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잔상의 깊이’ 허우중

흰 여백은 배경이 아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허우중 작가의 개인전 ‘잔상의 깊이’ 전이 송은 아트큐브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허우중은 지난 작업들과 달리 실험적인 시도를 내포한 신작을 선보인다. 광막한 불안과 공허를 비췄던 지난 모습에서 나아가 평면적인 회화 작업에 다차원적인 사고를 구현하는 깊은 작업세계를 구축했다.
 

▲ 가장 먼 곳의 기척

송은 아트큐브는 젊고 유능한 작가들의 전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송은 문화재단에서 설립한 비영리 전시공간이다. 2002년 1월 개관 이래 매년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전시기획을 바탕으로 공간과 도록 제작을 후원하고 있다. 

선이 만든 면

허우중 작가는 2020~2021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 프로그램의 첫 번째 작가로 선정됐다. 그의 개인전 ‘잔상의 깊이’ 전시가 오는 12월21일까지 열린다. 허우중은 이번 전시에서 이전과는 다른 작품들을 소개한다. 

그는 연필로 그린 얇은 선들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유화를 활용해 새로운 도형의 공간들을 고유한 작업방식으로 나타낸다. 물감을 한 겹 입힌 캔버스 위에 계획적으로 선을 긋고 다른 색의 물감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메워가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통해 존재하지 않았던 면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이전에는 주로 흑백으로 작품을 연출해 검정색의 배경을 칠하고 연필 선만 남겨둔 채 흰 물감으로 나머지 부분을 채웠다. 반면 이번 전시에서는 원색을 더해 주체와 배경의 공간을 더욱 극명하게 나타내고,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들에 일종의 존재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람객들은 벽면에 걸린 파란 회화와 만날 수 있다. 관람객들은 눈앞에 놓인 캔버스의 푸른 공간을 마주하는 순간 가장 먼저 이목을 끄는 존재를 주체로 인식하고 그 후에 보이는 흰 공간을 배경이라 인지하게 될 것이다.

비로소 존재성을 갖게 된 대상들에 관람객의 시선으로 또 다른 의미가 부여된다. 

허우중은 평소 창작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이번에도 역시 파란색으로 배경을 먼저 구성한 뒤 연필의 흔적을 남겨두고 흰 유화로 주체의 공간을 부각했다.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흰 여백의 공간은 배경’이라는 관념을 전복시킨 것이다.

실험적인 시도 담긴 신작
이전보다 깊은 작품 세계

그는 신작을 통해 배경과 주체의 차이가 무엇인지 관람객들에게 묻고 있다. 작품을 관람하는 개개인의 해석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창작해낸 공간 속 각기 다른 도형들은 관람객들로 인해 새로운 대상으로 재탄생한다. 
 

▲ 그늘 쌓기

허우중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존재에 대한 고뇌를 표출하고 있다. 그가 그린 도형은 일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자연스럽고 온전한 어떤 대상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각기 다른 단층의 도형들이 중첩돼 서로 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겹쳐진 대상들이 어떤 모양을 띠고 있다는 판단은 추측에 불과한 셈이다. 

눈으로 인식 가능하지만 그 존재에 대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면 판별이 가능하더라도 인식한 존재가 실제 그 대상이라는 사실 관계가 성립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허우중은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특정 대상을 바라보고 쉽게 결론짓는 우리의 인식을 비집고 들어와 가시적 존재에 대해 묻고 있다. 


볼 수 있는 단면에 의존해 비가시적인 부분까지 추측해 완전한 모양의 존재로 정의 내린다면 과연 그것은 존재하는 것일까? 허우중은 이를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작품 속에 어떤 대상이 가려져 있는지, 육안으로 구별한 모양이 존재하고 있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전복된 통념

송은 아트큐브 관계자는 “현대인의 삶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불안과 공허가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사회는 이것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것과 같이 어떠한 대상의 존재가 불분명할지라도 인간은 그 대상이 존재한다는 확신을 품고 살아간다”며 “존재의 근본적인 불확실성에 대해 연구하는 허우중의 최근 작품은 부가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움직임과 내러티브는 절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저하게 절제된 캔버스 속 단순화된 선과 곡선만으로 연출한 허우중만의 컴포지션에서 주체와 배경은 명확하게 나뉘는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허우중은 캔버스를 채우고 있는 대상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불확실하다는 점을 파고들며 인간의 관념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허우중은?]

▲학력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포스트 디플롬(2013~2014)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국가고등조형예술학위(2008~2013)

▲개인전
‘선, 곡선 그리고 다채로운 움직임들’ 갤러리바톤(2019)
‘토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18)
‘정신적 태도’ 갤러리조선(2018)
‘소셜 픽션’ 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갤러리(2017)
‘밤의 독백’ 갤러리 파리 오리종(2016)
‘모노폴리’ 주프랑스 한국문화원(2015)
‘미장센’ 갤러리 유럽(2014)

▲수상
정헌메세나 청년작가상(2014)
프리 아트스쿨 뎃셍부분 3등(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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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