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승리' 박근혜, 활짝 웃지 못하는 진짜이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27 16: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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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자꾸만 1997·2002 대선판 보이는 이유가 뭐지?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지난 20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지명 전당대회는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자리였다. 이날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정식선출 된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은 무려 84%.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보기 힘든 결과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흥행은 참패였다. 경선과정에서 비박3인의 주장을 묵살했던 박 후보의 책임론도 다시 불거졌다.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도 박 후보의 입가에는 쓴웃음이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이날 전당대회 현장에는 푸른 눈의 외신기자들을 포함해 수백명의 취재진이 몰렸지만 신기하게도 분위기는 매우 차분했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이미 박 후보의 승리를 기정사실화 하고 기사를 미리 작성해놓은 채 따분한 표정으로 결과발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기자는 이번 전당대회에 대해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새로 쓴 정치사
흥행은 실패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추리소설에 흥미를 가질 이는 많지 않다. 실제로 새누리당 대선경선의 흥행결과는 참담했다. 이번 경선의 투표율은 역대 최저치인 41.2%에 그쳤다.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접전을 벌였던 2007년 경선(70.8%)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치다. 새누리당에서는 당초 오후 3시30분경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3시경부터 각 언론사들은 박근혜 후보 선출 확정이라는 속보를 쏟아내기 시작해 경선을 더욱 맥 빠지게 했다.

이날 전당대회는 우리나라 정당 역사상 유력정당의 첫 여성후보가 탄생하는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전직 대통령의 자녀가 대선후보가 되는 첫 사례이기도 했다. 박 후보 개인으로서도 대선 재수 끝에 얻어낸 감격스런 결과였다. 그러나 친박계 일각에서는 "우려했던 결과가 현실이 됐다"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84%에 달하는 압도적인 득표율이 문제였다. 이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포함해 역대 대선경선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기존의 최다 득표율은 지난 2002년 당시 이회창 후보가 얻은 68%다.

독이 된 압도적 지지율, 거세진 사당화 비판
예고된 검증 공세…돌파구는 어디에도 없다 


이른바 '박근혜 사당화'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당장 민주통합당은 논평을 통해 "국민들은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박정희 대통령의 체육관 추대를 그대로 옮긴 것으로 느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미 박 후보가 대선 후보로 결정된 상황에서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확인절차만 번거롭게 거치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평가절하 했다.

대선경선 전당대회라는 가장 큰 이벤트를 치렀음에도 박 후보의 지지율은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양자대결에서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간 경선에 대한 평가는 잠시 뒤로 미루더라도 박 후보로서는 앞으로 펼쳐질 가시밭길 대권가도도 큰 걱정이다. 우선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경선이 끝나자마자 "예스맨 측근들을 쳐내라"며 벌써부터 개혁 요구가 거세다. 특히 친이계로 분류되는 김성태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박근혜 후보를 편하게 모시고 또 잘 모시기 위해서 쓴소리 한 번 내지 못한 이 당 주요인사들 속에 묻혀서 연말 대선을 치를 수는 없다. 먼저 당의 권력구조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며 "당3역이라도 종교적인 인사나 흔히 말하는 비박, 반박의 인사들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친박 실세들의 2선 후퇴를 주문했다.

하지만 '박근혜의 사람들'은 향후 본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박 후보는 '국민대통합' '100퍼센트 대한민국' 등을 강조하며 외연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미 친박세력이 주요 요직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 없는 몸집 키우기'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박 후보의 이중행보가 선거캠프 내 계파갈등을 더욱 고조 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박 후보가 통합대상으로 꼽은 이재오 의원 측 관계자도 "통합을 얘기하기 전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먼저 보였으면 한다"며 "선거 때문에 우격다짐으로 끌어안는 것은 반갑지 않다"고 박근혜식 통합에 불만을 나타냈다.

국민대통합?
국민대분열?

