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6인 현미경 검증 ⑫별명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24 11: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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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에 웃고 울고…"별명이 본명보다 중요하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치열한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여(박근혜)와 야(문재인·김두관·손학규·정세균) 5인과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세세히 검증하기로 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배우자·재산·화법·학력·롤모델·취미까지 살펴본데 이어 열두 번째로 그들의 '별명'을 살펴봤다.


제18대 대선에 나선 후보자들은 유독 별명이 많다. 그들의 별명 중에는 장점을 부각시키는 '착한 별명'도 있지만, 다른 후보자들이 의도적으로 만든 '나쁜 별명'에 애를 먹는 후보들도 있다. 후보자들은 별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어떤 별명이냐에 따라서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고, 반대로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별명은 성격·행동·사건들로부터 특정 이미지가 추출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후보자들의 별명을 살펴보면 그들의 정치철학은 물론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까지 엿볼 수 있다.


'수첩공주' 박근혜
"수첩이 뭐가 어때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는 '선거의 여왕' '수첩공주' '얼음공주' '불통공주' '발끈해' '야근해' '복당녀' 등 무척 다양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은 부정적인 별명이다. 박근혜 후보 선거캠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별명이라는 게 야권에서 박 후보를 비판하는 수단으로 짓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2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박 후보는 얼음공주나 수첩공주란 별명이 붙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제게 묻는 것은 항상 심각한 문제다. 첨예한 갈등이나 논쟁거리만 묻는다. 막 웃으면서 즐겁게 말할 수는 없다. 심각하게 대답하다보니 국민 여러분이 딱딱한 표정만을 보게 돼서 차가워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 한다"고 답했다.

이어 수첩공주란 별명에 대해선 "저를 공격하기 위해서 만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첩공주 같은 별명은 괜찮다. 저는 굉장히 수첩이 필요하다"고 답해 폭소를 유발하기도 했다.

수첩공주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 후보가 늘 수첩에 적힌 단어와 문장을 토대로 말을 하는 습관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때문에 중요한 사회적 현안에 대해 늘 묵비권을 행사한다는 비난도 거셌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정국'에서는 줄곧 침묵을 지키며 당시 당을 떠난 친박 측근들의 복당 문제 얘기만 주로 한다고 해서 복당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은 과거 부정적 이미지였던 수첩공주라는 단어를 신뢰의 정치인을 상징하는 단어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역발상의 계획을 세웠다. 박 후보의 한 측근은 "수첩 공주는 '적고, 그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의 페이스북 계정도 수첩공주다. 박 후보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에게 시민들의 정책 제안을 담은 '수첩'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 후보는 특히 본인의 이름을 빗댄 별명이 많다. 조국 서울대 법대교수는 박 후보가 발끈해라고 지적했다. 2004년 손석희의 경제살리기 질문에 "지금 저하고 싸움하시는 거예요?", 2011년 1월 기자들의 복지 질문에 "한국말 모르세요?", 2011년 9월 안철수 현상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라며 발끈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조 교수는 "박근혜는 불편한 질문과 비판을 참지 못한다"고 말했다.

