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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24일 16시21분

정치

잘나가는 야당 선거 막판 변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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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오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패색이 짙은 여권이 연일 악재를 맞고 있다. 그렇다고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국민의힘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선거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

 

▲ 유세 중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박성원 기자

문재인정부 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네거티브 공세, 고소·고발전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 내에서도 “이렇게까지 지저분한 선거는 처음 본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다만 과도한 막말은 선거에서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야권 지도부는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며 내부에 입단속을 강조한 상태다. 이길 공산이 높은 선거에서 괜한 무리수로 표를 잃지 말자는 심산으로 읽힌다.

정권 심판
여권 악재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의힘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큰 차이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앞서고 있다.

지난 1일 <뉴시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2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따돌렸다. 특히 중도층에선 오 후보(66.5%)가 박 후보(28.1%)보다 두 배 넘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이는 ‘LH 사태’와 실패한 부동산 정책으로 ‘정부 심판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의 ‘내로남불’ 행태에 실망했다는 여론이 심상치 않다.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전셋값을 인상한 김상조 전 청와대 전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수사가 착수됐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 역시 비슷한 시기에 임대료를 인상한 것으로 드러나 선거 캠프 홍보디지털본부장직에서 사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권 내부에서는 “여당의 네거티브에 괜히 대응하지 말고, 이대로만 가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대에 대한 수위 높은 비난은 쉽다.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노려볼 수도 있다. 다만 이는 이번 선거에서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도층이 정부에게 돌아서 야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당은 이미 21대 총선에서 극우 세력과 손잡은 지도부들의 막말로 참패한 역사가 있다. 막말은 중도층 이탈을 가중시킬 뿐이라는 교훈을 준 일례다.

따 놓은 당상? 역풍 미리 차단
힘받는 심판론…중도층 돌아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선거 초반부터 말조심을 당부한 바 있다. 오 후보 역시 이를 실천 중이다. 선거 정국에서 막말 논란이 일 때마다 빠르게 사과하고 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중증 치매환자’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국민 감정과 동떨어진 인식을 가진 대통령을 보며 분노한 마음에 나온 비유적 표현이고, 이 시간 이후로 그런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분위기가 야권에 기울어졌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선거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 특히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아 당의 조직력 싸움으로 비화되기 십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다고 해도 실제 투표로 이어지지 않으면 사실상 ‘신기루’에 불과하다.
 

▲ 유세 중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고성준 기자

국민의힘은 보수정권 역사상 이례적으로 사전투표 독려에 공을 들였다. 힘을 실어주는 중도층이 투표장에 가지 않을 불상사를 차단한 것이다. 특히 야권이 2030 세대를 향한 투표 독려에 힘쓰고 있다는 점은 유의미하다. 2030세대는 보통 진보층으로 꼽혀왔다. 이는 청년층의 정권 심판론이 크게 부상했음을 방증한다.

이대로면 투표율이 높을 경우 진보 진영에 유리하고, 반대로 낮은 투표율은 보수 진영에 유리하다는 오래된 공식이 깨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도 정권 심판론이 선거 판세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의 실정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보수층이 결집하면 국민의힘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정권에 분노한 마음을 속으로 삭여서는 안 된다. 투표장에 직접 나와 정권 응징 투표를 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민심을 자극해 투표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속내로 보인다.

신기루
투표 독려

오 후보 역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YTN에서 “저는 15%, 20% 가까이 차이난다는 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보궐선거고, 지지율이 높으면 이기는 것이 아니라 투표장으로 가주셔야 하는 것”이라며 “투표하는 날이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마 투표율이 60%가 안 될 거라고 예측되는데 그런 상황이라면 지지율은 별 의미가 없고, 어느 정당의 조직력이 강한가의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오 후보는 여론조사가 무의미하단 점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과거 오 후보는 여론조사와 다른 선거를 세 차례나 경험했고, 두 차례는 패배했다. 가장 가까이는 지난 21대 총선에서다.

오 후보는 서울 광진을에서 당시 민주당 고민정 후보와 붙었다. 여론 조사에서 오 후보는 고 후보를 가뿐히 앞섰지만 선거에선 달랐다. 오 후보는 2.6%포인트 차이(2746표) 차이로 패배했다.

지난 2016년 총선 종로에서 당시 민주당 정세균 후보와 붙었을 때도 비슷했다. 여론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섰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 후보는 정 후보에게  약 12%포인트 차이(1만852표)로 패배했다.
 

