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6인 현미경 검증 ⑫별명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24 11: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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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에 웃고 울고…"별명이 본명보다 중요하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치열한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여(박근혜)와 야(문재인·김두관·손학규·정세균) 5인과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세세히 검증하기로 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배우자·재산·화법·학력·롤모델·취미까지 살펴본데 이어 열두 번째로 그들의 '별명'을 살펴봤다.


제18대 대선에 나선 후보자들은 유독 별명이 많다. 그들의 별명 중에는 장점을 부각시키는 '착한 별명'도 있지만, 다른 후보자들이 의도적으로 만든 '나쁜 별명'에 애를 먹는 후보들도 있다. 후보자들은 별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어떤 별명이냐에 따라서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고, 반대로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별명은 성격·행동·사건들로부터 특정 이미지가 추출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후보자들의 별명을 살펴보면 그들의 정치철학은 물론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까지 엿볼 수 있다.


'수첩공주' 박근혜
"수첩이 뭐가 어때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는 '선거의 여왕' '수첩공주' '얼음공주' '불통공주' '발끈해' '야근해' '복당녀' 등 무척 다양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은 부정적인 별명이다. 박근혜 후보 선거캠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별명이라는 게 야권에서 박 후보를 비판하는 수단으로 짓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2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박 후보는 얼음공주나 수첩공주란 별명이 붙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제게 묻는 것은 항상 심각한 문제다. 첨예한 갈등이나 논쟁거리만 묻는다. 막 웃으면서 즐겁게 말할 수는 없다. 심각하게 대답하다보니 국민 여러분이 딱딱한 표정만을 보게 돼서 차가워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 한다"고 답했다.

이어 수첩공주란 별명에 대해선 "저를 공격하기 위해서 만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첩공주 같은 별명은 괜찮다. 저는 굉장히 수첩이 필요하다"고 답해 폭소를 유발하기도 했다.

수첩공주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 후보가 늘 수첩에 적힌 단어와 문장을 토대로 말을 하는 습관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때문에 중요한 사회적 현안에 대해 늘 묵비권을 행사한다는 비난도 거셌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정국'에서는 줄곧 침묵을 지키며 당시 당을 떠난 친박 측근들의 복당 문제 얘기만 주로 한다고 해서 복당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은 과거 부정적 이미지였던 수첩공주라는 단어를 신뢰의 정치인을 상징하는 단어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역발상의 계획을 세웠다. 박 후보의 한 측근은 "수첩 공주는 '적고, 그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의 페이스북 계정도 수첩공주다. 박 후보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에게 시민들의 정책 제안을 담은 '수첩'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 후보는 특히 본인의 이름을 빗댄 별명이 많다. 조국 서울대 법대교수는 박 후보가 발끈해라고 지적했다. 2004년 손석희의 경제살리기 질문에 "지금 저하고 싸움하시는 거예요?", 2011년 1월 기자들의 복지 질문에 "한국말 모르세요?", 2011년 9월 안철수 현상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라며 발끈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조 교수는 "박근혜는 불편한 질문과 비판을 참지 못한다"고 말했다.

