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스포테이너의 세계

방송가 침투하는 스포츠 전설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스포츠 선수에게 ‘인생 2모작’의 길이 열린 것일까. 스포츠 선수 시절 이름값을 날린 스타들이 속속 방송가에 침투하고 있다. 원조 격인 강호동을 시작으로 서장훈, 안정환, 김동현, 허재를 이어 수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방송인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야말로 ‘스포테이너’ 시대가 열렸다. 
 

▲ 전 프로골퍼 박세리 ⓒ바즈인터내셔널

대중과 방송가에서 천하장사 출신 예능인 강호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경이로움이었다. 씨름계에서 최고의 위치를 점했던 그가 전혀 다른 분야인 방송·예능에서도 최고가 됐기 때문이다. 두 분야에서 전설급 활약을 한 강호동의 성과는 분명 유의미하다. 

이모작

독보적이었던 강호동을 위협하는 스포츠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축구의 안정환, 농구의 서장훈과 허재, UFC의 김동현을 비롯해 박세리와 박찬호, 이영표, 이동국, 김연경, 현주엽, 한유미 등 각 분야의 스포츠 전설들이 방송가로 모여들고 있다. 이른바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 전성시대다. 

MBC <아빠 어디가!>를 시작으로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뭉쳐야 찬다>까지, 등장하는 작품마다 흥행으로 이끈 안정환과 MBC <무한도전>으로 얼굴을 알리고 JTBC <아는 형님> SBS <동상이몽> KBS JOY <연애의 참견>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활약하는 서장훈은 명실상부한 예능인이다. 

이들을 이어 김동현은 tvN <도레미 마켓-놀라운 토요일>과 <방탈출> 시리즈를 비롯해 다수 작품에서 맹활약을 했고, <뭉쳐야 찬다>에 나온 허재는 폭발적인 웃음을 갖춘 예능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농구선수 현주엽은 이미 ‘먹방’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현역 선수인 김연경은 솔직한 화법으로 뛰어난 방송 감각을 발휘하고 있다.

스포츠 선수들이 대중의 관심을 받자, 방송가는 스포츠 스타들 모시기 전쟁에 돌입했다. MBC <나혼자 산다>가 김연경과 박세리를 발굴했고, 이어 다른 방송으로도 뻗어나갔다. 

종목별로…속속 새 얼굴 등장해 활약 
예능계 신선한 자극…광고유치도 수월 

특히 아직도 예능 초보에 가까운 박세리는 E채널 <노는 언니>의 구심점으로 발돋움했다. 배구 한유미, 펜싱 남현희, 피겨 곽민정, 수영 정유인, 탁구 서효원과 여행을 떠나며 각종 스포츠 대결을 벌인다.

<노는 언니>는 강인한 여성들의 자유로운 여행이라는 테마를 살려 매회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유미와 남현희, 곽민정, 정유인, 서효원은 스포츠 선수 특유의 솔직한 언행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KBS2 <축구 야구 말구>는 축구계와 야구계의 두 레전드를 섭외했다. 한국 최초 메이저리거이자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을 거둔 야구계의 전설 박찬호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출신 이영표다. 두 스타는 스포츠 실력 뿐 아니라 이른바 뛰어난 ‘말빨’의 소유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축구 야구 말구>는 박찬호와 이영표를 앞세워 최근 최소한의 운동조차 하고 있지 않는 국민이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알 때까지 가이드 역할을 하겠다는 기획의도를 갖고 있다. 아직 방송 초반부인 이 프로그램은 테니스와 배드민턴과 탁구를 배웠다. 이형택과 이용대, 유승민 등 그 분야의 최고의 선수들이 두 사람을 직접 가르치거나, 승부를 벌이기도 한다. 
 

▲ 축구말구야구 포스터 ⓒKBS

운동 실력만큼은 국내 상위 0.01%로 평가받는 두 사람인지라, 무엇이든 금방 학습하고 수준급의 실력을 보여준다. 아울러 논리를 겸비한 화법을 겸비하다 못해 끊임없이 말을 쏟아내는 등 시쳇말로 오디오가 빌 틈이 없다. 최근 스포츠 선수들을 활용해 론칭한 프로그램 중 가장 반응이 뜨겁다. 

안정환을 중심으로 축구선수들이 E-SPORTS에 도전하는 KBS2 <위 캔 게임>도 새롭게 론칭한 프로그램이다. 2002년 4강 신화의 주인공이자 ‘을용타’로도 유명한 이을용과 이미 유튜브에서 자리를 잡은 조원희, 미남 축구선수인 백지훈이 축구 게임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절친한 축구계 선후배들간 오고 가는 멘트가 노골적이면서 강한 편이다. 시선을 끄는 요소가 분명하다.

안정환·서장훈‧허재 선봉
박세리·박찬호‧심수창 합류

현역 시절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이동국은 은퇴 후 방송가 대어가 됐다. 이미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익숙한 이동국은 수려한 외모와 맞춤식 육아법, 의외의 자학개그를 비롯해 방송인 못지않은 입담을 보여준 바 있다. 

이동국은 SBS <집사부일체>의 사부로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놓았고,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는 딸 재시 양과 영상통화를 했으며, SBS <정글의 법칙> 녹화에도 참여했다. 은퇴를 앞두고 지도자 수업을 받으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그이지만, 예능계에서의 러브콜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프로야구단 LG 팬들의 아픈 손가락인 투수 심수창도 방송인으로서 변화를 꿰하고 있다. 심수창은 지난 25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포수 조인성과 다툰 사건을 비롯해 국내 야구사에 진기록인 18연패 당시 복잡했던 심정, 류현진을 키웠다는 일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예능인으로서 끼를 발휘했다.
 

▲ 노는 언니 포스터 ⓒE채널

유튜브 ‘스톡킹’에서도 정용검 아나운서와 호흡을 맞추며 입담꾼으로서의 내공을 키워가고 있다. 심수창은 웹예능 ‘마녀들’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스포테이너 전성시대가 도래한 배경은 스포츠 선수들이 방송인으로 내세우기에 장점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과거 영광으로 팬덤을 많이 확보한 것을 바탕으로 한 대중성 뿐 아니라 솔직한 화법과 경기장 밖에서의 인간적인 모습,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장점으로 나온다. 

새로운 연예인이 등장하는 것보다 더 신선할 뿐 아니라 이미 다수의 협찬을 받고 있는 선수들이라 광고 유치에도 수월하다는 평가다. 

팬덤

E채널 조서윤 CP는 “시청자는 스포츠 선수를 다른 배우나 가수에 비해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워낙 팬덤이 많아 광고 유치에도 좋으며, 실제 광고주들도 굉장히 좋아한다. 스포츠 명장면 비하인드 스토리 등 꺼낼 얘기도 많다. 당분간 이런 반응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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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