▲ 서울시청 ⓒ박성원 기자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오 후보는 당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20%포인트 앞섰다. 오차범위를 넘어선 압도적 우세였다. 하지만 개표 결과는 그야말로 박빙이었다. 오 후보는 한 후보에게 불과 0.6%포인트(2만6412표)로 겨우 이겼다.

민주당의 조직력 역시 국민의힘이 무시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민주당의 조직력은 상당하다.

조직력
총동원

서울을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 49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이 41명이다. 25개구 기초단체장도 조은희 서초구청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민주당 소속이다. 서울시의원은 109명 중 101명이, 구의원은 369명 중 219명이 민주당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을 노리는 이들이 성과를 내놓기 위해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은 전국 지역위원회를 동원해 서울·부산에 거주하는 ‘지인 찾기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태다. 또 전국 시·도당위원회에 재보선 협조공문을 보내 당 조직을 활용하는 ‘총동원령’을 내렸다. 경기·인천·호남은 서울 선거, 충청도당 등은 부산 선거를 적극 돕도록 분담했다.

민주당은 오 후보가 맞닥뜨릴 난관을 부각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박영선 후보 캠프 집행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서울시장이 혼자서 서울의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다”며 구청장과 시의회가 원팀으로 일하는 것과 매번 싸우고 다투고 갈등이 있는 것 중 어느 것이 시민을 위한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시장은 시의회, 구의회 등 각종 관련 단체과 협력 상생하는 위치다. 1년짜리 시장직에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되면 시정활동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반성 전략’ 역시 선거의 변수다. 현재 당 내에서는 시장직을 모두 내줄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오는 보궐선거는 문재인정부의 레임덕이 걸려있는 문제다. 당헌까지 고쳐 후보를 낸 상황에 성난 민심이 확인되면 내년 대선판까지 좌지우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면 여권의 대권 주들의 추락 역시 피해갈 수 없다.

민주당은 연일 사과하며 읍소를 이어가고 있다. 이탈한 중도층과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다.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은 “집값 폭등과 부동산 불패 신화 앞에서 개혁은 무기력했다”며 “그 원인이 무엇이든 민주당이 부족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허리를 굽혔다.

지지율 믿어도 되나?
여야 결집 어디까지?

오 후보의 ‘내곡동 셀프 특혜 논란’도 아직 남았다. 현재 투기 의혹은 당의 후보를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선거의 악재다. 오 후보 역시 본인이 “이와 관련된 의혹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오면 사퇴하겠다”며 엄포를 놓은 상태다.

사건의 핵심은 오 후보가 과거 서울시장 시절 처가 땅이 있는 서초 내곡동 일대의 그린벨트 해제와 보금자리주택 지구 지정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다. 오 후보는 “내곡동 땅 위치도 몰랐다”며 이를 증명한 증인이 나오면 사퇴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 유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 ⓒ고성준 기자

하지만 2005년 토지 측량 현장에서 오 후보를 만나 식사를 했다는 사람의 내곡동 경작인들의 증언이 나오자, 이 논란은 각종 고소·고발전으로 변질됐다. 이후 오 후보가 가게를 방문했다는 안골 식당 주인의 증언이 번복되자, 정치권은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외에도 ‘용산 참사’에 대한 오 후보의 발언이 선거 막판의 변수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용산 참사는 2009년 1월20일 새벽, 경찰이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 건물에서 점거 농성 중이던 철거민들을 과잉 진압하는 과정에서 농성자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진 사건이다.

이를 두고 오 후보는 “재개발 과정에서 전국철거민연합회라는 시민단체가 가세해 매우 폭력적 형태의 저항이 있었다”며 “거기에 경찰이 진입하다 생겼던 참사”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박 후보는 “밀어붙이기식 재개발을 추진했던 당시 시장이자 현재 시장 후보로서 반성적 인식이 심각하게 결여된 언어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이와 관련해 연일 사과하며 선거 막판 돌발변수를 차단하고 있다.

몸 사리는
이유는?


