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경선> 의미 있는 2위(?) 김문수의 손익계산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27 16: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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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 치겠다"더니 도지사도 뺏길 판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지난 21일 도정업무에 완전히 복귀했다. 지난 4월22일 대선출마 선언 이후 무려 122일만이다. 김 지사 측 차명진 전 의원은 경선참여에 대해 "전국적으로 김문수의 리더십을 알릴 수 있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으나 8.7%에 불과한 득표율은 김 지사를 머쓱하게 했다. 한편 도정에 복귀한 김 지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경선 참여 후폭풍'이다. 당장 경기도의회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김 지사의 직무유기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번 새누리당 대선경선 참여를 통해 김 지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겠다'며 지난 4월22일 호기롭게 대권도전을 선언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 그는 지난 20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지명 전당대회 결과 8.7%의 득표에 그치면서 체면을 구겼다.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 84%의 10분의 1 수준이다. 김 지사 측은 박 후보를 이기는 것은 무리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최소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차차기 발판?

전문가들은 김 지사가 예정대로(?) 경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한다면 차차기 대권주자 이미지를 굳히고 당내 영향력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대선경선후보에서 경기도지사로 돌아온 김 지사에 대해 외형은 키웠지만 내실은 오히려 악화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

찝찝한 결과만을 남긴 채 도정에 복귀한 김 지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도민들의 따가운 시선이었다. 수원에 거주하고 있는 한 시민은 김 지사의 업무 복귀에 대해 "지방선거 때만 하더라도 도정을 끝까지 책임진다고 호언장담하더니 대선경선에 참여했다가 안 되니까 돌아온 것 아니냐"며 극도의 불만을 표시했다.

도정 공백 책임론을 앞세운 야당의 공세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경기도의회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지난 7월26일 '김문수 도지사 도정공백 방지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위 활동기간은 오는 9월25일까지다.


민주당 측은 "김 지사는 경기도의 민생을 챙겨야 하는 신성한 도정을 새누리당 대선 경선 캠프장으로 만들어버렸다"며 "도지사 관용차량 운행 일지와 업무추진비 집행 상황 등을 넘겨받아 도지사 권한의 사적 사용 여부 및 직무유기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방재정 비상사태의 무대응, 후반기 도정계획 부재, 국비 확보 실패 등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선을 끝내고 도정에 복귀하면서는 "사과 한마디 없었다"며 김 지사의 태도를 문제 삼아 도의회 출석거부 등의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 자릿수 지지율…실리도 명분도 다 잃었다
심각한 직무유기 논란…앞으로 발목 잡을 듯

김 지사 경선캠프에 합류했던 전직 도청공무원 10여 명의 복귀여부도 뜨거운 감자다. 경기도의회는 이들의 복귀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 측은 인사와 관련된 부분은 도지사의 고유권한인 만큼 이를 놓고 도의회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며 맞서고 있다.

김 지사의 도정복귀를 기점으로 봉합될 것으로 예상됐던 갈등이 오히려 본격화 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와 함께 경기도의회 내에선 경선과정에서 김 지사의 홍보성 기사가 실린 잡지가 부천지역에 집중 배포된 것을 두고 선거법 위반 논란도 일고 있다.

이밖에도 재정 압박을 이유로 김 지사가 경기도청사 광교신도시 이전을 보류한 것과 관련해서는 광교입주민협의회 등이 김 지사를 사기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일부에서는 김 지사가 경선과정에서 수원지역의 표를 잃을까봐 도청사 이전을 보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광교입주민협의회 등은 김 지사의 도지사직 사퇴까지 거론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욕만 한 바가지

한편 전문가들은 김 지사가 이번 경선에서 안보와 경제, 민생에 관한 전문가적 식견을 보여줬으며, '박근혜 저격수'를 자처하면서 인지도를 끌어올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지사직 사퇴 및 경선 불참에 대한 입장 번복에 따른 비판 속에서도 경선을 2위로 마무리하면서 향후 중앙정치무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은 마련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그가 경선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16.2%)을 기록한 점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의 득표율이 예상치를 밑돌아 향후 정치행보에 탄력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지사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와 실제 고향인 경북지역에서의 낮은 득표율은 무척 뼈아픈 대목이다. 김 지사가 다양한 지역과 계층에서 지지를 받고 있긴 하지만 굳건한 지지기반은 없다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경북 영천 출신인 김 지사는 새누리당 대구·경북합동연설회에서 박 후보 지지자에게 멱살을 잡히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경기도에서의 낮은 득표율에 대해서는 "경기도에서는 앞으로 대통령 나오기 힘들 것 같다"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또 새누리당이 경선불참을 선언한 김 지사를 적극 설득해 경선에 참여하도록 한 것은 모두 경선흥행을 위한 것이었는데 결국 경선흥행에도 실패하면서 향후 대선이나 당 운영에서 김 지사 측이 지분을 요구할 명분도 잃었다. 게다가 김 지사는 현역 경기도지사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대선 본선 국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불가능한 상태다.

김 지사가 차차기를 노리고 야심차게 도전한 대권 행보가 결국 '한여름밤의 꿈'으로 조용히 잊혀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도 "당내 기반도 부족한 김 후보가 경선에서 2위를 했다고 해서 차차기를 노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평가절하 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지금 당내 경선 2위를 해서 5년 후 차차기 대권의 입지를 굳힌다는 논리는 처음부터 좀 억지스러웠다. 당장 일주일 후의 상황도 예측하기 힘든 것이 정치권"이라며 "새누리당 경선이 워낙 일방적이라 이슈거리가 없다보니 언론에서 2위 싸움에 억지로 의미를 부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8.7%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 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재오, 정몽준 의원이 참여한 것도 아니었다. 김 지사와 경쟁한 후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3위를 차지한 김태호 후보는 총리인선 당시 청문회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낙마한 인물이고, 임태희 후보는 여섯 번의 대국민사과를 한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으며, 안상수 후보는 인천시 재정파탄의 주범으로 불리며 지방선거에서도 낙선한 인물이다. 2위를 차지해서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2위라도 차지하지 못했다면 김 지사로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결과적으로 김 지사는 이번 경선에서 '포스트 박근혜'의 입지를 굳히는 것에는 실패했다고 본다"면서 "앞으로 김 지사가 경기도내 산적한 문제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가지 못한다면 차차기 대권은 커녕 도지사직도 뺏길 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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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