SBS <힐링캠프> MC 한혜진은 "(박 후보가) 일을 많이 하시니깐 야근해란 별명이 어울린다"며 야근해란 새로운 별명도 추가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는 불리했던 선거 판세를 뒤집고 새누리당의 총선승리를 이끌어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다시 한 번 입증하기도 했다.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
"누가 뭐래도 난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노무현의 그림자'다. 조금은 의외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람자에서 벗어나 대권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에게 노무현은 날개이자 그늘이다.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지금의 문재인 브랜드를 만든 노무현은 그의 최대 딜레마라고 평한다. 문 후보가 노 전 대통령 때문에 인기를 얻었지만 노무현의 그림자 내에 있는 한 '비욘드(Beyond) 노무현'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노무현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않는 한 결코 박근혜, 안철수를 이길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후보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문 후보가) 노무현 때문에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으며, 노무현의 죽음으로 정치를 결심하게 됐으니 어쩌면 당연하다"면서 "정치적 이득 때문에 버릴 수는 없는 별명"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본인은 노무현의 그림자라 칭하지만 주위에선 '좀 더 젠틀한 노무현, 좀 더 반듯한 노무현, 갑옷을 입은 노무현'이란 말들을 한다"며 "일례로 공수부대를 갔다 왔으니 보수 세력으로부터 이념 공세를 받을 가능성도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의 다른 별명으로는 '왕수석'과 '문제아' 등도 언급된다. 문 후보는 "왕수석은 부정적인 뜻인데 비서관 중 실세라는 용어다. 그러나 참여정부엔 실세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중고등학교 때 별명인 '문제아'는 처음엔 '문재인'이란 이름 때문에 붙은 것 같다면서도 머리가 굵어지면서 사회에 대한 반항심도 생기고 고3때엔 술 담배도 하게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당시 3선 개헌 반대시위, 학교를 병영화 하려는 교련에 대한 항의 등을 계기로 나는 문제아지만 정의로운 문제아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에는 친노 최측근들이 문 후보를 포위하고 다른 인사들의 접근을 막는 블로킹을 하고 있는 것을 놓고 '민주당 박근혜'라는 별명도 얻었다.

 

'재미없는 남자' 손학규
"재미는 없지만 진지한 정치인"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는 지난 2007년 대선경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생긴 ‘배신자’ 이미지를 아직도 깨끗이 씻지 못했다. 당시 손 후보가 내세운 공식 별명은 '손주몽' '민심남'이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자신이 부여를 탈출해 고구려를 세운 주몽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손주몽이란 별명을 붙였고, 손 후보가 민심대장정을 하며 국민적 지지를 받은 점을 강조하기 위해 민심남이란 별명을 내세웠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손학규+철새라는 뜻의 '손학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철새정치인이라는 비판이었다. 손 후보가 당시 경선 도중 칩거에 들어가자 '쇼학새'라는 별명도 추가됐다. 배신자라는 낙인이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될지 손 후보는 차마 몰랐을 것이다. 때문에 2007년 손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5년이 지난 지금 손 후보는 '재미없는 남자 손학규' 시리즈로 다시 한번 인기몰이에 나섰다.
KBS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인기 없는 남자'를 빌려와 만든 재미없는 남자 시리즈는 밸런타인데이 때 부인 이윤영씨에게 꽃다발을 건넨 뒤 갑자기 키스를 하려 덤벼들다가 질색한 이씨로부터 꽃다발로 얻어맞는 영상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가 하면, 최근 어시장을 찾았다가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아 상인들 뒤에서 멋쩍게 혼자 서 있는 장면도 소개했다.

손 후보가 "오징어가 왜 이리 커요"라고 묻자 상인이 "한치인데요"라고 답해 머쓱해하는 모습도 나온다. 아코디언 음악을 배경으로 목이 터져라 연설하는 손 후보와 따분해하는 청중들을 교차로 보여줘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손 후보 측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어필해 재미는 없지만 국가를 위해 언제나 진지한 손 후보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재미없는 남자 시리즈가 인기를 얻어 재미없는 남자 손학규를 국민들에게 재조명 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
"어떤 별명이든 소중합니다"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의 대표적인 별명은 '리틀 노무현'이다. 김 후보는 이장과 군수를 거쳐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수직 '점프'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빈농의 아들, 학업포기, 투옥, 뚝심으로 점철된 그의 인생역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닮았다. 더구나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까지 빼다 박아 '리틀 노무현'이란 별명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욘드 노무현'을 외치며 참여정부 실패론을 주장하는 듯 한 인상을 남겨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친노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얘기"라고 단호히 잘라 말했다. 이어 김 후보는 "참여정부가 실패했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운영에는 자산과 부채가 있는 만큼 잘한 부분은 배우고 못한 부분은 성찰하면 된다는 얘기였다"며 참여정부에 대한 본인의 평가가 네거티브가 아닌 올바른 비판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의 또 다른 별명은 '전문 싸움꾼'이다. 상대 후보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 때문이다. 최근에는 당내 후보들을 비판하다 역풍을 맞은 점을 의식해서인지 비판의 수위가 약해졌다는 평도 듣는다. 김 후보는 "예방주사 맞는 차원에서 당내 경쟁자들을 비판했는데, 결과적으로 손해를 좀 봤다"며 하지만 "경쟁자들 덕담이나 하려고 도지사까지 내놨겠느냐"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김 후보는 지난 7월 대학로 재즈카페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자신의 새로운 별명으로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곰돌이 푸우'를 소개했다. 일단 생김새가 닮았고 친근하고 푸근한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어필될 수 있어서다. 촌스럽지만 친근한, 형제들을 보듬는 맏형 같고 큰오빠 같은 이미지가 김 후보의 강점이다. 하지만 진행자가 즉석에서 '두목 곰돌이'같다고 하자 "어떤 별명이든 국민들이 붙여주신 별명은 모두 소중하다"며 이 별명 또한 흔쾌히 받아들였다.