SBS <힐링캠프> MC 한혜진은 "(박 후보가) 일을 많이 하시니깐 야근해란 별명이 어울린다"며 야근해란 새로운 별명도 추가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는 불리했던 선거 판세를 뒤집고 새누리당의 총선승리를 이끌어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다시 한 번 입증하기도 했다.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
"누가 뭐래도 난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노무현의 그림자'다. 조금은 의외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람자에서 벗어나 대권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에게 노무현은 날개이자 그늘이다.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지금의 문재인 브랜드를 만든 노무현은 그의 최대 딜레마라고 평한다. 문 후보가 노 전 대통령 때문에 인기를 얻었지만 노무현의 그림자 내에 있는 한 '비욘드(Beyond) 노무현'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노무현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않는 한 결코 박근혜, 안철수를 이길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후보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문 후보가) 노무현 때문에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으며, 노무현의 죽음으로 정치를 결심하게 됐으니 어쩌면 당연하다"면서 "정치적 이득 때문에 버릴 수는 없는 별명"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본인은 노무현의 그림자라 칭하지만 주위에선 '좀 더 젠틀한 노무현, 좀 더 반듯한 노무현, 갑옷을 입은 노무현'이란 말들을 한다"며 "일례로 공수부대를 갔다 왔으니 보수 세력으로부터 이념 공세를 받을 가능성도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의 다른 별명으로는 '왕수석'과 '문제아' 등도 언급된다. 문 후보는 "왕수석은 부정적인 뜻인데 비서관 중 실세라는 용어다. 그러나 참여정부엔 실세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중고등학교 때 별명인 '문제아'는 처음엔 '문재인'이란 이름 때문에 붙은 것 같다면서도 머리가 굵어지면서 사회에 대한 반항심도 생기고 고3때엔 술 담배도 하게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당시 3선 개헌 반대시위, 학교를 병영화 하려는 교련에 대한 항의 등을 계기로 나는 문제아지만 정의로운 문제아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에는 친노 최측근들이 문 후보를 포위하고 다른 인사들의 접근을 막는 블로킹을 하고 있는 것을 놓고 '민주당 박근혜'라는 별명도 얻었다.

 

'재미없는 남자' 손학규
"재미는 없지만 진지한 정치인"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는 지난 2007년 대선경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생긴 ‘배신자’ 이미지를 아직도 깨끗이 씻지 못했다. 당시 손 후보가 내세운 공식 별명은 '손주몽' '민심남'이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자신이 부여를 탈출해 고구려를 세운 주몽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손주몽이란 별명을 붙였고, 손 후보가 민심대장정을 하며 국민적 지지를 받은 점을 강조하기 위해 민심남이란 별명을 내세웠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손학규+철새라는 뜻의 '손학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철새정치인이라는 비판이었다. 손 후보가 당시 경선 도중 칩거에 들어가자 '쇼학새'라는 별명도 추가됐다. 배신자라는 낙인이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될지 손 후보는 차마 몰랐을 것이다. 때문에 2007년 손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5년이 지난 지금 손 후보는 '재미없는 남자 손학규' 시리즈로 다시 한번 인기몰이에 나섰다.
KBS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인기 없는 남자'를 빌려와 만든 재미없는 남자 시리즈는 밸런타인데이 때 부인 이윤영씨에게 꽃다발을 건넨 뒤 갑자기 키스를 하려 덤벼들다가 질색한 이씨로부터 꽃다발로 얻어맞는 영상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가 하면, 최근 어시장을 찾았다가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아 상인들 뒤에서 멋쩍게 혼자 서 있는 장면도 소개했다.

손 후보가 "오징어가 왜 이리 커요"라고 묻자 상인이 "한치인데요"라고 답해 머쓱해하는 모습도 나온다. 아코디언 음악을 배경으로 목이 터져라 연설하는 손 후보와 따분해하는 청중들을 교차로 보여줘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손 후보 측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어필해 재미는 없지만 국가를 위해 언제나 진지한 손 후보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재미없는 남자 시리즈가 인기를 얻어 재미없는 남자 손학규를 국민들에게 재조명 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
"어떤 별명이든 소중합니다"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의 대표적인 별명은 '리틀 노무현'이다. 김 후보는 이장과 군수를 거쳐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수직 '점프'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빈농의 아들, 학업포기, 투옥, 뚝심으로 점철된 그의 인생역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닮았다. 더구나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까지 빼다 박아 '리틀 노무현'이란 별명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욘드 노무현'을 외치며 참여정부 실패론을 주장하는 듯 한 인상을 남겨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친노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얘기"라고 단호히 잘라 말했다. 이어 김 후보는 "참여정부가 실패했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운영에는 자산과 부채가 있는 만큼 잘한 부분은 배우고 못한 부분은 성찰하면 된다는 얘기였다"며 참여정부에 대한 본인의 평가가 네거티브가 아닌 올바른 비판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의 또 다른 별명은 '전문 싸움꾼'이다. 상대 후보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 때문이다. 최근에는 당내 후보들을 비판하다 역풍을 맞은 점을 의식해서인지 비판의 수위가 약해졌다는 평도 듣는다. 김 후보는 "예방주사 맞는 차원에서 당내 경쟁자들을 비판했는데, 결과적으로 손해를 좀 봤다"며 하지만 "경쟁자들 덕담이나 하려고 도지사까지 내놨겠느냐"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김 후보는 지난 7월 대학로 재즈카페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자신의 새로운 별명으로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곰돌이 푸우'를 소개했다. 일단 생김새가 닮았고 친근하고 푸근한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어필될 수 있어서다. 촌스럽지만 친근한, 형제들을 보듬는 맏형 같고 큰오빠 같은 이미지가 김 후보의 강점이다. 하지만 진행자가 즉석에서 '두목 곰돌이'같다고 하자 "어떤 별명이든 국민들이 붙여주신 별명은 모두 소중하다"며 이 별명 또한 흔쾌히 받아들였다.



