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왕의 귀환' 조양래 숨은 노림수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03 11: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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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에 컴백…백전노장 마지막 임무는?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그간 잠잠하던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한국타이어는 새로운 인사를 발표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책임경영 체제로 바꾸는 등 뭔가 서두르는 분위기다. 한쪽에서는 조 회장의 둘째 아들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사장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재생산되고 있다. 24년 만에 회사로 돌아온 조 회장의 숨은 노림수는 뭘까?

1985년부터 3년간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한국타이어 총수인 조양래 회장이 책임 경영에 나선다. 한국타이어는 1일 기업분할을 앞두고 조 회장과 장남인 조현식 사장을 존속법인인 한국 타이어월드와이드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지난달 27일 공시했다.

각자 대표란 합의를 해야 하는 공동대표와 달리 혼자서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두 황태자 밥그릇 정리?
정권 말 '외풍' 막기?

한국타이어의 한 관계자는 "존속법인의 각 사업부문을 조 회장과 조현식 사장이 나눠 경영하게 될 것"이라며 "조 회장과 장남인 조 사장은 지주회사 출범을 계기로 책임경영을 한다는 차원에서 대표이사직을 수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승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부회장은 존속법인의 부회장직에서 물러나 지주사 분할로 신설될 한국타이어(주)의 경영을 맡게 된다. 둘째 아들인 조현범 사장은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의 등기이사 사장 겸 마케팅 본부장에 선임됐다.


1941년 국내최초로 설립된 타이어 생산업체 한국타이어는 국내외 5개 공장, 연 8700만본(타이어수 단위)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1위, 세계 7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매출 구조가 타이어 사업에만 집중돼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성이 오락가락했다. 따라서 이번 기업분할은 중장기 목표인 '자동차 부품 종합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예정된 돌파구였다.

한국타이어는 매출의 97.8%에 달하는 타이어 사업을 신설 자회사로 이관하고 지주사는 새로운 투자사업 등 신사업을 창출하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그런데 이는 표면적인 목적일 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방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타이어와 비타이어로 사업을 나눠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비타이어 부문을 맡는 한국타이어월드는 아트라스BX, 엠프론티어, 한국타이어 등 3개 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출범한다. 타이어를 주력으로 하는 한국타이어는 한양타이어판매, 대화산지, MKT홀딩스 등과 10여 개 해외법인을 갖게 된다.

1988년 놨던 대표직 복귀 "장남과 공동경영"
경영권 승계 급물살…MB정권 내 마무리 관측

한국타이어는 지난 1985년 효성그룹에서 분리한 후 조 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만 유지한 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번 책임 경영 체제는 27년만의 변화다.


이에 앞선 지난 4월 한국타이어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해 존속회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 일체를 맡는 신설 자회사 한국타이어로 인적분할하기로 하고 한국거래소에 분할 재상장 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지난 5월25일 한국타어어는 이사회를 통해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 자회사인 한국타이어로 회사 분할을 결의하고 조현범 사장을 사업 자회사 사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이 같은 한국타이어의 움직임은 기업분할을 계기로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역할 분담이 시작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룹 매출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한국타이어를 동생이 이끌고 지주회사를 가져간 형이 그룹 전체의 경영권에 대한 주도권을 지나게 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역할분담이 이뤄지게 된 셈이다. '포스트 조양래 체제'가 출범한 것. 물론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한국타이어를 지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양사의 규모가 비슷해지면 형제간 계열분리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주사 전환에 나선 것도 경영권 승계가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 6조4889억원 중 타이어 부문에서만 6조3470억원을 달성했다. 타이어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지주사 전환에 따른 큰 혜택은 없지만 경영권 승계 절차가 간단해지는 이점이 있다.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 상속이 간단해지기 때문이다. 지주사가 아닐 경우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총수가 자녀에게 개별 계열사 지분을 각각 넘겨야 하지만 지주사는 지주사 지분만 넘겨주면 된다.

이번 조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고 있다. 27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는 꾸준히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진 조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직접 진두지휘하기 위해 복귀 했다는 지적이다.

올해 76세로 고령인 조 회장으로서는 경영권 승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형제간 계열분리
가능성도 있어

현재 한국타이어의 지분은 조 회장이 가장 많은 15.99%를 갖고 있고 조현범 사장이 7.10%, 조현식 사장이 5.79%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조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씨가 2.72%, 차녀인 조희원씨가 3.57%를 지니고 있는 등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자 지분은 35.28%다.

