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 인문학> 미국 골프의 성지 '어거스타 내셔널'

극소수만 허용된 입장 기회

죽기 전에 한 번쯤은 가봐야 할 미국 골프의 성지는 어디일까? 영국 올드 코스에 버금가는 미국 골프의 메카이자 순례지로 불리는 조지아주의 ‘어거스타 내셔널’이다. 프로 선수들은 이곳에서 열리는 마스터즈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생애 최고의 훈장으로 생각한다. 팬들 역시 어거스타 내셔널의 잔디를 한 번이라도 밟아 보는 것을 일생일대 영광으로 생각한다.
 

조지아주 애틀란타시에서 동 쪽으로 150㎞ 떨어진 작은 마을 어거스타는 4월 둘째 주 월요일만 되면 홍역을 치른다. 인근 20번 메인 하이웨이와 520번 외곽도로는 동서에서 유입되는 차량으로 인해 새벽부터 북새통을 이룬다. 간선도로 상에는 파라솔을 펼쳐놓고 티켓을 팔고 산다는 팻말을 붙여 놓은 암표상이 눈에 띈다.

폐쇄적 방침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티켓이지만, 운이 좋으면 현지에서 티켓을 살 수 있다. 어거스타 측에서 정해 놓은 규정에 따르면 골프장 입구에서 820m 이내에서는 암표 판매를 금하지만, 9번 게이트 바깥쪽에서는 가능하다.

그럼에도 일반 팬들이 마스터즈 대회를 직접 구경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극악의 난이도인 수퍼볼 티켓 구하기가 마스터즈 티켓을 손에 넣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인터넷으로 마스터즈 사이트를 찾아 클릭을 해봐야, 이메일을 남겨놓고 기다리라는 메세지만 나온다.

암표는 단돈 35달러에 발매된다. 월요일부터 수요일 사이의 경기 전 티켓도 20배에 달하는 600달러 수준이다. 경기가 열리는 목요일부터의 암표 가격은 수천달러 수준으로 치솟는다. 대회 전부를 관람하는 일주일 간 풀코스 뱃지는 1만달러에 달한다.


최고의 메이저 ‘마스터즈’무대  
티켓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

1972년 이래 일반인들은 사실상 티켓을 구하는 행위조차 불가능했다. 다만 멤버들과 관련자들에 의해서 분배되고 있다는 정도로만 알려졌다. 1978년 골프장 측이 일반인들의 신청을 받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폭발적으로 신청자가 몰려들기도 했지만, 며칠 사이에 대기자가 수십만명을 넘기면서 즉시 판매가 중단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사이트가 구축된 해는 2000년이다. 그러나 역시 대기자들이 폭주해 사이트는 마비됐고, 현재는 대기자 명단에 오르는 것조차 불투명한 상태가 됐다.

다만 골프장 측은 비난을 고려해 소위 마스터즈 로또라 불리는 무작위 추첨을 통해서 티켓 일부가 대기자들에게 전해지도록 조치하고 있다. 그나마 추첨 티켓도 신청자가 사망하거나 골프장에 못 오게 돼서 반납하는 것들에 한해서다.
 

대회장 입구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입장에서부터 엄격한 출입과정이 기다린다. PGA 모든 대회 중에서 바코드를 찍은 티켓은 마스터즈가 유일하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듯 정문에서 한 사람씩 스캔을 한 뒤 티켓의 바코드를 레이저로 확인해 진짜 여부를 판별하고 난 뒤에야 입장이 가능하다. 여성들의 핸드백은 물론이고, 전화기부터 모든 통신기기는 전부 보관소에 맡겨야함은 물론이다. 목요일부터의 대회 기간 중 사진 촬영은 저작권 침해라는 이유로 금지된다.

설사 운 좋게 찍은 뒤 인터넷에 올려도 훗날 발각되면 “삭제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일반 입장객이 아닌 후원자라는 개념의 ‘페이트론(Patron)’으로 불리는 갤러리들 중 일부는 평생의 한을 풀었다는 생각과, 성지에 발을 디뎠다는 자부심으로 융단 같은 페어웨이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잔디에 키스 한다.


갤러리들 사이에서 일종의 관례처럼 알려진 어거스타 의식이다. 마스터즈에 참석한 프로선수들도, 패트론들도 어거스타 내셔널은 그야말로 골프의 성지로 받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마스터즈의 회원명단은 비밀이다.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빌 게이츠 등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지도자들이 회원으로 가입시켜 달라고 청하지만, 회원명단 만큼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골프장이다.

폐쇄적 방침

프리메이슨에 의해 세워진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400명 정도의 회원은 예외 없이 모두 메이슨 단원이다. 80년이 지나도록 단 한 명의 흑인이나 여성을 회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 인종 차별로 말도 많았던 곳이다.

오죽하면 뉴욕 타임즈를 비롯한 미국의 유수 언론들이 회원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매년 연례행사처럼 뭇매를 가하고 있다. 그래도 골프장 측은 어떤 갑부가 회원가입을 신청하더라도 충분히 거부할 수 있는 까다로운 자격 조건을 꿋꿋하게 고수한다.
 

“잔디 밟는 것만으로도 영광”
회원 공개 않는 신비주의 고수

일반인들에게 궁금증을 제공하는 신비주의라는 단어가 걸맞는 이 골프장은 초청 케이스가 많이 밀린 관계로 회원끼리 2명 이상 라운드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원 자격을 얻기도 힘들지만, 여차하면 자격 박탈도 여지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심각하게 골프장의 명예를 손상 시킨 회원은 강제 퇴출 당하기도 한다.

어느 날 연회비 고지서가 날아오지 않는다면 퇴출을 당한 것으로 간주하면 된다는 것. 골프장에서의 내기는 제재를 가하면서 75달러 정도까지만 인정한다고 한다. 다행히 21세기 들어서면서 조지 부시 행정부 당시, 각료였던 곤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사우스 캐럴라이나의 유명 사업가인 다라 무어가 2012년에 최초 여성 회원으로 인정을 받게 됐다.

골프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던 여성들이 주축이 돼서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어거스타 내셔널의 문을 10여 년간 줄기차게 두드린 결과다. 라이스 전 장관은 회원으로 인정을 받은 최초의 흑인 여성이지만, 흑인 남성들조차도 회원으로 된 시기는 불과 20여 년 전인 1990년대이다. 소수 신비주의자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어거스타 내셔널도 시대의 흐름에는 역행 할 수 없는 듯 꽁꽁 닫아 놓았던 빗장을 열어야 될 시기가 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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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