭 모두를 끌어안고 내년 3월의 대회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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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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