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연쇄살인마 완벽 빙의한 배우 전종서

자유로운 해석과 연기, 단 두 편 만에 각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원석 그 자체에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배우였다.” 전 세계적인 거장 이창동 감독은 영화 <버닝>에서 함께 작업한 배우 전종서를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 화보나 광고 혹은 웹드라마, 단편 영화 등 연예계에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로 이창동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기대 이상의 자유로운 연기를 펼치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혜성같이 등장한 신예 전종서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콜>을 통해서도 그 잠재력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
 

▲ 배우 전종서 ⓒ넷플릭스

배우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지 설 중 하나는 종교 의식과 연관된다. 자연재해를 해석할 능력이 없는 인간들은 신을 만들어 춤을 추고 노래하며 기원제를 지냈고, 이때 신을 묘사하고 찬양하는 등 기원제를 이끈 제사장이 배우의 기원이라고 한다. 이 같은 종교의식에서 연기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신내림
메소드

국내에서 ‘메소드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 김명민은 배우를 무당이라 일컬었던 바 있다. 배우란 일종의 접신을 통해 글자 속의 인물이 되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그는 신내림까진 힘들더라도 그에 가까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촬영장에서 쉼없이 인물을 생각하고 고뇌하며 연기를 펼친다고 했다. 

넷플릭스에서 최근 공개한 영화 <콜>의 영숙을 연기한 전종서는 김명민의 고견을 몸소 실천한 듯하다. 사이코패스 기질이 다분한 영숙에 접신한 듯 독창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감정 소모가 큰 장면뿐만 아니라 잠시 느슨해져 주의를 놓칠만한 장면에서도 전종서는 영숙 그 자체였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는 특이한 인물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한 전종서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종서는 인터뷰 중에도 남다른 느낌을 줬다. 대다수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면 곧바로 대답하는 게 일반적인데, 전종서는 모든 질문에 약 10초에서 20초 가량 침묵하며 생각에 잠겼다. 어떤 대답을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을 때 나오는 대답은 내용이 충실했다.

인터뷰 중에도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전종서가 <콜>을 만난 건 <버닝>을 마치고 난 후 휴식 기간 중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콜> 시나리오를 받았고 단숨에 빠져 버렸다.

“이충현 감독님의 단편 영화 <몸값>을 정말 재밌게 봤어요. 독창적인 작품이라 생각했어요. 감독님께도 직접 한 말이지만, 존경한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또 <콜> 시나리오가 굉장히 재밌었어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시나리오라 내용이 어려울 만도 한데 속도감 있게 읽혔어요. 단조롭지만 스피디하고 역동적이었어요.”

<콜>은 그녀가 만든 기괴한 빌런
전도연 이을 ‘연기 괴물’ 탄생 주목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미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포인트를 주려고 했던 부분이 이미 시나리오 내에 충분히 두드러져 있었고,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을 퍼즐 맞추듯이 읽어서 더 좋았다고 한다. 그렇게 책에 반해 작품을 선택했고, 곧바로 영숙이 될 채비를 갖췄다. 

<콜> 대본을 받은 다음 날부터 촬영 전날까지 영숙이 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소화할 수 없는 인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숙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신엄마(이엘 분)와 시골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신엄마의 말을 듣지 않으면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폭력을 당하고, 마음대로 밖에 나가지 못한다. 몸은 통제돼 있고 감정은 억제됐다. 사이코패스의 기질이 신엄마로부터 파생된 듯하다. 

영숙이 살던 시대는 1999년이고, 수상한 전화기로 전화를 걸면 2019년의 서연(박신혜 분)이 전화를 받는다.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두 사람은 통화 속에서 교감을 나누게 되고, 여러 위기를 거치며 친해지지만 작은 오해로 인해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기 시작한다. 마음만 먹으면 2019년을 바꿀 수 있는 1999년의 영숙은 거침없이 행동하기 시작한다.
 

▲ 콜 스틸컷 ⓒ넷플릭스

패션부터 표정까지 속을 알 수 없는 영숙이 전종서를 통해 만들어졌다. 2020년 국내 영화 역사상 가장 기괴한 빌런의 탄생이다.