'진짜 촌놈' 정세균
"서민 눈물 닦아줄 정치 하겠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를 대표하는 별명은 '미스터 스마일'이다. 항상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는 점에서 생긴 별명이다. 실제로 정 후보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고 균형감각을 갖췄다는 당내 평가가 높다. 정 후보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로 꼽히는 이유다.

그러나 다소 아쉬움은 남는다. 상대적으로 '카리스마'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사람들은 정 후보가 "대통령을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정 후보는 이에 대한 돌파구로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부각 시킬 예정이다.

정 후보가 최근 '스티브 정'이란 새로운 별명에 집착하는 이유다. 학계 및 시민단체 등 폭넓은 교류를 통해 '정세균표' 경제정책인 '분수경제론'을 알려온 정 후보는 이들로부터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란색 셔츠와 무선 마이크 차림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모습이 스티브 잡스와 닮았다는 것이다. '역동적이고 강력한 지도자'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정 후보에겐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별명인 셈이다.

하지만 정 후보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따로 있다. '진짜 촌놈'의 줄임말인 '진촌'이다. 전북 진안 출신이라 '진안 촌놈'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실 정 후보는 진짜 촌놈이다. 촌놈이란 소리가 다소 껄끄러울 법도 하지만 정 후보는 오히려 "좋다"고 말한다. 정 후보가 '진촌'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는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정치를 하겠다'는 그의 초심과 맞닿아 있다.

 

'간철수' 안철수
"엊그제까진 '컴의'였는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의사' '순둥이' 등의 별명을 갖고 있었다. 컴퓨터 의사라는 별명은 그가 의사 출신이면서도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었기 때문이고, 순둥이라는 별명은 그의 착한 성격 탓이다.

학창시절에는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다음 지독하게 공부하는 습관 때문에 '독종'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고, 가정에서는 아내에게 매일 아침 커피를 내려주는 것으로 유명해 '바리스타 안'이란 별명으로도 불렸다. 그리고 기자들 사이에서 안 원장은 평소 느릿한 화법 때문에 '3초 뒤'라는 별명도 있다.

안 원장 측의 한 관계자는 "안 원장은 항상 상대방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깊이 생각한 후 대답을 한다"며 "답답할 수도 있지만 꼼수를 쓰려고 다른 말을 준비하는 3초가 아니라 남의 말을 경청하고 온전한 말을 하기 위한 의미에서 3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선 출마가 사실상 확실시 되는 요즘 안 원장의 별명은 '간잽이' '간철수' '거짓말쟁이' 등 온갖 네거티브가 난무한다. 정치의 냉혹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간철수라는 별명은 안 원장이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지금까지도 대선출마를 공식화 하지 않고 '간'만 보고 있다는 이유로 생긴 별명이다. 여권에서는 안 원장이 검증은 피한 채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있다며 연일 십자포화를 쏟아 붓고 있지만 안 원장은 요지부동이다.

또 최근 안 원장이 과거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 회장 구명 탄원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벌의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안 원장은 거짓말쟁이"라는 치욕적인 평가까지 받아야 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안 원장은 "사랑의 매로 생각하겠다"며 "잘못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해명할 게 있다면 당당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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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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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