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각양각색 ‘선거송’ 열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4.05 10:37:50
  • 호수 13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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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무조건이야~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선거기간에 길을 걷다 보면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유행가가 들린다. 흥겨운 멜로디를 따라 부르다 보면 기존 가사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교묘하게 바꾼 노랫말에는 후보자 이름이나 번호, 그리고 메시지 등이 들어가 있다. 
 

▲ 4·7 재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후보 캠프에서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성준 기자

‘길보드차트’가 사라졌다. 길보드차트란 1980~1990년대 길거리 리어카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를 의미한다. 요즘은 선거기간에만 들려오는 새로운 ‘선거송차트’가 등장했다. 서울시장 후보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선거 유세가 한창이다. 후보 지지자들은 서울 시내 인구밀도가 높은 곳을 찾아 선거 유세차량에서 가벼운 율동을 노래에 맞춰 하기도 한다. 

시대의 유행가

이처럼 선거 유세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선거송이다. 한 시대의 유행가를 리메이크한 선거송은 투표권이 있는 시민들에게 후보자의 이미지를 만드는 수단이다. 유권자들은 스피커 볼륨을 끝까지 높인 선거송을 원치 않아도 들어야 한다. 리듬과 멜로디가 더해지고 중독성까지 가미된다면 그때부터는 뇌리에서 선거송이 맴돈다.

당선을 꿈꾸는 이들이 선거송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유권자들을 한 장소에 모이게 한 다음, 후보의 공약을 전달하고 얼굴을 알려야 하는데 분위기가 조용하면 유세도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선거송은 사람들의 마음을 신나게 만들어 교감을 나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작권이 있는 곡을 선거 유세에 활용하기 위해선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에 1곡당 50만원의 복제 사용료를 내야 하고, 작곡가와 작사가에겐 10만~300만원의 인격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여야 거대 양당 서울시장 후보들은 어떤 노래를 선거송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단순한 멜로디의 트로트부터 감미로운 발라드까지 다양한 노래를 선택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측은 흥겨운 리듬의 박군의 ‘한잔해’ 영탁의 ‘찐이야’, 장윤정의 ‘어부바’, 자자의 ‘버스안에서’ 외에도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 유리상자의 ‘아름다운 세상’ 등 잔잔한 선거송을 사용하고 있다. 가사에는 대표 공약인 ‘21분 도시’와 ‘돌봄’ 등이 주로 담겼다.

경쟁상대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캠프는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 임영웅의 ‘계단 말고 엘리베이터’ 등 인지도가 높은 트로트를 선거송으로 채택했다. 유명 경연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50대 이상 유권자뿐 아니라 2030세대에게도 익숙한 노래들이다. 이외에 노라조의 ‘사이다’ 일민의 ‘한잔 더’ 남진의 ‘파트너’ 등을 사용하고 있다.
 

▲ 4·7 보궐선거 유세에 집중하고 있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고성준 기자

지난해 4·15 총선에도 수많은 선거송이 들렸다. 트로트 열풍으로 인해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 영탁의 ‘찐이야’ 등이 사용됐다. 트로트를 젊은 세대에게까지 알린 주역들의 노래이자 쉽게 귀에 감기는 가사가 유세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역대 선거송으로 가장 많이 활용된 곡은 트로트 가수 박상철이 2005년 발표한 ‘무조건’이다. ‘무조건 무조건이야, 내가 필요할 때 나를 불러줘, 언제든지 달려갈게’라는 노래 가사는 정치인의 마음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장윤정의 ‘어머나’, 박현빈의 ‘샤방샤방’,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등 다른 트로트 곡도 전통적으로 인기가 많은 선거송이다. 트로트가 중장년층에게 쉽게 호소할 수 있어 선거송의 주요 지분을 차지해왔지만, 항상 대세였던 것은 아니다.


10만~300만원 천차만별 사용료 
반복적인 가사·쉬운 멜로디 인기

2016년 총선에서는 당시 신드롬을 일으켰던 엠넷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1의 주제곡 ‘픽 미(Pick Me)’가 인기를 누렸다. “픽미 픽미 픽미 업” 등의 가사가 입에 척척 붙는다. 

이런 점을 볼 때 선거송의 주요 특징은 중독성이다. 하지만 아무 의미 없이 대중의 귀에만 꽂힌다고 좋은 선거송은 아니다. 후보가 내세우고자 하는 메시지와 부합할 때 큰 힘을 발휘한다.

대표적인 예가 1997년 제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을 후보로 내세웠던 새정치국민회가 사용한 그룹 DJ DOC의 ‘DOC와 춤을’이다. ‘DJ와 함께 춤을’이라는 제목으로 노랫말도 개사했는데, 당시 젊은이들이 노령이던 김 전 대통령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만든 공이 컸다. 김 전 대통령은 이 곡의 포인트인 관광버스춤을 춰 화제가 됐다. 

선거송은 아니었지만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TV 광고에서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부른 ‘상록수’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선거송을 만들기 위해서는 총선의 경우, 정당은 1곡당 200만원을, 국회의원 후보자는 1곡당 50만원을 한음저협에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부르는 대로 가격이 매겨지는 ‘저작인격권료’, 음원 제작비 등을 합치면 후보자가 총선에서 선거송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200만원 안팎이다.
 

▲ 4·7 보궐선거 유세에 집중하고 있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박성원 기자

특히 선거송에서 중요한 것은 저작인격권 승낙이다. 노랫말 등을 바꾸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후보자가 원한다고 모든 곡을 선거송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유재석의 트로트 가수 부캐릭터인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은 작곡가 조영수와 작사가 김이나가 허락해 사용했다. 하지만 유산슬의 또 다른 곡인 ‘합정역 5번 출구’는 작사에 참여한 유재석이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꺼려 선거송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과거 가요계를 강타한 원더걸스의 ‘텔미’를 선거송으로 쓰기 위해 각 정당이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으나 작곡가인 가수 박진영이 승낙을 하지 않은 적도 있다. 시대가 흐르면서 선거송의 의미도 많이 바뀌었다. 과거 선거송이 대중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수단으로 사용됐다면 이제는 조금 더 진화해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가사와 흥겨운 멜로디만으로 깊은 인상을 주기가 어려워진 것. 후보자들이 강조하는 메시지를 적재적소에 넣고 주입식이 아닌 유권자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식으로 선거유세를 펼치는 게 효과적이다. 

소음신고?

하지만 선거송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선거송으로 인한 주민들의 소음신고 건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선거송 제작비 상승으로 인한 선거비용의 증가는 결국 국민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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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