일각에선 오 후보의 부족한 인권 감수성이 인해 표를 깎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오 후보는 전국 최초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 이용하는 문화·복지시설인 ‘어울림프라자’에 대한 재건축 전면재검토 공약 현수막을 내걸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그는 지난 1월 “귀화한 중국 동포들의 90% 이상이 친민주당”이라고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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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정권교체에 대한 여론은 정권 재창출에 대한 여론보다 높다. 그러나, 여당의 이재명 대선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지고 있진 않은 모양새다. 야권 대선후보가 여러 명이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은 야권 대선후보를 하나로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대선후보들은 구체적인 단일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 전 단일화는 철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요 화두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대선후보들은 그동안 후보 단일화를 첫 번째 승리 조건으로 여기곤 했다. 2022년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식 대선후보 등록이 시작도 되기 전에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단일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의 내홍 논란을 딛고 약진을 이어간 후부터다. 좁혀진 차이 자존심 싸움 합친다고 무조건 당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야권 대선후보들은 단일화에 유독 집착한다. 1987년 대선에서 단일화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난 탓이다. 1987년에 제6차 국민투표로 대통령 5년 단임제가 확정된 후, ‘양김’의 김영삼·김대중 후보는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여권 대선후보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이기려면 야권 대선후보가 한 명이어야만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후보는 본인의 승리를 장담했다. 민주화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열망을 두 눈으로 확인한 후보들은 그 표가 다 본인에게 올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김대중 후보는 ‘사자필승론’을 주장하며 다자구도가 오히려 본인에게 유리할 것이라 생각했다. 김대중 후보는 지역 표심을 중심으로 대선판을 그렸다. 그는 노태우·김영삼이 영남 표를 나눠 받고, 김종필이 충청 표를, 그리고 본인이 호남 표를 독식해 당선된다는 계산을 했다. 하지만 야권 단일화는 실패했고, 최종 대선에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 모든 후보가 출마했다. 김 후보가 그렸던 대선 판세와는 달리, 실제 대선에선 지역색보다는 정치색이 후보들의 희비를 갈랐다. 보수 지지자들의 표는 한 명의 여당 후보에게 결집된 반면, 진보 지지자들의 표가 두 명의 야당 후보에게 분열된 것이다. 결국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으로 최종 당선됐다. 이때의 이변을 대한민국 역대 대선후보들은 잊지 않았다.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의 역사가 이후로 끊임없이 쓰여졌다. 1997년엔 김대중·김종필 후보가, 2002년엔 노무현·정몽준 후보가(정 후보 후에 지지 철회), 2012년에는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했다. 김대중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단일화 후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2012년 문재인 후보는 낙선했다. 사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입장에서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썩 반가운 주제는 아니다. 단일화설이 나온다는 의미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좁혀졌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후보 간의 지지율 추이는 과거에 비해 많이 좁혀졌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만해도 윤 후보는 야권의 압도적인 차기 대통령 감이었다. 지난해 5, 6월에 실시된 대통령 적합도 관련 모든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지금의 대선후보들을 크게 따돌리며 단독 질주했다. 지지율 급상승…선두권 합류 한계 ‘혼자는 어려워’ 어느 쪽 선택할까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리 의혹이 있는 정치계 인물 모두를 기소하는 강골 검사로 이름을 알렸던 윤 후보는 국민들에게 ‘공정과 정의’라는 기치로 큰 인기를 누렸다. 검찰총장 임기 시절 막바지에는 문재인 대통령,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과 대립각을 세우며 인기는 배가 됐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청와대 인사인 조국 전 민정수석의 비리를 조사하는 모양새는 윤 후보에게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이미지를 강하게 주는 동시에 야권의 정치인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수개월간 이어진 ‘조국 수사 논란’은 윤 후보를 자연스레 야권의 잠룡으로 만들었다. 그런 그의 인기가 점차 사그라든 것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부터다. 공직자에서 정치인으로 직업을 한 번에 바꾼 윤 후보에게 정치인의 언행은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선거운동을 이어갈 때마다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켰고, 정치부 기자들은 그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대중에게 여과 없이 전달했다.