박 후보로서는 이번 대선 경선과정에서 얻은 권위주의와 불통, 독선의 이미지도 골칫거리다. 경선과정에서 박 후보를 가장 괴롭힌 것은 바로 불통논란이다. 경선룰 변경 문제로 갈등을 겪다 이재오·정몽준 의원이 결국 경선에 불참하면서 박 후보의 불통이미지는 더욱 고착화 됐다. 박 후보의 불통은 이번 대선경선 흥행실패의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박 후보는 "불통과 소신은 구분돼야 한다"고 항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한번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태생적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박 후보이기에 '불통'이란 이미지는 무척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박 후보는 20~40대 유권자들을 끌어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경선과정에서 얻은 불통이미지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당의 공식적인 대권주자로서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치르는 것이 경선인데 이번 경선은 관심을 모으는데도 실패했고 사실상 추대식이라는 비판에 정통성에도 금이 갔다"며 "때문에 일각에선 박 후보의 이번 경선 승리를 놓고 '상처뿐인 승리'라고 평가절하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외연확대 안간힘
불통이 걸림돌

또 새누리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된 박 후보를 기다리고 있는 야권의 본격적인 검증공세도 큰 부담이다. 민주통합당은 박 후보가 정식 후보로 선출된 당일 논평을 통해 "박 후보의 역사의식, 국정수행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선전포고 했다. 이미 당 전략본부 산하에 박 후보 검증을 위한 비공개 TF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 검증팀은 박 후보의 과거 행적과 발언 등에 대한 각종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갖가지 제보에 대한 사실 확인 절차도 거치고 있다. 민주당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 영남대학교를 둘러싼 의혹과 박 후보 동생 부부의 삼화저축은행 로비사건 연루 의혹 등에 대해서도 더욱 거센 공세를 펼쳐나갈 예정이다.

최근 구성된 장준하 선생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 새누리당 공천장사진상조사단도 박 후보 검증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이와 함께 박 후보의 5·16 발언 등 유신정권 인식의 문제점과 2007년 대선 경선 당시의 경제공약이었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에서 이번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전환하는 과정의 말 바꾸기 행보 등도 집중 부각시켜 '박근혜 불가론'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야권보다 한 달 가량이나 빨리 링에 오른 박 후보로서는 당분간 이 같은 네거티브 공세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예스맨 측근 쳐내라" 벌써부터 개혁 요구
'선거의 여왕' 박근혜 "이대로 당하진 않아"

야권보다 한 달 가량 빠른 박 후보의 대권행보가 득이 될지, 실이 될 것인지도 논란이다. 박 후보는 후보 확정 다음 날인 21일 국립현충원 참배와 김해 봉하마을 방문으로 대권행보를 시작했지만, 민주당은 24일 제주 경선을 시작으로 오는 9월16일에야 최종후보를 선출한다. 만약 1위 후보가 과반수 이상 득표하지 못할 경우엔 9월23일 결선투표까지 기다리고 있다. 특히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 과정도 남아 있어 야권의 대선 후보 확정은 박 후보 측 보다 이르면 한 달, 늦으면 두 달 이상이 더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박 후보 측은 "이제 새누리당은 대선에서 박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태"라며 "야권이 경선경쟁으로 어수선 할 때 우리는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대권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전문가들은 "여론조사상으로는 일찍 네거티브 공세에 전면 노출되는 박 후보가 분명히 불리할 것"이라며 "반면 야권은 민주당 전당대회와 안 원장과의 단일화라는 '더블 컨벤션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일정은 런던올림픽 기간과 정확하게 겹쳐 당내에서도 올림픽 기간 중에 경선을 치르는 것에 반대가 많았지만 강행된 측면이 있다. 야권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전략적 판단의 실패로 지지율 확장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이를 강행한 새누리당 지도부와 박 후보를 향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선거의 여왕
비장의 카드는?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 후보는 자신의 지지율을 지키기만 해도 대선 승리가 확실시 되었지만 어느새 중도층의 표를 가져와야만 대선 승리가 가능한 상황이 됐다. 박 후보가 압도적인 경선 승리에도 마음껏 웃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당내 경선은 지지율을 크게 높일 비장의 카드인데 박 후보는 맥 빠진 경선을 통해 위기를 자초했다"면서도 "하지만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박 후보가 이대로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박 후보 스스로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근 봉화마을 방문 등 파격적인 행보를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박 후보가 앞으로 어떤 비장의 카드를 내놓느냐에 따라 이번 18대 대선은 역대 가장 흥미진진한 선거가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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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