장남 조현식 사장과 딸들의 보유 지분율을 합치면 조현범 사장 보유율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조 회장이 후계 구도를 확실히 하지 않은 채 타계하면 후계자가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조 회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1937년생인 조 회장은 경기고와 미국 앨라배마대를 졸업한 후 한국타이어제조 상무이사, 전무이사, 부사장, 사장, 회장, 대한타이어공업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조 회장은 1985년 한국타이어가 효성그룹에서 분리된 뒤 대표이사로 3년 간 회사를 이끌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며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았다. 그간 전문경영인인 서승화 대표이사 부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었다. 그러다 27년 만에 회사 분할을 계기로 오너 경영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타이어 측은 "신속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오너 체제를 택한 것"이라며 "새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는 계속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할 것이고 월드와이드 역시 자리가 잡히면 언제든지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조현식 사장은 미국 시러큐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쓰비시 상사에 입사, 한국타이어에는 1997년 입사했다. 한국타이어 경영혁신팀 차장, 한국타이어 상무, 부사장을 거쳐 2010년 6월 한국타이어 사장으로 승진했다.


부담으로 작용하는
대통령 사위 신분

1972년생인 조현범 사장은 조 회장의 차남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다. 1990년 미국 드와이트 이클우드 고등학교를 마치고 1996년 보스턴칼리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98년에 한국타이어에 입사한 조 사장은 2001년 광고홍보팀장, 2004년 마케팅부본부장을 거쳐 2006년 경영기획본부장(부사장)을 맡았다. 부사장직은 형인 조현식 사장과 함께 달았지만 사장 승진은 형보다 1년6개월 늦은 지난해 12월이었다. 지난 5월 결정된 기업분할 이후에는 한국타이어 등기이사 사장에 이름을 올렸다.

조현범 사장은 이 대통령의 셋째 딸 이수연씨와 2001년 결혼했다. 서울 리라초등학교 동문인 두 사람은 조현범 사장이 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 결혼에 성공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시절인 2002년 7월 히딩크 감독에게 서울시 명예시민증을 주면서 조현범 사장을 따로 불러 사진을 찍게 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조현범 사장을 각별히 아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권 교체를 몇 달 앞둔 요즘 이 대통령의 사위라는 점은 조현범 사장과 한국타이어에게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그간 조현범 사장이 그리 좋지 않은 내용으로 이름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위 게이트'로 불리는 2008년 주가조작파문이다.

조현범 사장은 코스닥업체인 엔디코프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09년 3월 무혐의 처분이 나오긴 했지만 대형 스캔들로 비화될 뻔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요즘에는 "정권의 힘을 얻은 무혐의 처분"이라며 논란이 재생산 되고 있다. 정권 말기인 요즘에 이 사건이 불거졌으면 똑같이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다시 불거진 '사위게이트'
혹시 불똥튈까 전전긍긍

지난 3월에는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저서인 <시크릿오브코리아-대한민국 대통령, 재벌의 X파일>이란 책에서 "(이 대통령의 사돈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하와이 별장 쇼핑은 끝이 없었다"며 조현범 사장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안씨의 저서 속에는 조 사장의 영어이름이 '브라이언’이라고 밝혀져 있다.

안씨에 따르면 조현범 사장은 18세 때인 1990년 8월30일 미국 하와이에 있는 고급 콘도를 36만5000달러에 사들였고 이듬해 1월에는 어머니 홍문자씨가 80만달러에 매입한 콘도의 명의를 무상 증여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5월에도 조현범 사장은 홍씨와 공동으로 또 다른 별장을 216만5000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부동산 거래 시 사용한 홍씨의 미국 이름은 '낸시'. 안씨는 이들이 부동산 매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미국 이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2004년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에 재직 중이었다.

당시 안씨는 "투자를 위해 해외부동산 매입이 허용된 것은 2006년 5월22일 이후로 그 이전은 불법"이라며 "그렇다고 해외체류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구입한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못 박았다.

2008년 7월 이 대통령의 외아들인 시형씨가 한국타이어에 입사, 3개월만에 정식 사원이 된 것을 두고도 특혜시비가 일었던 바 있다. 한국타이어 본사의 마케팅본부 중동아태팀에서 수출업무를 담당하던 시형씨는 지난 2009년 11월6일 한국타이어를 퇴사하고 현재 자동차 시트부품을 생산하는 다스에서 경영기획팀장을 맡고 있다. 

대선을 앞둔 요즘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관련 공략과 입법 활동이 거세지고 있고 정권 말 레임덕을 최소화하기 위한 당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괜한 행동으로 주목을 받아 혹여라도 지난 일들이 다시 들춰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감 때문에 한껏 몸을 웅크리고 있던 조 회장이 1일 기업분할에 맞춰 서둘러 경영일선에 복귀한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 이 대통령 임기 내에 모든 작업을 마무리 한다는 계산이 깔린 행동이라는 것이다.

정권 말 각종
의혹 재생산

한국타이어는 인적분할에 따라 지난달 30일부터 10월3일까지 거래정지가 예정돼 있다. 재상장일은 10월4일이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인적분할로 타이어사업에 치중된 수익구조를 개선함과 동시에 외형 확장을 통한 종합그룹으로의 도약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갖가지 의혹이 난무한 가운데 한국타이어의 조직정비보다는 포스트 조양래는 누가 될 것이며, 이 대통령 임기 내 한국타이어 경영권 승계가 무사히(?) 이뤄질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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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