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나는 곳에 돈을 묻어라!

봄 성수기를 맞아 분양시장에서 교통호재를 품은 수도권 아파트, 오피스텔과 수익형 부동산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신안산선, 지하철 연장사업, 서울 경전철 등 서울 접근성 향상을 통한 상승세가 전망된다. 

한국부동산원 전국 주간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기준 아파트 누적 매매가 상승률 상위 3곳은 양주(9.26%), 의왕(9.03%), 남양주(7.94%)로 조사됐다. 이들 지역은 모두 교통개발을 통해 서울 접근성 향상이 기대되는 곳들이다. 

서울 접근성
상승세 전망

경기 남양주는 지하철 6·9호선 연장과 GTX-B, 양주는 7호선 연장선 옥정역과 수도권 1호선 회정역, GTX-C노선이 예고돼 있다. 의왕은 월곶-판교 복선전철·GTX-C 노선으로 부동산에 활기를 띄고 있다. 

이러한 교통호재는 수도권 청약시장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월 수도권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29.7대 1로, 지방(4.4대 1)보다 약 7배 높았다. 경기(60대 1)와 인천(16.9대 1)의 경우 인터넷 접수가 의무화된 2007년 이래 1월 기준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교통호재가 예고된 지역들의 청약 경쟁률도 눈에 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중흥토건이 경기 안산에서 분양한 ‘안산 중흥S-클래스 더퍼스트’는 465세대(특공 제외) 모집에 총 3674명이 청약에 나서 평균 7.9대 1의 청약경쟁률로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이 단지는 2024년 신안산선의 개통이 예정돼 있다. 


같은달 GS건설이 경기도 가평군 대곡리에 분양한 ‘가평자이’는  365가구(특공 제외) 모집에 4176명이 몰려 평균 11.4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곳은 GTX-B·C노선, 도시철도 면목선 등 교통호재를 품고 있다.

오피스텔 청약시장에서도 GT X-B노선 호재로 흥행몰이 중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여의도 파인루체’는 청약접수 결과 평균 18.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 6일 만에 완판 됐다. 

봄 성수기 맞은 분양시장 화두는?
교통호재 품은 아파트·오피스텔

지난해 10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신도시에서 선보인 ‘별내자이 더스타’오피스텔 역시 정당 계약 이틀 만에 완판 됐다. 앞서 지난해 4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분양한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오피스텔은 평균 40.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엔 지난해 12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일대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신도림역 센트럴’이 평균 6.54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과 1호선 구로역의 더블역세권 단지로 신도림역과 구로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으며 단지 앞 버스정류장에서 지선, 간선, 광역 등 20여개에 달하는 버스노선이 지난다. 신도림역은 GTX-B노선이 정차예정으로, GTX-B노선 개통 시 서울역까지 3정거장, 인천 송도까지 4정거장이면 이동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 서울 중구에서 분양을 마친 ‘힐스테이트 청계 센트럴’또한 총 552실 모집에 6640명이 몰려 12.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지 인근 지하철역인 동묘앞역에서 3정거장 거리인 반경 3㎞ 내에 청량리역이 위치해 GTX-B노선 이용이 용이하다.

GTX-B노선 착공이 내년으로 가시화 되면서 통과 지역 내 오피스텔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의하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오피스텔 ‘여의도자이’(2008년 4월 입주) 전용면적 83㎡는 앞서 2018년 6억8000만원(15층)에 거래됐으나 2020년 9억원(18층)에 매매돼 2년 만에 2억2000만원 상승했다.


높은 경쟁률
완판 릴레이

인천 연수구 송도동 ‘힐스테이트 송도 더테라스’(2020년 10월 입주) 전용 84㎡F-2는 지난해 11월 현재 호가가 5억9300만원(3층)까지 오른 상황으로, 분양가가 3억3000만원대였음을 감안하면 2억5000만원 넘게 올랐다. 이외 신분당선 연장이 되는 용산, 서울 경전철 신림선이 내년 개통되는 동작구·관악구 분양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길나는 곳에 투자하라는 부동산 격언이 있다”며 “GTX나 신안산선처럼 일반 전철보다 2~3배 빠른 쾌속 교통망은 수혜지역 부동산에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쾌속 교통망
호재로 작용

다음은 교통호재를 품고 봄 성수기에 분양되는 수도권 단지들.
 

