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낸 '박근혜 캠프' 인선 전격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03 11:04:51
  • 댓글 0개

쇄신 외치더니 '그 나물에 그 밥'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임명장을 주는 자리는 무려 80여개. 여기에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 자리도 280여 개나 된다. 국민들이 차기 대통령에게 뛰어난 용병술을 기대하는 이유다. 지난달 27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대선 후보로 정식 선출된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인선을 발표했다. 이번 인선을 살펴보면 '박근혜식 인사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정치권의 관심을 모았던 새누리당의 주요 대선준비기구 인선이 지난달 27일 전격 발표됐다. 대선 후보로 정식 선출된 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는 등 파격적인 국민대통합 행보를 펼쳐온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첫 인선 슬로건은 역시 '통합'이었다.

슬로건은 '통합'

이번 인선에서는 전 정권 인사나 그동안 박 후보와 거리가 있던 인사들을 과감하게 기용한 점들이 눈에 띈다. 우선 박 후보가 가장 역점을 두고 기용한 것으로 알려진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엔 안대희 전 대법관이 기용됐다. 안 전 대법관은 검사 출신으로 대법관 퇴임 48일 만에 박근혜 캠프에 합류하게 됐다.

특히 안 전 대법관은 대선 자금 수사로 구 한나라당에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안긴 장본인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차떼기 파문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까지 겹치면서 200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위기를 맞았지만 박 후보는 2004년 3월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에 선출돼 구원 투수로 나섰고 '천막당사'를 탄생시키며 당을 위기에서 구해내면서 오히려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이 밖에도 정치쇄신특위에는 친이(친이명박)계 출신의 정옥임 전 의원과 중립성향의 박민식 의원 등 6명의 위원이 임명됐다.

국민행복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예상대로 김종인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 맡았다. 부위원장에는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낸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와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임명됐다. 특히 진 의장은 박 후보의 비서실장 출신이지만 그동안 친박 진영과 소원해졌던 인물이다. 박 후보는 김대중 정부의 인사와 '탈박계' 진 의장을 각각 기용하면서 대통합의 상징성을 더욱 강화했다는 평가다. 행복특위와 정치쇄신특위는 9월 하순경 선대위가 정식으로 출범해도 상시적으로 활동을 계속한다.


선대위 구성 전까지 한시적으로 활동하며 대선 전략의 밑그림을 그릴 대선기획단장은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이 맡게 됐다. 기획단장 물망에 올랐던 친박 핵심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은 후보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최 비서실장은 서병수 당 사무총장과 함께 선거 준비 실무를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박 후보는 예정에 없던 후보 직속의 공보단을 신설해 눈길을 끌었다. 공보단장에는 방송기자 출신의 김병호 전 의원을 임명했다. 공보단은 박 후보에 대한 홍보를 총괄하면서 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대응 전략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 대선 예비라인업 "포장만 통합"
비리 전력 인사 기용 "개혁 의지 있나"

한편 박 후보의 이번 인선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최근 가장 뜨거운 논란은 안 전 대법관의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 임명이다. 박 후보의 이번 인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은 안 전 대법관의 임명으로 박 후보가 민주당의 허를 찔렀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법시험 17회 동기로 참여정부 시절 대검 중수부장으로 발탁된 그는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에도 뛰어드는 등 '성역없는 수사'로 유명세를 떨친 인물"이라며 "안 전 대법관의 '깜짝 발탁'은 이번 공천헌금 사태로 쏟아지는 야권의 비판을 불식시키는 것과 동시에 박 후보가 2004년 못지않은 정치쇄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아울러 부산중학교 출신의 안 전 대법관이 부산지검 특수부 부장, 부산고검 차장 검사 등을 거치며 부산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18대 대선에서 최대 승부처 중 하나인 PK(부산·경남) 민심을 공략할 수도 있는 다중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안대희 전 대법관이 퇴임 후 두 달도 채 안 돼 새누리당 대선캠프에 참여한 것은 사법부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보"라며 안 전 대법관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대법관의 자격요건 중 중요한 것이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며 "안 전 대법관처럼 퇴임 직후 정치활동을 드러내놓고 한다면 대법관 재직 시 그가 내린 판결 사이에 정치적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될 경우 안대희라는 회심의 카드가 오히려 박 후보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게다가 일부 전문가들은 "정치틀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서 쇄신을 외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안 전 대법관의 역할은 박 후보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얼굴마담에 불과할 것"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당내에선 경선캠프의 인사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제외하면 새로운 인물이 눈에 잘 안 띄고, 몇몇 비박인사를 기용해 포장을 예쁘게 했지만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친박계 일색이라는 비판도 있다.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 등 개혁적 성향의 친박계 인사가 1차 인선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또 친박계의 실세로 불리는 3선의 최경환 의원이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것을 놓고는 비서실의 위상이 너무 강화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평가 '극과 극'

일각에선 사실상 '비서정치'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박 후보 진영에서 최 의원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밖에도 연일 정치쇄신을 부르짖고 있는 박 후보가 과거 뇌물수수 전력을 가지고 있는 김종인 선대위원장과 김병호 전 의원을 각각 국민행복특별위원장과 공보단장으로 기용한 것은 무척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명박 정부 들어 일명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출신), 강부자(강남부자) 인사로 많은 국민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차기 대권주자의 인사스타일은 국민들의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박 후보가 이번 인선에 큰 관심을 쏟았다는 흔적은 곳곳에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가 대세를 이뤄 아쉬운 인선"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