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이나 ‘부정식품이라도 먹어야 한다’는 발언 ‘개사과 논란’ 등 윤 후보는 정치인으로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하며 유권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지지율 2%였던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에게 경선 막판까지 쫓기는 초접전 양상을 허용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경선 때의 실책은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에도 이어졌다. “노동자 사망은 노동자 탓”이나 “부득이하게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전두환을 지지하는 호남 사람들도 많다” 등의 실언을 쏟아내며 당 안팎에서 윤 후보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이 쏟아졌고, 이는 지지율 하락세로 이어졌다. 특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극심한 마찰을 겪을 당시에는 지지층인 ‘이대남’을 안 후보에게 내주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몇 주간 지지율 1위 자리를 허용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60%에 육박하는데도 여당의 후보에게 진다는 것은 윤 후보에게 매우 뼈아픈 지점이었다. 이는 “정권교체는 원하지만 윤 후보는 싫다”는 뜻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후보 교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왔고, 이때 안 후보와의 격차는 많이 좁혀졌다. “안 후보와 단일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크게 대두된 것도 이때다. 국민의힘? 국민의당? 요즘 야권 대선 레이스 양상은 홍 의원과의 경선 때를 떠올리게 한다. 야권 후보 중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던 윤 후보가 미미했던 지지율의 안 후보에게 추격 받고 있는 중이다. 경선 레이스와 대선 레이스의 한 가지 다른 점은 안 후보를 이긴다 해도 대선의 ‘최종 승자’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지지율을 안 후보에게 빼앗겨 야권 표가 분열되면 이 후보에게 대권을 내어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볼 때 윤 후보에게 단일화는 ‘달갑지는 않지만 꼭 해야 하는’ 숙제로 다가온다. 윤 후보에게 단일화는 자신의 지지율 하락을 인정하고, 승리를 위해서 야권의 선택지를 하나로 줄여야 하는 과정이다. 지난해만 해도, 윤 후보는 단일화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단일화에 대한 생각이 일절 없다”고 일관해왔다. ‘국힘 원팀’을 만드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국민의당까지 챙겨야 한다는 의견에 늘 난색을 표해온 것이다. 그러던 그가 지난 11일 “단일화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입장을 미온적으로 바꾸었다. 시험이 다가오자 숙제를 끝내는 학생처럼, 윤 후보도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 앞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압박을 서서히 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안 후보 측의 입장은 아직도 강경하다. 본인으로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수차례 단일화를 경험한 안 후보는 그때마다 좋지 않은 기억을 쌓았다. 안 후보는 나름 큰 희생을 감수했는데, 그만한 결과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단일화의 기억을 회상한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그랬고, 2012년 대선 때도 그랬다. 안 좋은 기억 속에서 그는 항상 “안철수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16일 안 후보는 KBS 에 출연해 “안일화(안철수로 단일화)라는 말이 시중에 떠돈다고 하더라”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야권 지지자들이 어떤 후보가 더 적합한 후보인지, 더 확장성 있는 후보인지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 말했다. 이어 “내가 야권의 대표선수로 나가야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고, 국민 통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에게는 ‘중도 확장성’이라는 주요한 무기가 있다. 유권자들에게 안 후보는 보수색보다는 중도 색이 강한 후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부터 자유롭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는 늘 대립각을 세워왔다. 따라서 안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한다는 명분도 서고, 보수당을 찍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도 된다. 안 후보는 현재 대선 레이스에서 지지율이 윤 후보에게 크게 밀리고 있지만, 야권 단일화 적합도에서는 윤 후보보다 10%포인트 넘게 웃돈다. 안 후보가 말했듯이, 야권 대선후보로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또 양보? 당선 포기? 반면, 윤 후보에게는 조직력이 있다. 비례대표 3석이 전부인 국민의당과는 달리 국민의힘은 국회 106석을 확보하고 있다. 전국에 지역구가 있으며 선거운동을 할 인력도 압도적으로 많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대선에서 ‘이겨왔던’ 전례가 많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출한 경험이 있다. 민주당과 대립하며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는지, 전략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많은 데이터가 쌓여 있다. 또, 지지율 측면에서도 윤 후보가 안 후보보다 많이 앞서 있다.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로 올라온 안 후보지만, 국민의힘이 내홍을 끝내면서 윤 후보가 지지율을 거의 다 회복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이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총회 자리에서 극적으로 화해하며 원팀 의지를 굳건히 했다. 