'진짜 촌놈' 정세균
"서민 눈물 닦아줄 정치 하겠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를 대표하는 별명은 '미스터 스마일'이다. 항상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는 점에서 생긴 별명이다. 실제로 정 후보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고 균형감각을 갖췄다는 당내 평가가 높다. 정 후보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로 꼽히는 이유다.

그러나 다소 아쉬움은 남는다. 상대적으로 '카리스마'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사람들은 정 후보가 "대통령을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정 후보는 이에 대한 돌파구로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부각 시킬 예정이다.

정 후보가 최근 '스티브 정'이란 새로운 별명에 집착하는 이유다. 학계 및 시민단체 등 폭넓은 교류를 통해 '정세균표' 경제정책인 '분수경제론'을 알려온 정 후보는 이들로부터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란색 셔츠와 무선 마이크 차림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모습이 스티브 잡스와 닮았다는 것이다. '역동적이고 강력한 지도자'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정 후보에겐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별명인 셈이다.

하지만 정 후보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따로 있다. '진짜 촌놈'의 줄임말인 '진촌'이다. 전북 진안 출신이라 '진안 촌놈'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실 정 후보는 진짜 촌놈이다. 촌놈이란 소리가 다소 껄끄러울 법도 하지만 정 후보는 오히려 "좋다"고 말한다. 정 후보가 '진촌'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는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정치를 하겠다'는 그의 초심과 맞닿아 있다.

 

'간철수' 안철수
"엊그제까진 '컴의'였는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의사' '순둥이' 등의 별명을 갖고 있었다. 컴퓨터 의사라는 별명은 그가 의사 출신이면서도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었기 때문이고, 순둥이라는 별명은 그의 착한 성격 탓이다.

학창시절에는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다음 지독하게 공부하는 습관 때문에 '독종'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고, 가정에서는 아내에게 매일 아침 커피를 내려주는 것으로 유명해 '바리스타 안'이란 별명으로도 불렸다. 그리고 기자들 사이에서 안 원장은 평소 느릿한 화법 때문에 '3초 뒤'라는 별명도 있다.

안 원장 측의 한 관계자는 "안 원장은 항상 상대방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깊이 생각한 후 대답을 한다"며 "답답할 수도 있지만 꼼수를 쓰려고 다른 말을 준비하는 3초가 아니라 남의 말을 경청하고 온전한 말을 하기 위한 의미에서 3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선 출마가 사실상 확실시 되는 요즘 안 원장의 별명은 '간잽이' '간철수' '거짓말쟁이' 등 온갖 네거티브가 난무한다. 정치의 냉혹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간철수라는 별명은 안 원장이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지금까지도 대선출마를 공식화 하지 않고 '간'만 보고 있다는 이유로 생긴 별명이다. 여권에서는 안 원장이 검증은 피한 채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있다며 연일 십자포화를 쏟아 붓고 있지만 안 원장은 요지부동이다.

또 최근 안 원장이 과거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 회장 구명 탄원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벌의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안 원장은 거짓말쟁이"라는 치욕적인 평가까지 받아야 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안 원장은 "사랑의 매로 생각하겠다"며 "잘못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해명할 게 있다면 당당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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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