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재벌’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노욕

놓지 않은 명예직…감투에 눈멀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정창선 회장의 임기 연장으로 종결됐다. 화합차원에서 단독 후보를 추대했던 기존 관행이 이번에도 이어졌지만, 예년과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혼탁했던 선거 과정으로 인해 회원 간 갈등이 극에 달했고, 이를 봉합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의 욕심이 부른 촌극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중흥건설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이 광주상공회의소(광주상의)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광주상의는 지난 18일 임시총회를 열고, 단독 출마한 정 회장을 추대형식으로 선출했다. 정 회장은 인사말에서 “3년 임기 동안 광주 전남이 더는 낙후된 도시가 아닌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지역이 되도록 지역 현안과 해결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무리수
선거 과정

24대 광주상의 회장 선거는 단독 출마한 정 회장이 무난하게 연임하는 그림으로 끝났지만, 선출을 닷새 남겨 놓은 시점까지만 해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정 회장 이외에도 양진석 호원 회장이 지난 13일 광주상의 회장 입후보자로 등록한 덕분이었다. 양 회장이 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17일 후보에서 사퇴하지 않았다면, 광주상의는 15년 만에 경선을 거쳐야 하는 입장이었다.

앞서 2006년 19대 회장 선거에는 마형렬 남양건설 회장과 이원태 금호산업 대표이사가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고, 이 대표를 11표 차로 따돌린 마 회장이 임기 3년의 19대 회장에 당선된 바 있다. 이후 광주상의는 회원 화합 차원에서 단독 후보를 추대해왔다.

다만 정 회장의 연임으로 일단락된 이번 선거는 ‘돈 선거’ 논란이라는 꼬리표를 남겼다. 무엇보다 회비 납입액에 따라 선거권수에 차등을 두는 ‘차등투표’ 방식이 잡음을 촉발시켰다.


광주상의 의원선거에 적용되는 차등투표제는 납입한 회비금액이 50만원 이하면 선거권수 1표를 주고 ▲500만원 이하 10표 ▲2000만원 이하 20표 ▲4000만원 이하 30표 ▲7000만원 이하 40표 ▲9800만원 초과 시 48표가 주어진다. 여기에 특별회비를 납부하면 회비 100만원당 1표씩을 더 준다.

광주상의 회장 임기 연장
안 한다더니…완장 욕심?

납입회비에 따라 회원사는 최대 50표의 선거권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셈이다.

납입회비에 따라 선거권수를 차등 분배하는 방식은 사실상 50표의 선거권수를 갖는 46개 업체들이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하게 되는 폐단을 낳았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회비를 성실하게 납부해온 회원사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다.

▲ 정원주 중흥건설그룹 부회장

혼탁했던 선거 과정은 정 회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게 만들었다. 이는 정 회장의 과거 발언에서 촉발된 것이다.

정 회장은 23대 광주상의 회장에 취임할 당시만 해도 연임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지만, 24대 회장 선거를 앞둔 지난해부터 연임 의욕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 무렵 경선을 대비해 그룹 차원에서 선거권 확보를 위한 작업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정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중흥건설그룹 부회장이 아버지의 연임을 위해 직접 나섰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불만 많다”
회원사는?


게다가 23대 회장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정 회장의 욕심은 연임을 비판적으로 보게 하는 이유로 작용했다.

이번 회장 선거에서 맞붙을 뻔했던 정 회장과 양 회장은, 직전 선거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연출했던 전례가 있다.

당시 두 사람 모두 선거 직전까지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양측은 광주상의 의원들이 진행한 사전투표에서 승리한 후보가 단독 출마하기로 합의했다. 사전투표 결과는 양 회장의 우세로 결론났다. 그러나 정 회장은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선거 직전 양 회장의 출마 포기에 힘입어 회장으로 선출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두 번째 맞대결은 선출 직전까지 치열한 구도로 전개됐다. 양 회장은 상의를 2000여 회원사들이 참여하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 활성화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24대 회장 선거 완주 의지를 표명했다.

▲ 광주상공회의소 ⓒ카카오맵

이런 가운데 양측은 회비 납부 마감을 앞둔 시점에서 볼썽사나운 광경을 연출했다. 앞서 광주상의는 지난달 25일 오후 6시까지 회비를 납부할 경우 차기 회장선거에 대한 선출 권한이 있는 의원·특별의원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 자격을 부여키로 했다.

불신과 혼탁
씁쓸한 뒷맛

하지만 최종 마감 시간을 앞두고 정 회장 측 일부 회원사들이 미납된 상의회비와 특별회비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자리이탈’ 논란이 일면서 회원들 간 고성이 오가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선거관리위원회 회원들이 1시간 이상 격론 끝에 “오후 6시 기준, 광주상의 현관을 통과한 모든 회원들을 대상으로 미납회비와 추가회비를 받겠다”고 결정했지만, 양 후보 측 회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정 회장은 지난 17일 양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고 나서야 사실상 연임을 확정할 수 있었다.

양 회장은 “불신과 혼탁 선거로 타락한 광주상의의 대외적 위신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후보를 사퇴한다”며 “특별회비 납부와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은 상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겠다는 충정으로 이해하지만, 광주상의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천신만고 끝에 연임에 성공했지만, 혼탁했던 선거 과정으로 인해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연임과 별개로 광주상의를 대표할만한 인물인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는 형국이다. 특히 도덕성에 대한 잡음을 떨쳐내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자리 보존했지만 이미지 추락
떨쳐내기 힘든 도덕성 잡음

정 회장은 23대 광주상의 회장에 선출된 직후 상근부회장에 최종만 전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을 임명한 것으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최 상근부회장은 2011년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 재직 때 순천 신대지구 개발과정에서 편의제공 명목으로 중흥건설 관계자로부터 13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벌금 3000만원이 선고됐다.

▲ 중흥건설 본사 ⓒ카카오맵

2016년 2심에서는 징역 8개월에 선고유예하고 벌금 1500만원이 선고돼 형이 확정됐다.

통상 광주상의 상근부회장은 회장이 지명해 임시의원총회에서 임명 절차를 밟기 때문에 정 회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이 최 상근부회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비판받았던 이유다.

자리 놓고 
돈싸움?

광주상의 한 회원은 “상의 회장 자리를 놓고 돈싸움으로 전락하는 폐단은 이제는 막아야 한다”며 “최고 경제단체로서 상의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이에 걸맞은 선거제도 개선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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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