▲덕소 강변 라온프라이빗(아파트)=  라온건설은 경기 남양주에서 ‘덕소 강변 라온프라이빗’을 분양한다. 이 단지가 들어서는 덕소뉴타운은 약 7700여 가구에 달하는 주거단지가 조성되는 미니신도시급으로 탄생될 예정이다. 

경의중앙선 덕소역을 통해 청량리·용산·홍대입구·디지털미디어시티역으로의 이동이 쉽다. 오는 2023년 예정인 암사역에서 남양주 별내를 연결하는 지하철 8호선 연장사업이 완료되면 잠실 및 석촌까지 약 30분대면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GTX-B노선 계획으로 향후 개발이 완료되면 망우역 환승을 통해 서울역까지 약 20분대에 도달 가능할 전망이다.

▲양주 옥정 린 파밀리에(아파트)= 신동아건설과 우미건설이 경기 양주 옥정신도시에서 ‘양주 옥정 린 파밀리에’를 공급한다. 옥정 일대는 구리~포천고속도로, 동부간선도로 등을 통한 서울 이동이 쉽고, 지하철 7호선 옥정역(2024년 예정), GTX-C(2026년 예정) 등 교통 호재를 품고 있다. 양주 옥정신도시 A-1블록에 위치하며, 전용 74·84㎡ 총 2049가구로 구성된다.

▲포레나 안산고잔(아파트)= 한화건설은 경기 안산시에서 ‘포레나 안산고잔’을 분양한다. 안산IC, 과천봉담도시화고속도로 및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등으로의 진출입이 편리해 서울 접근성이 우수하며, 신안산선 성포역(예정)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전용 45~84㎡ 449가구로 구성된다.

▲운정신도시 제일풍경채 그랑퍼스트 2차(아파트)= 제일건설은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운정신도시 제일풍경채 그랑퍼스트 2차’59~104㎡ 660가구를 분양한다. 작년 11월 개통된 서울~문산고속도로를 통해 서울 접근성이 개선된 데다 자유로, 제2자유로 등 광역도로망을 통해 서울, 김포, 일산 등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또 GTX-A(2023년 예정) 노선과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2026년)가 예정돼 있다.

뜨거운 수도권 청약시장
곳곳 수혜지역 흥행몰이

▲여의도 리브하임(오피스텔)= 건화종합건설은 서울 영등포에서 복층형 평면으로 설계를 특화한 오피스텔 ‘여의도 리브하임’을 분양한다. 지하철 1·5호선 신길역과 영등포시장역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더블 역세권 오피스텔이다. 단지 인근 여의도·영등포역에서 경기 안산·시흥을 연결하는 신안산선 복선 철도 사업이 2023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인천 송도에서 출발해 여의도를 거쳐 경기 남양주 마석을 연결하는 GTX B노선 사업은 2027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용산 센트럴포레(오피스텔)= 서울 용산구 원효로2가 3-12번지 일대에 ‘용산 센트럴포레’전세대 투룸 오피스텔 및 소형 아파트가 분양 중이다. 지하철 효창공원앞역(6호선, 경의중앙선), 삼각지역(4·6호선)과 남영역(1호선)을 도보로 3~10분이면 이용할 수 있다. 용산역과 신사역간 신분당선(2027년 완공 예정)연장, GTX A노선(2026년 개통예정)·B노선(2029년 개통예정)신설, 용산역~서울역 지하화 등 굵직한 사업들이 한창 진행 중이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한강대로, 마포대교, 올림픽대교, 원효대교를 통해 도심 및 수도권 어디든 빠르게 진·출입이 가능하다.

가깝게
빠르게

 

▲송도 형지 글로벌패션복합센터(상가)= 롯데건설이 책임시공을 맡은 ‘송도 형지 글로벌패션복합센터’ 내 1층과 2층 판매시설을 임대분양(임대 후 분양 전환)한다. 인천지하철 1호선 지식정보단지역 초역세권에 있다. 여기에 GTX-B노선(예정, 인천 송도~남양주 마석)으로 향후 서울 도심권으로의 접근성이 향상될 예정이다. 

인천발 KTX(예정, 수인선 송도역~어천(화성) 연장)도 착공 예정돼 있다. 이 밖에도 제2경인고속도로, 제3경인고속도로, 제2외곽순환도로, 신 국제여객터미널과 골든하버, 인천국제공항 등 멀티 교통망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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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