“제가 참고한 캐릭터나 영화는 없었어요. 주로 노래에 많이 기댔던 거 같아요. 빌리 아이리쉬 곡에 특히 많이 의지했어요. 또 출처 모를 사진이나 그림을 많이 봤어요. 피가 낭자한 사진이나 샤워기에서 핏줄기가 나오고, 피로 된 폭포가 흘러내리는 사진이라든지 아주 자극적인 사진을 많이 봤어요. 사람의 형태는 아니지만, 악마 같은 사진들. 독방에 갇혀 있는 여자아이, 노란색 우비에 빨간색 가방을 메고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 그런 걸 하도 많이 보니까 모든 게 영숙 같기도 했어요. 그 시점에 사진 보는 걸 멈췄던 것 같아요.”

대본을 받은 후, 최소 수개월 동안 이러한 기괴한 사진과 음악에 자신을 집어넣었다. 기괴한 것과 어울리는 환경을 만들면서 영숙에게 빙의해나간 셈이다. 

그로테스크
빌런 탄생

“<버닝>도 마치고 칸에도 다녀오니 집에는 <콜> 대본밖에 없었어요. 거의 매일같이 이런 사진만 봤어요. 이런 식으로 영숙에게 몰두한 시간이 수개월은 되는 것 같아요.”

이 같은 노력 끝에 최고의 연기가 나왔다. 어딘가 정신이 나간 듯한 웃음소리, 반찬을 우걱우걱 씹는 근육과 생각을 읽을 수 없는 표정, 다소 불안한 걸음걸이, 평범하지 않은 대사의 리듬, 심지어 특정한 것을 바라보는 시선도 독특하다. <버닝>에서 보여준 자유로운 해미와는 또 다른 톤의 새로운 캐릭터다. 

“저는 비교적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머릿속으로 충분히 시뮬레이션하고 캐릭터의 이미지를 직감적으로 받아들이고 구체화시킨 상황에서 그 느낌만 들고 현장에 입수하는 형식으로 연기했어요. 영숙이는 이 방식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확 빠져들었다가 나오고, 훅 돌아버리는 극단적인 모습이 잘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께서는 저를 충분히 이해해주시고 저에게 딱 맞는 디렉팅을 해주셨어요. 그런 합의 안에서 능숙하게 진행이 된 것 같아요. 스태프들이 아니었으면, 영숙은 탄생하지 못했을 거예요.”

영숙은 사람을 죽이는 데 일말의 흔들림도 없다. 인간성이 거세된 인물이다. 정이 들었을 법한 사람도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 싶으면 거침없이 돌진하며, 영숙에게 악의가 없는 사람도 불편한 존재가 되면 흉기를 든다. 전종서는 그런 영숙의 면모를 약함에서 찾았다고 했다. 
 

▲ 배우 전종서

“얼핏 보면 영숙이 강하고 독하기만 한 1차원적인 캐릭터로 보이는데, 저는 강함보다는 약함에 더 중점을 두고 연기했어요. 인간적인 부분, 모성애를 느껴본 적 없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부분을 많이 파고들었어요. 파워풀하고 역동적인 영숙도 있지만, 사실은 살짝만 쳐도 깨져 부숴지는 얇은 유리 같은 이미지를 더 생각한 것 같아요.”

전종서는 현장에서도 치밀했다. <버닝> 작업 중에 이창동 감독으로부터 배운 것은 테이크가 끝나면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링하는 것이었다. 중요한 장면을 보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모든 테이크를 모니터링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시간이 많이 소모될 뿐 아니라, 배우에게도 귀찮은 작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종서는 모든 테이크를 직접 확인했다. 


육탄전
살인마

“연기하고 모니터링하는 습관이 <버닝> 때 생겼어요. 모든 테이크에서 모니터링을 했죠. 덕분에 자기 객관화가 잘 된 것 같아요. 과하거나 거슬리거나 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고쳐서 다음 테이크에 연기했어요.”

이뿐만 아니다. 눈물을 보이는 신이 많은 서연 역의 박신혜는 감정 소모가 많았던 반면, 영숙의 감정은 주로 분노였다. 작은 것에도 쉽게 치밀어 오르고, 때론 육체를 강하게 사용한다. 가녀린 몸으로 육탄전을 벌인다.

JTBC <아는 형님>에서 전종서는 <콜> 촬영 중 몸이 안 좋아 마사지를 받으러 갔을 때 마사지사에게 “힘든 일이 있으면 친구에게라도 말하라”라고 권유받기도 했고, 영숙 분장을 한 채로 식사하러 간 음식점의 사장님이 전종서에게 몰래 다가가 “경찰에 신고 해줄까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영숙의 분장은 처절했고, 실제 온몸에는 멍이 가득했다.
 