이후 홍보전에 이 대표가 큰 힘을 실어주며 하락세를 그리던 윤 후보의 지지율은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순항이 이어지는 윤석열표 대선호가 안 후보와 단일화하는 것은 여러 모로 명분에 맞지 않는 상황이다. 정계 전문가들은 ‘윤일화’도, ‘안일화’도 아닌 ‘무일화’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양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지 않고 끝까지 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후보 단일화를 하려면 여러 이해관계들이 맞아야 하고, 희생정신도 강해야 한다. 김대중·김종필의 이른바 ‘DJP연합’ 때처럼 말이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야권의 1위 대권주자로 달리고 있었다. 1997년 9월 가 공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대중 후보는 30%에 육박하는 지지율 받았고, 김종필 후보는 약 3%의 지지율을 받았다. 단순 수치만 봐도 10배가량 차이나는 것이었다. 단일화 없이도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김대중 후보였지만, 그는 김종필 후보에게 많은 부분을 양보하며 연합을 이뤄냈다. 김대중 후보가 김종필 후보 자택에 직접 찾아가 연합할 것을 제안하면서다. 현재의 안 후보처럼 아쉬울 게 없다며 갈지자 행보를 이어가던 김종필 후보는 김대중 후보를 만난 후, 연합에 동의하며 김대중정부에 들어가 일할 것을 약속했다. ‘실리냐 고집이냐’ 딜레마 완주하고 지방선거 출마? 김종필 후보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양보’ 덕분이었다. 이날 DJP연합 논의에서 김종필 후보는 내각제 개헌과 경제 부처 인사권이 보장된 ‘실세형 총리’의 자리를 약속받았다. 후에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국민의정부의 경제 관료들은 실제로 김종필 후보가 지명한 인사로 채워졌다.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대표적인 예다. 윤 후보가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성사시키려면, 안 후보에게 많은 것을 양보한 단일화를 제안해야 한다. 김대중 후보가 그랬듯, 차기 정부 인사들의 일부 인사권을 넘겨주고 힘 있는 자리를 약속하지 못한다면, ‘윤일화’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당시 김대중 후보만큼 윤 후보가 당내의 권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본인의 권력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윤 후보 혼자 당내의 반대를 무릅쓰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 후보 측 또한 김종필 후보처럼 윤 후보의 제안을 선뜻 수락하지는 않을 모양새다. ‘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대선에 참여했다’는 기존 입장이 여전히 흔들림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단일화를 하고 대선을 완주한 경험과 하지 않고 완주한 경험 모두 갖고 있다. 낙선을 하더라도 끝까지 대선을 완주해 이름값을 높인 뒤, 곧 있을 지방선거나 재보궐선거에 나가는 것도 그에게는 좋은 방법이다. 1997년 당시의 김종필 후보와는 달리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많은 것을 양보해서 지지율이 낮은 후보와 연합을 하는 ‘DJP연합’의 그림은 지금의 윤 후보와 안 후보가 ‘그려야 할’ 그림과 많이 닮아있지만, 맞지 않는 이해관계와 양보 의지가 없는 양 후보에게 ‘그릴 수 없는’ 그림이 돼있다. 국민의힘 이 대표는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저희의 지지층이 일시적으로 이전돼 수치가 상승한 것에 너무 고무돼 안일화 이런 말도 만드셨더라”며 “인터넷 가 보면 안일화보다는 간일화(간 보는 단일화)라는 단어가 더 뜬다”고 주장했다. “이번엔 다르다” 자신만만한 국민의힘 측의 입장과 안 후보에 대한 조롱이 섞인 발언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이 대표는 내가 무서운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아무런 신경 쓸 게 없으면 아예 언급하지 않는다. 위협이 될 때만 발언한다”며 맞받았다. 양측은 현재 단일화는커녕 갈등 양상으로 가기 직전이다. 여권 단일화는? 야권이 만일 단일화에 기적적으로 성공한다면 여권도 단일화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선거에서는 같은 색의 후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진보색을 강하게 띠고 있는 정의당의 심상정 대선후보 또한 여권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중요한 분기점인 내년 대선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에 개혁 진영이 최대한 힘을 모아야 한다”며 “여권 대통합을 해야 한다. 심 후보 본인은 완주 의지를 표명하는데,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다. 그때 가서 우리가 함께 이길 수 있는 길을 국민이 제시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빙의 상황 속에서 상대가 단일화한다면, 개혁 진영도 뭉쳐야 한다는 게 이 후보의 의견이다. 그러나, 심 후보는 민주당과의 단일화를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는 “많은 국민이 ‘이런 대선은 본 적이 없다’며 혀를 차고 있다”며 “34년 양당 정치가 보여준 민낯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다고들 하신다. 그럼에도 염치없는 양당정치는 또 차악의 선택을 강요하려고 단일화에 대한 미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지율 정체에 따른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해산과 며칠간의 칩거 후, 심 후보의 입장도 많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심 후보가 대선을 끝까지 완주해서 얻는 정치적 자산보다 단일화로 얻는 정치적 자산이 더욱 크다면, 여권의 단일화도 완전히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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