“1달 동안 몸 쓰는 신을 많이 찍었어요. 촬영장에서 연기하고 집에 돌아가면 온몸이 과열됐어요. 몸이 뜨거워질 정도로 열이 높았어요. 각성된 상태라 잠이 좀 안 오기도 했어요. 몸이 굉장히 불같이 뜨거워지고 그랬는데, 2주 정도 되니까 적응이 되더라고요.”

전종서가 영숙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역할을 맡은 데 반해, 서연 역의 박신혜는 이 분노에 리액션을 하는 역할에 가까웠다. 거의 모든 무기가 과거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서연은 손발을 묶인 채 당하는 존재로 표현된다. 서연의 역습이 몇 번 있긴 하나, 대체로 수비적이다. 전종서는 박신혜가 수비적인 역할을 정말 잘 맡아줬기 때문에 자신의 연기가 영화 내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신혜 배우님은 제가 갖지 못한 걸 갖고 계신 분이에요.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내공이랄까요. 제가 포효하면 신혜 배우님은 좌절하는 포지션이었어요. 이게 핑퐁처럼 잘 이뤄져야 하는데 신혜 배우님이 정말 잘해주신 것 같아요. 서연은 사실 우는 신이 많아요. 많이 울어요. 저한테 그런 역할이 주어졌다면 정신적으로 타격이 컸을 것 같아요.”


“2주 동안 온몸이 과열…잠자기 힘들었다”
“언제나 창의적인 연기…도전 의식 강하다”

영화 <콜>은 2019년 1월에 촬영이 진행됐고, 지난 2월에 개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이 연기됐다. 차일피일 연기되다 결국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콜>이 타임슬립 판타지 작품인 데다가 사운드가 중요한 공포라는 점에서 넷플릭스 공개는 일정 부분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 전종서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사실 진작 개봉이 돼야 했는데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딜레이가 많이 됐죠. 저 역시도 많이 기다린 것 같아요. 그래도 어떻게 보면 김장김치를 가장 맛있을 때 꺼내놓는 것과 같다고도 생각해요. 관객분들이 주말에 집에서 맥주 한 캔 먹으면서 핸드폰으로 봤다거나 노트북으로 보셨다고 해요. 빔으로 쏘아서 보신 분들도 있다고 하고요. 영화관에서 개봉했다면 누릴 수 없었던 편안함이 있었다고 봐요. 시간이나 공간적인 제약없이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다는 것만
에 기쁨을 느껴요.”
 

▲ ⓒ넷플릭스

<버닝>의 자유로운 해미에 이어 <콜>의 기괴스러운 살인마까지, 전종서는 영화 두 편 만에 자신의 재능을 완벽히 각인시켰다. 나오는 작품마다 창의적인 해석을 보일 뿐 아니라, 전종서라는 배우의 색감이 스크린을 통해 선명하게 전달된다. 그를 선택한 이유에 걸맞은 책임감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 연기에서 느껴진다.

“계속 창의적이고 싶어요. 뭔가를 만들고 싶고 그게 연기여야 해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나보고 싶어요. 주어지는 캐릭터에 저를 넣어서 신선하고 파격적이면서, 잔잔하고 은은한 느낌도 주고 싶어요. 그런 다채로운 모습을 영화의 톤에 맞춰서 보여주고 싶어요. 조바심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누구든 쉽게 하지 못했던 것을 거침없이 해보고 싶은 도전 의식이 있어요.”

현재 전종서는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아직 공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결정을 하기엔 아직 고민이 부족하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건 분명했다. 창의성과 신선함이다.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어요.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무엇을 선택하든 보시는 분들이 재밌을 뿐 아니라 신선하게 받아들이실 수 있는 연기를 보여드릴 겁니다. ‘이런 게 있었나?’라고 느끼시게요. 처음 보는 것으로 다가가고 싶고요. 그런 선택을 하고 싶고 그 선택의 영역이 더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거장 이창동 
신예 이충현

이제 겨우 필모그래피 2편을 만들었을 뿐이지만 전종서는 당찼다. 때론 당돌함도 엿보였다. 집중력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이창동 감독과 단편 영화계를 휩쓴 파격적인 아이디어의 이충현 감독이 그를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전종서가 가진 당당함의 배경은 매 순간 책임을 다해 노력하는 열정 덕분이 아닐까. 그 열정이 많은 작품을 거쳐 누적된다면, 한국 영화계는 또 하나의 보석 같은 ‘연기 괴물’을 얻을지 모른다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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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